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작품들을 연관시켜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에서 겪었던 일들이 어떻게 그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지를 꼼꼼하게 나와 있는데, 작가의 편지나 주변 사람의 편지 같은 자료들도 풍부하고, 주요작품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긴 분량의 평론도 함께 나옵니다. 저자인 모출스키 씨가 이 책을 낸 것이 1947년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대한 당시의 평가와 현재의 평가에서 조금 엇갈리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심오하고 도발적인 주제나 복잡한 구성, 의외의 유머 등에 놀라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현실감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백 년 전의, 러시아라는 외국 땅의 사람들인데도 지금 살아 숨쉬는 사람들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미 10대 시절에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알아야겠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렇다’라는 생각을 한 작가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농노들에게 살해당하고, ‘가난한 사람들'로 하룻밤만에 스타 작가가 되지만 후속작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좌절하고, 사회주의 서클에 들었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형되어 시베리아 유형 생활, 유부녀에 대한 구애와 결혼, 정부와의 바람, 사별, 도박과 빚에 쫓기면서도 필사적인 소설창작 등등 작가의 삶은 그의 소설들 못지 않게 대단합니다. 이런 피곤하고 복잡한 인생을 살아가며 인간들에 부대끼면서 인간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도 깊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신문, 잡지 등을 열심히 보면서 러시아의 현실에서 소설 소재를 구하는 일들이 많았다는데-대표적으로 ‘죄와 벌’이나 ‘악령’,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가로서 디테일이 부족하고 문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들도 있다는데, 자신의 가족 뿐만 아니라 전처의 아들, 사망한 형님의 가족, 기타 등등 친척들을 부양하면서 잡지가 망해 빚에 쪼달리고, 인생대역전을 노리면서 도박을 해 보지만 족족 잃기만 하면서, 먹고 사느라 ‘소설 쓸 시간이 없다’고 괴로워했던 작가에게는 가혹한 평가 같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들을 보다 보면, 주인공들의 이상적인 모습이 지나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이는데, 역시 작가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버린 애인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애인을 위로하는 대목은 좀 웃기기도 합니다. 두 번째 부인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에게 프러포즈하는 부분을 보면 역시 도스토예프스키는 대단히 능력 있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사십대 후반에 처음으로 얻은 딸 소냐의 죽음을 적은 편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소냐는 어떻게 된 걸까요’란 구절에서 잃어버린 딸에 대한 작가의 절절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그의 아들 알료샤도 어린 나이에 사망합니다. 더구나 작가의 지병이었던 간질병을 유전으로 얻은 것이 원인이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충격은 더 컸다고 합니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어느 시골아낙네가 조시마 장로에게 자신의 아들 알료샤를 잃은 슬픔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대목은 작가 개인의 슬픔과 위로가 그대로 반영된 부분 같습니다. 상당히 긴 분량으로 작가의 생애를 조금 이해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작품해설들도 깊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하권의 분량이 995페이지로 소개되어 있는데, 하권의 첫 페이지가 569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