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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
"불량 변호사" 내용보기
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불량 변호사" 내용보기

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to gain the whole world, yet forfeit their soul? (NIV, Mark 8:36)

이 구절은 한국에서도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란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KJV는 다음과 같은데,

For what shall it profit a man, if he shall gain the whole world, and lose his own soul?

어째 이쪽이 더 현대역 같다. NIV가 구태여 forfeit 같은 단어를 쓴 건 좀 의아하기도 하고.

여기서 주인공인 크리스 에반스는 물론 그 마블 유니버스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그 배우이다. 아직 나이가 젊은데 약물 때문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고 건강도 완전히 맛이 간 상태이며, 변호사가 약을 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인간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머리는 꽤 빨리 돌아가는 편이라 선배 겸 파트너 변호사가 그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그가 출강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이지만(이미 아내가 있는데도), 이네들 앞에서도 약을 할 정도니 선을 완전히 넘은 인간이다. 후반부에 연방 상원의원 오라일리한테도 한소리를 듣는데, '자네가 빠지는 조건으로 내 지원하지' 같은 충격적인 제안이다.

두 변호사가 꾸려가는 작은 법무법인이지만 그럭저럭 벌이는 되는 편이다. 소방관의 부당 해고 건을 승소를 이끈 후 득의만만해하던 어느날 1회용 안전 주사기를 발명한 제프리 댄코트(이하 상당수 실존 인물들)라는 이의 방문을 받는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병원들의 급속한 이윤 추구 풍조의 확산을 불렀으며, 그 결과 전에는 쓰지도 않던 플라스틱 주사기가 널리 보급되어, 심지어 소독도 않은 채 몇 백 번을 돌려 쓰는 끔찍한 관행이 만연하다는 고발이었다. 에이즈 등의 급속한 확산과, 간호사 등 병원 인력이 자주 당하는 사고 등 만악의 근원이 플라스틱 주사기이며, 저 댄코트 씨의 발명품만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사악한 업계의 강고한 카르텔이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주인공 와이스 변호사가 이 건을 맡게 된 건, '주사기'에 의존하는 중증 환자로서 결코 주사기 타령이 남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가 그꼴이 된 건 못된 버릇 탓이지 주사기의 해악과는 무관했지만). 그런데 불효자가 효자 흉내 내다가 진짜 효자된다고, 서서히 제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감을 직감했던 그는 어느새 '죄 없이, 단지 거대 자본의 탐욕 때문에 생으로 목숨을 잃는' 무고한 시민들의 이익에 관심이 진짜 생겨 버린 것이다. 이런 건을 맡아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변호사에게 (현실에서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달콤한 (그러나 사악한) 제안이 오지만, 평생 윤리 도덕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생,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해 보자'고 오히려 오기를 발동하는 것이다.

(스포일러)
실화도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관객은 대체로 시간을 봐 가며 영화를 관람하게 마련이므로, 아 이쯤해서 주인공이 (그것도 느닷)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걸 바로 눈치챈다. 그렇다 쳐도 아직 새파랗게 젊은 변호사가 저런 어이없는 죽음(물론 다 자업자득이지만)을 맞는 건 역시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오며, 사실 지가 지 건강 관리를 못해 죽은 거지 무슨 대의를 지키기 위해 명을 재촉한 게 아닌데도 '남은 이들'은 일약 비분강개하여, 회사 측과 타협하려던 종전의 태도를 180도 바꿔 무리한(사실 극중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비용이 부족해서 그렇지 오래 끌고만 갈 수 있으면 승산은 더 컸던) 싸움을 재개하기로 한다. 이런 회심이 억지인 줄 다 알지만 그래도 좀 뭉클해지긴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감정을 절제해 가며 관객들의 차분한 동의를 이끌어내려던 의도가, 어째 이 좋은 소재(실화니까, 또 듣고 보면 누구나 충격 받고 응원 보내고 싶어지니까)를 100% 활용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좀 심심해진다. 흥행에는 성공 못했으나 화제에는 (근 7년이 지나도록) 계속 오르는데 하긴 이런 이슈를 두고 누가 남 일로 여기겠는가.

s****o 2023.09.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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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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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불향 변호사" 내용보기

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to gain the whole world, yet forfeit their soul? (NIV, Mark 8:36)

이 구절은 한국에서도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란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KJV는 다음과 같은데,

For what shall it profit a man, if he shall gain the whole world, and lose his own soul?

어째 이쪽이 더 현대역 같다. NIV가 구태여 forfeit 같은 단어를 쓴 건 좀 의아하기도 하고.

여기서 주인공인 크리스 에반스는 물론 그 마블 유니버스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그 배우이다. 아직 나이가 젊은데 약물 때문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고 건강도 완전히 맛이 간 상태이며, 변호사가 약을 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인간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머리는 꽤 빨리 돌아가는 편이라 선배 겸 파트너 변호사가 그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그가 출강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이지만(이미 아내가 있는데도), 이네들 앞에서도 약을 할 정도니 선을 완전히 넘은 인간이다. 후반부에 연방 상원의원 오라일리한테도 한소리를 듣는데, '자네가 빠지는 조건으로 내 지원하지' 같은 충격적인 제안이다.

두 변호사가 꾸려가는 작은 법무법인이지만 그럭저럭 벌이는 되는 편이다. 소방관의 부당 해고 건을 승소를 이끈 후 득의만만해하던 어느날 1회용 안전 주사기를 발명한 제프리 댄코트(이하 상당수 실존 인물들)라는 이의 방문을 받는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병원들의 급속한 이윤 추구 풍조의 확산을 불렀으며, 그 결과 전에는 쓰지도 않던 플라스틱 주사기가 널리 보급되어, 심지어 소독도 않은 채 몇 백 번을 돌려 쓰는 끔찍한 관행이 만연하다는 고발이었다. 에이즈 등의 급속한 확산과, 간호사 등 병원 인력이 자주 당하는 사고 등 만악의 근원이 플라스틱 주사기이며, 저 댄코트 씨의 발명품만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사악한 업계의 강고한 카르텔이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주인공 와이스 변호사가 이 건을 맡게 된 건, '주사기'에 의존하는 중증 환자로서 결코 주사기 타령이 남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가 그꼴이 된 건 못된 버릇 탓이지 주사기의 해악과는 무관했지만). 그런데 불효자가 효자 흉내 내다가 진짜 효자된다고, 서서히 제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감을 직감했던 그는 어느새 '죄 없이, 단지 거대 자본의 탐욕 때문에 생으로 목숨을 잃는' 무고한 시민들의 이익에 관심이 진짜 생겨 버린 것이다. 이런 건을 맡아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변호사에게 (현실에서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달콤한 (그러나 사악한) 제안이 오지만, 평생 윤리 도덕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생,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해 보자'고 오히려 오기를 발동하는 것이다.

(스포일러)
실화도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관객은 대체로 시간을 봐 가며 영화를 관람하게 마련이므로, 아 이쯤해서 주인공이 (그것도 느닷)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걸 바로 눈치챈다. 그렇다 쳐도 아직 새파랗게 젊은 변호사가 저런 어이없는 죽음(물론 다 자업자득이지만)을 맞는 건 역시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오며, 사실 지가 지 건강 관리를 못해 죽은 거지 무슨 대의를 지키기 위해 명을 재촉한 게 아닌데도 '남은 이들'은 일약 비분강개하여, 회사 측과 타협하려던 종전의 태도를 180도 바꿔 무리한(사실 극중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비용이 부족해서 그렇지 오래 끌고만 갈 수 있으면 승산은 더 컸던) 싸움을 재개하기로 한다. 이런 회심이 억지인 줄 다 알지만 그래도 좀 뭉클해지긴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감정을 절제해 가며 관객들의 차분한 동의를 이끌어내려던 의도가, 어째 이 좋은 소재(실화니까, 또 듣고 보면 누구나 충격 받고 응원 보내고 싶어지니까)를 100% 활용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좀 심심해진다. 흥행에는 성공 못했으나 화제에는 (근 7년이 지나도록) 계속 오르는데 하긴 이런 이슈를 두고 누가 남 일로 여기겠는가.

s****o 2023.07.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불량 변호사
"불량 변호사" 내용보기
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to gain the whole
"불량 변호사" 내용보기

주사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찜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건 학부 시절 보건경제학 수업을 듣고서였다. 제 주변사를 아무리 깐깐하게 돌본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고 쳐도, 정작 자기 건강 하나를 바로 간수 못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 황당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그 들인 수고가 다 뭐란 말인가.

What good is it for someone to gain the whole world, yet forfeit their soul? (NIV, Mark 8:36)

이 구절은 한국에서도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란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KJV는 다음과 같은데,

For what shall it profit a man, if he shall gain the whole world, and lose his own soul?

어째 이쪽이 더 현대역 같다. NIV가 구태여 forfeit 같은 단어를 쓴 건 좀 의아하기도 하고.

여기서 주인공인 크리스 에반스는 물론 그 마블 유니버스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그 배우이다. 아직 나이가 젊은데 약물 때문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고 건강도 완전히 맛이 간 상태이며, 변호사가 약을 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인간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머리는 꽤 빨리 돌아가는 편이라 선배 겸 파트너 변호사가 그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그가 출강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이지만(이미 아내가 있는데도), 이네들 앞에서도 약을 할 정도니 선을 완전히 넘은 인간이다. 후반부에 연방 상원의원 오라일리한테도 한소리를 듣는데, '자네가 빠지는 조건으로 내 지원하지' 같은 충격적인 제안이다.

두 변호사가 꾸려가는 작은 법무법인이지만 그럭저럭 벌이는 되는 편이다. 소방관의 부당 해고 건을 승소를 이끈 후 득의만만해하던 어느날 1회용 안전 주사기를 발명한 제프리 댄코트(이하 상당수 실존 인물들)라는 이의 방문을 받는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병원들의 급속한 이윤 추구 풍조의 확산을 불렀으며, 그 결과 전에는 쓰지도 않던 플라스틱 주사기가 널리 보급되어, 심지어 소독도 않은 채 몇 백 번을 돌려 쓰는 끔찍한 관행이 만연하다는 고발이었다. 에이즈 등의 급속한 확산과, 간호사 등 병원 인력이 자주 당하는 사고 등 만악의 근원이 플라스틱 주사기이며, 저 댄코트 씨의 발명품만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사악한 업계의 강고한 카르텔이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주인공 와이스 변호사가 이 건을 맡게 된 건, '주사기'에 의존하는 중증 환자로서 결코 주사기 타령이 남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가 그꼴이 된 건 못된 버릇 탓이지 주사기의 해악과는 무관했지만). 그런데 불효자가 효자 흉내 내다가 진짜 효자된다고, 서서히 제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감을 직감했던 그는 어느새 '죄 없이, 단지 거대 자본의 탐욕 때문에 생으로 목숨을 잃는' 무고한 시민들의 이익에 관심이 진짜 생겨 버린 것이다. 이런 건을 맡아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변호사에게 (현실에서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달콤한 (그러나 사악한) 제안이 오지만, 평생 윤리 도덕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생,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해 보자'고 오히려 오기를 발동하는 것이다.

(스포일러)
실화도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관객은 대체로 시간을 봐 가며 영화를 관람하게 마련이므로, 아 이쯤해서 주인공이 (그것도 느닷)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걸 바로 눈치챈다. 그렇다 쳐도 아직 새파랗게 젊은 변호사가 저런 어이없는 죽음(물론 다 자업자득이지만)을 맞는 건 역시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오며, 사실 지가 지 건강 관리를 못해 죽은 거지 무슨 대의를 지키기 위해 명을 재촉한 게 아닌데도 '남은 이들'은 일약 비분강개하여, 회사 측과 타협하려던 종전의 태도를 180도 바꿔 무리한(사실 극중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비용이 부족해서 그렇지 오래 끌고만 갈 수 있으면 승산은 더 컸던) 싸움을 재개하기로 한다. 이런 회심이 억지인 줄 다 알지만 그래도 좀 뭉클해지긴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감정을 절제해 가며 관객들의 차분한 동의를 이끌어내려던 의도가, 어째 이 좋은 소재(실화니까, 또 듣고 보면 누구나 충격 받고 응원 보내고 싶어지니까)를 100% 활용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좀 심심해진다. 흥행에는 성공 못했으나 화제에는 (근 7년이 지나도록) 계속 오르는데 하긴 이런 이슈를 두고 누가 남 일로 여기겠는가.

s****o 2023.03.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