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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가람기획 (펴냄) 무려 스물아홉 편의 단편소설, 구하지 못할 소설은 아쉽게도 수록되지 않았고 발표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한국 단편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효석 전집 2』를 읽는 시간은, 한 작가의 이름을 다시 배우는 기념비적인 경험이었다. 내겐 수능 지문으로서의 「메밀꽃 필 무렵」... 단지 수능 문학으로 호명되어 온 이효석을 만나는 시간 새해를 맞이하며 뜻깊은 경험이다. 여기에는 자연을 노래한 서정의 작가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감각과 욕망, 상실과 고독을 끝까지 밀고 나간 근대적 소설가 이효석을 복원한다. 각 단편을 따로 리뷰를 해도 무방할 만큼!!! 특히 「낙엽기」나 「마음에 남는 풍경」을 읽다 보면 사건은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장면의 온도와 빛, 공기의 촉감이 마치 방금 만난 것처럼 오래 남는다. 이효석의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 읽기보다, 풍경 속에 잠시 서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랑과 욕망을 다루는 방식이다. 「개살구」, 「해바라기」, 「장미 병들다」 같은 작품들에서 사랑은 고백이나 결말로 수렴되지 않는다. 이효석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이 발생하는 조건 예를 들면 계절, 빛, 냄새, 신체의 감각을 정교하게 배치한다. 그 결과 독자는 인물의 마음을 직접 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인상적인 작품은 「황제」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효석의 이미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말년의 나폴레옹을 1인칭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이 소설에서, 이효석은 역사적 인물을 빌려 인간의 허영과 고독, 쇠락의 감각을 탐문한다. 향토성과 서정의 작가로만 기억되던 이효석이, 얼마나 대담하게 서사 실험을 감행했는지를 보여준다. 와!!! 놀랍다. 그는 왜 나폴레옹에 자신을 투영한 걸까... 천재적 성공, 절대 권력, 역사적 영광을 모두 경험한 뒤, 완전한 몰락과 고독을 겪은 인물 나폴레옹이다. 이효석은 이 인물을 통해 성취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함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존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폴레옹은 영웅이라기보다 정점 이후의 인간’을 사유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가면이 아닐까....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전집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이효석을 향토 서정 작가로만 규정하는 기존 편견을 깨며 역사·자아·권력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히려 이효석을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독자일수록,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단편소설이라는 형식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다시 체감하게 된다. #단편소설 #이효석전집 #가람기획 #실험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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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학 시절 읽었던 이효석의 소설들을 다시 펼쳐 들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가을 저녁의 공기를 먼저 떠올렸다. 그것은 특정한 장면이나 문장 때문이 아니라, 그의 문장들이 품고 있는 어떤 온도 같은 것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이효석의 세계는,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이효석을 '서정적 작가'로만 기억해왔다. 메밀꽃이 피는 달밤의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해서, 그의 다른 면모들을 가려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집을 통해 만난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서정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사회주의 계열의 작품을 쓰던 청년이 어떻게 자연과 감각의 작가가 되었을까. 이 변화를 '전향'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오히려 그는 현실을 보는 방식을 바꾼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접근하는 경로를 바꾼 것은 아니었을까. 정치적 언어 대신 감각의 언어를 선택했고, 이데올로기 대신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었을 것 같다. 이효석의 문장을 읽다 보면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시간은 오히려 천천히 흐르거나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소설에서 사건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을 겪는 인물의 내면이 어떤 색깔로 물들어가는가 하는 것이다. 향나무가 시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 머루를 먹으며 느끼는 행복감과 그 직후 찾아오는 불행의 예감.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처음 발견한 순간의 놀라움. 이효석은 이런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의 문장은 사진처럼 순간을 고정시키면서도, 동시에 그 순간 안에서 흐르는 감정의 물결을 놓치지 않는다. 대학 시절에는 이런 문장들이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씁쓸함이 보인다. 이효석이 그린 세계는 결코 목가적이지 않다. 그곳에는 늘 상실이 있고,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으며, 행복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맞닿아 있다. 전집 속 여러 작품들을 관통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탐구다. 그런데 이효석이 그리는 사랑은 낭만적이기보다는 실존적이다. 7년을 짝사랑한 끝에 내린 결론이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이라는 문장은, 사랑의 본질이 결핍과 거리에 있음을 말해준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지만 닿지 못한다. 하늘 위의 별처럼 영원히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존재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것은 단지 연애소설의 문법이 아니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독에 대한 통찰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효석이 이런 비극적 정서를 다루면서도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문장에는 체념이 아닌 수용이 있고, 절망이 아닌 애잔함이 있다. 닿을 수 없기에 더 아름답다는 역설. 이것이 그의 서정성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이효석의 소설에서 자연은 인물의 감정과 공명하고, 때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처럼 행동한다. 메밀꽃이 피는 밤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 열리는 시간이다. 머루 냄새가 가득한 집은 행복의 공간이자 동시에 불행이 잠입할 틈새다. 대학 시절에는 이런 자연 묘사가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문학적이고, 너무 의도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이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효석에게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투사하는 스크린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를 증폭시키고 변형시키는 매개였다. 그가 묘사하는 자연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막연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냄새와 촉감과 소리를 가진 실재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단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효석을 향토 작가로만 이해하는 것은 명백한 오독이다. 그는 당대 가장 세련된 도시적 감각을 가진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서양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 근대 문명에 대한 예민한 감각,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 이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전통과 근대를 대립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토적 배경과 도시적 감수성은 그의 작품에서 이질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것은 단순히 두 세계를 병치시킨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학적 영토를 개척한 것이다. 거울을 보는 원숭이의 비유를 통해 자기 인식의 탄생을 설명하는 대목이나, 사랑의 본질을 교육적 행위로 승화시키려는 인물의 독백 같은 장면들은, 이효석의 지적 깊이를 보여준다. 그는 단지 감각적인 작가가 아니라, 사유하는 작가였다. 이효석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그가 얼마나 형식에 대해 고민한 작가였는가 하는 점이다. 그의 소설은 전통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고, 인과관계보다는 정서의 흐름이 구조를 지배한다. 나폴레옹을 다룬 작품 같은 경우, 역사 소설도 전기 소설도 아닌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1인칭 회고 형식을 통해 역사적 인물을 내면화하는 시도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실험이었을 것이다. 이효석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맞춰 형식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줄 아는 작가였다.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는 평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의 찬사다. 그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관습에 안주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경계를 시험했다. 그의 산문은 시와 소설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며, 바로 그 애매함 속에서 독특한 미학을 창조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이효석을 다시 읽으며 드는 생각은 문학의 생명력에 관한 것이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청춘의 감수성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상실감과 그리움의 깊이가, 이제는 조금 더 가슴에 와닿는다. 이효석이 그린 세계는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 감정의 지도다. 사랑의 불가능성, 행복의 덧없음,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과 위로. 이런 것들은 시대를 초월한다. 메밀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나는 다시 이효석의 책을 펼쳐 들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좋은 문학이란 그런 것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독자의 나이와 경험에 따라 다르게 말을 거는 것. 이효석의 전집은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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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 작가는 아주 매력적인 소설가입니다. 어릴적 읽은 메밀꽃 필 무렵의 감동은 세월이 지났어도 마음에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짧은 소설로도 이만한 감동을 주다니 시인 다음으로 단편 소설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깁니다. 이효석 작가님의 전집을 하나로 묶어서 볼 수 있다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관점으로 쓰여진 이 책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번 1권도 좋았지만 2권도 역시 감동적입니다. 한국 근대문학의 순수성과 서정미를 꽃피운 작가, 이효석 작가가 남긴 단편소설의 결정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효석 작가는 초기에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경향파 작품을 썼으나, 점차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서정적 세계로 나아가며 한국 단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됩니다. '이효석 전집'은 그의 문학 세계를 아우르는 단편 70여 편을 두 권으로 나누어 엮은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권에서 제일 좋게 느껴진 단편은 '황제'인데요. 말년의 나폴레옹을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장중한 1인칭 소설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효석의 색다른 서사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이효석 #가림기획 #컬처블룸리뷰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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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이효석이라고 하면 '메밀 꽃 필 무렵 ' 작품 밖에 읽어 보지 못했었는데 요즘 근현대 우리 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전집 1권에 2권까지 읽어 보게 되었다. 그가 메밀꽃 필 무렵을 쓴 것은 아들들이 태어나고 숭실전문학교가 폐교되면서 교수직을 퇴임하고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한 때다. 평양으로 직장을 옮긴 안정된 환경 속에서 였고 전집 2권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 이후의 단편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시대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작품은 발표연대순으로 실려있다. 이효석은 순수 문학의 대표자로 알려져 있는데 2권에서는 사랑과 자연을 노래하는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에서 우리나라 자연의 모습도 아름답게 묘사된다. 자신이 자랐던 고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표현되기도 하는데 메밀꽃 필 무렵은 물론이고 <개살구>, <산협>에도 지명이 나온다. 특히 <개살구>에서 진부를 배경으로 당시의 풍속이 그려지는데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자연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는 인간 중심적인 모습에 거부감을 느껴 <사냥>에서 노루잡기 행사에대한 비판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중에 그 또한 도시 생활을 누리며 순박했던 고향생활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드러내며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낸듯하다. 문학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1930년대였기에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고들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마음이 공감됐다. 그럴때일수록 나날의 생활을 꾸려가는 행동이 가장 생산적이라며 생활의 사소한 잡일을 귀중히 여기던 낙엽기에서의 이효석이 떠오른다. 교과서에 수록된 유명한 작품들도 좋지만 한 작가의 여러 단편을 시기별로 몰입해서 읽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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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동안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다. 삶이 바빠 읽을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소설에 대한 흥미 자체도 없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삶을 의미없이 보내는 것 같았다. 삶도 팍팍한데 소설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막상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마음은 달라진다. 현실과 맞닿아있으면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내용들. 익숙함을 새롭게 보고 잊고 있었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효석 작가는 교과서에서 자주보던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외에 그가 어떤 작품을 썼고 어떤 사상과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그가 젊은 날에 요절했다는 사실도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만큼 그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고 아름다웠다. 특히 아내와 아들의 잇단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그 시간들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가 다시 창작에 대한 열정이 타올랐을 때 조금 더 건강했더라면, 그의 더 많은 작품들을 쓰고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는 작품들을 남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삶과 작품은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의미를 주고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효석 전집 2권으로 주로 그의 단편작품을 모은 책이다. 첫 작품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메밀꽃 필 무렵으로 오랜만에 읽어보니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반갑기도 하고 마음에 남았다. 그외의 작품은 대부분 처음 읽는 것들이었는데 이효석 작가의 세계관과 사상이 잘 드러나는 듯 해서 인상적이었다. 낙엽기라는 작품에 나온 한 대목을 옮겨본다. "낙엽 연기에는 진한 커피의 향기가 있다. 잘 익은 깨금의 맛이 있다. 나는 그 귀한 연기를 마음껏 마신다. 욱신한 향기가 몸의 구석구석에 배여서 깊은 산속에 들어 갔을 때와도 같은 풍준한 만족을 느낀다. 낙엽의 연기는 시절의 진미요, 가을의 마지막 선물이다." 모든 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설은 당시의 풍경을 잘 드러내준다. 이 책을 통해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그 시절의 풍경을 엿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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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가람기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가람기획에서 새롭게 선보인 <이효석 전집> 시리즈는 한국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심미주의의 길을 걸었던 작가 가산(可山) 이효석 작가의 궤적을 온전히 복원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2권 '단편 소설' 편에서는 이효석 문학의 황금기라고 불릴 만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100년의 시간을 넘어 되살아난 이효석의 문학적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집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원문 존중'과 '현대적 가독성'의 조화에 있다. 1930년대 특유의 방언과 구어체,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문체적 장치들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읽기에 이질감이 없도록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또한, 한자어를 한글로 병기하거나 각주를 통해 어휘 풀이를 덧붙임으로써 중고등학생부터 성인 독자까지 누구나 이효석의 유려한 문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이 전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효석이 초기 '동반자 작가'로서 가졌던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순수 문학'과 '예술성'의 극치로 나아갔는지를 보여준다. 수록작인 「낙엽기」, 「성찬」, 「하얼빈」, 「라오콘의 후예」 등은 단순히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욕망, 그리고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동경과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문학평론가 김우종 교수의 해설처럼, 이효석의 문학은 프로 문학의 현실적 공리주의를 배제하고 예술의 순수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한국어의 미적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문장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2권 전집의 문을 여는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 소설 중 서정성의 정점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으나 한 번 더 요약해 소개한다. 장돌뱅이 허 생원은 평생을 길 위에서 보낸 고독한 인물이다. 어느 날 밤, 그는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함께 봉평 장에서 대화장으로 가는 산길을 걷는다. 달빛이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을 지나며, 허 생원은 젊은 시절 봉평 물레방앗간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보냈던 단 하룻밤의 강렬한 추억을 회상한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허 생원은 동이의 출생 배경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결정적으로 왼손잡이인 동이의 모습에서 자신과의 혈연적 연결고리를 직감한다. 작품은 세 사람이 달빛 아래 메밀 꽃길을 따라 다음 장터로 향하는 여운 어린 뒷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디지털 문명과 속도 경쟁 중인 요즘 시대에도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은 여전히 강력하다. 소금 뿌린 듯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밭과 달빛의 묘사는 인간의 감정이 자연의 풍경 속에 녹아드는 경지를 보여준다. 이는 파편화된 도시 삶 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갈구하는 현대인에게 정서적 정화(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장돌뱅이로 대변되는 '길 위의 삶'은 오늘날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과 닮아 있다. 정착하지 못하는 존재가 혈연이라는 본능적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관계의 단절 속에서 진정한 유대감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SNS 상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이효석이 빚어낸 정갈하고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들은 언어 본연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외에도 「산협」은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인간의 '종족 번식 본능'과 '대지의 생명력'을 다룬다. 자식을 낳기 위해 첩을 들이는 주인공 공재도의 행위는 도덕적 잣대를 넘어, 대지가 열매를 맺듯 인간 역시 생명을 이어가려는 원시적인 몸부림으로 묘사된다. 「하얼빈」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다국적 도시 하얼빈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부유하는 개인의 고뇌를 그린다. 이는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근대인의 근원적인 고독과 정체성의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한 수작이다.
이처럼 가람기획에서 선보인 이효석 전집은 단순히 과거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기록물에 머물지 않는다. 1930년대라는 엄혹한 시절에도 예술적 순수성을 잃지 않았던 한 천재 작가의 영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포장한 '문학적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효석의 문학은 10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내면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건드리는 살아있는 문장들이다. 고전의 가치를 아는 독자라면, 서재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마음이 척박해질 때마다 꺼내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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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암흑기 1930년대, 일제의 수탈은 더욱 극심해졌고 민속말살정책이 본격화되었다. 학교에서는 우리나라의 말보다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우선시 되었으며 한국은 일본의 병참기지 노릇을 해야 했다. 이러한 어두운 시대, 어떤 이들은 나라의 암울한 상황을 그려낸 반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그려내고자 한 이들도 있었다. 그 중 이효석 작가의 글은 '순수문학'에 해당된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뇌리에 깊숙히 남아있는 작품 <메밀꽃 필 무렵>. 달빛 아래 메밀꽃이 만발한 풍경, 그 길을 늙은 나귀와 함께 외롭게 걷는 떠돌이의 애환과 사랑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었다. 대화까지는 70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묘사된 풍경인가. 이 부분만 읽어도 달빛이 내리쬐는 메밀밭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랑이 얼마나 애처로웠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람기획에서 '다시 읽는 우리문학'시리즈로 출간된 『이효석 전집 2 단편소설』 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하여 이효석 작가의 다양한 단편 소설을 감상할 수 있다. 책에 나온 작품들은 발표 연대 순으로 나와 있으며 표기는 최대한 '원문'을 살려 실어 놓았다.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하여 <낙엽기>, <성찬>, <개살구>, <장미 병들다> <여수>, <봄 의상>, <엉겅퀴의 장>, <풀잎> 등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줄줄이 나와 있다. 이효석 작가의 문체, 그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소설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메밀꽃 필 무렵>처럼 서정적이고 자세한 묘사가 특징적이며 애잔한 여운이 남는다.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으로 남은 작품도 있고, 인간의 사랑을 냉소적으로 비꼬고 꼬집은 작품들도 있다. 또한 그의 다양한 소설을 통해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사회상과 당시 쓰이던 어휘 등을 상세히 엿볼 수 있다. 성공과 실패, 명예, 사랑과 현실, 글쓰기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이효석 작가의 여러 작품들, 특히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설까지 읽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효석 전집 단편소설』 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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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에게는 「메밀꽃 필 무렵」 작품밖에는 모르지만... 1930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평가받는 작가 '이효석' 문뜩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였을까...... 아직도 그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국문학사의 큰 별들이 남기고 간 대표 문학 작품을 작가별로 만나볼 수 있는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이 이효석 작가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문학 세계를 아우르는 단편 70여 편을 두 권으로 나누어 엮었다고 하는데... 1권에서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 도시적 감수성, 새로운 문학적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고 이번 2권에서는 순수와 서정의 세계가 정점에 이른 시기의 걸작들을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문학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처럼 흐르고, 정서로 남는 산문 서정의 빛으로 완성된 이효석 문학의 정수 『이효석 전집 2』
책에는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해 「성찬」, 「개살구」, 「해바라기」, 「황제」, 「여수」 등 감각과 정서, 언어와 형식이 완숙한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황제」는 말년의 나폴레옹을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장중한 1인칭 소설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효석의 색다른 서사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효석 작가님에 대해서는 '향토 작가'로 기억되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의 다면적인 작품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가 지닌 문학적 감수성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역시나 포문을 열어주었던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아련히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에, 그 여운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는데...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 page 14 ~ 15 달빛 아래 메밀꽃 밭, 그리고 회상... 열린 결말이기에 더 긴 여운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산양」 작품도 좋았는데...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7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 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 page 179 7년간 준보를 짝사랑했던 '애라'. 하지만 친구 옥경이와 준보는 결혼을 하게 되고... "...... 운명이라는 것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슬픈 것, 기쁜 것, 어쩌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 "운명을 생각할 때 진저리가 나구 울음이 나요." "...... 거역하고 겨뤄 봐도 할 수 없는 것. 고지식이 항복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그렇게 돌리구 그렇게 생각할 수밖엔 없겠죠. 슬픈 일이긴 하나......" - page 183 스산한 가을, 애라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7년 동안의 사랑의 일기(지금에는 벌써 쓸모없는 운명의 일기) 그 두터운 일곱 권의 일기장을 모조리 찢어서 염소의 뱃속에 장사 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흰 염소는 애잔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울면서 주인의 운명을-슬픈 역사를 싫어하지 않고 꾸역꾸역 먹는다. - page 186 사랑이란 감정이... 이토록 그리우면서도 애잔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언어의 감각을 그의 문장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풀잎」 작품도 이야기해 보자면... 이 작품의 준보는 작가 이효석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작품을 쓰던 무렵 이효석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 작품 속 준보가 그랬던 것처럼 이효석도 아내를 잃은 후 새집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문학가인 준보와 음악을 공부하는 옥실. 세상의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네두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생각이 왜 그리두 범용하구 옹색한가. 사랑엔 인물 차별과 지경이 없다는 걸 실물로 교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인간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 못하나?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 얼마나 다르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일반이라는 것, 사랑은 자유롭다는 것, 행복은 주위 사람들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의지로 창조할 수 있다는 것...... 이 많은 교훈을 난 말없이 다만 한 번의 행동으로써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네. 학생들은 흔연히 이 교육을 받을 것이요, 그 인간적인 영향과 효과두 백 권의 수신서를 읽는 것보다 나으리. 자네들의 상식 이상으로 이것은 참으로 건전한 생각이라는 걸 알아 두게. 그리구 자네 내일부터 문학 그만두게나. 문학은 인간 되자구 하는 것이지 심심파적으로 숭상하는 건 아니니까." - page 446 ~ 447 맹목적인 사랑을 사랑의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준보.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던 이들의 이야기 역시도 오래도록 남곤 하였습니다. 저는 단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짧아 아쉬움만 남는다고 여겼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짧기에 더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것을, 한 문장 한 문장을 허투루 읽지 않고 곱씹으며 그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효석의 세밀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였기에 더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전집 1도 찾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2권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 저의 어떤 감성을 자극할지 궁금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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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문학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책을 온전히 정복하는 것과 같은 행위일지도 모르겠어요. 흥미 본위의 독서를 즐기는 편인데다가 언젠가부터는 깊은 사색이 버거워졌기에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과 같이 의미 있고, 묵직한 책을 만나면 조금 힘들어지곤 합니다. 문학 소설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지 헤아려 읽어야 하기에 제법 시간도 많이 들죠. 하지만 그렇게 깊이 몰입하여 꼬닥꼬닥 읽어가는 사이에 작가가 펼쳐 보이고자 했던 서사를 온전히 느끼며 저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 가며 온전히 녹아들게 되더군요. 거의 100년 전의 작품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이 만났어요. 이럴 땐 문맥 속에서 유추해 보기도 하고, 각 단편 말미에 붙어있는 주석을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런 게 바로 고전 독서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글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소설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담뿍 느낄 수 있었어요. 이효석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죠. 물론 지금도 온갖 가지 복잡한 일들로 시달리는 우리들이지만, 이때는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이 있었잖아요. 이효석도 처음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향을 보였었지만 나중에는 순수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물론 이런 작풍으로 인한 잡음도 많았지만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바로 이때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서 <이효석 전집 1: 단편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개인에게 내재된 욕망과 슬픔, 좌절 그리고 희망 여기에 자연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함께 그려내어서 문장에서 전해지는 영상미가 참 좋아요. 차례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는지 알 수 있죠.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청소년이라면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모두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어렵거나 약간 선정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작품도 있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15금도 안되는 수준이니 그런 부분은 아예 걱정하지 말고,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면 좋겠어요. 메밀꽃 필 무렵 :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죠. 이제는 장돌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텐데요, 여하튼 떠돌이 장돌뱅이 허생원이 봉평에서 젊은 총각 동이와 동행하며 겪는 하룻밤의 여정 속에서 숨겨진 사연이 살며시 드러나는 소설이에요. 무척 익숙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풍광은 반짝반짝 더욱 아름다운데, 달빛 아래의 장돌뱅이 허생원의 삶과 동이의 서사에 깊은 슬픔이 밀려왔어요. 소설에서 표현하지 않은 부분까지 감정으로 다가온 탓이겠죠. 개살구 : 역시 봉평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인데요, 살구나무가 있는 어느 집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들의 갈등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비교적 긴 소설인데다가 흥미로워서 열심히 읽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이나 결말이 분명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다 읽고 난 후 약간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바로 이 모호함이야말로 이효석 작품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장미 병들다 : 육체적인 관계와 정신적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소설이에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성과 사랑 여기에 질병이 더해지면서 이런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망측한 치료비'라는 표현을 쓰며 에둘러 말했지만, 오히려 직설적으로 병명을 사용한 것보다 더 잘 어울렸어요. 아무튼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게 있구나 싶어서 헛웃음도 나오더군요. 사랑에 속고, 정에 울고, 병으로 좌절하는 이런 일들은 지금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공상구락부 : 백수처럼 한량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허황된 공상에 빠져 살던 사람들이 있었죠. 그중 하나가 몰리브덴이라는 광물 개발에 희망을 거는데요, 여기서부터 이 구락부의 모습이 달라지려나 했지만 역시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겪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의 청년들의 현실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은 슬프고 허무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들은 다시 꿈을 꾸며 삶을 이어가는 걸 보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어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이효석의 귀한 단편 소설들을 다수 수록한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상세한 연보와 사진, 참고 서지까지 함께 구성되어 있어요. 아주 오래전에 국어 선생님께서 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와 시대의 배경을 알면 도움 된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앞뒤로 수록된 모든 정보를 함께 훑어보시면 좋겠어요. 순수와 서정의 작가 이효석의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고 삶의 본질,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을 원한다면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만나보셔요. 제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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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이효석 에 대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다. 문단 데뷔부터 그의 생애 그리고 작품에 대하여 공부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효석 작품에 대한 연민?이 남아 있던터에 다시 그의 작품을 [이효석 전집] 을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도 실렸던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총29편의 단편소설과 부록으로 작가연보가 실려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셍원은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나귀와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는 장돌뱅이다. 가스러진 목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p12 늙은 주제에 암싱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p13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자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믓이 흘리고 있다.p14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먹힐 지경이다.p14 메밀꽂 필무렵은 그의 고향인 봉평의 풍경을 글로 고스란히 옮겨놓은듯 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고 글을 읽다보면 이효석만의 글투가 참 구수하고 맛깔 스럽고 정겹다.. 강산이 몇번이나 변할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읽어도 여전히 감질맛 나는 글투 문투에 감흥하게된다
만보는 면에서 제일 가는 장골이다. 장정의 반나절 일을 식전에 해 버리는 버릇이 있다. 아침바람이 산들하다. 도랑 건너 과목은 물이 온다. 자줏빛으로 무르고 연기와 같이 몸도 녹아 버릴 것 같다.p464 만보는 30 넘은 총각이다. 면에서 제일 가는 장골로 힘도 쎄다. 만보의 힘을 이용하고픈 박 회계원이 만보를 꼬드겨 본다. 그런 만보를 끌어오려고 박 회계원은 선거의 형세를 말한다. 한패는 돈으로 한패는 빛을 내어 농사가 바쁜 계절에 조합장 자리를 놓고 두 패로 갈리어 치열한 경합을 버리고 있다. 만보는 딱히 어느편이 없다. " 한 팔 걷어 준다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줌세" "내 소원을......" 박 회계원은 힘 센 만보를 끌어들여 힘으로라도 다른 패를 이겨보자는 심산인데 만보도 여간내기가 아닌데 회계원은 뭐를줄까 묻는말에 비취를 가리킨다. 회계원은 괴로운 심장이 뒤흔들리는 거 같다. 이효석 특유의 문체와 더 이어질듯 끝나버린 소설의 마무리(끝)는 독자에게 기나긴 여윤을 준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무한대로 펼쳐 소설의 마무리를 짓게 하는거 같다. 소복과 청자에서 은실, 실비아 보다는 훨씬더 부드럽고 여운있고 감미롭지 않소? 이효석의 단편집을 읽다보면 토속적이고 푸근한 시골 풍경이 그려지는듯하다. 또 영문학도 였던 만큼 글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가 사용되고 세련된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 모던 보이 다운 그의 작품세계를 느낄수 있다. 그의 언어예술이 감각적이고 잘 닦여 졌거나 타고났음을 감지할수 있다. 그리고 글을 읽다보면 그가의 추구하는 바를 간파할수 있다. 자칫 선정적일수 있어 보이나 지극히 절제된 남과 여성 성의 정체성, 개방성 그리고 자연, 현실과 미래, 문명과 이기에 대한 그가 바라보는 삶의 모든 영역이 뭉뚱그려 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모처럼 문학작품을 읽어보니 거칠고 메말랐던 마음에 단비가 촉촉히 내린기분이 든다. 왠지 읽고 나면 정서가 정화되는거 같다. 길고 긴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속에 몸을 묻고 한국문학의 큰 기둥이신 이효석의 단편 소설집 [이효석 전집2]를 옛이야기 하나씩 들쳐보듯 읽어보는건 어떨까? 부록으로 작가 연보가 상세히 실려있어 중고등생 학습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문학 전공자에게 참고자료로도 추천한다. #이효석전집 #메밀꽃필무렵 #해바라기 #만보 #이효석 #여수 #컬처블룸리뷰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