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쟁 일기』는 전쟁을 거대한 역사 사건이 아닌 개인의 하루로 끌어당긴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전쟁이 포성과 폭발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느꼈다.
중립국 스웨덴에 살았던 린드그렌은 매일 신문과 편지를 통해 전쟁의 소식을 받아 적는다.
그녀의 일기에는 공포와 분노, 무력감이 숨김없이 담겨 있다.
특히 유대인 학살에 대한 기록은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린드그렌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과 가족의 일상이 전쟁 소식과 함께 기록된 점이 인상 깊다.
삶은 계속되지만 마음은 결코 평온하지 않다는 사실이 문장 사이에 배어 있다.
이 일기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깊이 아프다.
린드그렌은 쉽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그녀는 끝까지 인간의 책임과 양심을 묻는다.훗날 밝은 동화를 쓴 작가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희망이란 망각이 아니라 기억 위에 세워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쟁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현재임을 깨닫는다.
『전쟁 일기』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