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젊은층에서 고전소설 읽기가 유행이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 4월 선보인 '버블껌'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중 한 명인 민지가 읽고 있던 고전소설 <순수의 시대>가 뮤직비디오에 나온 이후 판매부수가 8배나 올랐다고 한다. 그 외 BTS나 아이유 등 대중가수들도 고전소설 유행에 한 몫을 했는데 고전소설 읽기가 젊은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유가 사람들과의 소통창구인 SNS에서 자신을 멋지게 보이려는 '허세'가 일부분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매년 성인 독서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젊은층에서 고전소설 읽기가 붐을 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최근 유행을 따라 나도 고전소설을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1년 전에 좋아하는 분야만 편식 독서를 하고 고전소설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던 내가 편협한 독서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고전소설들 중 고민 끝에 선택해 구입한 책이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184쪽의 부담없는 분량에 영화화 되어 아카데미 다섯 개 부분에 오를 정도로 대중성 있는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칠레의 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마리오 히메네스는 어부를 생업으로 하는 바닷가 마을에서 고기잡이에는 마음을 두지 못하고 의욕 없이 살고 있는 청년이다. 아무런 낙 없이 빈둥거리던 마리오에게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 광고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데.... 바로 수취인이 한 명인 우편배달부가 된 것이다. 그 수취인은 다름아닌 칠레의 국민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다. 파블로 네루다가 누구인가?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국민시인으로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사회주의 운동에 앞장서며 공산당 지명으로 대통령 후보까지 오른 인물인데 소설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국민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가 아니라 순박하고 문학을 전혀 모르던 마리오와 문학의 본질인 메타포와 노벨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리오가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스를 연결해 주기 위해 그녀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베아트리스가 있는 주점까지 마리오와 함께 가는 포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인상을 전해준다. (중략) 마리오는 네루다를 추격한다. "잠깐만요. 선생님. 간단한 시 한 수에 그렇게 절절매서 어떻게 노벨상을 받으시겠어요." 네루다는 기가 막혀 멈춰 섰다. "이봐 마리오, 제발 나를 꼬집어 주게. 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으니." "그럼 소녀에게 뭐라고 말할까요? 선생님은 이 마을에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세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엮어 낼 줄 모르는 어부들일 뿐이란 말이에요." - 43쪽 사랑하는 소녀 베아트리스를 위한 시를 한 편 써달라고 네루다에게 조르던 마리오는 나중에 네루다의 시집에서 좋은 문장들을 표절한 시를 통해 베아트리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고 어느새 자신만의 메타포를 알아가며 자작시까지 쓰게 된다. 여기에 우파 상원의원에게 거침없이 대통령선거에서 네루다에게 투표하겠다고 하고, 노동자 집회에서 당당히 네루다의 시를 낭송하며 내면의 성장을 보여준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마리오와 네루다의 아름답고 순수한 우정, 해학적인 성묘사, 재치넘치는 대화들을 통해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소설이지만 칠레의 암울한 정치 현실 속에서 겪게 되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마지막 모습은 아픈 현대사를 가진 우리의 모습과 겹쳐지기도 한다. 문학 문외한이었던 마리오가 네루다와 그의 시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고전문학 문외한인 나도 이번 독서를 계기로 고전소설을 차근 차근 읽어나가 마리오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가볍되 가볍지 않은, 가벼움과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고전소설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추전해 본다. (중략)"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27쪽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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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읽고 또 쓰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딩동, 편지요!” 이 소리는 집배원이 자전거 종을 울리며 외치는 소리가 아니라 업무용 이메일 수신 알림 소리이다. 이제는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장면이지만 그 정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겨움과 위안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번에 우편 배달부를 자처한 칠레 출신의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독자 앞으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1960~70년대 칠레의 바닷가 마을 이슬라 네그라를 배경으로 젊은 우편 배달부와 노년에 접어든 시인이 시대를 공유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문학과 삶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글을 몰라 편지를 받을 일이 없었던 데다가 이곳에서 칠레의 국민 시인이자 정치인으로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가 하루에 받는 우편물의 배달량이 어마한지라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전속 우편배달부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아버지처럼 어부로 살기를 거부하며 방황하던 마리오 히메네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마치 행운의 편지와 같이 찾아온 것이다. 날마다 만나는 이를 ‘무시(無視)’까진 아니더라도 보통의 우편배달부와 수신자 그 이상의 관계로는 여기지 않던 네루다의 집을 마리오가 ‘무시(無時)로’ 드나들던 어느 날, ‘시(詩)’와 ‘메타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쓴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성냥불이 당겨지게 된 셈이다.
그렇게 점화된 둘의 교감이 극대화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온 동네를 다니며 아무리 메타포를 찾아 헤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어 실망한 마리오가 주점에 도착한 뒤, 주인장의 딸 베아트리스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또 다른 희망의 불씨를 얻게 된 것이다. 사랑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봐도 뜻대로 되지 않자, 마리오는 사랑에 빠지게 된 책임을 자신에게 시집을 선물하고 시(어)를 말하는 법을 가르쳐준 네루다에게 물으면서 어떻게든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옥신각신 끝에 결국 두 사람은 주점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마리오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특징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하듯 이 소설 역시 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이 지리적,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칠레 현대사의 격변기 속에서 민중과 함께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시를 통해 칠레 문학의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서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한 사람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이다. 비록 마리오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소설 전체를 이끄는 화자로서 (올해로 탄생 120주년이기도 한)네루다에게 바치는 헌사를 쓴 작가의 분신이라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두 사람뿐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등장인물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소설이 아니라 마리오와 네루다에 관한 에세이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칠레 역사의 시계와 발맞춰 마리오가 나이 들고 네루다가 죽는 시점까지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모습이 산티아고 노인과 소년 마놀린의 그것과 겹쳐 보여서다. 각각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대표하여 세대 차이가 무색할 만큼 서로 속마음을 터놓으면서 인생의 멘토와 멘티는 이래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가 쿠바와 칠레라는 것 외에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노인과 소년은 바다 위에서 생계, 곧 생(生)을 이어간(繼) 반면, 네루다와 마리오는 생에 대한 무수한 메타포 가운데 하나를 바다에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 아닐까. 아울러 시(詩)라는 세계를 향한 시작선 위의 마리오가 그곳의 끝에 다다른 네루다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둘만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를테면 앞서 얘기한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점에 가기로 한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마리오가 둘이서 주점에 앉아 포도주를 마신다면 그녀가 까무러치고 말거라며 흥분하자, 네루다는 “그건 너무 슬픈 일이군. 소녀에게 시 대신 비문을 써 줘야 한다면.”(45쪽)이라고 응답한다. 또한 저자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작품 곳곳에 깔아놓은 소품들은 독자로 하여금 당시의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이야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만들어 독서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가령 네루다가 비틀즈가 부른 노래 「플리즈 미스터 포스트맨(Please Mister Postman)」에 맞춰 춤을 춘다거나, 마리오와 베아트리스가 주점 안에 설치된 테이블 축구대(에서도 칠레인들의 축구 사랑을 엿볼 수 있다)에서 첫 만남을 가진다거나, 훗날 네루다가 프랑스에서 대사(大使)로 머물 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마리오에게 소니 카세트를 보내어 소리를 녹음해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책을 덮으려는 순간에 마리오의 자전거가 아닌, 그가 네루다에게 던진 한 마디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82쪽) 많은 작가들도 말하지 않는가, 책을 펴내고 나면 작품 속 이야기는 더 이상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고. 나이가 들수록 시를 포함하여 일상과 삶 속에서 겪은 모든 이야기가 자기의 일인 동시에 타자의 일이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서툴지만 지치지 않고, 서평이라는 편지지에 나만의 방식으로 한 자씩 써 내려간다. 어떻게든 완성된 이야기가 봉투 속에 부치지 못한 편지로 남지 않고 누군가에게 가닿아 미력하나마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며, 미지의 독자에게 이 글과 함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우체통에 넣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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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두 가지
오해를 했다. 먼저 제목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아니라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이 책의 저자가 파블로 네루다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번째 오해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깨달았으나, 첫 번째 오해는 책을 다 읽고,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저자인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에게
경의를 표하고 칠레의 민주화를 염원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투사로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위대한 시인으로서의 다소 무거운 네루다의
이미지를 가볍게 만들어, 자신이 반한 네루다의 친근한 성격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마리오의 말을 통해 네루다의 시가 네루다 개인의 것이 아니라 칠레 민중 모두의 것, 즉 그들에게 일상의
삶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단순하기만 하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이 되는 마을, 파블로 네루다가 정착하여 사는 이슬라 네그라의
해변가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어부의 아들인 마리오 히메네스는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업무인 우편배달부이다. 주점을 운영하는 과부의 딸인 베아트리스에게 반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소녀를 위한 헌시를 써달라고 조른다. 네루다는 ‘시란 곧 메타포’라고
가르쳐주고,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에게 메타포로 청혼을 한다. 그렇지만
베아트리스 어머니는 네루다가 찾아가 부탁함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칠레 대통령선거에서 살바도르 아옌데가
승리하던 날, 주막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그 틈을 타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서로 만나게 된다. 우체국장 코스메의 말에 따르면 그날 첫 골이 들어갔다고 한다. 첫 골이 들어간 후 마리오는 점점 핼쑥해졌지만, 베아트리스는 갈수록
활짝 피어나고, 광채와 섬광과 후광을 내뿜었다. 마리오와
네루다는 네루다가 프랑스대사로 파리에 가 있는 동안에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간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아옌데가 목숨을 잃는다.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온 네루다 역시 병이 위중하지만 군인들이 그의
집을 통제하고 있었다. 마리오는 목숨을 걸고 네루다의 집으로 숨어들어가 그에게 온 전보내용을 모두 외워서
들려준다. 네루다는 응급차에 실려 산티아고의 산타마리아 병원으로 갔지만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이어 우파의 군부독재가 시작되면서 연행된
마리오는 실종되고 소설은 끝이 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네루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마리오나 우파 지지자인 과부의 입에서도 네루다의 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은 네루다가
칠레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시인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네루다의 부탁으로 이슬라 네그라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던 마리오는 자신과 베아트리스의 아이가 태어나는 울음소리로 녹음의 끝을 맺는다. 이는 네루다의
시가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새 생명의 열매까지 맺었다는 설정으로, 저자가 시인에게 보내는 최고의 경의일
것이라고 작품해설에서 역자는 말한다.
저자는 쿠데타 이후 망명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독자에게 투쟁심보다 감동을 선사하려 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파블로 네루다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를 동시에 읽는 느낌이 든 것은 아마 그래서 일 게다. 작품을 읽고 난 감동을 다시금 생각해보기 위해 이 작품에서도 나오고, 저자도 뒤적거리곤 했다는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란 네루다의 시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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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열린책들)」이 출간되었을 때로 기억한다. 볼라뇨와 칠레가 궁금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 서평을 쓴 이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칠레 현대사의 비극은 잠시 접어두고 소설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소설을 직접 읽었더니 이야기에만 집중해 보라고 권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아옌데 정권과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당시 네루다가 겪었을 고난도 쉽게 상상되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메타포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싶어졌다. 그만큼 이야기가 찬란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자전거 있나?” “네” “좋아.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 직이야.” “우연이네요. 제가 이슬라 네그라 옆 포구에 살거든요.” “그것 참 잘됐군. 하지만 문제는 수신인이 단 한 사람뿐이라는 거야.” “그 수신인이 누구죠?” “파블로 네루다 씨.” “하지만 그건 쌈박한 일이잖아요.” “쌈박하다고? 매일 편지를 몇 킬로그램은 받는걸. 등에 그 우편 행랑을 짊어지고 페달을 밟는 건 어깨에 코끼리를 짊어지는 격이지. 네루다 씨를 담당하던 우체부는 낙타처럼 꼽추가 되어 퇴직했어.” “하지만 저는 겨우 열일곱 살이에요.” (p.17-18)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동이 트기도 전에 단꿈에서 깨 바다로 나가야하는 고기잡이 일에 적응하지 못한 ‘마리오 히메네스’가 수신인이 단 한 사람뿐인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로 채용되면서 시작한다. 마리오는 시인에게 사인을 받아낼 작정으로 첫 월급으로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한 권을 구입했다. ‘두어 달 동안은 초인종으로 쓰는 종을 칠 때마다, 절묘한 시구를 빚어낼 찰나에 있는 시인의 영감을 살해하는(p.22)’ 것만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몇 달을 기다려 시인에게 사인을 받아냈지만 ‘파블로 네루다 드림’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다. 마리오는 시인과 친분을 쌓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는데 바로 그때 시인에게 메타포를 배웠다. “무슨 일 있나?” “네?”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마리오는 고개를 돌려 시인의 눈을 찾아 올려다보았다.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아니.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네루다는 문손잡이를 놓고 턱을 어루만졌다. “마리오. 내게는 「일상 송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들이 있네. 그리고 온갖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그렇게 쉬운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부르죠?” “왜냐하면 이름은 사물의 단순함이나 복잡함과는 아무 상관없거든. 자네의 이론대로라면 날아다니는 작은 것은 마리포사(나비)처럼 긴 이름을 가지면 안 되겠네. 엘레판테(코끼리)는 마리포사와 글자 수가 같은데 훨씬 더 크고 날지도 못하잖아.”(p.27-28) 마리오의 메타포는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폭발한다. 다만, 베아트리스를 꼬드기는데 쓴 메타포들이 네루다의 시에서 베낀 것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리오가 베아트리스에게 다가가는 걸 그녀의 어머니가 막고 있다. ‘칠레에서는 모두가 시인(p.28)’이라더니 베아트리스 어머니 역시 아름다운 메타포를 이해하지만 딸 인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보다. 그녀는 시인에게 마리오가 시를 베낀 사실을 고자질한다. 마리오는 시인의 메타포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시인이 시를 표절하라고 허락한 적은 없다며 책망하자 마리오는 대답한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p.85) 소설 속에서 네루다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이슬라 네그라를 두 번 떠났다가 돌아온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시인의 시와 메타포를 양식 삼아 살아간다. 사랑에 빠진 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삶 속에도 메타포가 함께한다. 시인이 사랑했던 이슬라 네그라의 바다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후에도 마리오 곁에는 메타포가 남았다. 시인은 마리오에게 온 세상이었던 것이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마리오로 압축시켰다. 시인이 떠난 뒤에도 사랑을 하고 슬픔을 이겨내야만 하는 일상 속에서 메타포의 도움을 받는 마리오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메타포야 말로 일상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 주는 감동적인 언어이기에 그렇다. 게다가 네루다의 시는 일상을 넘어서 군부 정권에 억압받던 대중에게 힘을 발휘했으니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p.131)’는다는 시인의 말이 정확하다. 이제는 네루다와 메타포를 모르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네루다가 바라보았을 이슬라 네그라의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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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그는 신문사 문화 담당 기자로 근무할 당시, 이슬라 네그라 해안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인터뷰하는 인연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게 된다.
1985년 발표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스카르메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는 외국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어른이 읽어야 하는 따뜻한 동화 같다. 칠레 최고의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네루다와 그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어촌마을 17세 소년 마리오 히메네스와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리고 있다.
마리오는 우편을 배달하면서 네루다를 통해 시를 알게 되고,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스를 시를 통해 가까워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마리오는 병든 네루다를 끝까지 지키며 그와의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얘기하고 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있으면 마치 가벼운 뭉게구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재치있는 내용과 해학적인 대화들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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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위대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시골 우체부 마리오의 특별한 교감과 우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메타포(은유)를 통해 시와 삶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순수한 청년의 성장과, 칠레의 격동적인 정치적 비극이 대비를 이루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문학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보게 하는지 따뜻하고 묵직한 감동으로 전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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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저 민음사판 추천합니다. 부들 부들 떨고 있는 얄따란 금속관 바닥으로부터 엔진의 열기가 기어오르고 있는데다가 스포츠카의 덮개가 그들을 밀폐하고 있어 점차 그들은 찜통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 갔다. 하지만 덮개의 일부를 벗겨내면 그 틈으로 빗방울들이 쏟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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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아토니오 스카르케타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추천합니다. 부들 부들 떨고 있는 얄따란 금속관 바닥으로부터 엔진의 열기가 기어오르고 있는데다가 스포츠카의 덮개가 그들을 밀폐하고 있어 점차 그들은 찜통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 갔다. 하지만 덮개의 일부를 벗겨내면 그 틈으로 빗방울들이 쏟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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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매우 어두운 시대상을 현학적으로 잘 풀어내면서, 재미와 표현력까지 아주 넘치는 책이었습니다 돈키호테에 나온 구절은 '시는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고 다른 모든 학문들은 시로 인해 권위가 서지요' 라는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도 시의 위대함에 대해 너무나도 잘 표현한 책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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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우편배달부 #안토니오스카르메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04 #고전문학 #2025고전읽기31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파블로 네루다와 젊은 우편배달부의 따뜻하고도 위대한 만남 고전 문학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쉽게 읽히는 책은 오랜만인 거 같다. 고전문학을 읽을 때 그 시대의 배경이나 작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읽다 보면 벽에 부딪혀 이해하기 버거워지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그제야 배경지식을 찾아 헤매곤 한다. 하지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그런 난관 없이 술술 읽혔다. 어쩌면 얇은 두께가 한몫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읽히는 고전도 재밌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위대한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민주화를 염원하면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썼다고 하는 배경만을 염두에 둔 채 책을 읽었다. 소설은 어느 무명 저널리스트의 회고로 시작한다. 1970년대 초 칠레의 작은 어촌마을 이슬라 네그라, 직장을 찾아 헤매던 열일곱 살의 마리오 히메네스는 우연히 우편배달부 일을 하게 된다. 그가 배달할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바로 파블로 네루다에게 온 전보나 우편물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다른 우편배달부들에 비해 배달할 장소가 적어 수월한 대신 팁을 받을 기회도 적다는 이야기를 해주지만 마리오는 그 일을 맡기로 한다. 파블로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그의 시집에 사인을 받기 위해 들고 다니던 마리오는 파블로 네루다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에 대해 배우게 된다. 🏷️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82 🏷️ "장모님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삼켜 버리잖아요.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안에서 스르르 녹게 해야죠." p.102 우편배달 일을 하던 중 들른 근처의 주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스에 첫눈에 반하게 되는 마리오.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생각하다 네루다의 시를 떠올리고 그녀를 위한 시를 써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네루다는 시를 써주는 대신 메타포를 가르쳐 준다. 그에게 배운 메타포로 베아트리스에게 고백을 하는 마리오. 마리오와 베아트리스가 결혼한 그날 그들의 결혼식을 보고 파리로 떠난 네루다. 잠시였지만 서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은 편지로 안부를 전하며 그들의 우정은 깊어진다. 파리로 네루다를 보러 가려고 했던 마리오는 그의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네루다를 만나러 가지 못하고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네루다는 몸이 아픈 상황에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몰려있는 상황이라 그에게 편지를 전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루다를 만나러 간 마리오는 그의 마지막 곁을 지킨다. 아주 잠시 스쳐지나는 인연이었을지도 모를 네루다와 마리오의 관계는 서로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위대한 시인이었던 네루다와 소박하지만 진솔한 청년 마리오의 우정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