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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었던 시절, MBC에서 '가공할 미래전쟁(원제 : FUTURE WAR 198X年)'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난다. 냉전 말기 일촉즉발의 상황을 유지하던 미소 양대국이 결국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벌써 30년이나 지난 고전 애니메이션이지만 지금 봐도 굉장히 사실적이다. 독일 중부 평원을 뒤덮는 거대한 소련군의 기갑 부대와 나토군 간의 치열한 전투, 쌍방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파리, 도쿄, 모스크바,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에 떨어지는 장면. 또한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애니에서는 스타워즈 계획이 성공하여 소련의 핵미사일을 요격한다. 전 세계의 절반이 폐허가 되고서야 비로소 전쟁은 끝난다. 애니메이션은 그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그 뒤의 세계는 말그대로 산자가 죽은자를 부러워하는 세상(The quick envy the dead)이 되어 수억명의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냉전이 끝난 지 20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에 와서 본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핵무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허술하게 다루어졌고 핵전쟁의 경고가 미소 지도자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수단도 부족했다.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질 위기가 수없이 존재했다. 그 중에서 냉전 시절 최악의 위기가 바로 1962년 10월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관련해서 수많은 서적과 논문들이 있으며, 국내에도 셀던 스턴 교수의 《존 F. 케네디의 13일》이나 로버트 케네디의 회고록 등 몇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나는 그 책들을 빠짐없이 읽었고 이전에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신 그 책들은 케네디의 비밀 녹취록이나 한 사람의 일방적인 증언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쿠바 미사일 사건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데 한계가 있다. 쿠바 미사일 사건의 당사자는 미국만이 아니며 소련과 쿠바라는 상대가 엄연히 존재하였다. 또한 소련이 왜 미국의 턱밑에 있는 쿠바에 굳이 핵무기를 배치했는가 등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한 이근욱 서강대 교수가 쓴 《쿠바 미사일 위기》역시 1950~60년대 양극 체제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훌륭하게 다루고 있지다. 그 중에서도 얼마전 모던타임즈에서 출간한 《0시 1분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린 논픽션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모던타임스에 나온 신작《0시 1분전》은 그동안 워싱턴 백악관의 케네디 집무실을 무대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모스크바와 쿠바, 런던, 베를린, 알래스카, 북극까지 전세계를 무대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저자 마이클 돕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저널리스트이며 냉전 전문가이다. 특히 《0시 1분전》은 LA타임스 올해의 역사서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맨하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인류의 운명을 우려하여 1947년 이른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여기서 0시는 인류 멸망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제목, 0시 1분 전이란 말 그대로 인류 멸망의 코앞까지 갔던 순간이란 뜻이다. 지금의 시대에 사는 우리의 대부분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일촉 즉발의 순간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흘러갔으며 평화롭게 해결되었는가. 마이클 돕스의 《0시 1분전》은 미국이 쿠바에 소련군의 미사일이 배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1962년 10월 16일 오전 11시 50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워싱턴과 모스크바, 아바나 등을 오가면서 긴박한 상황을 시간순으로 서술한다. 약 12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과 긴장감은 마치 톰 클랜시의 소설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쿠바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기습 배치했다는 사실을 안 케네디는 경악한다. 물론 미국 또한 터키에 핵미사일을 배치하여 소련을 위협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1년 전 피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CIA의 주도로 피그스만 작전을 결행했다가 호된 망신으로 끝났고 그 뒤에도 쿠바를 계속 위협해 왔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단 한가지였다. 1812년 영미 전쟁 이래 미국 본토가 처음으로 적의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흐루시초프가 어떤 의도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인가였다. 하지만 케네디는 한가지 사실을 무시했다. 진짜 위험한 존재는 흐루시초프가 아니라 카스트로였다는 것을.
당시 중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폭력적인 혁명가들과 마찬가지로 극도의 편집증과 과대망상을 가진 피엘 카스트로는 전쟁이 나더라도 잃을 것이 없었다. 설령 핵전쟁이 벌어져 조국 쿠바는 물론이고 전 지구가 불바다가 되고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망설이거나 두려워할 위인이 아니었다. 치킨 게임이란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죽는 것이지만 그는 절대로 먼저 꼬리를 내리기는 커녕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핵전쟁의 위험을 절감하고 있던 케네디와 흐루시초프와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쿠바에 있었지만, 미-소 양 강대국들은 이 작은 약소국은 배제한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커티스 르메이 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펜타곤의 강경파들은 당장이라도 공격해야 한다며 호전적인 발언을 거듭하는 사이, 흐루시초프 역시 쿠바에 핵잠수함과 소련군을 증파하고 핵미사일 기지 건설을 강행하였다. 쿠바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가 대공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었다. 또 한대의 정찰기는 소련 영공을 침입하였다. 우발적이기는 했지만 상황은 점점 일촉즉발으로 치닫는다. 10월 27일 토요일 오전 10시, 미국 전략공군사령부는 핵무기의 동원령을 선포한다. 핵무기를 탑재한 B-47, B-52 전략 폭격기는 일부는 공중에서, 일부는 활주로에 대기한 채 공산진영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할 준비를 한다. 또한 ICBM에도 액체 연료가 주입되었다. 오후 6시 30분 전쟁의 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쌍방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모든 무기를 겨눈 채 전면전을 각오한다. 1950년대 이래 핵전쟁의 경고가 반복되었지만 막상 국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준비는 없었다. 대피호도, 식량도 부족했다. 아마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몇시간 뒤, 또는 다음날 인류의 절반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흐루시초프가 소련 수송선에 회항을 명령하였다. 양측의 지도자는 자존심을 고집하는 대신 인류를 위해 양보를 선택하였다. 쿠바인들은 마지막 순간에 소련에 배반당했다며 격분했지만, 그 선택이 자신들은 물론 전 인류를 불지옥에서 구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문헌과 관련 자료, 100명이 넘는 관련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현지를 조사하였다. 또한 저널리스트답게 꼼꼼한 취재력과 읽기 편한 문장으로 매우 흥미롭게 재구성하였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유명한 언론사들과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 등 저명 인사들이 "어떤 역사서도 이 책이 이룬 성취에 필적할 수 없다"라며 극찬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미소 양측이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고 위험을 과장하여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한 것은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보완한 덕분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내일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했을 때 우리 정부는 과연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역대 정권들이 반복했던 것처럼 당장 무마하는데 급급하여 국민의 불신과 북한의 더 큰 도발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맞불작전으로 맞서 전면전의 위험마저 감내할 것인가.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사를 되짚는 것을 넘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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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돕스 저, 박수민 옮김의 '0시 1분 전'은 기존에 쿠바 미사일 사건을 다루었던 수많은 글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것이 얼만큼 조심스러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명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책의 후기에서 볼 수 있는데, 작가는 91년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문서를 비롯하여 세계의 수많은 자료들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만나 끈기 있게 인터뷰하며 모은 자료들을 교차 검증하면서 기존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편향성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다. 이러한 성실함이 파편처럼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훨씬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껏 누구도 제공하지 못한 이 사건에 대한 설득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진실을 엄밀하게 검증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픽션적 요소-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가 글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 준다. 가령 작가가 11장 '몇몇 개자식'에서 다룬 U-2 조종사 몰츠비가 10시간에 걸친 초긴장 상태의 조종 끝에 알래스카에 도착했을 때 '눈 위에다 터지기 직전까지 간 오줌보를 비우는'것을 볼 때,독자 역시 함께 그 오랜 인내 끝에 한번에 느껴지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글쓴이가 얼마나 재치있고 실감나게 글을 쓰는 사람인지 깨닫게 해 준다. 이와 관련하여 케네디를 비롯하여, 흐루쇼프,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 많은 이들이 엄청나게 기대할 만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을 인간적으로, 매우 인간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다룬 이 책을 읽는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이 사건의 다양하고 다각적인 배경들을 통해 독자를 때론 백악관으로 때론 크렘린으로 또 아바나로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만든다. 특히 독재로 인해 거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쿠바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필자의 관심을 자극하고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끝으로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냉전 시대 초강대국들의 틈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부터 참모진, 국민 모두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초강대국들 사이에 섬처럼 끼어서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 현실을 돌아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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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페이지가 넘고, 가격도 비싼 책이지만 다 읽고 나서 보니 최고의 논픽션을 잘 읽었다 생각합니다. 마치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는 듯 실감나고, 흡입력이 대단함을 느낍니다. 단순히 알게되었던 쿠바사태의 배경을 잘 알 수 있고 미국,소련, 쿠바의 균형적이 시각이 어서 신뢰감이 보입니다. 또한 케네디 대통령의 인류를 위하는 진정성을 알게됩니다, 우리나라 위정자들도 필독하여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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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냉전이 막 시작되던 때. 서로 핵무기가 개발되고 서로를 겨루기 시작했을때. 이 무기가 세계를 멸망시킬 무기라는 것을 모두가 깨닫기 전의 세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계가 멸망할수도 있었던 그 위기를 잘 알려주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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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는 이제는 무척이나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그 사건의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케네디와 흐루쇼프가 세상을 떠난지가 꽤 지났고, 그 사이에 세계는 여러 사건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당시의 당사자였던 두 나라인 미국과 소련 중에 하는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도 이 사건이 너무나 오래전 일처럼 느끼게 하는 큰 이유일 것이다. 이미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그 사건들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이 사건을 역사책 속으로 퇴장을 시킨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미국은 상당히 긴 시간동안 봉인이 되어 있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 공개가 되고, 그 공개와 함께 다시 한 번 그 역사적 사건을 다시 만나게 된다. 특히나 이 사건 당시의 당사자들이 많이 사라진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사건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0시 1분 전은 바로 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제대로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무엇보다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을 보여주기 보다는 미국와 소련 그리고 쿠바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것은 역시 이 한반도에서도 그 비슷한 위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0시 1분 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로 지금의 위기에 대한 작은 해법, 아니 지금의 사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0시 1분 전은 사실 여러 부분에서 지금과 닮아있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여러가지로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당시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아니 한걸음을 물러서면 역사의 반복처럼 이 두 사건의 비슷한 부분을 분명하게 만나게 된다. 그것은 이 책에서 자세하게 다루어지는 미국의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따라가면서 더욱 더 선명해진다. 왜냐하면 그 해결방법들을 우리는 바로 현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0시 1분 전은 바로 그 지점에서 현재에게 무척이나 많은 것을 던져준다. 바로 전쟁 직전의 상황 속에서 그 사건을 마무리하는 혹은 해결하는 유일한 존재들이 바로 케네디와 흐루쇼프의 역할이었다면, 바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케네디와 흐루쇼프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셋 그리고 넷 혹은 여섯에게 적용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이들 중에 이념에 사로잡힌 인물은 단 한 명이고, 그가 가장 발언권이 적다는 것은 축복처럼 느껴진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은 케네디와 흐루쇼프가 이념에 갇히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핵 전쟁에 가장 가까이 갔던 그 시절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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