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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구두>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구름과 안개가 낀 부두 앞에 선 사람이 표지로 나와있다. 2010년의 시대적 디자인을 나타내는 서체의 조화는 내가 왜 이 책을 사기 전에 망설였는지 다시한번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책을 집어들고 외딴 섬에서 시작되어 삶의 궤적을 새로 만들어 내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일상의 개미집을 찾게 만든다. 얼음을 깨고 들어가 살아있음을 느끼던 주인공 프레드리크 벨린에게 내면의 출구를 열게 한 하리에트와 루이제, 앙네스, 얀손, 한스 등…등장인물과 주고받는 말과 행동들은 잠시 잊고 있던 과거의 관계들을 삶의 무대로 끌어올리듯 등장한다. 주인공은 불필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다. 소설의 문체는 이처럼 군더더기 없지만 북유럽 작가들 특유의 블랙유머스러운 유머코드가 녹아있다. 자조적이고 어딘가 아이러니한 순간은 교차하는 상황을 포착할 때에만 경험할 수 있다. 추리, 스릴러의 대가라는 헤닝 만켈이 노년의 삶을 다룬 이 소설은 현대의 실망스러웠던 문학들을 단숨에 밀어버리는 몰입력을 선사한다. 정물화 감상처럼 단조로운 감정나열로 점철된 뻔함에 얼마나 많은 낭패를 겪었던가. 책장을 덮고나서 여운이 남는 것은 작가가 보여준 인간다움에 공감한 흔적일 것이다. [나는 초라한 출신 배경을 벗어나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가 겪어야 했던 굴종적인 삶에 대한 일상적인 기억은 내가 환경을 벗어나기에 충분한 힘을 공급했다. 그러나 그런 도약이 가능한 시대에 태어난 우연 덕분이기도 했다. 웨이터의 아들이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치르고 의사도 될 수 있던 시대. 그러나 내가 결속 대신 은신처를 찾는 사람이 된 이유는 뭘까? 왜 아이를 원하지 않았을까? 집에 탈출구를 여러 개 만들어두는 여우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아버지는 생각에 잠겨 얼어붙은 듯이 보였다. 나는 한없이 길게 느껴지던, 그러나 사실은 분명히 아주 짧은 시간이었을 그 순간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아버지가 나를 버리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아버지의 껍질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창가에서 미동도 없이 얼마나 오래 서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숨도 쉴 수 없었던 그때의 공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이가 보호자와의 단절을 경험할 때, 공포를 느껴 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다시 보호자와 가까워진다면 그것은 회복될 터이고 오랜 시간 후에 만난다면 그만큼 아이에게는 트라우마가 남는다는 연구를 본 적이 있다. 남성 작가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에게서 버림받는 공포를 느꼈다는 서술은 이 소설을 통해 처음 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좀더 나이가 있는 청소년의 실제 경험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 소년은 자신이 타인에게 거추장스러울지 자각하면서도 아버지가 필요함을 동시에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거의 기억은 루이제를 통해 다시한번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주며 아버지, 자신, 아이까지 3세대에 걸친 묘사로 내면의 파동을 가져온다. [장의자에 계속 누워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면도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겨우 일어났다. 평소에 거의 입지 않는 양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미숙한 솜씨로 넥타이를 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나를 놀라게 했다. 늙었구나……. 인상을 찌푸리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후반에 자신을 정면을 바라보며 노화를 마주하는 문장 또한 작가의 진솔한 태도가 엿보여 감탄과 웃음을 자아낸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는 소외된 사람들을 만난다. ’자기 시대의 발판은 상실하고 새로운 것들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타의로 그룹 홈에서 살아야 하는 여자아이들, 소란이 싫어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사람들… …. 앙네스의 입을 통해 확인하듯이, 그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깊은 숲 속이나 섬처럼 외딴 곳에 격리‘시키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내가 왜 이토록 따스함을 느꼈는지도 깨달았다.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고 나이듦과 외로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용기있는 시도이다. 방 한 곳에 자리잡은 개미집을 치울 때가 됐음을 알게되고 자신의 발에 딱맞는 구두를 갖게 된 주인공에게는 불안과 죄책감을 퍼낸 것이다. 또한 외면했던 것들의 매듭을 풀어내며 자신의 위치를 직시한 ‘여기’는 더이상 단절되지 않고 현실을 마주한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는 듯 하다. 무척 방대한 사진첩을 펼쳐본 것 같은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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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인기작가. 발란더 시리즈의 추리소설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절판되었고, 다른 소설들은 많다. 그중 유독 이 책이 분위기가 신선하면서 리뷰들이 좋았다. 글구 막상 읽어보니 내 기대보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치명적인 실수를 한 의사가 섬에서 홀로 산다. 몇일에 한번 집배원이 올뿐 자신을 방치하는듯한 외로운 삶을 사는데 어느날 40년전 자신이 버렸던 여자가 찾아온다... 대강의 줄거리로는 말하기 어려운 얼음과 물과 모터보트와 잿빛 이미지와 치명적 실수를 하는 사람. 그런데 묘하게 위로가 된다. 뭐지?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하며 전개되는 내용도 예측하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란 없어요. 그런건 정치가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일그러진 세계상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독자적인 개인이라고 주장할 의지도 없는, 수많은 대중속에 포함된 그저 그런 한 사람으로 밖에 여기지 않아요.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평범함에 대해 필사적으로 이야기하지요." 이 작가 넘 마음에 든다. 이틀동안 섬에 같이 산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