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이미륵 님의 자전적 소설로, 작가의 어린 날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경술국치 전후의 암울한 시대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런 암울한 현실보다는 어린 날에 대한 추억을 작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 나가고 있다. 작가는 독일로 유학을 하면서 이 작품을 쓰게 되는데, 그 때문에 작가의 고향과 어린 날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 있다.
'나'는 선비의 집안 자손으로 태어나 아버지에게서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학문과 인격을 연마해 나간다. 작가는 처음 글자를 익힐 때 손가락이 먹물투성이 되도록 습자 연습을 했던 일,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으러 다닌 일, 어머니 몰래 꿀을 먹다 들킨 일, 습자지로 연을 만들다 혼이 날 일 등, 아련한 어린 날의 추억들을 짧지만 담담한 어조로 서술해 나간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한말 역사의 격변기 우리 민족의 모습이 추억처럼 그려져 있다. 어쩌면 신선같이 한학을 배우던 '나'가 신식학교에 다니는 모습, 신식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학문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 고종 폐위 사건 때 민심이 흉흉했던 광경 등 다른 문학 작품 속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모습들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을 빛나게 하는 것은 작가의 추억들을 청아하고 맑은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일제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어린 날 그곳에 대한 향수를 더 짙게 하는지 모르겠다.
[인상깊은구절] 누나는 내 말은 거의 듣지도 않고 오랫동안 잠자코 있었다.
"그러면 유럽이란 나라가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니?"
"옛날에 소군 공주가 꽃이 없는 나라에 시집을 갔었는데, 그러면 혹시 거길까?"
"아니야, 거긴 오랑캐 나라였어."
"유럽에도 백합이며, 개나리며 진달래 같은 꽃이 핀다고 생각하니?"
"몰라."
"그럼 달빛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지을 수 있게 그 고장에도 남풍이 분다고 생각 하니?"
"잘 모르겠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잖아."
누나는 실망한 나머지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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