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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지만 결국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의 의식과 감정에 밀착한 서술 덕분에 인물의 왜곡과 집착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다만 사건이 축적과 인과를 통해 차곡차곡 쌓이지 않아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구간도 있었다. 주인공 시점에 갇힌 탓에 주변 인물의 배경과 반응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기다가도 구체적 묘사 없이 흐릿하게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심리의 밀도에 비해 플롯의 현실감이 다소 약한 편인 듯. 그럼에도 불편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집요한 시선만큼은 오래 남았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두 가지. - 나는 특별할 게 전혀 없는 모래사장에 뒹구는 모래알 같은 존재였다. p15 나 역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보통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주변인으로 남는 것 같아 허무해지곤 한다. 이 문장은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물론, 주인공의 뉘앙스는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안전한 위치에 있고 싶지만, 동시에 소거될까 두려운 위치라는 점에서는 같은 모순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녀가 내 눈을 통해 보고 있는 것은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이지 진정한 나는 아니다. p246 이 문장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결국 표면과 기대에 기대어 피상적인 관계를 매는 시대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주인공은 그 사실을 성찰하기보다, 스스로의 불안과 추악함이 드러날까 두려워 괜찮은 사회인의 연기를 유지한 채 상대를 비아냥대는 방식으로 비틀고 있어,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뒤죽박죽한 내면을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