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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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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10년 뒤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춘다. 답십리역 앞 원룸에서 밀린 월세를 걱정하던 시인처럼, 나 역시 미래라는 단어 앞에서 머릿속이 까매지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모든 것 에 대한 답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5년 계획, 10년 계획, 인생 로드맵. 그러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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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년 뒤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춘다. 답십리역 앞 원룸에서 밀린 월세를 걱정하던 시인처럼, 나 역시 미래라는 단어 앞에서 머릿속이 까매지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모든 것 에 대한 답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5년 계획, 10년 계획, 인생 로드맵. 그러나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고" 생활의 조급함과 이번은 다를 거라는 “순진한 낙관"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그저 걷는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때로는 주저앉으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위로를 받는다. 답할 수 없다는 것, 알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은 건 '보잘것없음을 정직하게 마주한다'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 로를 크게, 대단하게, 의미 있게 만들려고 애쓰는가. SNS에는 성공한 순간들만 올리고, 약한 모습은 숨긴다. 그런데 시인은 을지로 골목 한가운데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워서다.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그 솔직함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하며 살아왔나. 사라져가는 골목들, 밀려나는 사람들, 누군가의 슬픔. 그것들을 보면서도 모른 척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문학은 얼마나 무력한가. 무력하더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걸 안다. 더 큰 문제는 무력과 무능을 사유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해온 일들을 떠올렸다.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반복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날들. 하지만 중요한 건 무력함을 인정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답이 없다고 해서 물음을 멈출 수는 없다"는 그의 말처럼, 모른다는 이유로 질문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잊힐 것이 뻔하더라도, 쓸모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걸어야 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노래할 이유도 없다"는 말이 오래 맴돈다.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 순간도 분명있다. 바라 던 모양과 다를 때, 이것이 정말 사랑인지 의심하게 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희미해진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사람을, 일을, 순간을, 풍경을. 때로는 그 사랑이 나를 지치게 하기도 한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상처받고, 기대해서 실망한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어떤 삶이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그 삶은 불행하다." 나는 나를 위 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살고 싶다. 구렁텅이에 나를 던지지 않으면서. 겨울 호수를 걷던 두 사람처럼, 우리는 모르는 사이 변해간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고,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다른 사람 같다. 그 변화가 두렵기도 하지만, 그것이 삶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뿐이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지나고 나서야 붙일 수 있는 이름이라는 것. 그때는 그저 힘들고 간절했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날들. 하지만 그래도 살자"고, "괜찮아지는 때가 올 거라고" 되뇌는 것. 그것이 무책임하게 들릴지라도, 우리에게는 삶이 있다고 말하 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넨 적이 있다. 괜찮아질 거라고, 지나갈 거라고. 때로는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정말 괜찮아질까? 정말 지나갈까? 하지만 시인의 글을 읽으며 생각한다.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그 말을 건네는 마음이 아닐까. 함께 있어주는 것, 울음을 그치지 않는 이를 끌어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의미는 뒤에 온다. 인간이 제멋대로 정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의미는 지금 당장 보이지 않아도 된다. 뒤돌아보았을 때, 혹은 훨씬 후에, 그때의 의 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그 의미를 불러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낼 때 일상은 오롯이 빛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얼마나 많은 혹을 달고 살았나.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쏟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도 삶의 일부일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경험해봐야 필요한 것을 알게 되니까.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노래는 시작된다. 누군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그곳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이야기는 부재의 그림자라는 말이 아프게 와닿는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진 것들을 기억한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게 한다. 바닷가에서 아버지가 테트라포드까지 수영해 굴을 따오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야카 씨처럼, 가족들이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굴을 구워 먹던 기억처럼, 저녁놀을 바라보며 느낀 뭉클한 기분처럼. 이 런 순간들이 삶을 만든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작고 소박한 순간들이.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는 것을 일러주는 장소들. 한 사람의 역사가 깃든 공간들. 우리는 각자의 장소를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우리를 만 든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따뜻한 그 기억들.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 바다에 가서 파도를 바라본다는 시인처럼, 나도 내 방식으로 견딘다. 어 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 수 없지만,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 위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또 일어선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있다. 나는 그 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이하는 것도 삶이니까. 시인의 말처럼, "시를 쓰고 노래하며 미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음악을 들으며 나를 들여다보고, 친구들의 음악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으 면서. 결국 우리에게는 삶이 있다. 지난한 여정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지나치고 놓치며 포기하게 되더라도. 그 삶을 살아내는 것. 무력하더라도 계속하는 것. 물음을 멈추지 않는 것. 사랑하는 것. 기억하는 것.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우리가 해야 할 전부다. 10년 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답을 모르는 것이 두렵지 않다.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을 품고 걸어가는 것이니까. 미지를 향해, 오늘도 나는 걷는다.

이달의 사락 p****r 2025.12.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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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슬픔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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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음의밤 #최지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11기"예술은 실패를 향해 있다. 어떠한 것도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니다. 예술적인 게 있다면 일상의 아주 작은 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태도다. 일상을 세심히 살피고 낯설게 응시하는 게 예술의 태도가 아닐까. 이제 실패를 살아내고 싶다."p.32<일렁이는 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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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음의밤 #최지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11기


"예술은 실패를 향해 있다. 어떠한 것도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니다. 예술적인 게 있다면 일상의 아주 작은 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태도다. 일상을 세심히 살피고 낯설게 응시하는 게 예술의 태도가 아닐까. 이제 실패를 살아내고 싶다."p.32


<일렁이는 음의 밤>은 글쓰기를 향한 열정과 분투가 음악을 통하여 해소되고 깊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를 쓰며 사는 일은 녹록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꿈이자 생활이기에, 저자는 흐르는 선율 속에서 멈춰 있던 문장을 밀어낼 힘을 얻는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의 가사들도 왠지 모르게 시적이며 저자의 심경을 더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저자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산문 자체가 섬세하고 낮은 톤의 울림이 있는 분위기의 음악같다. 현실 앞에 흔들리는 예술가의 뒷모습과 같은 씁쓸함도 풍기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엿볼 수 있어 매우 입체적이고 읽을 맛이 난다. 작가와 같이 그에게 생기를 불어준 음악을 들으며 그의 방황과 불안에 공감하다가 그 너머에 가닿은 다른 관점과 지점에 머물러 보면 어떨까. 


"그럴 듯한 것을 쫓아 삶을 완성하고 싶었다. 주어진 관문들을 넘고 넘어 근사한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이름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이제 다른 누구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단 한 명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 (...)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결코 '박제된 정답'이 아니다. 길을 헤매다 지쳐 쓰러졌을 때 홀연히 나타는 길이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네가 있을 것이다." p.79-80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노래는 시작된다. 누군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하찮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는 부재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면 바다에 가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는 물결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 수 없다. 단지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일 것이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있다."p.131-132


**출판사 제공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l****j 2025.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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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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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 삶은 글 쓰는 삶과 얼마나 멀까. 나는 언제부터 내게 기대하지 않았을까. 한 해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았다.”《일렁이는 음의 밤》은 음악을 매개로 자신의 삶과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음악을 주제로 한 산문을 처음 접한 터라, 한 곡 한 곡에 얽힌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는 과정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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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 삶은 글 쓰는 삶과 얼마나 멀까. 나는 언제부터 내게 기대하지 않았을까. 한 해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일렁이는 음의 밤》은 음악을 매개로 자신의 삶과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음악을 주제로 한 산문을 처음 접한 터라, 한 곡 한 곡에 얽힌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는 과정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고, 익숙한 서사 중심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깊은 사유의 시간으로 이끈다.


이 책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나 위로가 아니라, 흔들리던 순간들을 지나오게 한 동반자로 존재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음악을 실제로 들으며 글을 읽을 때, 문장과 음악이 서로를 보완하며 감정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이 책이 주는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매 챕터를 마무리하는, 한번더 여운을 남겨주는 문장들이었다. 음악과 문학이 나란히 흐르는 시간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문집이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최지인 #일렁이는음의밤
c******0 2025.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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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음이 모여 세계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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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골든베르크 변주곡, 글렌 굴드의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고 말한다. 매일 비슷하게 열리고 비슷하게 닫히는 하루 속에서 음악은 유독 시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며, 우리는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음악을 포개며 시작된다.존재하는 것들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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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골든베르크 변주곡, 글렌 굴드의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고 말한다. 매일 비슷하게 열리고 비슷하게 닫히는 하루 속에서 음악은 유독 시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며, 우리는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음악을 포개며 시작된다.

존재하는 것들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있고, 우리는 타인의 삶을 경유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어딘가에서는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세상을 비관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옅어진다. 그러나 흐릿해진 기억의 틈으로 어떤 음들은 다시 스며든다. 이 책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노래를 끼워 넣으며, 사라진 감정과 잊었다고 여겼던 밤들을 조용히 불러낸다. 읽는다는 행위는 어느새 듣는 일이 되고, 독자는 오래된 음의 밤 속을 천천히 걷게 된다.

저자가 곱씹는 것은 우리 앞에 이미 와 있는 오래된 슬픔이다. 이 책이 말하는 삶은 기대하지 않는 삶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에 가깝다. 다소 밀도가 높은 에세이지만, 책에 수록된 음악과 함께 읽을 때 문장은 훨씬 부드럽게 스며든다.

글쓰기가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질 만큼 세계는 끊임없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어가며, 도시들은 폐허가 되어간다. 그런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다른 존재는 여전히 우리 삶의 희망이라고. “계속되는 파도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문장은 이 책이 품은 태도를 상징처럼 남긴다.

예쁜 꽃은 자주 피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도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목적지에 끝내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세상에는 그런 곳들이 무궁무진하다. 마음은 타인의 마음을 지나 잠시 다른 존재의 마음을 살아본다.

문학은 시대를 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책은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음에 불과하지만, 그 음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일렁이는 밤 속에서도, 그 미약한 음들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n******1 2025.12.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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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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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탐한다. 한 시인이 어느 대담에서 시인으로서의 자기 수명이 다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생애 주기처럼 창작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거였다. 몇 번의 변곡점을 지나 휴지기를 맞는 것이다. 10여 년 전 나는 자신만만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빛나는 것들을 쏟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수백 명의 신인이 등장했고 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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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탐한다. 한 시인이 어느 대담에서 시인으로서의 자기 수명이 다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생애 주기처럼 창작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거였다. 몇 번의 변곡점을 지나 휴지기를 맞는 것이다. 10여 년 전 나는 자신만만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빛나는 것들을 쏟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수백 명의 신인이 등장했고 수백 권의 새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예술의 세계는 숲과 같다. 예술가와 예술가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태계를 이룬다. 내가 욕심내는 것은 내게 없는 것들이다. 이제는 그 시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67"

이제는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문장을 통해 나 역시 저자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얼마 전 굴드에 대한 평전*이 새로 나온 것을 보고 한동안 마음이 술렁였다. 요즘 책을 읽을 때면 샤콘느를 반복해서 듣곤 하는데, 책의 앞머리에 저자는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 혼자만의 공감대를 쌓았다. 전기를 즐겨 읽는다고 하니 저자에게도 신간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일렁이는 음의 밤'은 최근 읽었던 음악에 대한 에세이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감각을 전달하는 점이 특별했다.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소리는 부수적인 배경으로 옅어지고 좀 더 감성적인 시선으로 곡에서 이어지는 삶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소개되는 노래마다 큐알로 직접 노래를 들어볼 수 있게 배려해놓은 것이었다. 그림이나 음악에 대한 소개가 있는 글을 읽을 때면 이해를 위해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집중이 흐트러지는 때가 있어 종종 아쉬웠다. 검색을 하다 메세지를 확인하고, SNS를 들어가보고, 뉴스를 클릭하다 보면 갑자기 한두시간이 지나버리는 일이 생기곤 했는데 흐름이 끊기지 않아 좋았다. 가장 먼저 소개된 이승윤의 <폐허가 된다 해도>라는 곡을 들어본 적이 없어 들으면서 읽고 싶단 마음에 굳이 검색해서 첫 곡을 찾아봤었는데, 마지막 장에서 큐알을 발견하고 다음 곡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부터는 편하게 들으며 읽을 수 있었다. 다른분들도 꼭 각 장의 마지막 큐알을 먼저 찾아 음악과 함께 감상하시길.

요즘 자주 찾아 들었던 너드 커넥션(61)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너드 커넥션 곡의 가사는 어쩐지 내 안의 바닥 낮고 깊은 곳에 밀접하게 닿아오려 하는 것만 같다. 그런 점이 좋아서 노래방에 갔을 때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라는 노래를 불렀더니 그 가사를 한동안 조용히 읽어내던 동행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일이 있다. 가사도 가사지만 너무 음이 낮아 잘 못 부르는 실력이 오히려 목이 멘 것처럼 보여 오해를 산 것도 같았다. 오해도 풀리고 <좋은 밤 좋은 꿈>, <그대만 있다면> 같은 노래들이 동행의 재생목록에도 옮겨졌지만 미심쩍은 시선을 풀기 위해 '그런거 아니야' 해야 했던 작은 사건 이후로 그 노래는 혼자서만 흥얼거리게 되었던 일이 있다.

가족, 오래된 친구, 선배, 기억 속의 후배처럼 저자 개인의 내면에 맺힌 관계들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이태원 참사나 123계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같이 세상의 고통과 부조리를 찌르는 글들도 있다. 돌아보니 " 지나가버린 시간이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파도처럼 기억이 밀려올 때가 있다. 누군가 살아냈다는 것, 그것은 가끔 커다란 위로가 된다. 136" 는 말이 '일렁이는 음의 밤'들을 관통하고 있는 파장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의 예민함은 세상과 기민하게 연결되어 있다. " 자주 아픈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감각한다. 47" 는 시선에서도 느껴졌는데 제 손끝의 거스러미를 더 크게 보게 되는 나와는 다른 면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연말이 되면 지난 시간들을 갈무리하며 조용한 정리가 필요한 성향의 독자들 마음에 잘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이나 음악 프로그램을 틀어두는 대신,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렸는데 '일렁이는 음의 밤'은 양쪽 모두를 꽉 채우는 구성이라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여운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과 가장 마음에 남는 어떤 날에 놓아두고 싶었던 곡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즘은 어플이 알아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곡들을 묶어서 정리해주고 좋아할만한 곡들을 모아 추천해주곤 하지만 적어두고 보니 내 마음과는 또 달랐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만이 가장 잘 할 수 있음에 음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렁이는 음의 밤'을 추천한다.


* [글렌 굴드] 을유문화사
**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김영사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m******j 2025.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일렁이는 음의 밤』 - 노래를 사유하는 시인의 글
"『일렁이는 음의 밤』 - 노래를 사유하는 시인의 글" 내용보기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최지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저자 소개를 읽으며 이 작가가 나랑 동년배(90년생)임을, 그리고 꽤 여러 편의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유독 '시'라는 장르에는 문외한인 터라, 읽어본 시집이 하나도 없더라고요.이 책 『일렁이는 음의 밤』 역시 시집이었다면 선뜻 고르지 못했을 겁니다.시인 최지인의 첫 산문집으로, 음악을 매
"『일렁이는 음의 밤』 - 노래를 사유하는 시인의 글" 내용보기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최지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저자 소개를 읽으며 이 작가가 나랑 동년배(90년생)임을, 

그리고 꽤 여러 편의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유독 '시'라는 장르에는 문외한인 터라, 읽어본 시집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이 책 『일렁이는 음의 밤』 역시 시집이었다면 선뜻 고르지 못했을 겁니다.


시인 최지인의 첫 산문집으로, 음악을 매개로 자기 내면과 삶을 돌아보는 기록이 담겨 있어요.

총 35개의 곡과 에피소드가 수록돼 있으며, 각 장마다 음악에 얽힌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양희은, 강아솔, 잔나비, 권나무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이 등장하며,

(제가 아는 아티스트 위주로 적었습니다) 이들과 작가의 삶이 교차하고 있어요.

꼭지글마다 끝에 QR 코드가 삽입돼 있어, 해당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순한 음악 감상 에세이라기보다, 음악을 거울 삼아 자기를 들여다 보는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음악 한 곡, 혹은 앨범 전체를 소개하며, 작가는 그 노래와 얽힌 기억, 감정, 삶의 장면을 재생합니다.


책 제목처럼 '일렁이는 음의 밤', 즉 어둡고 잠잠한 순간에는 삶의 불확실함과 마주하게 되죠.

이때 음악이 들려주는 잔잔한 울림이 작가를, 그리고 우리들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글은 어렵지 않아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잔잔하게 삶의 흔적을 되짚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하겠습니다.



더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였다. 세상은 계속해서 나를 변화시켰다. 그 변화 속에서 내가 진실한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일렁이는 음의 밤』, 43p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다. 바라던 모양과 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것도 사랑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사는가?' 물었을 때 그 답은 사랑밖에 없는 것 같다.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희미해질 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노래할 이유도 없다.

『일렁이는 음의 밤』, 63-64p


'시란 무엇인가' 질문하는 내게 한 선배는 '무엇이 시가 될 수 있을까' 물으라고 했다. 그 말이 '삶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삶이 될 수 있을까' 묻는 태도처럼 들렸다.

네게 무엇이든 삶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일렁이는 음의 밤』, 83-84p


많은 이가 '오늘을 위해 살아가야지' 하고 말하지만 오늘을, 지금을 사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그 무게에 억눌리곤 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다. 그 삶을 잘 꾸리려면 부단히 애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에 균열이 인다.

『일렁이는 음의 밤』, 87p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외로워진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것이 인간을 살게 하는 것 같다.

『일렁이는 음의 밤』, 114p


예술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몸과 마음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렁이는 음의 밤』, 119p


답이 없다고 해서 물음을 멈출 수는 없다. 모른다는 이유로 질문하지 않는 철학적 진공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일렁이는 음의 밤』, 127-128p


우리는 살아내기 위해 망각한다. 이 세계가 참혹하고 비통한 일로 가득하다는 걸 잊지 않으면 삶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다. 나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일들을 자주 잊어버리고 그것이 부끄러워 울음을 삼킨다.

『일렁이는 음의 밤』, 146p


그는 라이너 노트에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믿고 싶"다고 했다.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중략) 망각에 저항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일렁이는 음의 밤』, 147-148p


사랑은 사람을 꿈꾸게 하고 그것이 허무맹랑한 꿈이더라도 사람을 살게 한다.

『일렁이는 음의 밤』, 151p


지나간 시간은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몸 어딘가에 머물다 불쑥 되살아난다. 그 밤들은 음악의 힘을 알게 했다.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음에 불과하지만, 그 음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그러므로 한 존재를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존재이다.

『일렁이는 음의 밤』, 43p


이 책은 '음악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파도와 일렁임을 견뎌내는 태도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해요.


평소 음악을 즐겨 듣고, 시인의 유려한 말솜씨를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합니다.


*이 후기는 하니포터 11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히 적은 것입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3 2025.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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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시대 속에서 변화를 만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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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이승윤은 순리를 거부하는 거친 소리를 엮어 세 번째 정규 앨범『역성』을 내놓았다. 그는 라이너 노트에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믿고 싶"다고 했다."최지인, 『일렁이는 음의 밤』 ,「망각에 저항하는 절박한 외침」,147p.최지인은 전쟁,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의 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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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승윤은 순리를 거부하는 거친 소리를 엮어 세 번째 정규 앨범『역성』을 내놓았다. 그는 라이너 노트에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믿고 싶"다고 했다."
최지인, 『일렁이는 음의 밤』 ,「망각에 저항하는 절박한 외침」,147p.

최지인은 전쟁,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의 잔인함을 직면하고 있는 작가이다. 

동시에 끊임없이 내적인 사유를 하고 반성하며 삶을 꾸려나간다. 

최지인에게 음악이란 위로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게 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존재이다. 

최지인만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한 묘사와 깊은 내용으로 독자에게도 깊은 사유를 주는 책이다. 

당신에게 음악은 무슨 의미인가?
YES마니아 : 로얄 r******4 2025.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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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이 일렁이는 밤에, 어떤 노래는 곁을 지키는 말이 되고.
"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이 일렁이는 밤에, 어떤 노래는 곁을 지키는 말이 되고." 내용보기
그런 날이 있다. 사는 일이 너무, 너 어 무 힘들어 뭘 더 해볼 생각은 커녕 당장 한 발 떼기도 힘든 날. 또, 그런 날도 있다. 막막하다, 는 감정이 밤만큼 새까맣게 부푼 덩치로 작은 방을 가득 채워버리는 날. 그런 날, 어떤 음악은 시가 되고 통증이 되어 삶을 파고든다.저자 최지인은 말을 엮어 문장으로, 글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에게 필요한 글은 아무튼 좋아질 거고 (지금이 좋지
"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이 일렁이는 밤에, 어떤 노래는 곁을 지키는 말이 되고." 내용보기
그런 날이 있다. 사는 일이 너무, 너 어 무 힘들어 뭘 더 해볼 생각은 커녕 당장 한 발 떼기도 힘든 날. 또, 그런 날도 있다. 막막하다, 는 감정이 밤만큼 새까맣게 부푼 덩치로 작은 방을 가득 채워버리는 날. 그런 날, 어떤 음악은 시가 되고 통증이 되어 삶을 파고든다.

저자 최지인은 말을 엮어 문장으로, 글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에게 필요한 글은 아무튼 좋아질 거고 (지금이 좋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아무튼 괜찮을 거라고 (아무리 봐도 안 괜찮으니까) 무턱대고 달콤하고 보드라운 말만 늘어놓는 그런 글이 아닐 것이다. 

p.43 예술이 현실을 마주할 때, 현실의 것이 예술을 뛰어넘을 때, 그래서 타협하고 말았을 때 비루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부른 노래보다 부를 노래가 더 많다고 믿는다. 언젠가 이 어둠이 익숙해질 거라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순간이 올 거라고.

p.83 '시란 무엇인가' 질문하는 내게 한 선배는 '무엇이 시가 될 수 있을까' 물으라고 했다. 그 말이 '삶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삶이 될 수 있을까' 묻는 태도 처럼 들렸다. 네게 무엇이든 삶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비관인가? 그 모든 노래는 상처를 핥아대는 자기 위안에 그칠 뿐인가? 시는, 노래는, 이야기는, 말은, 글은 힘이 없다. 적어도 그 자체로는. 지나가면 끝, 잊으면 그만. 그치만 외로운 사람은, 고독과 고립을 아는 사람은 그 고통을 알기에 타인의 그것을 방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잔인한 세상을 뒤엎을 힘은 없지만, 누군가를 홀로 남겨두지 않을 수는 있지 않을까. 어두운 곳을, 폐허를 홀로 헤매게 두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음악을, 이야기를, 말을 '듣는다'. 듣기란 본질적으로 도래하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행위인 것이다. 응답에 선행되는 무조건적 수용, 기다림. 그것이 듣는 마음이리라.

p.30 우리가 함께 노래할 때, 나를 발견하고 너를 발견하고 우리를 발견한다. 우리에게 다른 삶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된다. 빛이 어둠을 밝힐 수 있다고 믿으면 자기 약점까지 고백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다시 엮어야 한다.

p.111 때때로 이 모든 것 앞에서 글쓰기는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세계가 계속해서 무너지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에서 어린이가 울고 있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요." 내가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긴 밤, 어떤 울음은 소리조차 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누구도 온전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듣기'는 말이 멈춘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 응답은 침묵 곁에 싹튼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흐르는 음악에서 지나간 순간을, 도래하지 않은 가능성을 마주하는 일은 어쩌면, 작은 공백을 심는 마음을 닮지 않았는가.

출렁이는 밤마다 저자를 지탱한 음악은 단지 멜로디에 더해진 말이 아닌. 말 바깥의 말, 곁을 지키는 존재였으리라. 일렁이는 음의 밤, 가만히 따라해본다. "사라지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두지 않으려고요. '그것'만큼은 사라지게 두지 않으려고요. 

p.9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소리는 탄생하고 소멸하며 흐름이 된다. 태어나는 것은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은 태어나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는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동시에 경험한다. (...) 존재하는 것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듯,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항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삶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p.131 모든 이야기는 부재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면 바다에 가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는 물결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 수 없다. 단지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일 것이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있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s*****7 2025.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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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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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막막한 순간에 음악은 큰 위로가 된다. 시인은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좋았는지 보다 그 음악을 통해 어떤 밤을 통과했는지를 말한다. 저자가 견뎌온 시간의 무게만큼 음악을 대하는 깊이도 함께 깊어진다.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살아간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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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막막한 순간에 음악은 큰 위로가 된다. 시인은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좋았는지 보다 그 음악을 통해 어떤 밤을 통과했는지를 말한다. 저자가 견뎌온 시간의 무게만큼 음악을 대하는 깊이도 함께 깊어진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살아간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적어나가고 있다. 키보드 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음악으로 인해 그 안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시인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산다는 일의 의미를 곱씹고, 이승윤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게도 삶의 동기가 되어 주는 노래가 있었고 나의 청춘은 온통 그 음악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절의 희로애락이 플레이리스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밤 그가 알게 된 음악의 힘이 뭔지 알 것만 같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자신의 아픔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는 음악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책 속에 담긴 QR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한 장씩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다. 

#도서제공 #일렁이는음의밤 #최지인 #한겨레출판 #도서리뷰 #서평 #책 #에세이

YES마니아 : 로얄 n******0 2025.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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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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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종종 한 노래에 꽂혀 몰입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에 <일렁이는 음의 밤>을 읽으며 나에게는 어떤 음들이 있었나 떠올리게 되었다. 꽂힌 노래마다 음악 감상문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이 책은 위로가 담긴 노래들을 소개한다. 위로 방식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모두 따듯함이 드러나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한 노래들이다. 이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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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종종 한 노래에 꽂혀 몰입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에 <일렁이는 음의 밤>을 읽으며 나에게는 어떤 음들이 있었나 떠올리게 되었다. 꽂힌 노래마다 음악 감상문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위로가 담긴 노래들을 소개한다. 위로 방식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모두 따듯함이 드러나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한 노래들이다.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155쪽

”문학은 시대를 구할 수 있을까. 시절이 어수선할 때 문 학인은 무엇을 써야 하는 걸까. 의미와 무의미를 넘나들며 내가 다짐한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존재하기를 통해 실천하며 상상력을 기르는 것이다.“


문학의 의미와 방향성이 드러나 특히 좋았던 이야기.

이야기 없는 음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음악을 읽는 기분, 이야기를 듣는 기분. 앞으로는 더 유심히 읽고 듣게 될 거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m 2025.12.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