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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던 때가 있긴 했을까. 남편이 내 첫사랑이 아니듯, 남편에게도 내가 첫사랑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첫사랑에 대해 물은 적은 없지만 그 정도는 서로가 지켜야하는 선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서로에게 첫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굳이 들어서 확인할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한 건지, 그저 느낌으로만 알고 있는 사실(추정)이다.
[나의, 카페 버스 정류장]의 저자 박계해는 '첫사랑' 기억을 떠 올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간직한 열한 살의 나를 기념'하였다. 그녀를 좋아해준 '그'에게 첫사랑이 그녀였다는 것. 마지막으로 나눈 눈빛이 '첫사랑'이었음을 말해주었다는 것, 그 장소가 버스정류장이었다는 것. "아마도 나는 이 카페가 버스정류장 곁에 있다는 것을 핑계대어 내가 누군가에게 태초의 순수함을 간직한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언젠가 기억하고 싶은지도 모른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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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책방에 가면 대형출판사의 책이 아닌 1인출판사, 독립출판사, 지역출판사의 책 코너가 있다. 나는 주로 그 코너에서 책을 고른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도 그런 차원의 구매였다. 판본이 작은 편이고 재생지를 써서 가벼운데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표지 디자인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출판사 이름도 '버스정류장'인 걸 보니 박계해 작가 혼자 하는 1인출판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독특한 점 하나 더 발견, 보통 책날개에 실리는 것은 이미 출판된 책에 관한 홍보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책날개엔 '버스정류장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책'이 찍혀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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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책, 그리고 음악은 혈연관계처럼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로망의 대표 카페와 커피, 독서, 음악을 한데 아우르는 공간을 지녔다는 그곳에 대한 호기심, 저자가 왜 카페를 열게 되었는지 거창한 이유가 없다는 데서 오는 안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에 대한 부러움. 만약, 박계해 사장님이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독특한 삶의 이야기다. 따라서 저자가 'Cafe, 버스정류장'을 홍보하기 위해 이 에세이를 써다는 고백을, 일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고나면 경북 상주의 함창읍으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이 책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는 증거다. 뒤집어 보면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대화, 눈빛, 교감들이 사람들의 삶을 비추고 공감과 이해의 지류를 한데 모아 카페, 버스정류장이란 저수지로 가두었기 때문에 탄생한 책이기도 하다. 가뭄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훈훈한 공간, 거기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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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 맞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겨울엔 연탄난로가 공기를 데워주고, 원한다면 주인장이 정성을 다해 달인 대추차 또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정류장이라는 것. 그곳에 잠시, 머물며 엉덩이를 녹이고 식도를 따끔거리게 하는 대추차 한 모금 하고 싶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만 않다면 아마도 나는 카페 버스정류장의 단골 손님이 되었을 것이다. 기약없지만, 나는 또 하나의 리스트를 써넣었다. 내가 꼭 가야할 곳. 경북 상주 함창읍 [카페 버스정류장].
*편집 오류* 69쪽 : 금새 --> 금세 (나도 참 잘 틀리던 단어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