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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묘책》, 고양이에게서 비롯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풍경들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박연준 《묘책》, 고양이에게서 비롯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풍경들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내용보기
“사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저는 ‘고양이처럼 살자’고 다짐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고, 싫은 존재 앞에서는 하악질하고, 무서울 땐 숨고, 불안할 땐 높은 곳에 올라가고,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잠을 푹 자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가서 등을 내보이고 얼굴을 비비며 살자고 생각하죠.” (p.8)  박연준의 책 《묘책》에는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박연준 《묘책》, 고양이에게서 비롯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풍경들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내용보기

  “사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저는 ‘고양이처럼 살자’고 다짐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고, 싫은 존재 앞에서는 하악질하고, 무서울 땐 숨고, 불안할 땐 높은 곳에 올라가고,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잠을 푹 자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가서 등을 내보이고 얼굴을 비비며 살자고 생각하죠.” (p.8)


  박연준의 책 《묘책》에는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서술하는 묘책猫策(묘책妙策 아님)이 그리고 집사가 쓴 묘시猫詩(그러니까 고양이를 대상으로 삼은)가 실려 있다. 작가는 당주當主(‘현재의 주인’이란 뜻)와 헤세(‘헤르만 헤세’의 그 ‘헤세’)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남편과 함께 키우고 있다. 당주는 하얀 고양이고 헤세는 검은 고양이이며, 책 속의 ‘묘생묘책猫生猫策’ 카테고리 열 여덟 개는 당주의 입을 빌려 서술되었다.


  “매일 아침이 오는 게 좋아. 하루가 기대되거든. 커피를 내리며 부은 얼굴로 오늘은 종일 일을 해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연집사에게도, 이미 서재 책상에 코를 박고 일을 하고 있는 석집사에게도 매일 아침이 즐거울까? 밥을 다 먹고 침대에 들어가 쪽잠을 잔 다음, 느긋하게 생각해봐야지. // 하루는 길고 하루는 충분하니까.” (pp.47~48)


  나도 지금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 들녘은 2009년 9월에 우리에게 왔다. 삼 개월 정도의 고양이였다. 고양이 들풀은 2019년 2월에 우리에게 왔다. 사 개월쯤의 고양이였다. 들녘은 함께 일하던 후배의 집 앞에 버려진 고양이였고, 들풀은 동생네 주차장에서 다리가 골절된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들녘과 들풀이 있기 전에 나와 아내의 첫 번째 고양이 용이가 있었다.


  “사람과 달리 고양이들은 젖을 충분히 먹고 송곳니를 기르고 나면 홀로 설 생각을 하지요.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았다 해도 우리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엉켜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머니, 어디에 계시든 빛나는 단독자로서 씩씩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저도 스스로의 행복을 우선으로 돌보며 만수무강하겠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이따금 그리워하기로 해요.” (p.124)


  고양이 용이는 2002년 10월에 우리에게 왔다. 우리집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정이 시작되었으니 오 개월 정도의 고양이었던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2019년 1월에 우리 곁을 떠났다. 용이는 2017년 4월 급성 신부전증으로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였지만 그러고도 이년 여의 시간을 우리 곁에 있어 주었다. 아내와 나는 그 하루에 서너 번 용이에게 수액을 놓았고, 마찬가지로 하루에 세 번 알약과 물약과 가루약을 먹였다. 


  “땅 위에 붙어사는 새 / 가로로 길게 누운 봄의 등고선 / 털을 뒤집어쓴 키스 // 시계추에 매달려 도망가는 리듬 // 높이를 낚아챈 비행선 // 가볍게 흘러내리는, 레이스” (p.202, 시 〈고양이〉 중)


  고양이 용이가 떠난 후 ‘기억의 진격’이라고 이름 붙인 시간으로 나는 꽤나 힘들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문득 집으로 돌아와 버리곤 했다. 고양이 용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우리집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풀이가 우리에게 왔다. 용이가 떠나고 팔 년 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집 현관문에는 아직 용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집앞에 나가기를 좋아하였던 용이가 들고 나며 부빈 흔적이 여태 거뭇하다.


  『“그런데 이 귀여운 것들, 언제 침대로 온 거야? 넷이 나란히 붙어 있었네.”

  “침대가 너무 좁아. 잘 때 몸을 못 펴겠어. 조만간 큰 침대로 바꿔야겠어.”

  “바보야, 이렇게 식구들이 붙어 잘 때가 좋은 거야.”

  “그런가?”

  “그럼.”』 (p.234)


  고양이 용이가 아픈 동안 고양이 들녘은 고양이 용이에게 하악질 한 번 하지 않았다. 천방지축 고양이였던 들녘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갔다. 이제 들녘은 무척 고령인 고양이가 되었다. 우리집 소파와 침대에는 들녘을 위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소파 옆의 계단은 용이도 사용했다. 고양이 들녘은 잠이 많아졌고 울음도 늘었다. 들녘과 들풀과 아내와 나는 때때로 한 침대에서 잠들곤 한다. 그렇게 한 침대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박연준 / 묘책 / 난다 / 241쪽 / 2026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6.10.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