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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교유서가 시집 그 네 번째. 기혁 시인의 시집 제목은, 『소설책』이다. 문학평론가 조강석 역시 해설 「레이어드 모노포니」에서 형식과 장르를 교란시키는 이 시집 『소설책』의 특성에 대해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일전에 한 시인이 '소설을 쓰자'라는 표제로 시집을 출간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시집의 제목이 '소설책'인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의 부제목들을 뜯어보며, 평론가는 기혁 시인이 말하는 소설이라는 기표에 대해 살펴본다. '현실이 상상력을 초과하여 말이 재현적 표상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P.183, 「레이어드 모노포니」)'.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표현으로 말해보자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하다는 말이다. 시인은 왜 시집의 제목을 『소설책』으로 했을까. 기혁 시인은 부록으로 꽂아둔 편지에 이렇게 말한다. ''12·3 내란'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소설보다 더 진짜처럼 버티고 있는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쓸 순 없었'다고. ''누가 무엇을 쓴다'는 문장에서 '누가'의 자리 혹은 '무엇'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쓰인 시편들이 바로 『소설책』'이라고. 평론가의 정확한 평론이나 시인의 말도 좋지만, 오점투성이라도 개인적 감상을 조금 주절거리고 싶다. 삶과 삶을 사는 인간이 있기에 텍스트나 플롯은 태어난다. 내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 같기도 하다. 12·3 내란처럼 소설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듯 개인적이고 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내게도 벌어진다. 책을 읽지 않았던 때에는 그런 사건 이후에 버티기 위하여 공허하고 무의미한 행위로 시간을 낭비했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나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소설을 필사적으로 찾아다니며,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고, 분노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내게는 이 시집이 그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유영하는 읽는 사람. 『소설책』이라는 시집은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시'집이 아닐까. / (1) 구원은 언제나 예상 밖의 코트를 걸치고 찾아 ─ 「시인은 독사의 머리를 밟고」 中 (2) 멈춰 선 이야기가 흘러도 흘러가지 않아도 우리에겐 대사가 없고 가야 할 미래만 있고 ─ 「신파 소설」 中 (3) 사람을 이롭게 하던 새로운 말들이 사람을 죽이는 더 새로운 말이 되어 돌아왔고 희망을 노래하던 말은 의미를 갈아입지도 못한 채 폐허의 경계선을 따라 몰려들었다 한다 ─ 「숨은 신」 中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함께 바라보며 살아온 우리에게 기혁 시인의 시는 각자의 삶 속 순간을 비추는 영사기가 되어준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선명하게. 내가 그랬듯 불가해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책을 찾던 독자라면 이 시집에서 많은 문장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를 하며 현재 발간된 총 4권의 교유서가 시집 중 3권을 읽었다. 이번 기혁 시인의 『소설책』은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이 박혀 돌이켜보니 한 권 한 권 모두 다 제각각으로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교유서가 시집'은 지금 하는 이 서포터즈가 언젠가 끝나더라도, 미래에 여전히 내가 시를 평론가처럼 읽지 못하더라도 자주 찾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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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은 제목부터 낯설고 흥미롭습니다. 시집인데 제목이 소설책이라니..! 이건 분명 무언가를 뒤집어보려는 시인의 의도겠죠.
시인님의 편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12.3 내란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소설보다 더 진짜처럼 버티고 있는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쓸 순 없었다.” 이 문장에서 이미 이 시집의 방향이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아주 단단한 다짐이 느껴졌어요. 소설책의 시들은 ‘누가 무엇을 쓴다’는 문장에서 ‘누가’ 혹은 ‘무엇’이 빠져 있는 상태로 쓰였다고 합니다. ‘말하지 못한 이들’의 자리에서 시를 쓰는 시집이란 걸까요?.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부재’, ‘침묵’, ‘분노’, 그리고 ‘증언’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읽다 보면 시보다 단편소설 같기도 한 구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시 「물고기가 아니다」의
라는 문장을 읽으며 저는 ‘도서관 800번 서가의 단골손님’으로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어요. 동시에 “장기 연체된 현실”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 같아서요. 또 「신파 소설」에서는
라는 문장을 오래 붙잡고 있었어요. 이유 없는 슬픔은 어쩌면 가장 깊은 슬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시의 결이 점점 더 거칠어집니다. 기사 제목들이 삽입된 시에서는 현실의 폭력과 불합리를 그대로 끌어와 버리죠.
패션의 언어로 사회를 말하다니. 익숙한 표현이 낯설게 바뀌는 순간, 시는 언어의 새로운 무기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마치 한 편의 역사 다큐처럼 ‘계엄령’과 ‘탄핵’, ‘부조리’를 통과합니다.
라는 문장에서, 저는 시인이 울음을 ‘감정’이 아니라 ‘방어’의 형태로 바라본다는 걸 느꼈어요. 『소설책』은 결코 쉬운 시집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렵기에, 더 오래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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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보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여러 책과 인터뷰를 읽으며 내린 결론은,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여 작품 세계만을 독자적으로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시인이 직접 등장해 "이쯤에서 소설책의 제목을 지우기로 한다"며 텍스트의 세계를 부수고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집에는 시인의 자아가 직접 등장하고, 소설과 비소설, 독자, 서평가 등 책을 둘러싼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 시집은 아름다움을 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숨겨진 부조리에 대해 폭발적으로 고백한다. 그 강렬함 때문에 나는 마치 화가 잔뜩 난 시를 보는 듯했다. 공허함과 무(無)에 대한 깊은 상실감은, 작가가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 소설 속 비극보다 훨씬 더 잔인했음을 짐작게 한다. 특히 계엄이라는 사건이 시인에게 얼마나 큰 분노와 부조리를 던져 주었는지 문장마다 생생히 느껴졌다. 시집에서 마주한 비속어와 섹스 같은 강렬한 단어들이 그 증거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시인이 바라보는 독자의 모습이다. 독자는 작가의 '신맛 나는 삶'을 통해 위로를 얻거나, 지루해지면 주인공(백지)을 구겨버리는 무심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 냉소적인 시선에 찔리기도 했다. 멋대로 씹고 뱉는 소비 방식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느껴졌달까.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음을 달관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쓸모없는 것들을 폭신한 언어의 침대로 바꾸려는 시인의 고단한 의지가 읽혀 마음이 아렸다. 익숙지 않은 시인의 날 선 분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부디 다시는 소설에서도 쓰지 않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시인도 나도, 그리고 우리도, 이제는 거친 파도가 아닌 더 온화함 속에서 유유히 헤엄칠 수 있기를.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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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기혁 #교유당 #교유서가 #싱긋 #교유당서포터즈 #교유단 시집인데 왜 제목이 '소설책'일까? 라는 질문이 들었다면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 슬픔의 신내림을 사랑이라 방언하면서 (44p) 리모컨을 찾는다는 핑계로 남의 집을 뒤지고 싶지만 가정(假定)이 주는 혐오를 견딜 수 없었다 (68p) 그리고 목차부터 재미있으니 부디 그 점부터 맛보고 오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어쩌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의미의 자리에 위로와 이해가 놓이는 날이면 귀하게 여긴 자들이 몰려와 읽고 말하고 울었다 한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고 원망하지 않았으며 혼잣말로도 상처 주는 일이 없었다... 한겨울 취객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게 죽었으나 그것조차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다 한 장씩 찢겨 아무렇게나 뭉쳐진 후 다시 기분의 화로에 던져지곤 했다 오랫동안 그뿐이었다 겨울은 망각의 계절이었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p.36 '교유서가 시집'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소후에 시인의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는 연두색, 원성은 시인의 <비극의 재료>는 빨간색, 리사 시인의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는 핑크색인데, 기혁 시인의 <소설책>은 하얀색이다. 표지 빛깔에 맞는 컬러로 그라데이션을 준 내지가 특히 예쁜데, 이번에는 오렌지빛깔로 내지를 만들었다. 시인은 '12.3 내란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소설보다 더 진짜처럼 버티고 있는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쓸 순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시집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집인데 제목이 '소설책'이라 읽기도 전부터 궁금했다. 시집의 제목이 '소설책'인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데, 이 시집에는 더 놀라운 시가 숨어 있다. 시 한편이 무려 32페이지짜리다. 이렇게 긴 시를 만난 적이 있던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시였다. 또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의미로서의 '소설'에 대한 탐구와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장르에 대한 사색도 담고 있다. 현대시작법, 신파 소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작가주의, 보던 소설 타임스, 문학 연구자, 액자식 구성, 멜로드라마, 독자와 목차, 서평가 등 시의 제목부터 흥미진진한 시집이었다. 나무로 만든 종이 위에/나무라는 글자를 쓰면 슬프다/소설이 되지 못한 나무가 실패한 문장을 접고/접힌 기억이 모여 종이비행기가 되어 날아갈 때/나무의 고향에선 나무끼리 사랑하고/두 발로 걸어가 연인의 어깨를 감싸고/밤마다 초록색 외계인이 찾아오는 꿈을 꾼다는데/이상하지? 씨앗의 자유로움을 기억할 때 잎새는/주어가 되었다가 푸름을 지닌 결말이 되었다가 아슬아슬한/서술어가 되지 -'비소설' 중에서, p.73 '소설책의 쓰임'이라는 시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각종 받침, 표절 연구, 범죄의 모방과 예방, 촬영용 소품, 1인당 독서량이 시력 감퇴에 미치는 원인, 주고 싶지만 받기 싫은 선물, 대중교통 활성화 등 시인의 번뜩이는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집은 글보다 여백이 더 많기에 금방 읽어 버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은유와 상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이 시집은 서사를 가지고 있는 소설처럼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시들로 가득해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아껴 읽고 싶은 시들이었기 때문이다. 수백 페이지로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단 몇 줄로 축약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시'라면, 그렇게 함축된 문장과 문장 사이, 쓰여지지 않은 더 많은 말들이 들려오는 것이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시집처럼 말이다. 다른 맥락에 놓인 문장, 주객이 전도된 상상력, 근거를 잃어가는 소설, 쓰이지 않는 이야기의 결말, 이미지의 비좁은 틈새로 파고드는 텍스트, 소설이 되지 못한 나무... 낱낱의 단어들이 만들어 내는 호흡과 리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가슴을 통과해서 다시 바깥으로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드는 시간이었다. '소설이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시는 금이 간 현실을 미화하는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여러번 읽었던 시집이다.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읽을 수록 행간에 숨어 있는 진실이 보이는 그런 시집이었기 때문이다. 시집에 소설을 불러들인 이유가 궁금하다면,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시집을 만나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