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읽은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자주 만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조언을 듣고 구입한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대학 시절부터 들어온 이름이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다행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의 앞부분에서 그의 삶을 간략히 다루고 있어서 그에 대한 밑그림은 그릴 수 있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철학자의 삶을 살다간 비트겐슈타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러셀이 들려주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색다른 사내였고, 사고방식도 기묘했다. 그래서 한 학기 내내 나는 그가 천재인지 아니면 단순히 괴짜인지 알 수 없었다. …… 내가 아는 한, 천재의 가장 완벽한 사례이기도 하다. 정열적이고 심원하고 강렬하고 지배자적이다. - 러셀
비트겐슈타인이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철학책인 ≪논리철학논고≫에서, 이제까지 철학은 난해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언어 사용법이 잘못되었기에 그 문제들이 난해해졌다고 전한다. 철학이 매달리지만 해명할 수 없는 문제는, 어려워서가 아니라 원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이 책(논리철학논고)은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 문제가 우리의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뜻은 대략 다음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원래 말할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모두에게 전해주세요. 나는 멋진 인생을 보냈다고요.”라는 말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던 비트겐슈타인. 그가 남긴, 빛나는 말을 들으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
- 생각에 관하여 - <001> 스스로 깊고 차분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누구도 자신처럼 생각해주지 않는다.
나만큼 나를 생각하고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한 후에 행동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생각이 방향을 잘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곁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묻곤 하지만 결국 판단은 내가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
<007> 방해물 때문에 괴로운가. 방해물 때문에 단념할 것인가. 그 방해물에 무릎 꿇으려 하는가. 그러나 우리는 어떤 방해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를 위해 발상을 바꿔라. 완전히 새롭게 바꿔라.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던져 버려라. 그리고 완전히 다른 룰을 사용하라. 지금까지의 룰이 아닌 다른 룰로 생각하라.
이 길로 도달할 수 없다면 다른 길로 가면 되듯이, 그곳에는 지금 당신 앞을 가로막는 어떤 방해물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앞을 가로막는 무엇을 만났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황스럽고 두려울 때가 있다. 그동안에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생각을 해내고, 전혀 다른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 말에 대하여 - <050> 두 사람이 동일한 말을 사용해도 그 둘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완전히 같은 말이라도 각자 다른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말은 정해진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어떤 의미로 단어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같은 말을 쓰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다.
<118> …결국 우리는 상황이나 정서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전제로 타인의 눈에 의식이나 마음이 담겨 있는 양 바라볼 뿐이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를 나타내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통하지 않음을 시시때때로 겪는다. 같은 말이지만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다른 뜻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어떠한 음색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삶에 대하여 - <127>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두려움을 어떻게든 짓밟고 극복하는 과정이다. 단지 약간의 두려움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에 만족할 수 없게 되는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키워라.
용기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요령이 좋아도 용기가 없으면 안 된다. 용기만이 기회를 넓히고, 위기에서 구원하고, 자신감과 능력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용기 없는 타인들을 알아차리고 비웃는다고 자신의 용기가 커질 리 없다. 사람을 평가하지 마라. 먼저 용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세상을 헤쳐 나가라.
어떤 일을 하든 두려움을 떨쳐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능력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매 순간 시련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상처난 그 자리에 더욱 단단해진 자신이 돋아나는 것을 느낀다.
<153> 내게 이런 말이 찾아왔다. “잘 죽을 수 있도록 현재를 살라.”
모든 것을 수용하고 편안하게 잘 죽을 수 있으려면, 미련을 남기게 마련인 과거에 살지 말고 살아 숨쉬는 현재에 집중하고 열심히 살아야한다. 살아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없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160> …중요한 것은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무엇을 하는가. 무엇이 일어나고 그것에 자신이 어떻게 맞서는가. 이런 것들이다. 일어나는 일 없이 시간 따위는 무의미한 것이기에.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괴롭고 힘든 일도 없다. 내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하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야겠다.
- 인간에 대하여 - <183> 휴일에는 충분히 몸을 쉬게 하자. 번거로운 일도, 걱정도 하지 말고 마음과 몸을 느긋하게 하라. 그리고 육체 피로가 풀렸다면, 자신이 하는 일을 멀리서 생각없이 바라보라. 평소에는 바삐 일하며 지내기에 아무래도 미시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일을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흡사 타인의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듯 자신의 일을 다시금 바라보라. 그러면 거기서 발견하고 얻는 게 많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생활 속에 갇혀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휴일에 충분히 쉬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고, 나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잡자.
<185> 인생에서 만나는 거의 비슷한 상황, 경험에 대해 우리는 각기 다른 인상을 갖고, 다르게 반응한다. 이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차이다. 그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란 대체 무엇인가? 바로 해석의 차이다.
그렇다면 해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자신의 경험과 반응에 따라 제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준다.
상대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가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현상에 대해 보이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서 그들이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 살아가는지도 예상할 수 있다.
- 자신에 대하여 - <222> …따라서 자신이 흔들린다면,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긴 고독에 잠기는 게 효과적이다. 그때까지 타인에게 휘둘려 이쪽저쪽으로 휘청거렸던 자신을 바로 세워,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타인으로 인해 감정에 휘둘려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려는 순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한다. 날이 선 감정에서 벗어나, 평온한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쓰이는 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대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가 무엇에 의미부여를 하는지 파악해야겠다. 상대가 던지는 날선 말들에 감정이 흔들리는 경우, 나만의 방에 들어가 고독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보리라.
방해물을 만나면 피하지 말고 문제의 상황을 깊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낼 것이다. 그리고 휴일에는 자신과 자신의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제대로 쉬어야겠다.
짧지만 강렬한,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놓았다.
<097> 선한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 이 둘은 결코 나뉠 수 없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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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 고민이 있다. 한아름 배우는 장이 되곤한다.
- 비트겐슈타인의 말 뒷 표지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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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글귀가 많아 기억에 남습니다.비트켄쉬타인의 인생 그 자체가 현자로서의 모범을 보인 사례가아닌가 싶습니다.또 그러한 사상을 낳게한 당대 문화나 철학자 개인의 배경도 한 몫 한것 같아 부럽기도 했습니다. 비트켄슈타인이 현재 살았으면 무슨 말을 남겼을지 상상해 봅니다 너가 사는 방법이 곧 세상이다. by 비트겐 슈타인 |
20세기 현대철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비트겐슈타인. 사실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책들을 읽는 것이 낫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조금은 쉽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 내용이 겉핡기 수준에 그치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그가 남긴 글귀들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은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
비트겐슈타인 철학자 가장 어려운 철학자중 한 명. 그래서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로 해석을 하게 만든 논리철학논고. 더 공부하고 이야기해야 겠다. 책속에서 생각해 볼만한 문장 몇 개로 정리한다. 힘으로 새싹이 돋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도 결코 진실은 아니다. 마지막 이문원 글은 판 바꿀 때 만드시 빼기 바랍니다. 도대체 비트겐슈타인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고,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보수일간지나 종편전문 비평가로 보이네요. |
내가 하는 말이 나 자신이다란 글을 우연히 봤는데 그게 비트겐 슈타인이 한 말이라고 해서 작가의 책을 찾던 중 다른 책은 어려워보여 이 책이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아 구매했습니다. 한장한장 짧은 문구로 구성되어 있어 필사하기도 좋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네요.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여러 책 인용구를 가지고 와 서술해내고 있다. 유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현대의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편집된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의 철학과 사상에 젖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 시리즈 중에 출판사가 달라 당황스러웠으나 내용면에서는 원래의 시리즈에 크게 밀리지 않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말 시리즈 책은 찾아서 읽어나가련다. 일독을 권한다. |
니체의 말을 읽고, 비트겐슈타인의 말도 읽어보았다. 니체가 좀 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비트겐슈타인은 좀 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사실 말에 대한 그의 반복되는 신념은 정확히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종종 건질 만한 문장은 많이 찾아내었다.
바쁜 현대인에게 철학자의 저서를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발췌된 문장을 읽는 것도 안 읽는것 보단 훨씬 낫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해철이 형은 왜 팔아먹은거냐? 사실 특별부록이 구매의 큰 이유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너무 허무하다. 이건 해철이형을 농락하는 기분이다. 이 부분때문에 내용 별점을 많이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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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말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책은 단순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풀어주는 책이 아니다. 📌 인상 깊은 문장
이 말들은 나에게 ‘철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로 사는 것’이라는 걸 일깨워주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말과 삶 사이의 균열을 견디는 책이었다. |
말이 멈추는 그곳에서, 나는 나를 바라본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였지만, 동시에 침묵의 철학자였다. 말보다 말의 경계에 관심을 가졌고, 표현보다 표현 불가능한 것을 의식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읽으며, 나는 철학책을 읽는다기보다 어떤 고백집을 읽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일기 같았다. 아니면 기도처럼도 느껴졌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 말은 책을 관통하는 대표 문장이자, 나에게는 칼처럼 날카로운 문장이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말로 내 불안을 감췄던가. 얼마나 많은 설명과 해명 속에 나를 숨겼던가. 비트겐슈타인은 그런 나에게 말 대신 ‘멈춤’을 권했다. 이 책은 나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생각 앞에 머무는 법’을 가르쳤다. 지식은 나를 채우지만, 사유는 나를 비운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비워진 공간에야 비로소 진짜 질문이 들어온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내가 지금 말하는 이 말은, 정말 나의 언어인가?” 비트겐슈타인의 말들은 불친절하다. 하지만 솔직하다. 세상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본다. 이 책을 덮고 나서야, 나도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 말이 아니라, 말 이전의 마음으로. 설명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침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