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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월대보름에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어디 한군데 어그러지지 않고 동그란 모양을 간직하고 있는 달을 보며 보름달이 떴구나. 달의 모양을 바라볼때 초승달 모양이 더 좋지만, 가득 차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니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보면 달을 바라본 적이 참 오래되었다. 어렸을때야 시골이니 어두운 하늘에서 달이 둥실 떠올라 있는 모습을 자주 바라보곤 했었는데, 도시에서는 달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도시의 네온사인에 가려 달 보기가 쉽지 않고, 고층 아파트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럴수도.
달에 관한 시화집을 읽었다. 고등학교 매년 가을이면 시화전을 했을때, 나도 가을에 관한 시를 쓰고, 시에 관한 그림을 그려넣었던 때가 떠오른 글이었다. 달은 그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다시 반달, 그믐달로 변해가고, 달에 관한 상상이라면 그저 달에는 토끼가 사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달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바라보며, 모든 사물들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은 달꽃밥이 될수도 있고, 달기타가 될수도 있다는 것. 해바라기를 바라볼때 대체적으로 해바라기는 해와 관련된 그림을 상상하기 마련인데, 작가는 고흐가 머물렀던 아를의 해바라기를 '아를의 달'이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노란 빛의 해바라기는 달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대체적으로 노랗게 보이니까. 그렇지만 작가의 책에서 보는 달은 여러가지 색깔을 하고 있다. 분홍빛을 가진 달로, 하얀빛을 가진 달로도 표현되었다는 것.
단순한 말이 좋다. 식상한 말이 가장 의미 깊다. 좋아서 좋으라고 자꾸 쓰는 말을 인사치레로만 듣지 말고 가슴으로 듣자. 행복해! 잘 살아! 건강해! 자주 그렇게 말해주자.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으로 그윽이 바라봐주며. (5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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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그 삶을 이겨내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도리어 누군가에게 축복을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축복이다. (83페이지)
가끔씩 먼 곳으로 여행할 때마다 조금씩 죽음을 연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떠났다 돌아오고 또다시 떠났다 돌아오면서 언젠가는 떠나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연습. 그렇게 이 세상을 오고 가며 내가 전에 살던 생보다 영혼이더 많이 성장하고 높아졌으면 한다. (8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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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누이 소설이 좋다고 말하고 있고, 사실 소설이 좋다. 개인의 일상 등을 엿볼수 있는 에세이는 소설에 비해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인데, 가끔씩 에세이를 읽다보면 좋은 글들,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많은 것을 느낄수 있다. 메모를 하고, 포스트잇을 붙여 그 문장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 권대웅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 느낀 점도 그렇다. 이렇듯 메모하고 싶은 문장, 공감하고 싶은 문장이 있기에 우리는 에세이를 읽는것 같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절과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는 것. 그래서 꼭 한 번, 아니 두어 번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것. 그 상처와 아픔의 과정을 통하여 궁극에는 면역력이 생기고 세상을 직시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자기 모습, 얼굴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나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당신이 가고 있는 마흔 살은 어떤가. (261페이지)
이처럼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 그림과 달에 관한 시화로 인해 그림이 많고, 그가 여행하며 느꼈던 마음들을 간단하게 적은 편인데,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왠지 달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은 꽤 다정할 것 같다. 아마 권대웅 시인의 마음도 그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글이 다정했나보다. 달과 함께 그려진 그의 시도 어렸을 적 즐겨 읽었던 동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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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기가 달게 느껴진다는 건,봄이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신호다.그렇게 봄밤 산책을 나갔다가 보름인 걸 알았다. 하염없이 보름달 감상을 하다 불현듯,달을 주제로 한 음악을 찾아 듣고 싶어졌다.그런데 내가 발견(?) 하게 된 건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라는 달여행기(?)... 정확하게 말하면,한점의 그림과 글이 담아낸 달에 관한 글이였다.
달을 표현한 마음이 딱 내마음 같아서..아니 달을 보며 말로 표현해 내지 못했던 마음속 감정을 대신 정리해 준 것 같아 반가웠다. 달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달을 사랑하게 된 시인이 달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건들려 주는 이야기들이였다. 달여행의 시작을 여는 글은 그래서 또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전기가 없던 옛날 사람들에게 어둠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어두워서 달이 더 가까웠고 달을 보며 달의 마음을 배웠다.그래서 달이 있는 어두운 밤은 친숙함이었다.그런데 어느 순간 밤마다 전깃불과 네온사인이 켜지고 환해지자 어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달이 보이지 않았고 달을 보지 않게 되면서 그 마음에서 점점 멀어졌다.달을 닮았고 달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것을 받아서 쓸 줄 모른다.쓰는 법을 대부분 잊어버린 것이다"/31쪽 서해바다 감상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밀물과 썰물이라고 생각한다.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참 신기하고 또 신비롭다는 생각.눈에 보이지 않는 달의 에너지를 그 오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시인의 눈은 무소유를 찾아냈다.'버리면 얻는다' 썰물이 나갔다가/다시 밀물로 들어온 그 자리/꼭 고만큼/빠져나갔다가 들어온다/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썰물의 빈 자리만 보기 때문/ 수천 년 수만 년 반복되어 온/있다가 없다가/슬펐다가 기뻤다가/꼭 고만큼/무소유의 비밀/우주의 삼투압/버리면 얻는다/ 주면 돌아온다/ 55쪽 언제나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고 싶어하는 지인에게,뻘의 황량함도 매력적이라고 말해주었지만..이 시를 소개해 주고 싶은 생각을 했다. 썰물은..빈 자리가 아니라 ..우주의 삼투압이라고 무소유의 현장을 보는 것이라고...^^ 유독 별과 달을 애정하는 건 콕 찝어 하나의 이유만은 아닐텐게,인용된 차라투스의 말도 아마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게다(차라투스선생이 달을 보면서 그렇게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차라투스트는 말했다.'멀리 있는 것은 멀어서 아름답다'/108쪽 달에 관한 시가 여행하며 달에 관한 이야기보다 조금 더 좋았다.달을 보며 상상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조각에 퍼즐을 찾아낸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달바라보기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더 추가된 기분이다.(올해는 기필코 바다위에 뜬 달과 폐사지터에 서서 달을 감상 할 수 있기를) 달은 어디서도 뜨고,어디서도 볼 수 있지만,느낌은 같지 않을테니까..글을 맺으면서 소개해 준 화엄경 게송..글귀도 좋았다 "마음은 마치 그림쟁이 같아서/능히 모든 세상을 그려내나니/일체 존재가 이로부터 생겨나/ 어떠한 것도 만들지 못함이 없구나/ 294쪽 전체를 소개해 준 글이 아니라,..마음가는 대로 오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달을 보며 하게되는 상상하는 내 마음의 기분을 인용해 준 듯 것 같은 첫 소절을 객관화시키기가 어려웠다.^^ 달을 애정하다 보니 달을 훨씬 더 애정하는 시인의 글을 읽게 되었다. 달을 보며 신나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로만 채워진 글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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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주로 땅과 앞만 보며 지내게 된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돌리기는 하는데, 매일 뜨는 달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만 달을 직시하게 된다. 자꾸 잊기도 하고 불을 켜놓고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는 데에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요즘들어 밤하늘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기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개기월식이 있다고 떠들썩한 날이라든지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날에는 하늘을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쳐다보더라도 '우와~!' 감탄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게 되고 남다른 감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이 책은 '달시'로 유명한 시인 권대웅이 펴낸 책이다. 달과 관련된 시를 쓰는 작가라기에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는데, 책을 들여다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달에 대해 이렇게 작품을 만들 수도 있구나. 시를 쓰는 사람의 감성은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하게 된다. 시인의 감성이 부럽기도 하고, 그의 표현에 동의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눈으로 달을 비롯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먼저 이 책의 앞부분에는 달 작품이 담겨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캘리그래피와 그림, 달에 관련된 시를 읽으며 달의 기운을 받는다. 약간은 투박한 듯하면서도 담박한 그림이 마음에 든다. 글씨체를 보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다. 스윽 읽으며 지나쳤다가 다시 눈길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글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은근한 불로 천천히 데우는 듯한 책이다. 천천히 읽어야 더욱 맛이 나는 글이다.
시와 에세이를 함께 담아내어 독자와의 간극을 메운다는 생각이 든다. 후다닥 읽으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읽게 된다. 그림과 사진, 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리를 좁히고 전체적인 가독성을 살린다. 지금껏 시를 쓰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해낸 것을 보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시를 자신이 직접 글씨로 담고 그림까지 그리니 진정한 작품이 완성된 듯하다. 옛날에는 시서화 삼절을 논했는데, 어느 순간 시인 따로, 글씨 작품 쓰는 사람 따로, 그림 그리는 사람 따로 분리되어버린 듯하다. 시서화를 분리해버리지 말고 이렇게 통합하여 보여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권대웅 시인의 이력을 보니 시집과 함께 몇 권의 산문집과 동화책을 출간했으며 세 번의 달시화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감성을 되살아나게 하는 힘이 있는 글을 보다보니 동화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동화책을 출간한 이력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지고, 달시화 전시회를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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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권대용] 힘과 위로가 되는 감성 충만한 달 여행,,
하얀 그믐달이 뜬 분홍빛 밤하늘, 라벤더마저 분홍으로 물든 표지가 몹시 끌린다.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달이지만 풍경과 역사에 따라 달의 이야기는 달라지나 보다. 권대용 시인의 달 여행은 색다른 유쾌함과 특별한 감성 충만을 선물했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달 그림이 밤의 운치를 살리기에 설렘까지 선사한 책이다.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창가에서 읊조리며 읽어야 할 분위기 돋는 책이랄까. 작은 전등 하나에 의지해 달빛 머금은 밤에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 아닐까.
텅 비어 있으면서도 가득찬 소리 따르고 따라 부어도 떨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오는 달 항아리 (35쪽)
같은 그림, 같은 글이라도 배경색에 따라 감동은 달라진다. 바탕색에 따라 모든 사물은 따뜻하거나 차가운 이미지, 부드럽거나 냉정한 이미지로 변한다. 처해진 환경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이 다르듯, 주변 분위기 따라 달라지는 마음이 꼭 달 항아리 같다.
치열했전 종교전이 벌여졌던 유고 내전의 중심지 모스타르. 다리를 사이에 두고 가톨릭교를 믿는 크로아티아인과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인이 서로 총질을 하며 보스니아인 30만 명이 학살된 격전지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마음의 앙금은 어떻게 씻어 냈을까. 두 개의 마을을 잇는 높이 솟은 다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좋아했었는데, 그런 피비린내 나는 사연이 있었다니. 전쟁으로 얼룩진 상처들, 지금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입김이었어. 학! 학! 두 마리 말이 마차를 끌고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마다 온몸에서 나오는 하얀 소금 같은 입김이었어. 버텨야 해.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듯 구름 속에서 정전기가 일었어. 살아내는 것이란 내 안에 힘이 드는 마이너스 전자와 플러스 전자가 부딪히는 거야. 천둥소리인 거야. 슬프면 울어. 비가 오게. 꽃이 피고 강물이 흐르게. 입김이었어. 그 뜨거운 입김이 방전 되어 튀는 불꽃이었어. 그 힘이 지구를 돌리고 있었어. - <달에서 온 편지>전문(79쪽)
달을 향해 목 놓아 울거나 한껏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달빛 어린 꽃과 달을 숨긴 나무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구나. 그렇게 하다보면 방전된 에너지가 달 기운으로 충전되나 보다. 정녕 그 힘으로 지구를 돌리듯, 그 힘으로 또 하루를 돌려 인생을 살아내나 보다.
달에 대한 시만 있는 줄 알고 펼쳤다가 세계 여행 중에 만난 달 이야기가 있어서 놀라웠다. 프라하, 코펜하겐, 베니스, 안데스 산맥의 인디오 마을의 보랏빛 라벤더 밭, 고흐가 머물던 노란집이 있던 모나코, 하노버, 아를, 니스, 아드리아 해, 계림, 사라예보, 타지마할, 하노이, 신길동의 달이 각기 다른 느낌으로 들어 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시인이 달을 좋하는 이유, 달 항아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알 수 있는 달 여행이었다. 달 시, 달 에세이, 달 그림이 함께하는 시인의 달 여행이었다. 방전된 에너지를 달 기운으로 충전한 시간이었다. 야식으로 나온 달꽃밥을 먹고, 노오란 달 항아리를 기울여 술을 마시고, 분홍 달항아리의 꽃을 만지고, 달기타를 튕기며 노래하고픈 밤이었다. 둥근 세상, 둥근 달, 둥근 달항아리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늘 그렇게 살아가고 싶게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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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이름만 보면 분명 남자임에 분명할진대 이름을 보지 않고 시만 읽는다면 이렇게 감성 충만할 수가 없다. 물론 남자가 감성이 없다는 것은 고정관념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리 이쁘고 섬세한 그림과 글을 쓰신 작가가 남자분이시라니. 여자인 나도 이런 감성을 가지지 못했는데 대단하시다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 작가란 특히 시인이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시인은 달시로 유명하다. 달시가 무엇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겠다. 한글자만 한자어로 고쳐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달詩 즉 달에 관한 시를 쓰는 분이다. 예전부터 달을 소재로 시를 쓰는 사람은 꽤 있지 않았던가.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외쳤던 이태백부터 말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달이라는 존재는 언제인가부터 토끼가 살고 계수나무가 있는 감성적인 공간이 아니라 단지 우주탐사에 쓰이는 과학적이고 삭막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 싶다. 항상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인 태양을 가지고 감성이 돋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약간은 차가운 듯한 색을 뿜으며서 시시때때로 모양이 바뀌는 달이야말로 그 모습 그대로가 하나의 시가 되지 않을까.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작품에서 시들은 따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언뜻 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기 힘들다. 그런만큼 천천히 읽게 된다. 그런 것을 노리고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록 느리게 읽다보면 시인이 이 시에서 하고싶은 말이 이해가 된다. 빨리 그냥 후루룩 읽어버렸다면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그런 느림. 천천히의 매력을 알아주겠다. 또한 자신이 직접 그린 것이라 보이는 그림도 너무나도 이쁘다. 자신이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파스텔로 그렸을 것으로 보이는 색이 고운 그림들. 때로는 같은 시를 다른 바탕의 배경에 색만 달리 해해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시 마냥 느껴지는 그런 작품들도 있다. 연작처럼 보이지만 시 내용이 같다는 건 모두 다 알고 있는 비밀이리라.
이 책에서는 달시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그린 에세이들도 있다. 가끔 가다 나오는 달시도 읽고 작가의 생각도 읽고 또한 작가가 직접 다녔던 여러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이 책이 시집인지 에세이인지 아니면 여행기인지 헷갈릴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자주 읽지 못하는 달에 관한 시와 그림을 보면서 감성에도 젖어 보고 작가가 어떤 사물을 두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적어 둔 글을 보면서 나와 비교도 해보고 또 작가가 다녀온 곳 특히 일반 사람들은 잘 갈 수 없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한번쯤은 가보기를 바라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감동을 바더았던 것은 라벤더에 관한 이야기. 보라빛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예전엔 미쳐 몰랐다. 아니 알았다 하더라도 이처럼 크고 넓은 곳의 라벤더를 한꺼번에 볼 기회는 아마도 평생 없지 않을까. 그 시기를 잘 맞추어 가야지만 볼 수 있다는 장관. 사진이 작아서 아쉬웠다. 화면을 꽉 다 채워서 크게 보아도 더욱 좋았을 이미지.
직접 눈으로 본다면 그 광활함에 한번 넋을 뺐기고 또 그 보라보라에 두번 정신을 놓게 될 광경이 아닐까. 정말 눈물 나올 정도록 아름다운 라벤더의 향연. 보라에 흠뻑 빠지고 싶다. 저 속에서 라벤더의 향기를 맡으며 보라에 흠씬 취해보고 싶은 그런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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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밤에 가로등을 대신해 비춰주는 빛 정도로만 생각했다. 특정한 날에 더 밝고 크게 뜨기도 하고, 이때쯤 한번 미신을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소원도 빌어보고... 가끔 그 빛 때문에 따라오는 그림자가 분위기 있어 추운 날 일부러 밖으로 나가기도 했던 어느 순간의 기억까지. 모두 한때였고,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묻어둔 장면들로 여겼다. 숨쉬기도 바쁜 세상에서 그럴 여유가 어디 있다고 달타령을 한단 말인가, 싶은 무심함을 쏟아냈다. 달을 관찰하다 사랑하게 됐고, 달 여행을 하며 지구별 달 속에 살게 되었다는 권대웅 시인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심코 한번 옆을 봐도 좋을 것 같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답을 찾은 것처럼, 그냥 그래도 되는데 괜히 자기검열 같은 기준을 심어놓고 지키려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동안 몇 편의 그림과 짧은 글로 그를 만났다.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아무 때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하며 흘려보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그가 애정 하는 달과 빛과 여행과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툭 치고 지나가는 듯하다. 그러니까, 달빛이 괜히 빛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여기, 지금, 비추고 있잖아...' 달은커녕 나가고 들어올 때 말고는 바깥 공기 쐬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삭막함을 지적하는 것처럼, 아무 목적 없이 누군가와 얘기해본 적이 언제였느냐는 것처럼, 사심 없는 온기를 건넨 적이 까마득한 것처럼 살아가는 지금의 무심함을 꺼내게 한다.
스쳐 지나가는 것, 스쳐 지나왔던 것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도 당신과 옷깃을 스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 기쁨과 슬픔과 웃음, 눈물과 사랑을 스쳐 지나가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0.3초든 육십 평생이든… 전생을 스치고 이 생을 스쳐서 500컵을 스친다는 것, 그 한 곳을 나는 지금 스쳐 지나가고 있다. (222페이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저 달까지 가주세요."라며 택시 기사에게 떼를 쓰는 시인을 상상해본다. '이런, 술을 너무 과하게 드셨군.' 하며 미친 척할 수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 한번은 그 장단을 맞춰주고 싶다. 아니, 내가 그 장단의 흥겨움에 빠지고 싶은 거다. "겨우 달까지 가서 되겠어요? 어디, 우주 끝까지 모셔다드릴까요? ^^" 라며 재치 있는 대꾸를 건네고 싶어진다. 뒤돌아서면 언제 웃었느냐는 듯 팍팍한 현실 속으로 숨어들 테지만, 잠깐 허락한 그 사색과 여유로움이 내일 더 잘 걷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심는다. 그가 '달시詩'를 쓰고, 달을 그리고, 그의 마음을 담은 많은 곳을 달이라 부르며 계속 앞으로 가는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다는데 그의 그림 속에서 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누구라도 품어줄 것 같은 노란 빛이 동화처럼 펼쳐져 있다.
국수 한 그릇으로도 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그 따뜻한 한 그릇의 힘을 나누어주고 싶었다. 나의 달 포장마차에 들르는 집시별의 기타 연주와 노래도 들려주고 싶었다.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달 포장마차 위로 흘러가는 은하수를 건너가는 법도 알려주고 싶었다. 삶은 착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환하고 따뜻해진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들려주고 싶다. (48페이지)
힘든 한 달을 보내고 났더니, 겨울과 봄 사이의 환절기가 그냥 지나가 버린 듯하다. 해마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환절기를 심하게 앓곤 했는데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고 봄이 흘러가고 있다. 그의 동화가, 그림이, 풍경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기운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환한 그림 자체만으로도 차가운 기운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추운 계절이 나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닐 테니, 그 따뜻함을 찾고 싶은 사람도 나 한사람만은 아닐 테니... 축 늘어진 어깨를 바로 펴게 해주고, 고개 숙인 시선을 들어 올려 밤하늘의 달을 보게 하려는 그의 마음이 전해져서, 고맙다. 많은 것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잠깐 마음 둘 곳 하나를 찾아놓은 것 같은 안심.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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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당첨이 되어 선물받은 책. 서정적인 느낌으로 예쁜 엽서같은 책이다.
표지도 예쁜 핑크색으로 봄같은 느낌의 색이다.
정독도서관 이야기가 나온다(47쪽) 우동..나도 중학교 3학년때, 재수할때 늘 즐겨찾았던 정독도서관 나에게는 자신과의 싸움의 장소였던 곳이다. 당연히 우동에 대한 추억도..
'행복해!'라는 말. '건강해!'라는 말. '잘 살아야 해!'라는 말.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이 말을 배우고 실천하고 깨우치다 가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돈의 기능은 소유에 있지 않다. 그것은 쓰임에 있다. 돈을 써야하는 주목적은 경험을 사기 위함이다. 음..공감가는 내용이다. 경험을 사기 위함이 돈을 써야하는 목적!!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남은 이 생에서의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곳곳에 이런 철학적인 메세지가 적혀있다. 잠시 읽던 책을 멈추고 사색에 빠져보게하는 시간을 준다.
마치 엽서의 한장처럼..
먹먹해지는 세월호의 이야기도 있고..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절과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는 것. 그래서 꼭 한 번, 아니 두어번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것. 그 상처와 아픔의 과정을 통하여 궁극에는 면역력이 생기고 세상을 직시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자기 모습, 얼굴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나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밥 먹으라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 늦은 밤 골목길을 걸어오던 아버지 휘파람 . . .
그리운 날들 모두 어루만져주고 가는 저 달하늘색 나무 대문집에서 바라보던.
권대웅 시인의 달 여행
이라는 제목처럼..마치 시+에세이를 보는 것 같다. 서정적인 감성과 중간중간의 엽서같은 메세지 잠시 회상하게 만들고, 사색하게 만드는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잠시 카페창가에 툭툭툭 떨어지는 봄비처럼 바쁘게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책
기분좋은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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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만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
3월에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달 한번 올려다 볼 여유가 없는 삶 속에서 달 시인인 권대웅 시인의 글들은 정말 마음을 아름답게 해 준 '달물' 그 자체였다. 한 구절 한 구절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곱씹을 때마다 달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기뻤다.
# 달과 함께 떠나는 여행
프라하에서, 베니스에서, 모나코에서, 하노버에서 작가가 올려다본 하늘에 있었던 달은 내 마음에도 차올라 떠올랐다. 손에 잡힐 것 같은 달무리. 그리고 낭만이 넘치는 도시에서의 달 구경. 나도 언젠가는 천천히 걸으며 그곳에서 달을 올려다 보리라. 그리고 달을 따라 조용히 읊조리리라. 내 머리 위에서 은은히 비치고 있는 달만큼 나의 삶을 사랑하노라고....
# 시와 그림, 그리고 아름다운 달.
한 권의 시화집을 읽는 것도 같았고,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멋진 사진 구경을 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시화집도, 그림책도, 사진집도 되는 정말 요술책 같다. 그 속에는 늘 달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도 덩달아 달을 사랑하게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절과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는 것, 그래서 꼭 한번 아니 두어번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것, 그 상처와 아픔의 과정을 통하여 궁극에는 면역력이 생기고 세상을 직시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자기 모습, 얼굴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나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당신이 가고 있는 마흔 살은 어떤가? 돌아보면 그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어두웠던 나를 켜주던 사람들. 그것이 나를 힘들게했던 사람이었을망정 그 사람 때문에 내가 깨어나고 새로운 세계에 눈 떴다면 그는 내 인생의 도반인 것이다. -261쪽"
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나는 아마 달을 사랑하게 될 나이가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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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모든 감각 세포는 아름다움을 향해 열려있다. 때론 눈물겨워 쩔쩔매다가 더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지러지기도 한다. 중국 계림의 이강을 따라 배를 타고 양숴로 가는 도중 주변에 펼쳐지는 선경에 취해선 비를 흠뻑 맞으며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꺼내 물 정도였다. 그런 시인을 빼닮은 글과 그림은 하나 같이 아름다움의 어떤 지점에 닿아 있다. 웅숭깊은 글에 곁들인 아련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무장 해제되어 다만 고분고분 그의 마음결을 따라갈 밖에. 시인의 시는 그림과 어우러져야 오롯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왼쪽 장에 인쇄된 글귀로 시가 소개되고 맞은편엔 달 그림 밑에 손글씨로 씌어진 시가 나오는 경우, 시만 읽어선 도무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림이 없어서일까? 아니, 그보단 매끄러운 인쇄체가 너무 빨리 읽혀서이다. 도무지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시화 속 글귀는 그림 밑에 꼬불꼬불 기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렁이체로 끼적거린 그 글에서 묘하게 온도가 느껴지고 정감이 꿈틀대는 듯하다. 알아먹기 힘든 글씨를 간신히 읽어내고 나면 아! 뭉클 탄식이 솟구친다. 달이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밀려나온다. 시인이 눈여겨보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여리디 여리기만 하다. 그런데도 힘이 있다. 우리네 흐트러지고 상한 마음을 푸근히 감싸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대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자연이다. 그 속에서 시인은 그것들과 교감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치마를 펄렁이며 보랏빛 속살을 보여주고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들, 그 속살에서 풍겨오는 연하디 연한 향기 같은 것들. 그동안의 아집과 망집과 뒤틀린 두통 같은 것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는 부드러운 손길 같은 것들...(139) 그런데 시인은 자연을 인간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로 보지 않는다. 인간의 비극과 상관없는 듯 초연하기만 한 자연계의 질서를 보고선 경악한다. 그럴 수는 없다고 말이다. 부서진 집들 사이 목련나무 한 그루에서 하얀 목련이 가득 피어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휴! 징그러워.” 인간은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져 있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그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 하얀 목련꽃들은 부조리다. 그래서 징글맞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196) 그래서 시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가여운 인간으로 옮겨진다. 시인의 눈에 비친 나약하고 힘겨운 우리네 삶의 모습은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이었으니. 골목길이 아름다운 것은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밥 짓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가족이 둘러 모여 저녁 먹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만나면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나가기 때문이다.(161) 시인은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건네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걷다가 추위와 허기에 지친 상태에서 마침 무료급식소를 발견했는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는 시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 이가 있었다. 남루한 행색의 노인이 “한 그릇 먹고 가!” 하며 시인을 불렀던 것이다. 그 말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게 또 있으랴. 밥이라는 말만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배고파봤던 사람에게 배가 고픈 사람에게 밥은 꽃보다 아름답다. 사연이 있는 밥을 먹어본 사람은, 밥을 먹으며 목이 메어 울어본 적 있는 사람은 밥의 위대함, 밥알 한 알 한 알의 숭고함을 안다. “밥 먹고 가~” 이 말이 주는 울림, 끌어안음, 쓰다듬음, 배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어렸을 적 어떻게든 밥 챙겨 먹이려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그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다.(144) 시인은 얼핏 스치는 향기에서도 아름다움의 한 경지를 느낀다. 라벤더의 좋은 향은 두통을 멈추게 하고 불면증을 없애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향기가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던 존재의 까마득한 기억을 열어주는 열쇠 가운데 하나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시인은 또 아름다운 색깔이 우리를 위무하고 치유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동안 나의 상처는 온전히 보라가 되지 못했다. 내 안에 머금지도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아물지 않은 생채기로 수두룩하게 남은 그 상처를 도리어 남에게 뱉어내기만 했다. 눈이 돌아가고 입이 삐뚤어져서 툴툴거리기만 했다. 내 안에 와서 어떤 색깔로도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떠돌던 상처들...깊이 농익어 오히려 투명해진 연보라의 물결과 향기에 내 영혼과 상처들을 씻고 싶었다.(138) 시인이 벌여놓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이야기는 돌고돌아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된다. 둥글고 환한 달, 그리운 것이 모두 들어있는 달로 향하고 있다. 거칠고 버겁기만 한 세상에 상처받고 자신의 모나고 뒤틀어지고 용렬한 모습에 또 질려버린 이들에게 갈망하고 열망하고 갈구하며 간절하게 바라보라고 권한다. 달에게서 힘을 얻으라고, 아름다움을 위안 삼아 어떻게든 버텨내라고 다독거린다. 시인도 어려운 시기에 그쪽을 향해 달리다가 달 그림으로 구원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달, 간절히 원하는 것, 그쪽으로 달려가며 달에게 빌었다. 그 좋은 파동이 왔다. 에너지가 왔다. 그리고 달을 그리게 되었다. 그림을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294) 그래서 시인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아름다운 달을 놓치지 말라고 강권한다. 과거에 얽매어 있으면서 미래를 걱정하기만 하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눈뜨라고 말이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앉아 가는 기차 승객처럼 앞은 보지 못하고 뒤만 보고 산다. 그러면서도 매 순간 앞만 생각하기 때문에 광활하고 아름답고 여유롭게 뒤로 펼쳐지는 겨를을 두지 못하는 것이다.(223) 시인이 풀어내는 이야기와 아련한 그림을 듣고 볼수록 묘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시인이 바로 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아름다움에 겨워하며 우리까지 그 대열로 넌지시 이끌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이자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어린이였으며 춥고 고달픈 내게 손을 내미는 친구이기도 했으니. 무엇보다 지혜로운 깨우침을 전해주는 현자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시인이 그린 달의 모습과 겹쳐 보일 밖에. 하여 달 시인의 달 그림을 바라보며 한동안 세상 시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시름을 덜어내고 환하고 둥근 곳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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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정말,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을까?
'달'하면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가족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저녁, 차창 밖으로 떠 있는 둥근 달을 보고 "아빠! 달이 자꾸 따라와!"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있다. 외갓집이 있는 시골에서도, 우리집에서도, 친구네 집에서도, 언제나 밤이면 달이 환하게 빛났다.
달에 대한 포근한 기억을 안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고마운 선물이 도착했다. 바로 이 책!
달시로 유명한 권대웅 시인의 산문집 +_+ 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의 표지부터 본문 사이사이 들어간 작가의 그림과 손글씨들이 마음을 콤콤하게 한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과 손글씨들이 본문 사이사이 들어가 따뜻함을 더 한다. 물론 그림 속에 눌러쓴 시들은 모두 권대웅 시인의 작품이다. 산문집을 샀더니 시화집이 옵션으로 껴 온 느낌이랄까?
시인은 시골을 누비고, 동네 포장마차를 누비며, 저 멀리 인도와 프라하와 유럽의 숨은 골목을 누비며 달을 그렸다.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 기억처럼 달은 시골을 따라오고, 어느 낯선 도시의 밤을 따라오며 내 머리 위에서도, 시인의 머리 위에서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우리의 기억과 추억 속에는 달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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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따뜻한 글과 보드라운 그림들 그리고 먼 나라의 사진들이 한 권에 담겨 있어 나도 달을 따라, 시인을 따라 기분 좋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 다 읽은 뒤에도 계속 가슴 한구석이 따땃하니 기분 좋다. 오늘 밤에도 저 달이 무사하길. 나도 저 달에 가서 살고 싶다.
끗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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