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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극이라는데 조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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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이 부조리극의 시작이었다고 하는데 부조리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조리있게 다가왔다. 그 시대에는 기존 희곡의 형식을 탈피했다고 하니 부조리극으로 불렸는지 모르겠으나 주제의 전달에 있어서 상당히 일목요연해 보인다. 고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창작자 자신이 나서서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걸 내가 알았다면 작품에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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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이 부조리극의 시작이었다고 하는데 부조리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조리있게 다가왔다. 그 시대에는 기존 희곡의 형식을 탈피했다고 하니 부조리극으로 불렸는지 모르겠으나 주제의 전달에 있어서 상당히 일목요연해 보인다. 고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창작자 자신이 나서서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걸 내가 알았다면 작품에 바로 썼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니까 말이다. 작가는 기대로든 희망으로든 구원으로든 구세주로든 신으로든 각자가 정의하기를 시도하도록 바란 게 아닐까 싶다.

 

모자와 구두로 영 또는 지성과 육 또는 행위나 미천함 등을 상징하려 한 건 일차원적인 상징이기도 하고 기다림과 나무(상징하는 바는 모든 걸 끝내는 것일 수도 구원일 수도 있다), 포조와 럭키(계층이나 지배와 피지배일 수도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관계성일 수도 있다), 소년(가장 중의적이며 함의가 큰 상징 같다) 등 상징체계들이 고도라는 대상에게서 그리고 그를 기다린다는 상징 속에서 비단 기대와 희망으로 상징되는 그 이상을 그려내 보고자 시도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사의 반복 등으로 그저 부조리만으로 다인 이야기를 전하려 한 희곡이 아니라는 감상이 들었다.

 

삶에서 세상의 눈물이 일정해 누군가가 울면 누군가가 웃고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도 되지만 우리는 다음 순간 나는 눈이 멀고 타자는 귀가 먼 순간이 같지만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잊어버린다. 고작 어제 만난 서로에 대해서도 희미할 뿐이다. 그렇게 고작 어제 일이 희미할 정도로 우리는 고단하고 막막하게 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희망하고 기대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무엇인지 어떤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듯, 모른 채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세상의 누구나가, 오늘이 처음 만나는 거고 처음 말하는 거라며 고도는 오늘 오지 않고 내일 오신다고 했다는 메시지를 전하듯, 그렇게 우리에게 낯설게 희망을 품게 한다. 우리는 모든 걸 오늘 끝장낼 수도 있지만 기다림의 결실을 기대하며 끝낼 순간을 미룬다. 막연한 기대만으로 막막한 삶을 억지스럽게 감당하고 있는 거다. 고도가 신이건 구세주건 기대건 희망이건 간에 우리는 그 또는 그것이 무언지 알고 기다린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수염이 하얗다는 말을 듣고 놀라리만치, 그는 미지의 대상일 뿐이다. 그 미지의 대상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매정하고 가혹하며 서로에게 의지한다. 타자가 없으면 서운하면서도 좋다는 건,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타인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바람하는 것에서도 엿보이는 성향일 것이다. 타인은 필요악이면서 동시에 지옥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희곡을 정의하면 '부조리극이다' '의미보다 대사의 반복이다'는 말들이 많던데 대사의 반복에도 의미가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가며 그런 의미가 명료하지 않은 반복들을 행하고 경험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말이다.

 

이 희곡은 부조리극의 효시였다지만 읽으며 느낀 건 너무도 정연하게 조리있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마 다시 읽는다면 다른 감상이 더 깊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희곡이다. 극이 주는 감상과는 다르게 또 하나 기대하며 오늘도 이 삶을 감당하고 있다.

 

이달의 사락 k****t 2023.09.05. 신고 공감 1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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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조리극의 고전 -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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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게트의 이 작품은 1948년에 집필을 시작해서 1952년에 책으로 출간되고 1953년 파리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된 후 사뮈엘 베게트를 일약 저명인사로 만든 작품이다. 파리에서만 300회 이상의 장기 공연을 기록했고, 이어서 세계 50여 개 나라에 번역되어 공연되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 서구 연극사의 방향을 돌려놓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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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게트의 이 작품은 1948년에 집필을 시작해서 1952년에 책으로 출간되고 1953년 파리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된 후 사뮈엘 베게트를 일약 저명인사로 만든 작품이다. 파리에서만 300회 이상의 장기 공연을 기록했고, 이어서 세계 50여 개 나라에 번역되어 공연되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 서구 연극사의 방향을 돌려놓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전통적인 희곡 문법을 깨뜨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특별히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없다.  굳이 줄거리를 말해본다면, 두 명(블라디미르, 에스테르공)의 인물이 시골길에서 함께 있으면서 온다고 하고 오지 않는, 다시 말하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고도를 기다린다는 것이 줄거리라고나 할까.

  이 작품에는 우리가 아는 전통 희곡의 구성, 곧 '발단 - 전개 - 절정 - 하강 - 대단원'에 이르는 사건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 단계 대신 이 작품은 '반복'의 수법을 사용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테르공, 두 인물의 대화와 행동은 반복된다(작품 속에서 시간은 이틀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 이틀간 두 인물의 말과 행동으로 보아 이런 반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인 듯하다.).

  '반복'은 강조의 효과를 노리는 수법이다. 뭔가를 강조하고자 할 때 '반복'의 수법을 쓴다. 그럼 이 작품에서 반복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것은 두 인물의 말과 행동인데, 이 말과 행동은 얼핏 무의미한 것(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인물의 말과 행동의 반복.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의 무의미함, 곧 허무함을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러나 이 작품이 삶의 허무만 말했다고 보는 건 너무 일면적인 것 같다.

  왜냐하면, 두 인물은 삶의 허무함으로 인해 다만 먹고 자고 생각을 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에 목을 매달지도(자살)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이 취하는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행동이 있다면, 그건 온다고 하고서 오지 않는 고도에 대한 기다림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다림의 과정 동안 두 인물은 오직 먹고 자고 의미없는 행동과 대화를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중간에 등장한 포조와 럭키라는 인물과도 무의미한(역시 뭔가 심오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말을 주고받기만 한다.

  인물의 이러한 부조리한 행위들, 이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삶이라는 과정에서 행하는 것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작품은 우리네 삶의 부조리함을 등장인물들의 무의미한 말과 행위의 반복을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닐까?

 

  한편, 이 작품에서 소재의 상징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블라디미르가 신경 쓰는 '모자'와 에스테라공이 벗었다 신었다 하는 '신발'이 그것이다. '모자'나 '신발' 자체는 공히 외형적인 것이고 물질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관계하는 신체 부위와 연관지어 본다면 '모자'는 머리와 관계되므로 정신적인 것, '신발'은 발과 관계되므로 형이하학적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만일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작가는 이 두 소재를 통해 인물의 캐릭터를 나타내려 한 거고, 더 나아가 두 사람이 캐릭터는 다르지만 하는 반복하는 말이나 행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삶의 부조리함은 특정 신분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문제임을 밝히려 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제는 이들이 기다리는 '고도', 온다고 하고 오지 않는 '고도'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작품 속에서 '고도'는 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고도'는 사람이 아니라 상징적인 어떤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아니 그렇게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도'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고도'는 인간들로 하여금 삶의 허무와 부조리함을 느끼면서도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 그러니까 삶의 희망이나 기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스트라공 가자.

   블라디미르 가선 안 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119쪽)

 

  '고도를 기다려야지', 이 말은 비단 이 부분뿐 아니라 다른 데서도 여러 번 나온다. 무언가(말이나 행동)를 하다가 둘 중 한 사람이 그만하자고 할 때, 상대방이 하는 말이 '고도를 기다려야지'이고, 그걸 잊고 있던 사람은 '참 그렇지'하며 동의한다.

 

   블라디미르 (전략)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에스트라공 그건 그렇지. (134쪽)

 

  **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이다. 인물의 부조리한 대사와 행동의 반복을 통해 우리네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그러나 마냥 허무주의에만 빠지지는 않는, 우리네 삶의 본질을 통찰한 수작이다. 이 작품도 연극을 볼 기회가 있다면 꼭 보고 싶다. 

 

t*******1 2021.07.19.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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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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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녁. 에스트라공이 돌 위에 앉아서 구두를 벗으려고 한다. 기를 쓰며 두 손으로 한쪽 구두를 잡아당긴다. 끙끙거린다. 힘이 빠져 그만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 같은 동작이 되풀이된다. 블라디미르 등장. 에스트라공  (다시 단념하며) 안 되겠는데!블라디미르  (두 다리를 벌리고 종종 걸음으로 다가서며) 그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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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녁.

 

에스트라공이 돌 위에 앉아서 구두를 벗으려고 한다. 기를 쓰며 두 손으로 한쪽 구두를 잡아당긴다. 끙끙거린다. 힘이 빠져 그만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 같은 동작이 되풀이된다.

 

블라디미르 등장.

 

에스트라공  (다시 단념하며) 안 되겠는데!

블라디미르  (두 다리를 벌리고 종종 걸음으로 다가서며) 그럴지도 모르지. (걸음을 멈추고)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오랫동안 속으로 타일러왔지. <블라디미르, 정신차려, 아직 다 해본 건 아니잖아> 하면서 말야. 그래서 싸움을 다시 계속해 왔단 말이야.     (p. 9~ 10)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다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 포조, 럭키, 그리고 소년이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기다리는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사무엘 베게트는 고도가 어떤 존재라고 끝까지 알려 주지 않는다. 미국에서의 초연 때 연출자 알랭 슈나이더가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고 한다.(p. 164  작품 해설) 정말 몰라서 쓰지 않았던 것일까. 아마도 그만 묻고 침묵하라는 의도에서 한 말이 아니었을까. 말년에는 자신의 작품들은 “침묵과 무(無) 위에 남긴 불필요한 오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데, 누구보다 침묵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도를 기다리며』에서도 침묵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침묵의 의미 중 하나가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또는 그런 상태.”라서 그런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가자고 하면서도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p. 158) 포조 역시 그랬다.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조는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간다. 럭키도 함께 간다. 그들은 다음날 다시 등장하는데, 포조는 장님, 럭키는 벙어리가 되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장애가 없었지만, 언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는 게 현명한 판단인 것 같기도 하다.

 

에스트라공  멋진 경치로군. (블라디미르를 돌아보며) 자, 가자.

블라디미르  갈 순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사이) 여기가 확실하냐?

블라디미르  뭐가?

에스트라공  기다려야 하는 게 여기냔 말야?

블라디미르  나무 앞이라고 하던데. (둘은 나무를 바라본다) 다른 나무들이 보이냐?

에스트라공  이건 무슨 나무지?

블라디미르  버드나무 같은데.

에스트라공  잎이 없잖아?

블라디미르  죽었나 보지.

에스트라공  진이 다 빠진 거야.

블라디미르  제철이 아닐 수도 있잖아.     (p. 18~ 19)

 

두서없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같지만, 갈피가 보이기는 한다. 1막에서 잎이 없던 나무가 2막에서는 잎이 조금 달려 있다. 없던 의욕이 생긴 것일 수도, 제철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이유가 되지 않을까.

 

에스트라공  정말 내일 또 와야 하니?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그럼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며?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p. 157~ 158)

 

고도가 오면 살게 된다? 이러한 귀띔에도 고도가 누구라고 선뜻 답할 수가 없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걷는 듯 천천히』를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온다. 가능하면 영화에서도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표현해보고 싶다. 문장에서의 행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보는 이들이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우는 식의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베케트도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우라는 게 아닐까. 빈곤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처음에는 고도가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고도가 오면 살게 된다는 블라디미르의 대사에 의욕이라는 생각을 했다. 의욕이라고 빈 곳을 채우니, 이야기가 확 다르게 다가온다. 다섯 명의 인물들에게 의욕은 그리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처음 구두 벗는 것을 단념하려던 에스트라공은 싸움을 다시 계속해서 마침내 구두를 잡아뺀다. 구두 속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더듬어보고, 뒤집어보고, 흔들어보고, 혹시 땅바닥에 떨어진 게 없나 살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멍청한 눈으로 구두 속에 손을 넣어본다.(p. 13)

 

블라디미르  어떻게 됐어?

에스트라공  아무것도 없다.

블라디미르  어디 봐.

에스트라공  볼 게 아무것도 없다니까.

블라디미르  그럼 다시 신어봐.

에스트라공  (발을 살펴보고 나서) 발에 바람을 좀 쐬야겠다.

블라디미르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 하니. 그게 바로 인간이라고.     (p. 13) 

 

힘을 다해서 구두를 잡아뺐지만, 구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째 떠날 마음이 안 났던 포조는 억지로 럭키까지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가 장애를 얻었다. 모두 인간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의욕은 인간을 살게 한다. 블라디미르는 고도가 안 오면 목이나 매자고 했다. 하지만 목을 매는 행위 역시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나무가 제철을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삶의 순환을 이어갈 수밖에. 그러다 진이 다 빠지면 죽는 것이고. 허무주의 같지만, 블라디미르 대사에 희망을 걸고 싶다. 제철이 아닐 수도 있잖아.(p. 19) 나무와 달리 우리의 제철은 오직 한 번이라서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닐까. 앗, 고도는 제철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물론 베케트는 고도 맞추기 게임을 하라고『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고도는 각자 다른 존재로 우리 안에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며 사는 건 어떨까.

 

(고전은 강하다. 100쇄 찍을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e******i 2019.01.22.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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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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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누구나 들어봤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은 이유는 중학생의 도전적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고도는 언제 오는 걸까?" "너무 재밌다."나도 아직 안 읽어봤는데 저 친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는 거지 ?그런데 이 책은 우선 160페이지 정도의 희극이어서 글밥도 그리 많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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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은 누구나 들어봤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은 이유는 중학생의 도전적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고도는 언제 오는 걸까?" 
"너무 재밌다."
나도 아직 안 읽어봤는데 저 친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는 거지 ?
그런데 이 책은 우선 160페이지 정도의 희극이어서 글밥도 그리 많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물론 읽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읽어보면 주제는 광활합니다. 
한마디로 끝이 없습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고도'를 기다리다가 포조와 럭키를 만나고 소년을 만난다)
보다시피 인물도 단촐 하나 이들이 그 기다림 속에서 하는 행위와 만담과  작은 변화, 소품 등등에서 묵직한 인생이 녹아져 있습니다. 

작가 분께서 대책이 없으 신게 분명합니다. 
고도가 누군지 ?
고도가 언제 오는지?
그래서 이들이 고도를 만났는지 따위는 언급도 없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도 당대 질문을 던졌으나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역으로 독자들은 혹은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머리가 터지기 시작한다. 
혼자서 풀어가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과 질문을 공유하면서 고고와 디디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럼 나의 고도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책이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삶의 목적', '희망'이란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시면 읽어 보시길...
존재론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데 인류,
고통, 시간, 우정, 기다림, 관계 등등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넘어가게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많이 출현하는 노래로 치면 후렴구 같은 문구가 있다. 
에스트라공   "이젠 뭘 하지?
블라디미르    "글쎄 말이다."
에스트라공     "가 자"
블라이미르    "갈 순 없다......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국내 연극에서는 박근형, 신구 선생님이 연기하셨다. 
그들의 만담을 상상해 보면 살짝 감이 올 것 같다. 

블라디미르는 도입 부분에서 오랫동안의 기다림에 대한 고뇌를 속으로 삼키며 이런 대사를 친다. 
"블라디미르, 정신 차려 아직 다 해본 건 아니잖아' 
신년에 도전 정신 빠짝 차리게 하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이 두 친구(?)가 서로에게 해주는 것이 있다. 
'포옹'이다. 
당근이 있으면 당근을 나눠주고 순무가 있으면 순무를 나눠 준다. 
그것이 가진 것의 전부 일지라도 말이다. 

인류 전체를 대변하는 이들
미미한 존재감의 이들
말라가는 나무 처럼
바스라져 가는 나뭇잎처럼
메말라가는 공기처럼 
이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가면 꽉 차오르는 이 감정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어늘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늘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냔 말이오?(더욱 침착해지며)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154p)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7 2026.01.2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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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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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사무엘 베게트의 소설입니다. 아무래도 노벨 문학상이라는 것에 끌려서 구해 보게 되었는데 아직은 저에게는 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을 봤을 때 '고도'를 높은 곳이나 무언가로 상상했는데 'Godot'를 소리 나는 대로 읽었다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소설의 끝까지 고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각 상황에 처해있는 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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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사무엘 베게트의 소설입니다. 아무래도 노벨 문학상이라는 것에 끌려서 구해 보게 되었는데 아직은 저에게는 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을 봤을 때 '고도'를 높은 곳이나 무언가로 상상했는데 'Godot'를 소리 나는 대로 읽었다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소설의 끝까지 고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각 상황에 처해있는 각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도를 이해한다고 하네요.

c********g 2020.08.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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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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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있는 서적들을 즐겨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서적을 구매 및 주문을 해서 보게 되었다이 책에서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이 책에서 작가의 필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앞으로도 생각날 때마다 사무엘 베게트의 이책을 가끔 꺼내어 읽어 보고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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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있는 서적들을 즐겨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서적을 구매 및 주문을 해서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이 책에서 작가의 필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생각날 때마다 사무엘 베게트의 이책을 가끔 꺼내어 읽어 보고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i 2020.07.2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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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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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뜻과 깊이를 알고 싶다면이 책을 직접 읽어 보아야 만 한다고 생각됩니다 .제목에 대해 말 함으로서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니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고, 또 다시 읽어보고 하면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혹은 극중에 대사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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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뜻과 깊이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아야 만 한다고 생각됩니다 .


제목에 대해 말 함으로서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고, 또 다시 읽어보고 

하면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혹은 극중에 대사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여러 삶에 생각을 들게 하는 책

n*******9 2019.08.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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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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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문학의 대표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이라고 제목만 익히 들어봤던 작품인데 처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의 ‘고도’가 저 멀리 높은 지점 혹은 홀로 떨어진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고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로 설정되어 있는데 과연 그게 인간일까,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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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문학의 대표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이라고 제목만 익히 들어봤던 작품인데 처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의 고도가 저 멀리 높은 지점 혹은 홀로 떨어진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고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로 설정되어 있는데 과연 그게 인간일까,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두 주인공들은 의미없는 대화를 지속하는데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현대인을 꼭 빼다 박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8 2019.01.3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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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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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의 희극 작품입니다.사실 희극 작품은 몰입하기가 힘들어서, 셰익스피어 작품도 모두 소설로 재구성된 걸 읽었죠 ㅠ 제목을 읽고, 저 고도가 그 고도가 아니었어요ㅎ모두에게 고도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듯 하네요.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인지, 알 것 같아요.나도 사실은 고도를 기다리는 몸이라.. ㅜ희극 작품에 좀 익숙해지도록 해야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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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희극 작품입니다.

사실 희극 작품은 몰입하기가 힘들어서, 

셰익스피어 작품도 모두 소설로 재구성된 걸 읽었죠 ㅠ 


제목을 읽고, 저 고도가 그 고도가 아니었어요ㅎ

모두에게 고도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듯 하네요.

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인지, 알 것 같아요.

나도 사실은 고도를 기다리는 몸이라.. ㅜ

희극 작품에 좀 익숙해지도록 해야겠어요 ..ㅎ

k******0 2018.01.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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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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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p. 이젠 울음을 그쳤군. 당신이 저놈을 대신하게 된 거구려. 이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드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얘긴 아예 할 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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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p. 이젠 울음을 그쳤군. 당신이 저놈을 대신하게 된 거구려. 이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드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얘긴 아예 할 것도 없어요. 인구가 는 건 사실이지만. 

 

105p. 무슨 얘길 하는 걸까?/제 인생의 얘기겠지./살았던 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지?/ 그 얘기를 꼭 해야겠다는 거지./ 죽었으면 그만일 텐데./그걸로는 부족한거야.

 

희곡은 파우스트를 읽다 포기한 이후로 잘 읽지 않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이어져 있어서 직접 극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등장인물도 몇 되지 않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었다. 파우스트가 어려운 거였다. -_ -;

 

사실 이 작품도 읽긴 쉽게 읽었는데, 읽고 나서 한참을 생각해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제목에 '고도'가 누구일지 궁금해서 읽게 된 이유가 반인데. 다 읽고 났는데 여전히 궁금하다. 사람 이름인가? 고도? 고도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다가 이것 저것 하다 못해 자살도 시도하려고 하나 그것 조차도 녹록치 않다. 이렇게 살아가는게 우리네 삶이라는 걸 알려주는걸까. 또한 작품 곳곳에 인생에 대한 얘기들이 녹아 있으나 오롯이 나의 독서력으로 찾기는 쉽지 않다.

작가 인터뷰가 더 황당하다. 고도가 뭐냐니까, 그걸 알았으면 작품 속에 넣었을 거란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혼자 뭘까 생각했을 때는 '희망' 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신, 자유, 빵 등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단다. 작가가 모르는 답을 우리가 찾아야 하는 책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과 우스운 얘기들을 막 읽다보면 결국 금방 작품은 끝이 나고 고도는 오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고도를 기다리며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올 거라는 희망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YES마니아 : 로얄 k***j 2018.10.0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