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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가 온다 - 냉전은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나
"자카르타가 온다 - 냉전은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나" 내용보기
우리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국가들이 지닌 정치·사회적 구도를 볼 때, 그것이 마치 그 나라 고유의 역사적 성향이나 문화적 결과물인 것처럼 여기곤 한다. 그러나 빈센트 베빈스의 『자카르타가 온다』는 이러한 관념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이 책은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가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배경에 냉전이라는 거대한 세계사적 구조와, 그 안에서 자행된 미국의 기획적인 개
"자카르타가 온다 - 냉전은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나" 내용보기

우리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국가들이 지닌 정치·사회적 구도를 볼 때, 그것이 마치 그 나라 고유의 역사적 성향이나 문화적 결과물인 것처럼 여기곤 한다. 


그러나 빈센트 베빈스의 『자카르타가 온다』는 이러한 관념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이 책은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가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배경에 냉전이라는 거대한 세계사적 구조와, 그 안에서 자행된 미국의 기획적인 개입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책의 핵심 무대인 1965~1966년의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 대통령의 비동맹 노선과 세계 3위 규모의 공산당(PKI)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 구도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붉은 물결을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아이에이(CIA)를 중심으로 한 물밑 작업을 벌였고, 이는 군부 쿠데타와 함께 최소 5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참혹한 대학살로 이어졌다. 공산주의자라는 혐오의 프레임 아래 지식인, 농민, 노동자, 중국계 이주민들이 무차별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독서 경험이 준 가장 큰 깨달음은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는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띤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폭력적인 학살 이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들어서며 구축된 친미·친자본주의 체제, 좌파 진영의 완전한 멸절, 노동운동의 부재, 그리고 군부와 기득권 중심의 보수적 사회 구조는 자연스러운 역사적 귀결이 아니었다. 그것은 냉전의 광기 속에서 타국의 정치에 개입한 미국과 이에 동조한 내부 세력이 유혈 사태를 통해 인위적으로 재조형한 사회적 결과물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자카르타 방식(Jakarta Method)'이 인도네시아라는 단일 국가의 비극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성과'에 주목했고, 이후 남미의 라틴아메리카(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좌파 및 진보 세력을 말살하기 위해 이 학살의 모형을 수입·적용했다. 인도네시아의 비극은 곧 글로벌 반공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냉전의 거대한 공작 도안이었던 셈이다.


이처럼『자카르타가 온다』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기록을 넘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냉전의 통상적인 승리 서사 이면에 얼마나 많은 타국의 피와 국가 폭력이 은폐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제3세계의 정치적 불평등과 권위주의적 구조가 냉전이라는 대립 구도 속에서 타국의 주권을 흔든 외세의 개입으로 어떻게 비틀어졌는지 깊이 깨닫게 만드는 필독서다. 만약 냉전의 구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알고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j*********g 2026.09.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