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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뾰족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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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게 다정할 것⟫(유유, 2025)사실 이 책은 제목에 후킹 당했습니다. 마치 활자가 움직이며 저를 혼내고 있는 듯했거든요. '넌 뾰족한 건 지구 일등인데 다정함이라곤 1도 없으니 이 책을 읽고 다정함을 좀 배워!'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씨리얼' 채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90년대에 저널리즘을 전공해서 레거시 미디어의 문법에 익숙한 제 입장에서 90
"다정한 뾰족함에 대해" 내용보기
⟪뾰족하게 다정할 것⟫(유유, 2025)
사실 이 책은 제목에 후킹 당했습니다. 마치 활자가 움직이며 저를 혼내고 있는 듯했거든요. '넌 뾰족한 건 지구 일등인데 다정함이라곤 1도 없으니 이 책을 읽고 다정함을 좀 배워!'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씨리얼' 채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90년대에 저널리즘을 전공해서 레거시 미디어의 문법에 익숙한 제 입장에서 90년생 저널리스트의 이야기 전달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신방과 신규 전공과목으로 막 생겨난 '뉴미디어'라는 바다를 작은 배를 타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누비는 신혜림 PD의 콘텐츠는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뭔가 달랐거든요. 뉴스는 스트레이트함이 생명인데 뉴스를 이렇게 말랑하게 전달한다고?

그 다름의 정체는 책의 제목을 관통하는 '다정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최소한의 시민>(디플롯, 2024)과 <다이내믹 코리아>(사계절, 2025)에서도 신혜림 PD의 글을 읽었지만 공동집필한 책에서는 올드보이들의 기세에 눌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거침없이 마음껏 풀어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씨리얼이라는 채널 자체가 2030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라 책 역시 2030을 향해 뾰족하게 향해 있어 4050인 저는 타깃 독자층에서 살짝 비켜나 있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의 일과 농민을 발굴하고 취재하고 과일을 파는 과일장수의 일은 다른 듯 하지만 놀라울 만큼 닮아있습니다.

⟪30초 안에 터지지 않으면 채널은 돌아간다⟫저희 세대 유명 피디가 94년도에 쓴 책 제목인데 유튜브 시대에서도 피디들은 동일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도 났습니다. 뭔가 세대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시청 지속시간에 따라서 영상의 확산성를 결정하기에 인트로에 생존이 걸려 있다는 점만 조금 다를 뿐.

최근의 독서는 그동안 살면서 놓치고 지나간 것들을 찾아내서 건져내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잘 알고 있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들, 찬찬히 복기해 보니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갖고 있었던 그물이 얼마나 허술하고 듬성듬성했는지 깨닫는 요즘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도 제가 놓치고 있었던 몇 가지를 찾았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튼 결론은 씨리얼팀에게 보내는 무한한 존경과 박수.인상 깊게 읽은 문장 몇 개를 소개합니다.

"자기 색깔을 만들면서도 그 안에 갇히지 않기" 

"다른 생각을 마주하는 작업은 늘 어렵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필요한 시대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오랜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단순화하자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을 변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요약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모든 것을 대신해 보여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d*****n 2025.1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