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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를 만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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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를 만나며.....   2000년 2월, 2003년 3월 두차례에 걸쳐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했다. 첫 루트는 베이징에서 출발, 만주를 거쳐 모스크바-바르샤바-베를린-파리-런던 일정이었다. (정확히 트랜스 만주리안) 두번째 한국으로 돌아가는 루트는 런던-북유럽-에스토니아-라트비아-페체르부르크- 모스크바-울란바토르-베이징 이다.(트랜스 몽골리안)   여행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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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를 만나며.....

 

2000년 2월, 2003년 3월 두차례에 걸쳐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했다.

첫 루트는 베이징에서 출발, 만주를 거쳐 모스크바-바르샤바-베를린-파리-런던

일정이었다. (정확히 트랜스 만주리안)

두번째 한국으로 돌아가는 루트는 런던-북유럽-에스토니아-라트비아-페체르부르크-

모스크바-울란바토르-베이징 이다.(트랜스 몽골리안)

 

여행을 할때는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가이드북이 아니다.

짧은 시간안에 그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관해

충분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지식없이 단순히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짧은 설명으론 아무리 오래 머문다 해도

수박 겉햛기식 여행밖에 되지 않는다.

 

여행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여행을 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독서량과 폭넓은 지식, 다른 문화를 받아 드릴 넓은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기 전에 한권의 책을 샀다.

지루한 여행중에 읽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고대 사학과 강만길 교수가 쓴 <회상의 열차를 타고>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이 썩 맘에든건 아니었지만, 당시 시베리아 열차와 관련된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내 시베리아 열차 여행의 큰 지침서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일제 만주 침략기 시대에 사할린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들에 관한 역사적이 내용이다.

 

시베리아 열차에서 보지 않았더라면 마냥 지루하기만 한 이 책이 다른 사건으로 인해

더욱 절실히 이해되고 관심갔던 책이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 책을 보며 끝없이 펼쳐진 겨울 만주 평야를 바라 볼땐 왠지 옛 독립전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냥 수십시간 달리는 만주 벌판이 지루하지 않게 감동적이었다.

 

중국 국경을 넘어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크츠크에 내려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보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내가 자리 잡은 컴파트먼트에 한 러시아인이 탔다.

20살 정도 된 학생 같아 보이는 이 러시아인을 배웅 나온 사람은 동양인 아버지,

러시아인 어머니인것 같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배웅나온 사람이 한국인인지 굳이 물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 본 단어하나 "카레이스키?"

이 친구의 이름은 페테르 킴, 아버지는 한국인2세로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혼열 한국인3세였다.

 

다음 정거장에 페테르의 친구들이 탔다.

모두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로 방학을 끝내고 같이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약속한 듯 컴파트먼트에서 만났다.

다행히 친구중에 영어를 하는 친구가 있어 말이 통했다.

우리는 한 컴파트먼트에서 3일간을 같이 가야 한다.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충분한 시간이다.

 

나의 질문 공세는 시작 되었다.

이 친구의 조부모는 사할린 거주 한국인 노동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노보시비리스크로 이주하여 아버지를 낳고 돌아 가셨다.

아버지는 지금의 러시아인 어머니와 결혼하여 페테르를 낳은 것이다.

 

책에서 본 내용. 스탈린 정권에 의해 사할린의 많은 한국인들이 중앙아시아로

이주되어 갈때 열차안에서 추위와 굷주림에 시달려 다수는 죽고 다수는 열차에서

뛰어 내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길을 따라 도시 곳곳에 한국인들이 거주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최고의 과학과 공업 도시인 노보시비리스크에서 이주를 시작한

한국인들의 2세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많은 기술분야에 종사 했다고 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의 주인공의 후예가 바로 페테르인것이다.

역사의 주인공의 후손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랴....

한국어 아는것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한국인인데....

아버지는 무슨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

안녕하세요는 아냐? 모른단다. 이런 이런 이런.....

 

그래도 기대했던 한국어 한마디를 모르다니.

아마 나는 그 친구가 아는 몇개의 한국어 단어를 통해 민족적 유대감, 자긍심,

머.. 그런걸 기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이었다.

그래도 좋다. 그래 이렇게 만났으니 우리 열차 안에서 보드카 한잔 안할 수 없지....

난 열차가 정거장에서 잠시 쉬어 갈때 얼른 나가 보드카 한병을 사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여행 중 보드카가 없다면 바퀴없는 열차를 타고 가는것과 다름이없다.

열차는 기름을 먹고 달리듯 우리는 보드카를 먹고 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보드카를 사가지고 와서 한잔 씩 하자고 하니 모두 좋아한다.

그리고 모두들 가방에서 주섬주섬 보따리를 풀며 안주거리를 꺼냈다.

그리고 페테르가 보자기에 쌓인 안주를 꺼내는 순간 나는 너무 반가운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치!!!!

그것도 유리병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포기김치.

내가 "김치"라고 함성을 지르자 페테르가 맞다며 "김치"라고 했다.

이 자식 한국말 알면서 "김치". 그래 그게 바로 한국어야.

할머니는 한국인 아들의 식성에 따라, 러시아인 며느리에게 포기김치 담는 법을

가르쳐 주신것이다.

 

말은 잊어도 맛은 잊지 못하는 법인가보다.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는 누나도 김치를 좋아해서 누나에게도 가져다 주라고

두 병을 담아 주신 아름다운 러시아 어머니의 마음.

그때가 2월이었으니 그 김치는 아마 작년 초겨울 담아둔 김장김치일 것이다.

 

손으로 그 김치를 뜯으며 마시는 보드카란 정말 꿀과 같이 달기만 했다.

더군다나 러시아 시장 점유율 95% <팔도 도시락> 컵라면에 김치.

속풀이 해장국으론 완전한 음식.

한국에선 군대에서도 먹지 않는 이 컵라면의 뚜껑속 아줌마.

아직도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있는 팔도 아줌마는 늙지도 않는다.

 

3일동안 보드카+김치+팔도 도시락 트리오와 함께 보낸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h*****k 2014.07.16.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