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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친숙하면서도 사찰은 그것이 자리잡은 위치만큼이나 우리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경치가 아름다운 우리의 강산을 즐기다 보면 매번 마주치는 절은 우리에게 친근함과 어느 만큼의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왜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무지 때문이다. 절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과 불상들, 그리고 석탑들과 사물(四物)들은 그 자체로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 없는 예술품이지만, 과연 왜 이렇게 많은 건물들과 다른 모든 것들이 필요할까하는 궁금증은 우리들을 당혹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찰에 갔을 때마다 당혹감을 느끼던 내게 밝은 빛처럼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 바로 '사찰, 그 속에 깃든 의미'였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이란 대단한 것이었고,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게 되었다. 읽은 뒤 더없이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될 책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 해탈의 세 관문 一柱門 : 일심(一心)을 의미. 번뇌로 흩어진 마음을 모아 진리의 세계로. 天王門 :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고 수행자의 마음 속에 깃든 번뇌와 좌절을 제거하여 일심 정진할 것을 강조. 不二門 : 불이의 진리(너와 나, 생과 사, 선과 불선, 색과 공이 둘이 아니라는)로써 모든 번뇌를 벗고 해탈을 이루어 부처가 됨. 2. 佛音을 전하는 四物 梵鍾閣은 불이문과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구도자를 환영하는 하늘의 음악 소리를 상징한다. 法鼓 : 불법을 널리 전하여 중생의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을 이루게 함. 암수소의 가죽을 대어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며, 畜生을 비롯한 衆生의 어리석음을 깨우침. 雲板 :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제도하고 허공을 헤매며 떠도는 靈魂을 천도함. 木魚 :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과 물 속에 사는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 木鐸은 목어의 변형임. 梵鍾 : 四生(胎生, 卵生, 濕生, 化生=모든 중생)과 九界(地獄, 餓鬼, 畜生, 修羅, 人間, 天上, 聲聞, 緣覺, 菩薩의 세계)의 뭇 생명있는 이들을 불국정토로 인도하는 부처님의 설법. *한국종(신라종)의 특징 : 음관, 유곽과 유두. 아름다운 종소리를 얻기 위해 음관 설치, 1/3 높이에 당좌를 설치하고, 종 밑부분을 안쪽으로 마감했으며, 땅바닥을 우묵하게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임. 3. 석등과 석탑 石燈 : 진리의 등불이며 일심의 등불. 8각형의 지대석 위에 8각의 복련석을 얹고 그 위에 8각의 긴 간주, 8각의 앙련석을 얹었으며, 4방으로 화창이 뚫린 8각의 화사석을 갖춘 8각형 석등이 기본형이고 이 외에 쌍사자 석등, 고복형 석등이 있음. 石塔 : 열반의 길로 들어선 부처님의 영원한 몸이 숨겨져 있는 집. 중국은 전탑, 일본은 목탑, 그러나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은 우리는 석탑이 발달했다. 목탑은 법주사 팔상전(1605)만이 남아 있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 부여 정림사지 석탑(백제), 정혜사지 13층석탑(신라)을 통해 그 자취를 살필 수 있다. 분황사 모전 석탑은 신라 석탑의 모태가 되며, 한편으로는 안동 지역 전탑의 모태가 되었다. 통일 신라 석탑은 감은사지 삼층석탑, 고선사지 삼층석탑에서 출발하여 불국사 석가탑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고려 이후 원의 상륜부를 본뜬 경천사지 석탑, 마곡사 석탑 등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4. 법당과 부처, 보살 적멸보궁(寂滅寶宮) : 석가모니의 眞身舍利를 모신 곳. 대웅전(大雄殿) : 대영웅 석가모니불을 모신 궁전. 협시불의 유형은 첫째 가섭(선법;염花示衆)과 아난(교법;多聞第一), 둘째 문수보살(般若의 지혜)과 보현보살(行願의 실천), 셋째는 갈라보살(갈羅菩薩)과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좌우에 봉안되고 좌우의 끝에 가섭과 아난이 시립하는 모습이 있다. 한편 대웅보전이라 할 때는 석가모니불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시고 여래상의 좌우에 협시보살을 모신 경우이다. 대적광전(大寂殿) : 진리를 인격화한 진리불 法身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보살이 바라밀의 수행을 통해 완덕에 이른 이상적 부처인 報身 노사나불과 특정한 시대와 지역에 따라 특정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출현한 化身 석가모니불의 삼신불을 봉안. 극락전(極樂殿) : 극락 정토의 아미타불을 모신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에 대웅전 다음으로 많으며, 협시불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또는 지장보살)이다. 미륵전(彌勒殿) :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불이 龍華世界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상징화한 법당이다. 협시불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관음전(觀音殿) : 현세에서 괴로움을 겪는 인간에게 해탈을 이룰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南巡童子(선재동자)와 海上龍王을 봉안. 명부전(冥府殿) : 중생의 해탈을 추구하는 大願本存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道明尊者, 無毒鬼王 그리고 시왕[十王]을 봉안. 삼성각(三聖閣) : 호랑이를 거느린 산신을 모신 山神閣,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을 탈바꿈시킨 七如來의 상을 모신 七聖閣, 말세 중생에게 큰 복을 내린다는 나반존자를 모신 獨聖閣이 합해진 전각(17세기 후반 성립). 조선 초기의 삼성각은 고려말 삼대 성승인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대사(無學大師)를 봉안. [인상깊은구절] 사찰, 그곳은 생불(生佛)을 만드는 도량(道場)이다. 생불을 염원하는 중생이 사찰이라는 공간 속에 뛰어들어, 부처님을 본받아 피나는 정진을 쌓아가는 곳이다. 위로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고[上求菩提], 아래로는 뭇 생명 잇는 자를 참된 삶의 길로 인도하면서 [下化衆生] 스스로의 마음을 갈고 닦는 공간…. 그러기에 사찰의 모든 조형물(造形物0에는 해탈과 교화의 의미가 점철되어 있다. 사찰의 초입(初入)에서부터 법당 한가운데의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수행자의 신심을 북돋우고 그 정신을 되살리게 하는 깊은 의미가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