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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우환이 들면 어르신들이 종종 하는 말씀 '조상 묏자리를 잘못 썼네!'였습니다. 여름방학이면 '전설의 고향'이 시청했던 터라 무덤 이야기가 나오면 왜 그리 무서웠는지요. 방향이 잘못되었네, 관짝에 물이 찼네, 뭐 이런 얘기들이 오가면서 묘를 이장하니마니 하다가도 또 우환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상님 묘' 이야기는 쏙 들어가곤 했어요. 좋으면 내가 잘한 덕분이고 안 좋으면 조상님 묘 탓이라... 참 이상한 변명이었습니다. 오늘은 도대체 '명당'이 어디길래라고 이야기하는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잡초가 찾아내는 도시 명당]은 제목과 달리 풍수지리를 통해 명당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저자인 한동환 작가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풍수를 배웠으며한국적 풍수 이론과 사상을 세운 최창조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이인지리사상연구소'에서 있으며 풍수를 환경사상으로 접근하고 연구하여 '자연을 읽는 지혜'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풍수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풍수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풍수가 비논리적이며 인간의 기복신앙에 기대어 발전한 바가 없지 않다고 말합니다. 명당이라는 것 또한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시선을 확보할 수 있는 '밴티지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맥 역시 동양의 풍수지리 사상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유토피아가 좋은 곳이라면 조상신이 된 부모 유해도 똑같이 살기 좋다는 유토피아에 모시는 것이 유교 예법이다. 묘지풍수가 크게 흥행한 이유다. 더구나 유교의 사대부는 조선 지배계층이었다. 원래 민중들은 셀럽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사대부뿐 아니라 일반 민중들도 지관을 불러 명당에 부모 시신을 모시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음택풍수는 유교식 장례 절차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후에 극심한 묘지를 둘러싼 혈육 간 또는 이웃 간 격렬한 다툼, 산송(山訟)으로 이어졌다. <험한 것이 나왔다> 中에서 대부분 풍수지리라고 한다면 묘지풍수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풍수는 그보다 더 넓은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책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풍수를 환경사상 일환으로 본 저자는 잡초에 주목하였습니다. 잡초가 선택한 환경이 바로 명당의 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우리에게는 생소한 식물 '지칭개'라는 잡초가 명당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지칭개는 민들레나 뽀리뱅이라는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생장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식물인 탓에 조건이 맞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못하는 잡초라고 하네요.지칭개는 가을에 발아하여 겨울을 나며 초여름에 씨방을 완성시키는 한해살이 식물입니다. 지칭개는 적당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습도가 맞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터주식물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환경미화 작업에 의해 가장 먼저 제거가 되는 식물이기도 해서 발견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칭개가 자라는 곳이 명당이라고 저자가 손꼽는 이유는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며 물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는 지역마다 지칭개 찾는 것을 놀이 삼아하고 있다고 하네요. 다만 지칭개라는 식물이 특별히 작물에 해를 끼치는 잡초가 아님에도 눈에 띄는 외형을 가진 탓에 마구 뽑혀나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저자는 지칭개가 명당의 전령사임을 강조하면서 그 가치를 알아봐 주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사는 곳에 지칭개가 자라고 있는지 가을이 오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너무 술법적으로 복잡해지다 보니 전미지지(全美之地)를 포기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완벽한 명당이 없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풍수무전미'의 개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풍수무전미를 풍수에 있어 완벽한 명당이 없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절대적 기준의 명당은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땅은 존재한다'라고 해석해야 한다. 나에게 아름다운 땅만 찾으면 쉽게 나만의 명당도 찾을 수 있다. <지칭개 찾기 놀이> 中에서 최근 영화 '파묘'를 보았습니다. 조상의 묘를 파보니 첩장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나온 험한 것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였는데 지관으로 등장하는 최민식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터라 곁눈질로 보고 넘어갔는데 [잡초가 찾아내는 도시 명당]에서도 '파묘'의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고 있어서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 하나 고민하고 되었네요. 저자의 마지막 말이 떠오릅니다. '나에게 아름다운 땅이 곧 명당이다.' 제가 사는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어 명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전히 아름다운 땅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잡초가 찾아내는 도시 명당]을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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