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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대방록/황종희/김덕균/한길사/2000 황종희가 누구인지, 명이대방록이 뭔 뜻인지 전혀 모르다가 갑자기 명이가 뭔지 떠올라서 찾아보았더니 내가 알던 그 명이가 맞구나 하여 찾아본 책 명이대방록입니다. 명이는 주역 64괘 중에 하나로 혼돈이나 암흑의 시대에 지하에서 뜻을 모아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배양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제 시대 우리 나라 독립 운동도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황종희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나 번역한 교수님이 앞에 써놓은 글이나 제일 뒷부분에 인물의 연대기가 아주 상세하게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 파악은 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 역시 간명합니다. 원문도 짧습니다. 쓸데 없는 사설이 길지 않으며 허황된 미사여구는 아예 없습니다. 중국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있었다니 신선할 지경이었습니다. 약간 번역이 까끌하다 싶은 부분도 없지 않으나 대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황종희는 명말 환관 위충현의 농간으로 아버지를 잃으면서 정치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명말청초의 시대를 관통해서 살면서 자신의 망해버린 조국에 대한 깊은 회한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살아나가야 할 후세인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학식이 높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청 조정에서도 관직을 주려했으나 거절하고 학문 연마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하네요.
황종희 본인이 서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정치의 대법을 논한 것입니다. 크게 13분류로 제 맘대로 생각나는 대로 마구 간략하게 쓰자면 대충 이렇네요. 군주론 : 왕은 백성이 잘사는 것에 뜻에 두고 신하를 의논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 정치를 행해야 한다. 거참, 민주적이네요. 신하론 : 군주에게 굽신여기는 노예의 모습이 아니라 간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제론 : 사람 이전에 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재상론 : 왕이 천하를 모두 세세히 다스릴 수 없으니 재상과 함께 의논하여 백성이 평안하고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가들이 보면 아주 기절할 내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공맹처럼 이상주의적이기만 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 단순히 관리를 만들기 위해 시험치는 법만 가르치는 곳이 되어서는 안되고 학문을 연마하여 세상사의 어려운 현안을 토론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 합격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깊이있는 학문을 하지 않아 제대로된 선비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학교가 서원이 되고 나서는 나라에서 추진하는 것은 서원이 반대하고, 서원이 추진하려는 것은 나라에서 어깃장을 놓는 형국이다. 도시나 시골이나 어디서나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 되도록 하고, 천자의 아들이라 하여도 함께 공부하여 백성의 실정을 살필수 있어야 한다.. 등등... 관리선발 : 과거 하나로 모든게 판가름이 나고 이후에는 폐단이 그치지 않는다. 선발은 광범위하게 하고, 임용을 엄격하게 해서 부정부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도건설 : 도대체 한쪽 구석에 있는 북경이 왜 수도인거야? 물자도 부족해서 만날 실어나르는데 돈과 인력이 너무 낭비돼. 남경으로 옮기는게 좋지 않을까? 국경수비 : 절도사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당나라가 망한 게 아닙니다. 사실 약해서 서로 제압하기 부족해서이다. 이렇게 조각조각 나누지 말고 큰 덩이로 나누고 각기 알아서 잘 관리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토지제도 : 둔전제도 되는데 왜 경전제가 안된다는 거야? 병사제도 : 이중삼중으로 백성들을 징집해 가니까 노역이 너무 심하고, 돈은 돈대로 드는데 농사가 피폐하니 오히려 백성들의 더욱 피폐함. 돌아가면서 할 수 있도록 규율을 잘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무를 함께 중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회계제도 : 은으로만 납부하게 되니 세상에 은이 씨가 말랐도다. 지전도 쓰고 동으로 주조한 동전도 쓰게 해야 곡식이 썩어도 은이 없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비단이 남아도 은이 없어서 세금을 못내는 일이 없어집니다. 서리 : 백성을 수탈하는 아전의 폐해가 심하다. 이것만이라도 다른 걸로 바꾸자. 환관 : 재상 제도를 없애도 그 자리에 심부름꾼에 불과한 환관이 판을 치니 명나라는 이것 땜에 망했어. 이것이야 말로 천하 쓸데 없어. 확 줄여!
나중으로 가니.. 제가 마구 반말을 하고 있군요. 저는 대충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대충입니다만, 그래도 제법 뭔가를 알고 쓴 것 같은 모양입니다만... 아마 정말 이 내용이 맞다면 황종희라는 분이 글을 명료하게 쓰고 번역하신 분이 잘 한 탓이겠죠. 다른 어떤 것보다 회계제도에서 지전과 동전을 쓰도록 권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 분 말을 들었으면 청나라가 아편전쟁에 당했을까 하는... 망상을 해 보게 되네요.
주석도 흥미롭고, 일대기도 상세해서 공을 많이 들인 번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고에 감사드리고, 여기 인용된 사람들의 책도 도전해 볼까... 합니다만 너무 많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