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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나는 추리, 스릴러, 호러와 같은 작품을 섭렵하는 편식쟁이 이다. 그리고 읽는 것보다는 책을 더 빨리 더 많이 사고, 예스 24의 리뷰 포인트가 주는 기한 안에 책을 빨리 읽어 리뷰 포인트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어 언제나 바쁘다. 가끔 뒤돌아서서 내가 이 책을 왜 샀던가 하는 책들도 있었다. 한 1년쯤 지나서 잡으면. 근데 이 책은 작년 말에 샀는데도 책 잡고 읽으려니 내가 왜 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재스에이지' 시대였기 때문에 샀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의 띠지에는 당대 《위대한 개츠비》보다 4배 이상 팔린 센세이셔널한 데뷔작이라고 써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혼녀 패트리샤와 루시아의 생활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어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과 재즈 시대의 이제 여성이 달랐기 때문이었겠지만, 나는 남자에게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남자 없이 살지 않는 그녀들에게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점점 읽으면서 나는 패트릭샤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예쁜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여도 안쪽에 있는 꽃잎이 다 펼쳐지지 않는 부분과 같은 그런 여린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화려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게다가 그녀가 남편 피터를 보내고 또 다른 사랑 노엘을 보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함이 조금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노엘이 근무하는 뉴욕타임즈를 5년간 정기 구독하겠다고 한 그 순간 약간 눈물이 터지려고 했다. 패트리샤는 16살에 첫사랑 로저를 제 1차 세계대전으로 보내고 그리고 레드클리프를 졸업하면서 피터를 만났다. 그 둘은 20살과 21살에 결혼을 해서 뉴욕에 왔으며, 패트리샤는 백화점 광고 카피라이터를, 피터는 신문 기자로 일했다. 빠듯한 살림에 통조림 콩을 먹으며 지냈지만 그 둘은 행복했고 그리고 아기를 갖는다. 하지만 피터는 반가워하지 않았고 그 아기는 금방 죽게 된다. 이둘은 잠시 서로 각각 물위를 흐르는 것처럼 굴었고, 피터는 어떤 이혼녀와 잠을 자게 된다. 이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패트리샤는 피터의 절친인 리키와 잠을 자게 되고 이를 말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에게 고백을 한다. 절친 리키라는 사실을 많은 밝히기 싫어서 그녀는 그냥 두어 명과 잤다고 얘기했고, 피터는 괴로워하면서 그녀를 용서했다고 하지만 그녀를 걸레라는 듯 도덕 관념이 없다는 듯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듯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다는 듯 그녀를 비난하고 증오한다. 거기에 다른 여성이 끼어들게 되고 피터는 집을 나가고 만다. 패트리샤는 또 다른 이혼녀인 루시아와 룸메이트가 되고 낮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그녀와 함께 파티장, 미술관, 음악회, 극장, 호텔 바 등을 다니며 많은 남자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피터에게 마음이 있었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된다..... 2024년 영국에서 재출간되었을 때 가디언지에서는 '재즈 시대의 브리짓 존스'라는 서평이 실렸고. 많은 사람들이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뿌리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찾으려 했고 작가 자신도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패트리샤는 생각보다 점점 더 주체적이 되어가고, 그리고 여성에게 남편, 정절, 엄마라는 이름이 중요한 시기에 워킹걸로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간다. 그녀가 사랑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우정을 따라 그리고 어쩌면 영악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에서 감탄을 느꼈고 오히려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어쩜 그녀가 사랑을 따라 요코하마로 갔다면, 그게 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여하간에 이 작품이 1929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이혼녀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대항해 자신 스스로를 구축해 가는 또 다른 여성상을 제시한 것에 큰 평가를 주게 된다. 루시아가 '전처ex-wife'의 정의를 내리려 했다. " 한때 결혼했던 여자가 모두 전처는 아니야. 한때 누구의 아내였는지를 아는 것보다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 여행을 가거나 교향곡 연주회에 가는 걸 좋아하는지 따위를 아는 게 더 중요한 여자들이 있어. 그런 여자들은 전처가 아니지."14 옛날 여자들의 선택지는 세 가지였어. 결혼, 수녀원, 거리. 그런데 지금도 똑같아. 결혼의 경우는 예전과 이름이 같아. 어떤 여자들은 결혼 대신 경력을 선택해서 모든 감정적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도 있어 (수녀원처럼). 아니면 성에 대해 남성을 흉내 내는 태도를 취하며 의미 없는 관계를 반복하고 문란하게 생활하면서 (그건 곧 거리지). 그 대가로 서랍 위에 놓고 가는 돈 대신 난초나 저녁 식사를 제공받는 거지. 옛날 여자들은 자기 남자가 잘해 주면 행복했고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이 잘 살면 행복했지. 지금도 여자들은 같은 기준으로 행복을 느껴.134 어차피 맨하탄을 네 잔만 마시면 그런 사랑과 똑같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혹시 실패하더라도 다섯 잔째에는 성공하지. 맨해튼의 숙취가 사랑의 후유증보다 짧으니까.158 ... 나는 27이었다. 지금의 나와 피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젊은 여자 사이에는 1001도 넘는 정신없는 시간이 있었다. 요즘 가뭄에 콩나듯 내가 알던 피터를 떠올릴 때면 그를 고통스러운 청년기를 함께 보낸 누군가.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나만큼이나 혼란스러워했을 누군가로 따뜻하게 기억했다. 그와 나는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이별했다. 나는 첫사랑이 끝나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만큼 살았다. 예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사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노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변해서 그를 너무 자주 그리워하거나 몹시 아프게 그리워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도..310.311 p.s: 그녀의 하루와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가 교체되는 건 좀 멋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