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천일馬화이다. 스포츠서울에 연재되었던 배금택의 만화제목이라고 한다. 이 시의 첫번째 주제가 말, 경마에 관련된 것이고, 짐작되듯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것에 대한 비판의 시일 것이다. 시를 보면, 포경선이라는 명마가 있었다고 한다. 아주 많은 우승을 하여 그 말에는 많은 돈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박제가 되어 보관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 명마에게 질주의 본능을 느낀 것이 아니라, 황금고래를 쫓는 포경선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말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것은 명마가 아니고, 똥마 변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승할 확률은 매우 작고, 은퇴할 때까지 그저 꼴찌에서 달리는 말들. 사행이라고 직진으로 바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비효율적으로 달리는 말. 그래서 똥마, 변마라고 불린다. 하지만 일확천금을 바라는, 배당금이 크기 때문에 똥마에 기대를 걸고 배팅을 한다. 과연 기회가 찾아올까. 인간의 욕망에 반하여 자연으로 가는 부분은 자전거에 대한 시로 보인다. 자전거로 양재천을 타면서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과정, 이것이 시인이 욕심을 버리고 자연으로 가는 내용이다. 자전거의 바퀴인 은륜이 텅 비었다던지, 우주를 굴린다 등의 시적 표현에서 자전거의 무소유를 느끼게 된다. (사실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텐데.) 스위스와 프랑스 여행에서 느끼는 시인의 감정이 이번 시집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영화의 욕망이 드러나는 곳 화신극장에 대한 그의 표현이 영화와 극장이 시인의 추억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시집 이후에 시인이라기 보다는 영화감독으로 더 익숙한 유하 감독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천일馬화 – 명마 捕鯨船 마사 박물관에 가면 당신은 한때 뚝섬을 주름잡았던 명마의 박제를 만날 수 있다 경주마 이름은 포경선 생전에 그에겐 많은 돈이 걸렸다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람 같은 질주가 아니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조롱 속에 갇혀 끝없이 황금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직 죽음만이, 이 저주 받은 이야기꾼의 운명을 정지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은 그의 바람대로 그를, 말의 육신을 멈추게 해 주었다 이윽고 그의 몸은 방부제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하여 황금 고래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히 썩지 않는 박제가 되었다
|
|
유하 시인은 우리나라의 실험시 혹은 포스트모던 시를 쓰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포스트모던 시하면 조금 어렵고 생소하지만 유하의 시는 어렵지만은 않다.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왜냐하면 저급하고 천박한 문화를 가리키는 키치를 시의 문맥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유하가 사용한 키치속에는 3류영화, 포르노영화, 포르노소설등이다. 즉 유하는 이런 것들을 사용함으로 이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 시집에서도 천민자본주의의 치부와 한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키치가 비판의 도구로 사용되어야만 마땅한데 이 시집을 조금 깊게 읽으면 키치를 예찬하고 있지는 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폭포 그대는 무진장한 물의 몸이면서 저렇듯 그대에 대한 목마음으로 몸부림을 치듯 나도 나를 끝없이 목말라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시도 벼랑 끝에 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 |
| 시집을 구입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낭송?) 것으로 처음이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몇편의 시들이 마음속에 와 닿아 이렇게 감상문 아닌 감상문을 적어본다. 전체적으로 사회 비판적, 풍자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면서도, 간간히 인간 내면의 서정을 바탕으로 한 시들로 눈에 띠었다. 폭포, 오래 전 내가 살던 방을 바라보며, 라일락의 한순간, 하루살이의 말, 뒤늦은 편지 등의 시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폭포의 "나도 나를 끝없이 목말라한다 / 그리하여 우리는 / 한시도 벼랑 끝에 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경마장을 위주로 한 시들은 대단히 풍자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김지하의 "오적"을 떠올릴 정도로..작가의 사회를 보는 눈이 그러나 냉혈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중간중간에 해학적인 표현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유하라는 시인보다 제목(천일마화)이 눈에 거슬려 구입했는데, 실망감을 주지 않아 무엇보다 기쁘다. 이번 시집을 계기로 보다 쉽게 와 닿은 시를 고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