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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인생은 지나간다라는 제목때문에 선택한 책이었고 받아본 여러권의 책중에 먼저 손에 든 것도 제목 탓이었다. 작가가 누구인지,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처음 책을 내 무릎에 올렸을 때 표지에서 받은 느낌은 아련한 그리움이었다. 알루미늄 도시락의 기억과 추억을 통과해 인생은 지나간다라는 글귀는 잠시 첫장 넘기길 주저하게 하였다. 첫장을 넘겨 끝까지 읽고나면 지나간 내 인생의 추억때문에 삶이 나른해 질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물동이, 양변기, 테레비, 자동차, 연필, 시계,등등 하나의 추억을 지나칠 때마다 맞아! 맞아!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 속 울림이 급히 다음의 추억을 만나게 했다. 내가 기억하는 테레비의 관한 추억은 작은 슬픔이었다. 세들어 살던 주인집에 흑백 테레비가 있었는데 하루는 다섯살이었던 남동생이 김일 레스링 중계를 보다 주인집 아이와 싸움이 나서 그만 코피를 흘리고야 말았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언제나 세들어 산다는 이유만으로 동생이 잘못했다고 하곤 끝을 내는 아이들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일은 참고 있던 아버지의 화를 돋우었고 급기야는 그날로 우리집 안방에 테레비가 가장 돋보이는 자태로 냉장고가 들어온 수년뒤까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가정환경 조사서에도 자신있게 동그라미를 칠 수 있게 해 주었다. 책에 쓰여진 추억외에 차장이 오라이하던 만원버스,쪼그리고 앉아 부서질까 애쓰던 뽑기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이 시집간 누이가 친정오는 일처럼 반가울 것 이다. 작가와 독자로써 많은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인상깊은구절] 햇살이 천천히 천천히 방 문턱 위로 숨가쁘게 내려앉으면서 장독대 주변의 자줏빛 과꽃과 맨드라미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각각의 나이를 가진 여럿의 어린 내가 방안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던 것처럼, 장독대 주변엔 어느새 계절과는 상관없이 어린 날 내가 보았던 모든 꽃들이 아우성치며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장독대는 빨갛고 노랗고 흰꽃들로 가득 들어찼다. 온통 꽃천지였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숨이 막혔다. 아침볕이 내 이마와 어깨 위에 떨어져 내렸다. 눈이 부셨고 어깨가 따뜻해졌다. 순간, 어디선가 뎅, 하는 괘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계소리는 그치지 않고 열 번을 쳤다. 눈이 부셔선지는 몰라도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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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모든게 휙휙 지나간다. 모두가 그런 세태속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을려고 숨쉴틈없이 앞만보고 달려간다. 이런 환경속에서 이 책(인생은 지나간다)은 과거를 돌아보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줄 뿐아니라 공감을 가지게 했다. 이 책속에서처럼 내가 작가선생님께서 느끼고, 보고, 듣고, 경험했던 일들은 비록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이 책을 읽고 있었던 동안은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도 가끔은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나 동생들한테 "내가 어릴 때에는"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말로 끝낼 때가 있다. 요즘 초, 중, 고등학생들은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술래잡기같은 놀이는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뿐이랴 여러가지 면에서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이 그 옛날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한다. 나도 그것에 동감한다. 하지만 옛날을 떠올려 보면 한없이 푸근하고 여유가 생긴다. 추억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를 짓고, 그때의 친구들이 하나둘 생각이 난다.
우리 모두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을 살고 있는 것은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현실에 충실하며 미래를 꿈꿔야 하겠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여유를 가진다면 좀더 행복하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아, 그곳은 아직 내 흔적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제는 떠났으니, 내 집이 아니니 새삼 미련을 가질 필요 있나 싶어 명절에 고향엘 들러도 그냥 먼발치서나마 바라보던 집이었다. 하지만 비록 다낡아 삭막해진 집이었을망정 아직도 내 흔적들은 구석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
| 인생은 지나간다. 그리고 사람은 스쳐간다. 옛날 물건들과 작가의 옛 추억들이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전해지는 이 책은 먼저 사서 친구에게 선물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이상하지 왜 그런지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했다는 것은 무지 재미난 일이다. 조금 어울린다고나 할까? 아무튼 산 가격만큼이나 비슷한 구김과 헌책 냄새가 가득한 이 책은 그렇게 내 손으로 들어왔고, 그렇게 내 안에서 읽히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지나간다는 것, 시간이 사람을 그렇게 지나가게 한다. 공간은 변하되 없어지지 않지만 시간은 사라지는 것만 같고, 같은 곳을 사람들이 왔다가 떠나고 내가 만났다가 또 그렇게 떠나오고 그런 것 같다. 언제나 옛날의 시간을 묶어 둘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말해 주는 물건들은 이상하게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자기 식으로 묶어놓게 한다. 이 책의 물건이 그리고 작가의 기억들이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읽히게 하고, 마치 나의 삼촌의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게 한다. 아름다운 일상, 그리고 그렇게 지나가고 잊혀지는 것들을 다시 부여잡는 것은 때론 마음이 여려서 일 수도 있고 집착이 강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빠르게 바쁘게 산다고 해서 그 인생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듯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마음이 답답한 이들일지도 모르겠다.나도 누군가를 스쳐 어떤 시간대를 스쳐 여기에 왔겠지만 그 잊혀져가고 지나가버린 시간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싶다. 이 책의 작가처럼, 그리고 이 책 안의 또 다른 나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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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추억이 깃들인다. 그 추억을 통과해 인생은 지나간다. 책 표지의 제목에 주석처럼 붙어 있는 말이다. 덧붙일 것도 없이 하물며 뺄 것도 없이 우리 인생은 그렇게 지나간다. 구효서의 소설은 아닌 책 『인생은 지나간다』, 처럼. 책은 모두 스무 개의 사물들에 대한 작가의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동이에서 시작해 양변기, 테레비, 세고비아 음반, 거울, 의자, 자동차, 주전자, 연필, 시계, 책, 젓가락, 전화, 종이, 라디오, 책상, 담배, 도시락, 사진, 주걱까지.작가의 어린 시절로부터 비롯되었으나 책을 쓰는 그 시점에 유리에 낀 성애처럼 작가의 머리 속에 흡착된 듯한 사물들
하지만 이런 추억의 사물들 쯤 나는 뭐 안 가지고 있을라고. 추운 겨울 마루바닥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리던 팽이,에서 초등학교 2학년 즈음이던가 아랫집 여자애와 같이 덥고 자던 보푸라기 잔뜩 일어 있던 이불,그리고 밤새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여자아이와 함께 나간 놀이터에서 괜스레 점프를 해서 잡아 보던 철봉, 국민학교 졸업식날 사진 찍기 직전 부리나케 학교를 찾아온 극성스런 엄마 덕분에 아이들의 시선 몽땅 받아가며 갈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그 체크무늬 남방, 구두쇠로 이름난 아버지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사다 주신 양편에 있는 바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야 했던 오락기(학교 앞에서 이 오락을 하려면 30원인가 20원이 있어야 했다),
어느 일요일 점심 라면이 불어터지는 것도 잊은채 그 위에 올라가 아버지로부터 회초리 세례를 받아야 한 다리 튼튼했던 호마이카 밥상, 사촌누나와 결혼하기로 한 육군 중사였던 예비 매형이 갖다준 내 인생 최초의 샤프펜슬과 하얀색 A4용지, 양파 뿌리 내리는 실험을 위해 학교로 가져갔다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그만 깨뜨리는 바람에 집으로의 귀가 시간을 서너시간 연착시킨 눈물의 유리컵까지. 과거로 시간을 돌리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의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내용들이 잔뜩 실려 있는 책이다.
무진장 오래된 골동품 같지야 않지만 제 인생의 족적 홀로 거들먹거리며 돌아보기에 적당하게 제공되는 소재들, 겁없음을 턱시도 나비넥타이 같은 치장으로 여기던 어린시절의 담력 게임처럼 날것인 추억들, 삶의 구석구석에서 길어 올리는 사물들,통과했으나 그 통과했음에 둔감했던 상황들,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수족관 속처럼 부유하는 예를 들면 "심지어 사랑에 빠진 사람 중에는 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그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상대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은 거울에 불과한 것이다.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자신마저 자신이 아닐 때 우리가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와 같은 사념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볼 게 많고 들을 게 많고 할 게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었던 시절이라 하여 영 삭막하고 재미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머리 속으로 그리는 세상이 더 아름답고 신기하고 행복했던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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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부르는 나이는 좀 쓸쓸한 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이 생기는 나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부질없는 후회나 회한을 갖는 나이, 그때 내가 그랬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쓸데없는 가정을 해 보는 나이. 그래서 나는 사실 추억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그러한 추억과 관련된 사물들이 많이도 담겨 있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들, 그런데 아직 쉰은 되지 못한 사람들, 그 시절이라면 누구나 대충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다들 그렇게 힘들고 다들 그렇게 열심이었던 나날들. 그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또하나의 생명체로 살았던 낯익고 정겨운 사물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유한 옛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매개체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만의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 이미 나와 있는 것 말고 뭐가 없을까. 내 어릴 적을 돌이켜 줄 그 무엇. 생각해 보니 나는 이 작가보다는 조금 늦게 세상을 살아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집에 처음 텔레비전이 놓였던 적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고, 중고등학교 때는 김자옥의 사랑의 계절을 듣노라고 저녁 8시 40분만 되면 라디오에 귀를 박고 살았다. 그 때 그토록 감명깊었던 사랑 이야기들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그림자로 남아 가끔 나를 한숨짓게 만들기도 한다. 고교야구는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박노준과 김건우가 나오는 선린상고와 성준이 있는 경북고와의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의 스포츠 중계석을 하는 늦은 밤 시간에는 그날의 고교야구 하일라이트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아참, 대학가요제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대학가요제 실황을 우리는 공테이프에 녹음을 했었다. 그리고는 다음해 대학가요제를 다시 할 때까지 그 테이프를 들으며 노래들을 익혔다. '꿈의 대화'나 '바윗돌' 같은 무수한 명곡들.... 나는 기껏 책을 한권 읽었을 뿐인데 나의 상념은 이대로 끝이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추억은 다른 사람의 것대로 아름다우리라. 나는 또 나대로 나의 추억에 젖는다. 이미 잊었던 것, 몹시도 잊고 싶었던 것, 그러나 영 잊혀지지 않는 것,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잠시나마 푹 잠겨 있을 수 있어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읽고 난 한참 후까지도. [인상깊은구절] 심지어 사랑에 빠진 사람 중에는 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상대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은 거울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자신마저 자신이 아닐 때 우리가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유래와 종족을 알 수 없는 숱한 왕자나 숱한 공주만을 보고 사는 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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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그동안 집안의 맏이로써, 할머니가 가지고 계시던 짐들과 어머님이 가지고 계시던 짐들을 그분들이 떠난 지금, 더 이상 끌어안고 있지 못하고 결국 아파트라는 좁고 말끔한 공간에는 창고나 시렁, 고방이라는 것이 없기에, 결국은 버리게 되었다.
손틀, 옹기, 숟가락, 옷장....
나는 아까워하고 안쓰럽게 움켜쥐고 있지만 집사람은 조금 용감하다. 버리고, 일년가도 한번 입지 않은 옷은 버리고, 일년가도 한번 안읽는 책도 정리한다는 주의다. 그래서 나도 이제 버린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때면 가슴이 찡하다. 잊혀저 가는 것과 잊혀지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구효서의 책은 믿음이 간다. 이 책도 그러하다. 소박한 사진과 깔끔하게 잘 손때가 묻은 옛물건 같다. 이런 책을 통해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내에게 야단맞은 내게 친한친구가 위로의 술을 사는 것 같다.
이 책이야기를 해보자. 책머리글이 참 좋다. 모든 사물에는 추억이 깃들인다. 그 추억을 통과해 인생은 지나간다. 서론이 참 사색적이면서 공부한 흔적이 깊게 서려있다. 곰삭은 생각들이 그가 얼마나 인생과 추억, 기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공부했는지 잘 말해준다. 수십권의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서적과 철학-인식론과 존재론 등의 책들이 거기에 깔려있음을 본다.
하나 하나의 옛 물건마다 옛기억-내 생장의 기억창고-이 숨겨져 있다가 풀려나온다. 내가 죽으면, 그것은 잊혀져 가는 것이 되고, 창고속에 먼지를 덮어쓰고 사라져간다.
양변기의 깨끗함이 주는 사고의 충돌에 대한 기억은 하나의 문화 충돌론으로도 손색이 없는 보고서이며 음반을 살 때 이름을 몰라 매번 잊고 말던 일에서는 작가의 소심하면서도 소극적인 삶의 자세가 우러나 있고 거울과 누나와 거울의 역사를 쓴 거울은 한편의 완결된 좋은 수필이며 주전자에서는 술심부름으로 이순원과 똑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는 길거리나 포장마차에서 들을 수 있는 추억담이다. 신동소릴 들으며 등장했던 연필, 길고 중요한게 왜 '시'가 아닌 '분'을 가르켜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던 꼬마신동과 시계에 대한 추억.-자신이 탄생한 시간을 노모를 통해 조르다가 '해가 방문에 걸릴때였다'는 말을 듣고 시골로 가서 그 생일날 해를 관찰하는 진지한 모습. 도라지꽃 누님의 종이에 대한 애착.
하나같이 앞서고 뒷서면서 내기억속에도 한보다리씩 추억거리를 만들어 놓고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종합보고서이다.
그 속에 언젠가 우리가 내가, 통째로 들어가 있겠지. 그 많은 책들을 사서 한번 읽고는 다 어떻게 하려고 쌓아놓느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책에 밑줄을 긋고 낙서를 한 후 책장에 집어넣는다. 구효서의 재떨이가 그러하듯이 이 책이 언젠가는 다른사람에게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으로 남게 되겠거니 하면서... 그렇다. 죽음은 생물학적인 운동의 단절이 아니라 기억속에서 역사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글머리에 다 알다시피 영화는 원래 소리가 없던, 움직이는 그림이었거나 사진이었다. 편집이 없던 시절에는 그나마도 무언극을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다. 소리는 물로니고 장면변화와 클로즈업도 없었다. 색깔이 생기고 서라운딩 사운드가 생기고 공간비약과 세부확대가 가능해진 것이 요즘의 영화다. 장차는 바람과 구름과 비를 맞을 수 있고, 기온을 느낄수 있으며, 냄새가지 맡게 된단다. 기억이라는 것도 그렇다. 기억은 색깔과 소리와 냄새도 없이 깊고 어두운 두뇌 한 귀퉁이에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밝은 빛 아래 꺼내어 놓아야만 비로소 새깔과 소리와 냄새가 서서히 재생되는데, 이처럼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를 추억이라 한다. 일단 추억이 발동되면 정지되었던 그림이 움직이고 거기에 천연의 숨결들이 마구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시네마스코프에 걸린 1백년 이상의 시간을 단 1분으로 압축한 것만큼이나 빠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를 추억할 때, '파노라마처럼'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표를 사서 영화관 문엘 들어서야 하듯, 과거를 추억하려 무언가를 통과해야만 한다. 책이며 거울이며 주전자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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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침에 세수를 하고 집사람에게 '구루모'를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대꾸가 없더니 이내 까르르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세상에 구루모란 말을 쓰는 사람도 다 있냐는 것이다. 평소엔 쓰지 않던 말이었는데, 그 날은 왜 갑자기 나도 모르게 '구루모'란 말이 나왔을까?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가 적잖이 놀라곤 한다. 아마도 잠재의식속에 내재된 말이 무의식 속에 참다 못해 튀어나온 것일까? 그러나 구루모란 말을 집사람이 당장 이해하는 것을 보니, 역시 나와 같은 시대와 삶을 공유한 적이 있었던 사람이란 생각에 그저 반갑기만 하다.
구루마, 테레비, 양은 주전자, 마호병, 아이스케키, 그리고 구리모(사실 나는 구루모라고 불렀었다.) 등등...
이 책속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언제 부터인가 주변에서 사라지고 접하기 어렵게 된 단어들. 하지만 내 어렸을 적엔 존재했었던 것들...
지금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왕짜', '캡이야', '허접하다' 란 말들을 내 지나간 유년시절에 또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면 이해할 수 없듯이 유년기에 나와 함께 성장했었던 말들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어찌 이해하겠는가? '쓰메끼리', '변또', '니아까', '시발택시', '마실 간다' 등등. 그래서 이렇게 인생은 지나가고 쌓여가는 나이 만큼이나 사라지는 것들도 있나보다.
편안한 책이다.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고 단숨에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맞아 맞아"를 몇 번이나 나도 모르게 되뇌었던가? 참으로 편안하고 재미가 있었다. 아니 재미있다고 단정짓기엔 인생의 흘러간 시간들과 삶의 질곡이 너무 가벼워 보이는 것만 같아 그 표현은 싫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마치 술잔을 마주 대하고 살아 온 인생여정을 가식 없이 편안하게 주고 받은 느낌이다. 꼭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주인공이 살아온 여정을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전혀 책을 읽었다는 느낌이 안드니 신기하기만 하다.
하마터면 기억의 저편에서 갈듯 말듯 망설였을 소중한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금 내게로 되돌려 준 고마운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내 팔에 힘이 빠져 나간 틈을 타 기춘이가 오징어포 한 조각을 매처럼 낚아챘다. 번개같이 빠른 동작이었다. 빼앗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일기도 전에 기춘이의 손이 먼저 반사적으로 움직인 것만 같았다. 걔도 그게 그토록 먹고 싶었던 거고 그래서 그렇게 빨랐을 것이다. 멀어지는 오징어포를 따라잡는 내 시선도 만만찮게 빨랐다. 그러나 내 눈은 기춘이의 입과 그 입 속으로 사라지는 오징어포를 절망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 조각의 오징어포가 볏섬 만하게 커 보였다. |
| 하나씩 없어지는 걸 겪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을 치는 말이었다. 작가는 자신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앉을께가 드디어 자취를 감추었을 때... 자기의 곁에서 사라진 사람과 사물을 떠올리며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예기치 않은 떠남앞에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떠나보냄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고.. 다만 우리는 그 사람과 관련된 사물과 연관해 그들을 추억할 뿐이다. 구효서의 < 인생은 지나간다 > 는 이런 추억되살리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추억의 매개체가 되는 사물들이 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이고, 고풍스럽다. 작가와 비슷한 세대라면 특히 더 공감할 내용이 가득하다. 동네에서 하나밖에 없었던 '테레비' - 그 마법같은 상자앞에 앉기 위해 뻔뻔함을 무릎쓰고..저녁까지 친구집에 눌러붙어 있던 기억들.. 분명 집에 테레비가 없었는데도, 드라마 여로의 장면들을 기억하는 걸 보면 , 나도 작가만큼 테레비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유년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주전자 꼭지로 자꾸 찰랑거리며 흘러나오는 막걸리를 처리하는 방법은.. 입을 대고 마시는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땐.. 다소 빨개진 볼을 하고 있었던 어린 여자아이.. 내 음주의 역사는 그때 시작된 게 아닐까? 흑백의 사진들과 잘 어울려.. 맘이 한없이 느긋해지는 읽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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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본 순간부터 그랬다.
첫 표지에서 부터 느껴지는 아릿한 내음..바로 향수의 내음이다
어렸을때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작은 사물에서도
느껴지는 나의 어렸을쩍 내음인것이다.
특히 지은이 구효서는 나와 비슷한 지경에서 자란 것같은데
거기에서 나의 동감은 더욱 커졌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졌다.
이유인즉 한장한장에 묻어있는 추억을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다 읽어버린 추억의 책에서 나는 웬지모를 포만감을
느낀다. 마치 어렸을적 찍었던 바랜 사진들을 보듯 이 책에서
느낀 추억은 몇천원의 책값으로 누릴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었다. [인상깊은구절] 술을 빼고 주전자를 떠올릴순 없었다. 요즘은 주전자에다 물이나 끓여 먹는다. 분명히 말하건대,주전자는 술을 데워 먹는 물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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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지나간다.. 20대 초반에 머무르고있는 내 나이에 비하면 어쩌면 아직은 때이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회상할 나이가 아직은 안되었다고나 할까... 그치만 이 책의 작가가 살았던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시선을 끄는것은 당연할것이다.부모님들이 이야기하실때 그저 그렇게도 살았었구나 하고 상상만할 뿐 경험에서 우러나는 그런 아련함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
이 책은 사물 하나 하나가 과거로 연결되는 통로역할을 한다. 그가 회상해내는 사물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나는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것이다.내가 나이가 어느정도 지긋이 들었더라면 그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신기할뿐이다. 골동품가게에나 가면 볼 수 있을만한 그런 물품들도 많은 거 같다.
조금 실망했던것은 주된 하나의 주제에 관련없어 보이는 , 삼천포로 빠진다고하는 그런종류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지루하기도 했다.예를 들어 "도라지꽃 누님"에서 그가 누님에 대해 썼던 이야기들이라던가..(이건 솔직히 책 홍보하는 종류의 내용으로밖에 읽혀지지 않았다).대부분의 책들이 그렇겠지만 이런종류의 산문집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과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그게 책의 집필 방향이었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첨부되었으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 완벽한 반사를 가져왔을 놀라움과 충격은 사람의 심장을 멎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거울인것이다.흔해졌지만 거울은 여전히 "나"를 완벽하게 반사해 "타자화"시킨다.이것이 거울의 본질이요 가치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싯귀라도 읊어 보는 게 어떨까. '아.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이 아니라, '아.누구인가 수은을 맨 처음 평면유리에 칠할 줄 안 그는'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