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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라는 작업에 대한 홀대("외국어를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주는 돈이 적어도 하겠다는 번역가는 많다")에도 불구하고 번역가 지망생은 꾸준히 등장하고 번역을 다룬 책도 적지 않게 나온다. 분명히 해 둘 점은 관심의 정도와 연구의 양은 관심의 방향과 연구의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 관련 서적들은 크게 (1) 기성 번역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낀 소회나 그간 축적된 작업원칙(직역과 의역 중 어느 쪽을 선호하나) 등을 다룬 책과 (2) 외국 번역 관련 서적의 번역본으로 나뉜다. 한국의 번역 이론 서적은 대부분 번역시장의 실태나 오역에 대한 안타까운 토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번역이라는 활동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연구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 성과가 일선의 번역가들과 활발하게 공유되어 번역이론에 관한 발전적인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번역하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어느 나라보다 번역서가 많이 출간되는 나라에서 번역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그만큼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비단 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일반인들 뿐 아니라 번역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예비번역가들, 심지어는 일부 직업번역가들 사이에서도 번역을 단순히 언어의 치환으로 보는 인식은 만연해 있다.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작업량이 쌓일수록 ‘번역에 언어의 치환 이상의 임무가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남이 써 놓은 텍스트에 기대어 산다는 비루함을 벗어나려는 번역가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몸부림이 어떤 가시적인 형태로 불완전하게나마 결과물을 만들어오는 데 실패했다. 한국이라는 척박한 번역환경에서 살아가는 번역가들은 지금보다 더 격렬하게 번역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번역이라는 작업은 기본적으로 각개전투다. 공동번역을 계기로 다른 번역가와 의견을 나누고 어떤 룰을 합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번역을 하면 할수록 솟아나는 궁금증을 토로할 기회가 없는, 고독한 작업환경에 놓여있다. <번역하는 문장들>은 내가 그 동안 쌓아두고 방치해뒀던 여러 의문들을 논리적인 언어로 풀어줬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내 말이 바로 그거야!’라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고, 더 깊이 있는 저자의 고민을 들어보며 내 짧은 생각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저자가 어떤 속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고 조급하게 푸념해선 안 된다. 우리는 한국 번역계의 문제를 말과 글로 정의해 보는 시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번역하는 문장들>이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번역이 쉬워 보이는가?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라. 결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번역이 어려워 보이는가? 당신의 모호한 고민이 완결된 문장이라는 실체를 얻을 것이다. 좋은 번역텍스트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이 책에서 시작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