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페츠의 샤콘느 연주가 너무 인기를 끄는 바람에 그 외의 파르티타와 소나타들과 또, 다른 연주자들이 너무 많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뤼미오도 어쩌면 그 중에서 한사람일지도 모른다. 세간에서 천재라는 평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차분'하게 바흐를 풀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흐르는 해석과 바로크 현악기와 현대 현악기의 활모양 차이로 인한 운궁상의 어려움을 무리없이 매끄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어쩌면 중용의 미덕을 가장 잘 살리고 있는 몇안되는 음반일지도. 굴드류가 보여주었던 엽기적이기 까지 했던 감정의 몰입을 기대할 법도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어야 했다. 분명 그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것은 사실이지만 너무나도 주관적이다. 바흐의 의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어쩌면 바로크 전체의 흐름일지도- 템포는 '철저하게 분석' 해보겠다는 그뤼미오의 의지와도 약간 맞지 않는 듯 하다. 대신에 각 동기마다 남기고 있는 여백과 섬세한 비브라토는 한번 기대를 해봐도 좋을것이다. 아내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는 샤콘느는 하이페쯔가 들려주는 열정적인 그것과는 달리 내적으로 잘 갈무리 되어있는 차분함을 들을수 있을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