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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을 알지 못했다. 앨런 튜링의 이야기라는 영화가 개봉된다고 했을때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라고 해서 보고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이 오늘 날의 컴퓨터를 개발한 인물이라는 기사에 인터넷 백과사전에 검색을 하고 조금 아는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영화를 보았다. 한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였다. 십대 때 좋아했던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느꼈던 상실감과 수학 천재로서의 청소년기를 거쳤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독일군이 보내는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암호 해독을 위한 팀을 꾸렸다. 당시 독일은 절대 해독 불가능한 에니그마라는 암호를 사용했다. 앨런 튜링은 암호 해독을 풀기 위한 기계를 만들지만 24시간마다 바뀌는 암호 체계 때문에 좌절하지만 결국 그 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수 있었다. 영화에서 조안으로 나온 키이라 나이틀리와 앨런 튜링 역을 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의 러브 라인도 기대했었지만 앨런 튜링이 동성애자였고 조안은 그의 조력자 이자 파트너였음을 나타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소설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을 영화화한게 아니었나 생각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소설에서 따온 건 극히 얼마되지 않았다. 영화는 소설에 나오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앨런 튜링이 전쟁시 참여했던 에니그마라는 암호를 해독하는 내용에 집중했다. 이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경찰관이다. 침대에 반드시 누워 독이 묻은 사과를 먹고 죽은 앨런 튜링의 시체 발견으로부터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기 직업을 싫어했던 레오나드 코렐. 그가 앨런 튜링의 집에 갔을때 느꼈던 냄새와 독이 든 사과가 주는 광경은 낯설지 않았다. 수학을 좋아해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의 죽음을 파헤치는 코렐 앞에 그저 자살일 뿐이라며 그를 종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앨런 튜링은 영국 정부로 부터 훈장까지 받았지만 그가 어떤 일을 해서 받았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그가 비밀을 캐려하면 할수록 방해하는 자들이 있었고, 앨런 튜링과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앨런 튜링에 대한 것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동성애를 그저 성에 대한 정체성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앨런 튜링이 살았던 때에 동성애자는 범죄였다. 동성애를 했다는 것이 발견되었을시 범죄자로 취급했고 그들에게 성적 충동을 저지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주사를 맞췄다는 것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옥을 갈 것인가, 에스트로겐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을 앨런 튜링은 결국 에스트로겐 처방을 받아들였던 것. 에스트로겐을 맞고 나서 가슴이 나오는등 여성적으로 변한 몸을 바라보는 이의 성적 수치심은 이루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실험실의 생쥐처럼 느껴졌을 터. 그는 집에서 청산가리를 만들었고, 냄비에 넣어 끓여 독이 묻은 사과를 먹고 죽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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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권한이 있습니다. (293페이지)
시대에 따라 한 수학자를 천재를 만들기도 하고,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실험실의 쥐처럼 에스트로겐을 주사하는 등의 취급을 하기도 한다. 사회는 늘 변화되고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우리가 제재하는 것이 훗날에 가서는 너무 심한 제재를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한 천재 수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었던 그 시대.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영화에서 알지 못했던 앨런 튜링의 고뇌와 고통이 느껴졌다. 앨런 튜링에 대한 것을 좀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은 코렐 형사의 경찰관으로서의 고뇌, 앨런 튜링의 삶을 조사하며 그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던 감정들이 강했다. 앨런 튜링의 죽음과 그에 대한 미스테리를 좇으며 그도 싫어했던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자유로움, 그로 인한 그의 성장을 다루었던 것. 앨런 튜링의 삶이 많이 다루지 않아 아쉬움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앨런 튜링에 대한 책을 좀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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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애플 로고를 떠올리게 하는군. 그만큼 고정관념의 한 획을 그었구나... 사과는 흑사과로 독이 든 사과, 죽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책은> 박하의 서평의뢰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영화 개봉 후였던가, 신문에서 앨런 튜링의 기사를 읽었다. 이슈가 되는 것들은 왠지 일부러라도 알아야지 싶은 강박 같은게 생긴다. 독일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어서 많은 인명을 구해낼 수 있었다지. 금기시하며 죄악으로 여기는 동성애자 였다네. 수학자로 굉장한 사람이었구나. 등등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신문으로 간을 좀 본 상태였는데 서평 의뢰를 받으니 기뻤다.
542 페이지의 방대함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한 남자의 잠자는듯 고요한 죽음은 영낙없는 자살. 레오나드 코렐이라는 경관이 수사를 맡으면서 자살로 결론은 나지만, 개인적 호기심으로 이모가 암에 걸렸다는 거짓까지 동원해가며 행적을 좇기에 이른다. 독이 든 사과 반쪽은 평소 그가 사과를 좋아했다는 것, 방정식이 적힌 수첩은 이름난 수학자였음이라, 암호 해독을 통하여 전쟁까지도 단축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듯한 훈장이 덩그라니 있었다. 왜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까.
공산주의자=동성애자 로 여길 때 오스카 팔리가 많이 감쌌음에도 동성애자의 멍에만은 벗을 수없었다. 수학만 좋아하던 천재였지 사회성 결여이자 공감 능력의 부재가 문제. 자신은 호모임을 공공연히 밝히는데 그건 자신이 호모이기에 호모라 말을 했을뿐. 그로 인해 받게 될 불이익이나 파장 같은 건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대로 행동하며 말하니 타인들에겐 일부러 그러거나, 심히 모자라거나 등으로 여겨졌다.
수학 천재를 죽음으로 내 몬 가장 결정적 원인은 여성호르몬 투여로 인한 여성 가슴. 부작용이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 앞에서 얼마나 수치심이 컸을까...직접 사인이라기엔 투여 중단된 지 1년이 넘었다는 것. 호기심이 증폭된 건 코렐 역시 수학을 좀 했던지라 원초적 본능 같은 꿈틀거림이었다. 동성애에 대하여는 치를 떠는데 짐작대로 끔찍하고도 역겨운 경험이 있었다. 아직도 여전한 트라우마였다.
잘 생긴 작가 아버지는 청산유수의 말 솜씨를 가졌고 어머니는 의외로 말수도 적고 소극적. 아버지가 열차에 뛰어들면서 어머니는 끝내 안으로 안으로만 잠식하더니 죽었다. 홀로 남은 자식을 보듬는 정신력 강한 모성이 아닌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이 숨막혀 홀연히 가출한 코렐. 비로소 자유를 얻었으나 삶은 혹독했고 죽지 않기 위해서 자원한 경찰. 원해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빚어내는 타성은 우울감으로 자리하고,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건 찾아갈 이모가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앨런은 숫자를 글자보다 훨씬 좋아했소. 예, 모든 사물들에서 숫자를 봤죠. 등잔불, 편지, 소포. 글 읽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두 자릿수를 더하고, 쓰는 법을 배운 다음에는 사방이 온통 그 애 필체였어요. 거의 읽기 어려웠지만." 95~96 페이지 [형 존 튜링이 기억하는 동생의 모습]
"앨런은 항상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 했지. 한 번은 신분증에 사인하지 않았다고 야단을 맞은 적이 있었어. '신분증에 아무것도 쓰지 말라고 들었습니다.' 그 친구 대답이 그랬어. 앨런은 그런 친구였어. 뭐든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개의 경우 이해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반증일 거야? 상상력 결핍. 하지만 튜링의 경우는 정반대였어. 문자 그대로 이해함으로써 우리보다 훨씬 앞서나갔으니까. 그 친구한테 기계적이라면 기계 작동처럼 기계적이어야 했어." 253 페이지
그러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그냥 일어나 나가버렸다. 당시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으나, 머지않아 그들도 깨달았다. 앨런이 대답하지 않는 건, 사람들이 자기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건방지고 오만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튜링은 그저 자기 세계와 너무 거리가 큰 사람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여자들에 대한 이해도 백지였다. 여자들이 지나갈 때면 그는 고개를 숙였다. 자기 찻잔도 잃어버릴까 봐 라디에이터에 체인으로 묶어 놓았으니 왜 아니겠는가. 그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을 수가 없었다. 옷도 이상하게 입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런 모습들이 모두 천재성 때문이라 여겼다. 396~397 페이지 [오스카 팔리가 회상하는 튜링의 모습]
튜링은 달랐다. 그 친구는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안는 듯했다. 사실 그 점도 특이했다. 어떻게 저렇게 초연할 수가 있지? 그의 성격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엇었다. 때로는 제멋대로라 지능 장애자를 대하는 기분도 들었다. 지시에 따를 때조차 자기 자신의 의제만을 추구했다. 이런 식의 재능과 묵묵한 자율성 탓에, 그에게는 좀체 당연한 일이 없었다. 그로 인해 여기저기 불만도 터져 나왔다. 줄리어스 피파드 같은 자는 튜링한테 '신뢰 불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는,그가 보상이 충분할 경우에만 유용한 결과를 내놓는다고 투덜댔다. 불공평하지만 완전히 음해만은 아니었다. 그가 신경 쓰는 임무는 늘 도전적인 종류였다. 그런 관점에서 독일의 해군 암호를 '해독 불능'이라 선언한 것은 가히 신의 한 수였다. 그야말로 튜링에게 필요한 도발이었기 때문이다. 튜링을 움직이게 하려면, 자유롭게 혁신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명백한 논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했다. 팔리가 그를 이해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앨런을 헤아리지 못했다. 여자들은 특히 더했다. 429~430 페이지
가끔 영재나 천재들이 등장할 때 퍽이나 신기하고 경이로움으로 바라본다. 한 켠으론 평탄한 삶을 영위할까 에 늘 의문이 남았다. '이름을 말해줘' 에서 콜린은 천재로 정평이 났지만 자라면서는 공감하지 못하여 야기되는 문제들이 많았다. 왕따가 되고 비슷한 왕따류였던 친구와 그나마 소통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해 간다. 앨런 튜링의 일화라 할 수 있는 일대기를 코렐 경관의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콜린이 떠올랐다. 천재들이 범인들과 다르기에 추앙받거나 아예 홀대받는 것이 같은 듯 달랐다.
2차 세계 대전의 인명살상을 많이 막았으면서도 전쟁을 단축시킨데 기여한 천재 수학자의 삶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다. 다만, 한 개인의 삶으로 볼 때 주위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겪는 고통에서는 많이 안타까웠다. 조물주는 그에게 과한 능력을 부여하면서 소소한 행복은 빼앗은 걸까. 결코 평탄할 수 없는 삶에서 남녀의 사랑까지도 못하게 동성애를 주셨을까.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이 호모로 태어나 타인들의 비난을 받아야하는 이유를 전혀 납득하지 못한 앨런. 절대로 좁히지 못하는 그 간극을 죽음을 선택함으로 써 영원한 휴식을 취한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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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좋아한다는 말을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말했을 때 받게 되는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된 시선 때문이지요. 예컨대 우리는 수학을 싫어하는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사는 까닭에 여타의 다른 어떤 과목보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한 사람의 솔직한 속내에 대해 '그래. 너 잘났다.', '잘난 체 하기는...', '말도 안 돼!' 하는 투의 눈빛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특별히 싫어한다거나 어떤 원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일종의 시샘이나 부러움일 수도 있고, '다름'에 대한 이해부족 일 수도 있겠습니다.
일부러 잘난 체 하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따금 이유도 없이 심란하거나 집중이 되지 않을라치면 수학이나 물리 문제를 놓고 한동안 고민하기도 합니다. 끙끙대며 그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해답을 구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누가 알아주거나 내가 하는 일에 딱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만족이고 일종의 정신적 유희일 뿐입니다. 나의 이런 성향이 소설을 고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때가 있습니다. 내용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오직 제목만으로 '재미있을 것이다, 아니다'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책의 제목이 수학과 연관된 경우입니다.
어쩌다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었을 때처럼 생각지도 못한 진한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하도 따분하여 결국에는 다 읽지도 못하고 내팽겨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책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쓴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도 읽을까 말까 고민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작가의 이름도 생소하였고, 앨런 튜링이라는 수학자는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수학자였기 때문입니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앨런 튜링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수학적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테지만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읽게 된 이 책은 나의 일천한 수학적 지식을 염려할 정도로 고차원적 수학이 등장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천재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의 수학적 성과를 본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품은 채 책을 읽어야만 했습니다. 책은 그만큼 일반 독자를 겨냥한 까닭인지 수학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지엽적인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과학지 <마인드>의 논문에서 튜링 박사는 디지털데이터 기계가 향후 '사고'와 비슷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또한 기계를 아이들처럼 교육할 가능성을 논하기도 했다." (p.172)
소설은 앨런 튜링이 자신의 숙소에서 자살을 실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사과에 독극물을 주입한 후 그것을 베어먹고 침대에 누운 것이지요. 2차대전 당시의 업적으로 영국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던 인물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이었습니다. 1954년 영국 윔슬로우 애들링턴로드의 한 자택에서 그렇게 발견된 한 남자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젊은 경관 레오나드 코렐이 배정됩니다.
코렐이 앨런 튜링의 시신 옆에서 찾아낸 것이라고는 수학 방정식으로 가득한 수첩 한 권, 그리고 베어 문 사과 반쪽과 친필 편지 한 통이 전부였습니다. 특이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다른 추정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없는 명확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코렐은 오히려 의문을 품게 됩니다. 서랍에서 우연히 보았던 훈장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앨런 튜링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코렐은 많은 커다란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이력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코렐은 앨런 튜링의 가족과 연구 동료, 블레츨리파크의 전우들을 만나, 그의 일생을 역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그가 동성애자였음을 알게 됩니다. 당시에는 범죄자로 취급되었던 동성애자를 코렐이라고 좋게 볼 리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대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엄마처럼 돌보아주었던 비키 이모도 동성애자였음을 어렴풋이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앨런 튜링에 대한 코렐의 인식은 바뀌게 됩니다.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여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위대한 수학자는 한낱 혐오스러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화학적 거세를 받아야 했고, 1954년에 그는 끝내 청산가리가 묻은 독사과를 먹음으로써 자살에 이르게 됩니다. 수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만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던 천재적인 수학자는 그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인해 희생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과학자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의욕적인 한 젊은 경관에 의해 파헤쳐진다는 식의 추리소설 형식을 택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삶과 업적,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사랑과 비극적 결말에 대하여 곰곰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앨런 튜링을 미리 알았던 계기는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그의 연구 때문이었습니다. 소수의 분포와 암호 문제는 필연적으로 리만 가설과 이어집니다. 나는 그것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리만 가설은 튜링 기계를 발명함으로써 컴퓨터 개발에 기여했고, 에니그마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의 업적보다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540쪽이 넘는 이 책의 어느 곳에서도 리만 가설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직 앨런 튜링만이 역설과 모순이 삶과 죽음의 차이를 뜻할 수도 있음을 이해했다'는 이 책에 나오는 한 문장이 지금도 여전히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비탈'을 노래했던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사는 게 노역일 때 우리의 삶이 해치워야 할 것은 다만 '시간'뿐인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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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지레 겁을 먹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컴퓨터가 아닐까 싶다. 드래그 한 번으로 복잡한 계산을 다 해주고, 어지간한 정보는 다 찾을 수 있는 컴퓨터가 있으니 사실 듬직하다. 이 컴퓨터를 누가 발명했을까. 어렴풋한 기억 속에 앨런 튜링이라는 이름은 없다. 하지만 컴퓨터나 수학계통의 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노벨처럼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미처 몰랐지만 위대한 천재의 일생을 들여다 볼 기회를 가진 것이다. 앨런 튜링은 컴퓨터가 아직 있기 전,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상상하며 그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데 일조한 수학자였다. 남들이 기계를 기계로만 인식할 때 그는 기계가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남다른 생각은 당시 사람들에게 그를 비난할 거리를 제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생각에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수학자 앨런 튜링은 영국정보기관에 근무하며 독일의 암호체계를 분석해함으로써 세계제2차대선을 승리로 이끈 숨은 공로자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은 그를 감옥에 가두고 그의 남성성을 제거하려고 호르몬 주사를 투여했다. 이에 반발한 그는 가장 여성다운 방식이라생각하며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베어 먹고 자살함으로써 자신을 거부한 시대와 국가에 죄의식을 안겨준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50년대만 해도 동성애는 불법이고 커다란 죄악이었다. 불행하게도 앨런 튜링은 보수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영국에서 태어났다. 천재였지만 동성애자인 앨런 튜링의 안타까운 삶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자살한 앨런 튜링의 삶에 흥미를 느낀 형사 코렐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세상은 젊은 형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가 진실을 알고자 한 발 다가설 때마다 그를 가로막는 현실의 벽은 두텁기만 하다. 책은 코렐 형사를 통해 앨런 튜링의 삶을 알리는데 충분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수식이나 지식에 대해서는 나처럼 그 분야에 문외한인 독자가 알기에는 힘이 들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불우한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살다가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국가에 충성하면서도 성정체성 때문에 버림받았다는 사실까지. 천재가 시대를 잘 만나기는 어려운 일인가 싶다. 앨런 튜링이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동성애자에 대한 마녀사냥 식의 사회적분위기 대신 소수성애자들도 존중해주는 시대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펼쳤을 텐데.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많은 부분이 코렐 형사의 이야기로 채워지지만 역시 흥미를 끄는 것은 앨런 튜링의 생애다. 코렐은 나레이터의 역할처럼 앨런의 삶을 따라가며 조명해준다. 작가가 후기에 밝혔던 것처럼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앨런 튜링의 안타까움이 현재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미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기이한 사람들이 현재에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 역시 앨런 튜링과 같은 막막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을 기억해야함을 알려준 내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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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죽음을 시작으로 경관 레오나드 코렐을 통해 들여다 본 그의 삶과 공적을 들여다본다.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하고 싶어했으나, 읽어나갈수록 아쉬운 안티클라이막스라는 점이다. 그러나 앨런 튜링의 생애와 업적, 당시 영국이 집착했던 정치 성향과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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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해치치 않는 한,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권한이 있습니다." -p293
1953년 영국 윔슬로우 애들링턴로드의 한 주택에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청산가리가 묻은 독사과를 베어문 채 죽어있다. 죽은 앨런 튜링은 전쟁 중에 외교부에서 일했고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왕립학회의 멤버이기도 했고, 1946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을 만큼 독보적인 인재이자 영웅이었다. 경관 레오나드 코렐은 앨런 튜링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의 가족들과 그가 재학했던 케임브리지의 지인들, 블레츠리파크의 전우들을 만나면서 그의 업적과 삶을 조사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생성기인 애니그마를 해독하여 영국을 승리로 이끈 최대 공로자임을 확인하고, 그가 쓴 <거짓말쟁이의 역설>, <계산 가능한 수>에 흠뻑 매료된다. 또다른 등장인물인 오스카 팔리를 통해, 앨런 튜링의 성격과 특성 등이 더 자세히 드러나는데 독창적인 사고방식 자체는 일반인과는 궤를 달리 하여 문자 그대로 해석했고 난해한 성격으로 비주류에 속했으며 단순함 속에서 위대함을 보는 괴짜였다. 숫자는 앨런의 친구이자 종교였으며 숫자에 물리적 형식을 주고 싶어했다.
코렐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 채 앨런 튜링의 수사를 시작하지만, 수사 과정을 통해 점차 그의 천재적인 기민함과 일반적이지 못한 성적 취향으로 인해 고통 받았을 그에게 오히려 끌리게 된다.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법원에서의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아 실험실의 쥐처럼 여성 호르몬제인 에스트로겐을 투약받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가장 순수한 방식의 죽음을 택했다. 두뇌는 명석했지만 존재의 방식이 어긋난 남자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되었고, 굴욕과 냉대를 겪고 학대 받아 죽음에 내몰린 것이다. 여성스러운 외양 때문에 과거 '계집애', '호모'라는 놀림을 받았던 코렐은, 스스로를 경멸했고 샤워실과 기숙사에서 매를 맞거나 징그럽게 애무 당했던 더러운 기억이 있었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코렐에게 늘 그에게 불안감을 조성했고 자신감 부족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코렐은 당연하게도 동성애자를 사무치게 혐오했다. 심지어 가장 존경하는 비키 이모까지도! 하지만 코렐은, 앨런 튜링을 알아갈수록 수학을 좋아했던 과거의 자신의 꿈에 불을 지피고 삶까지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명 작가였던 부친의 자살처럼, 삶에 짓눌렸을 튜링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한듯하다. 의기소침한 튜링이 15살 때 셔본 칼리지에서 만났던 '크리스토퍼 모컴'은, 숫자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던 친구였는데 평소 그를 닮고 싶어했던 튜링은 갑작스런 지병으로 사망한 모컴의 영향으로 양자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을 계기로 튜링의 모든 사고의 구조와 논리는 그의 죽음으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튜링의 업적을 논하기 위해, 다양한 수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업적 등도 함께 소개했는데, 튜링이 비트겐슈타인과 논쟁을 벌인 일화와 은둔자 괴델이 낙천주의자 아인슈타인과 절친이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작가는 아마도 코렐을 통해, 영국 정부와 법원이 튜링의 천재성은 묻어둔 채, 동성애자라는 측면에만 쏟아내는 그릇된 비난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서도 잠시 등장했던 처칠은, 비록 튜링이 빗질도 안 된 엉망인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에 스카프를 뜨개질 하고 있었을 망정 그 누구보다 튜링의 암호 분석을 높히 샀고 그를 만나고 싶어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처칠의 자서전에서 그에 대한 공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으로 알려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다니 조국이 결국 그를 배신한 것이다. 기껏해야 사후 20년 만에(1974년) 영국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고, 청산가리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전부였을 뿐. 마지막으로, 케임브리지의 엘리트들이 동성애자에다가 좌파적인 정치 성향으로 몰리게 된 데는 30년대의 영국 사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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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과학자라는 직업은 ‘넘사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평범한 사람보다 머리가 월등히 좋고, 평범한 사람보다 생각 자체가 다른.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관찰하고 발명하는 사람들. 도통 알아먹을 수 없는 법칙이나 가설을 수다의 한 단편으로 끌어오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생각했었다. 평범하게 살 수 없고, 평범한 인생을 허락할 수 없는 사람들.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 광고를 보고 큰 아이가 앨런 튜링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아 그런 사람이 있었어?’ 정도로 듣고 말았는데... 얼마 후 박하라는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고 해 넙죽 받았는데... 이 책이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은 소설이라고 한다. 천재이면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람. 하지만 그 인생이 행복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경찰의 시선이 아닌 앨런 튜링의 시선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건 나뿐일까 2차 세계 대전이 종료 된 후 영국에선 전쟁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공산주의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정부의 억압과 탄압이 극심하던 때, 1954년 한 저택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죽은 남자의 곁에서는 수학 방정식으로 가득한 수첩이 있었고, 베어 문 사과 반쪽이 있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앨런 튜링. 이 남자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앨런 튜링의 죽음에 대한 수사는 레오나드 코렐이라는 젊은 경장이 맡게 되고, 수사가 진행 될수록 상부의 견제와 간섭이 상당함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과학자라 생각했던 앨런 튜링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을까? 그래도 한 때 수학과 과학에 심취했던 코렐 경장은 앨런 튜링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이 죽음의 진실에 접근해 가게 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과학과 관련된 책을 하나 더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과학의 발달이 과연 인류를 위한 것인지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과학을 발달시키면서 희생된 사람과 동물들은 몇이나 있었고, 그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나도 사람이지만 사람이 갖는 잔인하고 포악한 마음은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뛰어난 과학자들은 때론... 심하게 자기 세상에 빠져 산다. 평범한 우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그래서 그들은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런 앨런 튜링이 찾은 돌파구는 동성애 아니었을까?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의 뇌가 어떤지, 그런 호르몬이 따로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것은 아닌데... 그 당시에는 그게 큰 죄악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과학계 쪽에서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처방을 제시했는데 그 바람에 보수주의자들이 발끈했다. 이런 태도야 말로 책임져야 할 죄인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한다는 의견이었다. 전두엽 절제와 화학적 거세 같은 시도도 있었지만 결과는 불만족스러웠다. 그보다는 호르몬 처방이 더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119) 이런 과정을 통해 앨런 튜링에서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실험을 한다. 사소한 부작용은 무시한 채. 치료와 감방, 여성호르몬과 수감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한 현실. 그래서 그랬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한 것이. 나는 동성애자의 생각도 잘 모르고, 과학자의 심오한 뇌도 잘 모른다. 하지만 자존심 강하고, 나름 자신의 과학적 성과에 자부심도 있었을 과학밖에 몰랐던 순수한 남자 앨런 튜링은 상처 받았을 것이다. 동성애가 잘못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 것이 큰 잘못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코렐의 시선을 따라 앨런 튜링의 인생을 3자 입장에서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읽는 동안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앨런 튜링의 진짜 목소리, 진짜 시선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속마음.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컴퓨터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아니 그가 없었다면 컴퓨터의 출현이 늦었을 테지. 그 당시 사람들은 앨런 튜링의 생각이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 지금에서야 우린 그 혜택을 받기에 대단하고 부럽고 존경스럽다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힘들지 않았을까? 세상이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았을 테니.. 애플의 회사 로고를 생각하게 하는 앨런 튜링의 삶. 사과처럼 달콤할 수 있었지만 독을 품은 사과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삶이 알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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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시작했을 땐 이미 그 속에서 튜링은 죽었다. 그러니 소설 속에 튜링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튜링의 죽음을 쫓는 형사이다. 수수께끼같이 알쏭달쏭한 논문들과 자취들을 남기고 간 그의 마지막은 그의 삶만큼이나 미스터리한 흔적들을 남겼다. 한 입 베어문 사과, 그 사과를 담궜던 청산가리 냄비, 그를 감시하던 시그마(대머리에 시그마 모양의 점이 있는 남자), 보내지 않은 편지, 꿈을 기록한 세 권의 노트. 사건을 맡은 코렐 경관은 튜링의 삶과 철학을 추적해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과거와 이루지 못한 꿈과 방황의 나날들을 쫓는다. 코렐이 쫓는 것은 튜링의 삶인 동시에 그의 가지 못한 길이기도 하다. 튜링처럼,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던 자신, 튜링처럼 캠버리지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었을 삶. 튜링의 관점에서 소설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튜링을 이해하는 일은 코렐 경관의 이해에 바탕이 된다. 작가이든 철학자이든, 그 누가 어떤 형태로 그를 조명하더라도 천재 튜링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의 시점에서 소설을 쓰기에는 무리일 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렇게 됨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이 튜링에게 집중되지 않고, 코렐 경관의 삶과 인생과 그 주변인물들에게 집중되고, 소설의 전개에 해당하는 그의 인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중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소설로 읽기는 하지만 앨런 튜링의 삶을 보다 소설적 차원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독자로서는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전개가 너무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 이 책은 코렐이라는 남자에 대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숨기지 않았고, 쓰레기 투척자들이나 잡으러 다니는 자신의 직업을 한심하게 여기고, 시큰둥한 삶을 살지만, 자신감 결여로 맘에 드는 여성이 있어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최근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나온 형사와는 달리 튜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죽은 후이므로, 튜링과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그가 동성애로 기소된 사건은 이미 2년전일이다. 그러나 부당하게 종료되는 사건을 캐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닫고, 자신을 발견하고 편견에 맞서고 새출발하게 되며, 좋아하는 여성에게도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을 수도 있습니다." -224 그런 성격 유형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유형. 순간적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유. 순간적 충동으로, 그러니까 일시적 변덕 같은 걸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까? 코렐은 그의 실제 삶과 우리의 판단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을 수 있음을 간파했고, 그는 이미 종결된 사건을 가지고 그의 실제 삶과 알려진 삶 사이의 간격을 좁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사건 종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앨런의 친구이자 숭배자인 프레드릭 크라우스와 앨런의 생전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다. 여기가 232쪽부터 시작되는데, 코렐에게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이부분 정도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앨런 튜링의 사고에 대한 토론(?)은 거짓말장이의 역설부터 시작한다. 역설은 거짓임을 주장하는 진술이므로 따라서 거짓일 때 정확히 참이 된다. 역설 고유의 모순은 진리에 대한 고전적 개념을 부정하거나 잠정적으로 중지하게 만든다...역설의 창시자는 크레타의 철학자 에피메니데스다. ..'어느 크레타 시인이 내게 이르기를, 크레타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다' 이 문장은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 언급은 거짓이다. 처럼... (148) 튜링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이용해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기계가 논리 시스템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런 식의 문장에 걸리면 그대로 폭발할 수 밖에 없다. 계산은 돌고 돌다 결국 붕괴하고 마니까"(235). 튜링의 기계는 일반적인 기계와는 이렇게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오늘날 논리의 모순에 처해진 기계가 무한루프에 빠져 화면을 꼼짝없이 얼려 버리거나 윈도우의 그 유명한 블루 스크린으로 폭발시키는 예측을 그 기계가 이미 만들어지기도 전에, 그 기계가 설계되기도 전에, 그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예감했다는 거다. 튜링의 기계는 인간의 두뇌를 닮은 것이었다. 두뇌가 전기 충격으로 움직이고 전기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 말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단지 두 가지 설정, 두 개의 논리 상수만으로 복잡한 이론까지 표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단순함 속에서 위대함을 찾았다. 플라톤은 <소피스트>에서 딱 두 단어, 예와 아니오만 있으면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컴퓨터가 이해하는 0과 1, 예스와 노, 참과 거짓, on/off의 이진 체계, 디지털 세계이다. 그 단순하고 아름다운 원리를 이용해 존재했거나 존재할 수학 방정식 모두를 포괄하고, 추상화된 생각들을 그 이진의 세계로 변환시키는 발상을 해낸 것이다. 기계는 이제 튜링에게 어떤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튜링은 기계에게 난수 생성 프로그램이 결정하는 어떤 우연의 요소를 더해 인간의 자유의지를 복제하고 싶어했다. 난수 요소기 돌발적이고 비합리적인 변수 가능성의 출발점이 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빅뱅의 순간에서부터 시작해서 우연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우주와 생명의 탄생, 두뇌의 무작위성이 이끄는 진보 같은 것들을 기계에 적용한 것이다. 반대로 인간은 우리 인간이 때로 기계처럼 버릇과 반복적인 패턴을 습성화한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인간과 같은 지능은 없는 곤충이지만 뭉쳐서 행동하면 지혜를 만들어내는 개미탑을 들여다보며 다수의 지식 조각들이 매우 정교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제대로 예감한 것이다. 앨런 튜링은 여러가지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는데 호모였다는 점, 수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철학과 논리학 생물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었다는 점, 러시아 스파이 의심을 받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았다는 점, 2차대전 중 독일의 에니그마 해독 기계를 발견하고 암호를 해독한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유학도 다녀오고 훈장도 달았다는 점, 갑작스런 자살과 독사과를 이용한 자살방법의 의외성 등을 생각하면 더욱 미스터리하다. 튜링의 철학을 다룬 앤드루 호지스의 <이미테이션 게임 : 튜링>을 읽을 땐 이해하기 어려웠던 앨런 튜렁의 추상적 사고가, 코렐 경관이 튜링의 죽음을 추적하고 논쟁하는 과정 속에서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지적으로 자극을 준다. 이걸 읽으니 이제 앤드루 호지스가 쓴 800쪽 넘는 그의 전기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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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학자의 죽음을 둘러싼 방정식 풀기 내가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의 성격을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던 것,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내가 이 책을 열면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목으로 일단 판단하고 들어갔다.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어딘가 숨겨놓은 방정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 싸움, 그것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제목이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이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읽어갔다. 그런데 첫 페이지부터 의아한 생각에 사로잡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서술자의 인칭이 불분명하게 시작되었기에 그렇다. 누가 말하는 거지? 주인공의 일인칭 서술인가, 아니면 제 3자의 시각에서 말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되는데는 ‘그’라는 삼인칭 대명사가 너무 늦게 등장한 탓도 있으리라. 아니, 읽으면서 중요한 곳 하나를 그냥 스쳐 지나간 탓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10쪽)이라는 말이 3인칭 시점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렇게 헛갈리며 시작한 책 읽기는 어디에서 멈췄더라?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등장하고도 한참, 그가 자살한 앨런 튜링을 보고도 한참, 난 그때까지도 이게 추리소설로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연쇄 발생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책 내용을 이상하다 여길 수 밖에. 그렇게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말이다. 이게 뭔가? 추리소설이 아니라, 점점 사실적인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고, 결국은 인터넷 속으로 잠시 들어가 정보 검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실제 인물 앨런 튜링, 수학자 앨런 튜링을 만나게 되었다. 앨런 튜링, 그는 누구인가 처음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헛갈리기도 했는데 인터넷 상의 자료와 이 책을 통하여 앨런 튜링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코렐이라는 수사관의 눈으로 앨런 튜링이라는 숨겨졌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게 바로 소설로 형상화 된 것이다. 그러니 추리극은 추리극이로되, 범인이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으로는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 <어릴 때부터 앨런은 숫자를 글자보다 훨씬 좋아했소. 예, 모든 사물들에서 숫자를 봤죠.>(95쪽) <어떤 선생 하나는 그가 늘 수학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 얘기로 시를 썼다. ‘튜링은 축구장을 좋아했다. 측선에서 기하학 문제를 보았기에.‘> (97쪽) 그런 튜링, 그리고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동성애. 그래서 이 책은 고발장이다. 그러니 이게 살인사건이라면 범인은 그 누가 아닌, 동성애 현상을 죄악으로 몰아간 그 시대. 따라서 앨런 튜닝은 그 시대의 희생자인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범인을 밝힌다면, 한 위대한 수학자를 그렇게 자살로 몰고 간 배경에는 동성애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있었던 것이니, 살인자는 인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한 인간을 죽인 것이다. 인간이 단지 자기와 성향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리고 반전 - 엔딩 크레딧을 읽어라 그렇게 소설은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시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까운 수학자 한명이 그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실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 그런 시대, 그런 사람들을 살인자로 고발하면서 끝이 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여기 등장한다. 난,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는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경찰 레오나드 코렐이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이 책의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에필로그에 즈음해서는 그 부제가 “앨런 튜닝 학술대회 인사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길래, 아, 앨런 튜닝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한 학술대회구나, 했다. 그런데 거기에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하기도 전에 극장을 빠져 나오는 것처럼, 이 소설 에필로그는 그저 부록이거니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면, 이런 반전을 몰랐을 것인데... 아니, 이 에필로그 조차 소설의 일부분이라면? 그 또한 반전의 반전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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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뒤늦은 영국의 사과, 앨런의 독이 든 사과...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소설 <에니그마>와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등으로 만나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의 삶은 너무나 극적이다. 그의 천재성과 전쟁에서의 업적을 국가와 학회가 소중히 여겼다면 그리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 텐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찍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그의 공적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회와 국가의 편견 속에 동성애자로 낙인 찍혀 자살로 마감했다니. 만약 그가 천수를 누렸다면 지금쯤 백세가 넘은 노인의 모습이었을 텐데. 그가 지금의 컴퓨터 세상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 책은 스릴러 형식의 소설이다. 젊은 경관 코렐은 한 남자의 죽음을 신고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가 현장에서 본 것은 평온하게 잠든 남자의 시체와 청산가리가 든 병, 독이 든 반쪽 사과, 연금술을 하던 냄비, 수학 방정식이 적힌 수첩, 무수히 많은 책이었다. 코렐은 경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던 중에 가족, 동료, 전우 등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라는 사실, 전쟁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 컴퓨터 발전의 기초를 다진 천재 과학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위의 고발과 그의 솔직한 고백, 고집스런 성격 때문에 동성애자라는 죄 값으로 여성 호르몬을 투여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결국 사회의 편견과 맞서다 지친 그는 보란 듯이 동화 속 가장 여성적인 모습으로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사회는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앨런 튜링 (6쪽)
19세 소년 머레이의 동거가 없었다면, 강제적인 여성호르몬 투입이 없었다면, 그가 동화 속 백설 공주처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여성스럽게 자살했을까. 그가 먹다가 남긴 사과와 애플의 로고와 정말 관련이 없는 걸까.
앨런 튜링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여정이기에 앨런의 어릴 적 이야기, 에니그마 해독하는 과정, 1986년 6월 7일 앨런 튜링 학술대회에 코렐이 초청받아 연설하는 장면 등이 미스터리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적 재능을 보였던 앨런은 15세에 만난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크리스토퍼 모컴과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꿈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크리스토퍼가 결핵으로 숨지자 낙담을 하게 되고 크리스토퍼와 함께 꿈꾸었던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인간지능을 기계에 넣는 과업에 몰두한다. 결국 그는 대학원에서 ‘투링 기계’라는 가상의 연산 기계와 원초적 컴퓨터의 기본구성을 선보이게 된다.
2차 세계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런던 북쪽 블레츨리 파크의 ‘정부암호학교’의 암호해독반 수학팀장이 된다. 그리고 그는 세계에서 해독이 가장 어렵다는 독일 암호기계인 에니그마의 원리를 해독하게 된다. 그가 만든 에니그마 해독기인 튜링 붐베로 인해 영국군은 독일 잠수함의 위치와 공격 계획을 미리 알게 되고 전쟁을 빨리 종식시킬 수 있게 된다.
전쟁 후 그는 국립물리학연구소컴퓨터 개발 프로젝트 팀장이 되었고, 맨체스터 대학의 컴퓨터연구소 부소장이 되었다. 1951년엔 영국 왕립협회 회원이 된다. 하지만 19세 소년 머레이와의 동거는 동성애자라는 풍기문란 죄목을 씌워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정부와 학회에서는 그가 전쟁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공헌했고, 정보의 중요성을 정부에 알린 천재수학자였음을 인정하고 아량을 베풀 수는 없었을까. 거짓말과 위선을 싫어했기에 솔직해서 고집스러웠던 학자에게 영국은 어쩜 그리 잔혹했을까. 부작용에 대한 검증도 없이 남자에게 강제로 에스트로겐을 투여했을 때, 누구라도 그의 편이 되었다면 그리 외로운 선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2009년에 와서야 영국 정부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짧은 생애를 불 같이 살다 타의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수학 천재의 삶을 보며 시대가 알아주지 못한 천재들의 비운을 생각한다. 죽은 뒤에 복권이 되고 사과를 받으면 무슨 소용 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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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통해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컴퓨터의 시초가 되기도 한 이 사람에 대해 어쩜 이렇게 아는게 하나도 없을까? 컴퓨터는 어느순간 우리삶 깊숙히 파고 들어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기까지 하다. 그런 컴퓨터를 최초로 생각해낸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그토록 훌륭한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 막 자살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왜? 영화에서는 앨런 튜링의 시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지만 이 소설에서는 젊은 경관 코렐이 어느날 갑자기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 앨런 튜링을 접하고 그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방식이다. 코렐은 딱 보기에도 자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주검을 맞딱드리면서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그가 정말 자살을 한건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늘어 놓은 수학자이며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된다 . 코렐은 앨런 튜링에 대한 사소하지만 놓칠 수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 나가면서 마지막이 쫗지 못했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을 부모보다도 더 잘 보살펴 주는 이모에 의지해 성장해 온 과정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젊고 강력한 호기심으로 인해 베일속에 가려진 비밀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가 되지만 둘이 어쩐지 하나로 이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동성애가 죄악시 되고 불법이었던 그 시대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던 앨런 튜링,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히느냐 에스트로겐을 주사하느냐의 선택지를 받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에스트로겐 주사를 선택하고 점 점 거짓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절망하게 된다 . 그가 한때는 암호 해독 기계를 만들어 전쟁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생각하는 기계라는 놀라운 발상을 했다는 사실을 그당시 누구도 인정하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어쩌면 사람들을 모두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그런 색안경으로 인해 이해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으며 급기야는 위대한 발명을 가져올 사람의 목숨마저 안타까이 사라지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수학이론이나 과학이론 등등의 이론들이 대화체로 이어지지만 다소 어려울수 있으며 동성애니 남색이니 하는 단어들이 불편하게 다가올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이 나왔을당시 앨런 튜링은 그걸 무척이나 좋아해서 그 애니의 대사까지 다 외우고 있을정도 였다고 한다. 그래서 동성애의 여성성을 띄고 있던 앨런 튜링은 사과한입을 베어 물고 죽었던 것일까? 애플의 로고가 이 앨런 튜링의 사과 한입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는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영화를 본 내게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는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