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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동아시아와 아시아 신화에 낯설다. 매우 낯설다. 심지어 우리나라 신화조차도 낯설다. 많은 수의 우리들에게는 우리와 더 닮고 더 가까운 곳의 신화보다는 멀고 먼 지구 반대편 그리스 로마신화가 더 스토리텔링이 풍부하고, 초창기 인류 문화의 화려한 유산을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지만 적어도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읽혀왔던 신화는 수십권의 만화로 드넓게 펼쳐진 그리스 로마신화다. 그렇게 서구 중심의 인식 속에서 살아왔다. 신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그 매력에 빠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으나, 어떤 한 민족에게 있어 신화가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어떤 생각의 바탕위에서 그러한 신화들이 탄생되어 전승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더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에 묻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되어버리는 건 더욱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렇다. 대다수의 우리에게 동양의 신화는 낯설다. 인도의 마하바라타, 몽골의 게세르는 물론이거니와 고대 수메르·바빌로니아와 동양의 여러 민족 서사시인 길가메쉬조차도 우리에게는 낯설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방대한 스토리와 신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분명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다른 많은 민족의 신화도 동등한 가치로 전해지고 읽혀져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서유럽 신화가 아닌 많은 민족의 신화를 화려한 화보와 함께 설명과 함께 강의의 형태로 펼쳐놓은 500쪽 가까이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세계신화여행>이다. 보통 본문에 책 제목을 언급할 때, 부제를 같이 언급하지 않는 편인데, 나는 굳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타이핑하고 싶다. 책을 덮고 휴 하고 한숨을 쉬었을 때, 나의 머리속에 그 이야기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한 민족의 정체성이 시대와 시대를 거듭해가며 변화해온 그 맥을 타고 근근히 이어져온 이야기가 우리들 속에서, 그리고 이 책의 신화를 창조한 민족들의 마음 속, 정체성의 늪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신화 라고 하면 글자 탄생 이전에, 혹은 글자가 있더라도, 종이와 펜이 흔하지 않고, 문맹율이 높던 시대에 탄생해서 구전을 통해 면면히 이어가다가 문자의 탄생과 기록 문화가 확산되던 중 어느 날 더이상 변형되지 않고 소실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진 상태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어떤 한 문화권의 태초의 신화가 구두 전승 과정 중 드넓은 지형을 따라 구석구석 여러 민족으로 흘러들어 저마다 다른 버전, 다른 의미로 변형을 거듭하며 재탄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글자 문명 이전 시대에 그들은 어떻게 신화를 이어갔을까. 집단 기억의 비밀은 노래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떠올리면 신화의 내용들이 어떻게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대대손손 수천년의 시간을 가르며 생명처럼 끊기지 않고 성장과 쇠퇴를 경험했을까를 상상할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이집트의 노벨상 수상 작가 나지브 마흐푸즈의 <우리동네 아이들>에 이야기꾼이 선조들의 기억을 노래에 담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장면들은 내게 신화의 기원에 대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흥부전과 심청전 같은 판소리들이 3~6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음악에 맞춰하는 것을 통해 대략 어떤 것이었을까가 상상가능한 서사시와 음악의 결합은 신화의 전승에 있어 생명력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글이 아닌 말로의 전승은 그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데 있다. 말로 박힌 이야기는 인쇄되는 순간 이야기의 생명은 끝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과 시간의 특수성들을 반영하여 보태고 덜어지고 풍성해지는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의 탄생이 거기서 끝나고 오로지 문자로 기록된 그 순간 거기에서 말을 전하던 그 이야기꾼의 신화가 굳어 화석이 되는 것이다. 책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2014년 6월부터 10월까지 경기문화재단이 진행한 '신화와 예술 맥놀이-아프로 아시아 신화강좌'의 내용을 토대로 김남수, 김남일을 비롯한 소설가, 시인, 신화학자 등의 10명의 필자(강사)들이 직접 각주를 달아 강의 내용을 보강하고 추가 설명을 곁들여 재구성한 것이다. 최초 신화에 대한 개략적인 강의인 1, 2강에서부터 시작해, 3강부터 12강까지는 각각 인류 최초의 걸작 길가메쉬 서사시, 페르시아(이란) 신화인 샤나메와 쿠쉬나메, 중국 한족의 산해경과 55개 소수민족들의 신화, 인도를 대표하는 라마야나, 동북아시아 초원의 영웅 게세르 신화, 인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철학을 담은 마하바라타, 이집트 신화인 오시리스와 이시스, 멀고도 가까운 족, 튀르크족과 그들의 영혼인 알퍼므쉬와 데데 코르쿠트의 서, 일본의 건국신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신화, 그리고 인드라망 위를 지금도 걸어가는 우리나라 신화 바리데기와 오늘이를 다룬다. 길가메쉬 서사시 인류 4대 문명중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남부 수메르에서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다. 기원전 3천년경 수메르의 도시 생활과 교역은 인간의 기억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복잡해져 쐐기 문자가 발명되었고, 길가메쉬 서사시의 단편적 일화를 담은 시들이 기원전2천년쯤에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일화들이 연결된 형태로 맞춰진 서사시는 BC 1900년~1600년 사이 고바빌로니아 시기에 출현하지만, 우리가 서사시라고 부르는 표준판은 고바빌로니아판을 베끼거나 수정, 추가 삭제한 것으로 BC1300~1100년 사이에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 '최종 정리본 조차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리아드><오디세이>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수백년 앞선(p121)'다. 더욱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길가메쉬 서사시 안에 있는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이며, 이것은 다시 고바빌로니아 시기의 아트람하시스의 홍수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이야기와 그 원모델인 아트람하시스의 홍수이야기의 간격은 1천년이다. 1천년의 간극을 두고 자라나고 깎이고 퍼지고 전달되고 민족적 정체성 앞에서 변형을 거쳐 노아의 홍수 이야기로 굳어진 것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노아의 홍수이야기라면 다른 부분들은 어떨까. 19세기 중반부터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굴 해독되자 바이블과 바벨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노아의 홍수, 인간 창조, 에덴동산 등 창세기의 주요 내용들이, 알고 보니 그보다 1천년이나 앞선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이미 새겨져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후대의 창세기가 모방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죠....기독교를 믿던 서구인들은.... 다신교보다 일신교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며 성경을 방어하려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우월함은 이들의 종교관일 뿐만 아니라 현실관이고 세계관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개한 서구 이외 지역을 개화시켜야 한다고... 제국주의의 논리죠. 길가메쉬 서사시의 점토판들은 페르시아, 시리아, 터키 등...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예루살렘 위에 있는 므깃에서도 기원전 14세기의 파편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의 유대인들도 서사시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지금은 적어도 학계에서는 노아의 홍수가 서사시의 홍수를 모방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듯합니다. (p143~144, 제3강 오수연(소설가)) 이집트 신화 오시리스와 이시스 이집트 신화에서 창조자는 새 모양의 빛이었고, 푸른 연꽃 속에 앉아있는 어린애였기도 했다. 창조자의 외로움, 그것이 세상이 생겨난 이유다. 창조자 아툼은 제손으로 제 남성 성기를 자극하여 자위행위를 하여 자손인 남신 슈와 여신 테프누트를 만들었고 두 남녀는 땅의 남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는다. 남녀가 동양과는 반대다. 서로 사랑한 두 남신 여신 사이에 공기의 신이 끼어들어 남신의 배를 두 발로 밟고 여신의 배를 두 팔로 밀어올려 하늘과 땅이 분리되고, 임신중이던 하늘의 여신 테프누트는 남신인, 오시리스와 세트, 여신인 이시스와 네프티스를 낳는다. 아직 신들이 어릴 때, 태초의 물에 휩쓸려가자 아툼은 자신의 한쪽 눈을 빼서 찾으러 보낸다. 신들을 찾아와보니 아툼의 얼굴에 새 눈이 생겨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눈은 원통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인간이 된다. 이 때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생겨난다. 아툼의 갈곳 없는 눈이 흘린 눈물은 인간이 되었기에 그 원통하고 슬픈 마음이 인간의 부정적 본성을 만들었다. 이 때 이집트의 창조자 아툼은 다른 신화의 불멸하는 신들과는 달리 늙고 쇠약해지는 신이었다. 아툼이 나이들어 쇠약해지자 인간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아툼은 하늘로 올라가 인간들을 굽어보며 때로 벌을주고 때로 동정심을 갖고 구해주며,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인간들을 굽어살핀다. 그리고 그는 늙어간다. 이집트 신화에서 아툼은 점점 늙어가며, 너무 늙어 더이상 버티지 못할 때, 세상은 끝난다. 장례문헌에서 기원하는 죽은 자의 영생도 영원히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 충분히 긴 시간동안 산다는 뜻이다. 그 끝을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백만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대때부터 현대까지 흘러가버린 시간만큼 손해보는 거라는 거다. 신화에서 지상의 정의가 지하의 정의를 정당화하고, 지하의 정의는 지상의 정의를 보장합니다. 현세와 내세가, 삶과 죽음이 서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사람들은 사후의 심판을 생각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죽을 때도 내세의 보상이 있을 것을 믿기에 안심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원천이자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p365)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근본 교리인 사후의 심판과 낙원, 이런 발상은 맨처음 고대 이집트인들에게서 나왔다. 한술 더 뜨면,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들은 죽은 후 부활한 신인 신화의 여러 판본이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더 먼 옜날의 미스테리아를 받아들여 민족적 취향에 따라 각색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죽은 후 부활한 신인에 대한 최초의 신화는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p373)'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오시리스가 그리스로 전해져서 디오니소스로, 소아시아에서는 아티스로 시리아에서는 아도니스로 아틸리아에서는 바쿠스로 페르시아에서는 미트라스로 각색되었고,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신화로 각색한 신인이 바로 신약 성경의 '예수'( 374)라는 것이다. 오시리스는 하늘에서 인간을 위해 땅으로 임한 신이고, 고통스럽게 죽은 신이며, 부활하여 인간에게 희망을 준 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와 비슷합니까? 오시리스가 적어도 2400년 선배입니다(p374) 세계 각국, 문화의 발상지들에서 생겨난 방대한 서사시와 낯선 신화들에 대한 강의를 읽는 시간 내내 내게는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었다.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리뷰에 아주 매우매우 일부밖에는 담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내용이 치밀해서 읽는 데 시간도 오래걸렸지만, 그만큼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말고, 여러번 읽어야 할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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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강 샤나메와 쿠쉬나메 : 페르시아 신화의 황홀한 세계 파트를 저술한 한양대 세계지역문화연구소 문혜진은 신화를 크게 성스러운 신화와 세속적인 신화로 나눈다. '성스러운 신화'는 신들이 행한 일들을 의례로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신들이 한 행위를 따라하면 마법적인 힘을 가지게 되고 의례가 되면서 그 신화 자체가 마법의 주문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신화의 의례를 우리나라의 <바리공주>와 <오늘이>에서 찾는다. 죽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진오귀굿을 보면 무당이 바리공주 옷을 입고 바리공주 신화를 6시간 동안 읊는다고 한다. 그러면 바리공주가 죽은 자를 잘 인도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 '세속적인 신화'는 왕조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한 신화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같은 일본 신화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구분 속에서 페르시아의 신화인 샤나메는 세속적 신화에 속한다. 샤나메는 신화의 시대, 영웅의 시대, 역사의 시대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의 시대에는 신들이 우주를 어떻게 창조하고, 그 창조로부터 인간들이 나타나고 또 최초의 왕조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영웅의 시대는 왕조가 설립되기까지 많은 악의 무리, 괴물들과 싸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포함한다. 역사의 시대는 페르시아 역대 왕조를 읊은 것이다. 페르시아인들은 아리안 족으로, 이란에 와서 BC550~BC330에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를 건립한했는데, 영화 <300>에서 그리스를 위협하는 오리엔트 대제국이 그들이라고 한다.(p155),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는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멸망하고, 이후 몰락산 제국 위에 다시 AD212~650년까지 사산조 페르시아가 세워진다. 이렇게 기원전 페르시아와 기원후 페르시아가 있고, 쿠쉬나메에 나오는 마지막 왕자 아비틴은 기원후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자다. 우리가 중동 하면 무조건 이슬람만 떠올리는데,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부터 페르시아를 지배했던 종교는 조로아스터교다. 이란 북동부에서 기원전 2000년에 생겼고, 주신은 태양신 야후라 마즈다이다. 이 조로아스터의 경전 <아베스타>가 바로 <샤나메> 신화 스토리의 근간이며, 같은 아리안 족이 인도에 세운 브라만교의 성전 <베다> 역시 <아베스타>와 내용이 비슷하고, 그 두 개의 다른 종교가 갖고 있는 두 개의 성전이 아리안족 때부터 내려오는 민족적 정신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스터는 알렉산더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6세기 경에 복원되었으나, 지금은 일부만 전해져온다. 이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신성시해서 사원인 아타시카데흐에는 천년째 꺼지지 않는 불이 있고, 땅을 신성시해서,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땅에 바로 묻지 않고 조장터에 두고 새들에게 뜯어먹게 해서 뼈만 추려 묻는단다, 신성한 땅에 부정탄다고.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진도 일대에 가면 일제 강점기때 위생 관련 법에 의해 금지되기 전까지 있던 비슷한 풍습이 있는데, 사람이 죽으면 3년동안 썩혀서 묻는다고 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세계 3대 종교에 두루 영향을 미쳤는데, 천국과 지옥 같은 사상과, '마즈다를 최고신으로 숭상하는 유일신 사상 이것이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3대 종교에 영향을 미쳤(p161)'다고 한다. 신화인 샤나메는 아베스타에 있는 내용을 답습한다.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창조되었고, 바다와 땅, 식물과 동물, 인간, 그리고 불이 차례대로 창조되었다. 천지창조때 인간의 몸은 흙으로, 정액은 불로 만든다. 그 최초의 선조 카유마르스가 죽어 정액이 땅 속에 보존되어 풀로 자랐다가 남녀 사람이 되고, 이들은 자기 자식들을 낳아 먹어버리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남녀 7명이 각각 한쌍씩 부부가 되어 세계 일곱 지역의 주인이 된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잠쉬드(왕)의 시대에 이르는데, 이 시절에 사람들은 추위도 더위도 없고 땅도 풍족했는데, 땅이 부족하면 지팡이로 땅을 탁 내리쳤고, 그러면 땅이 점점 넓어졌다. 아베스터에서 홍수신화도 흥미롭다. 노아의 홍수시대에는 노아가 모든 동식물의 씨를 방주에 담지만, 아베스타에서는 동굴을 파서 모든 종자들을 보존해서 다시 번식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길가메쉬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아베스타 성전 역시 기독교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 작가의 견해다. 다시 샤나메로 돌아오면, 페르시아가 아랍 민족에게 정복을 당사고 나서 민족적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피르다우시라는 시인이 아베스타에서 악의 무리로 나오는 자하크를 아랍 왕으로 설정해 아랍을 악의 축으로, 페르시아를 잠쉬드가 대표하는 선으로 그 구도를 바꾼다. 경전은 신화에서 페르시아가 아랍을 전복시키고 나라를 다시 건설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즉 '아랍인의 정복과 이슬람의 포교로 자칫 말살되어 버릴 수도 있는 민족적 정체성을 부활시키려고 200년 넘게 잊혀져가던 페르시아를 팔라비어로 샤나메에 담아'내어 페르사아어를 다시 부흥하게 만드는 중요한 작품이 된다. 샤나메 내의 신화의 시대가 끝나고 영웅의 시대가 3분의 2 정도 차지하는데, 이 이갸기가 끝나면 실제 역사인 왕조 시대 이야기, 알렉산더 섭정 이후 파르티아, 사산조 역대 왕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천일야화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이렇게 긴 서사시가 샤나메이다. 쿠쉬나메는 사나메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신라 관련 부분이 더해진 것이다. '아비탄이 나오는 부분부터 페리둔이 페르시아를 되찾는 부분까지가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부분(p172)'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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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때 간만에 밤새 드라마 몰아보기를 했다. 어떤 드라마인고 하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 지니》. 물론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그저 드라마 세계관을 보고 조금 놀랐다. 익숙한 한국신화가 아닌, 이슬람신화를 차용하다니! 느낌적인 느낌상 아랍 수출(?)을 위함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여타 드라마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주제를 택한 행보에 대해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튼간에! 오랜만에 이슬람 신화를 배경삼은 드라마를 보고나니, 괜시리 신화 책을 읽고 싶은게 아닌가! 그래서 책장을 좀 훑어보았다. 이왕이면 김우빈 지니를 더 오래 끌어안기 위해(?), 이슬람을 비롯한 중동지역 신화를 좀 봐볼까 하고 책을 골랐다. 그렇게 책장 속에서 꺼낸 신화책은 『세계신화여행』. 너무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기억도 잘 안나니 읽기에 딱 좋지 않은가! 다만 여기서 함정. 대체적으로 어느 나라든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 - 영웅 이야기 - 역사 이야기’ 순으로 시작된다. 내가 읽고 싶은건 이블리스 같은!!! 신들의 이야기였는데, 이 책속의 신화는 주로 영웅 신화가 대부분. 물론 일본 건국신인 이자나기, 이자나미 신처럼 신들의 이야기도 있긴한데, 그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고!!! 고로 이 책 『세계신화여행』은 세계 각국의 영웅 서사시를 토대로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는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이 책 속에서 그나마 이슬람쪽 신화는 투르크계열 <알퍼므쉬> 파트가 있는데, 역시나 영웅 서사시다. 이슬람과 연관있는 페르시아 서사시 <샤나메> 역시 영웅 서시시! 아아, 생각해보니 내가 이슬람 신화책을 따로 산 적은 없던것 같기는 하다. 한국, 중국, 일본, 게세르, 북유럽, 그리스/로마 신화책 다 있는데 이슬람이 없다니!!! 이렇게 된 거, 간만에 신화책 하나 더 사야겠다. TMI 끝!!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신화여행』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신화는 ‘성스러운 신화’ 와 ‘세속적인 신화’로 나눌 수 있다. 성스러운 신화는 으레 말하는 영웅이야기, 건국신화 등을 말하며, 세속 신화로는 여러 지역에서 구비 전승되는 신화다. 특히 우리나라 건국 신화 중 <단군신화>는 고조선 건국 이전에, 한민족 정통성을 내세우는 신화이기도 하다. 비슷한 예로 고대 페르시아 왕조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신화로는 <샤나메>가 있다. 페르시아 대 서사시<샤나메>. 페르시아가 어디인가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페르시아는 현재 ‘이란’이다. 즉 <샤나메>는 10세기 페르시아 후손인 이란왕조가 후원하여 완성된, 이란인들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신화다. 여기서 반전, <샤나메>가 집필될 당시에는 이미 이란은 아랍(튀르크) 민족에게 정복을 당한 후이며, 이란 내에 아랍문화가 성행한 뒤였다. 아랍 정복 후 이란에서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었고,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심지어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고 아랍 종교인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정치에 입문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페르시아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페르시아 대서사시 <샤나메>가 만들어졌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페르시아가 아랍을 정복하고, 나라를 건설하는 것. 당연히 페르시아는 주인공, 아랍인은 악당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페르시아계 사만 왕조가 멸망한 뒤, 튀르크계 사즈니 왕조의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하에 집필된 페르시아 대서사시 #샤나메 내용 중에 뱀의 왕 자하크를 물리친 잠쉬둔(페리둔) 이야기가 있는데, 약 백 년 뒤에 이를 각색한 신화가 나왔다. 바로 #쿠쉬나메 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샤나메>는 몰라도 <쿠쉬나메>를 들어본 사람은 있을 것이다. 혹은 경북 경주시민들은 분명히!! <쿠쉬나메>를 들어봤을 것이다. 경주에 사는데 <쿠쉬나메>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 그렇다면 #바실라 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쿠시나메의 ‘쿠쉬’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나메’는 이야기라는 뜻이죠. 그래서 쿠쉬나메는 ‘쿠쉬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샤’는 이란 어로 왕입니다. 그래서 샤나메는 왕의 이야기라는 뜻이죠. 쿠쉬나메에서는 신라를 ‘바실라’라고 표기하는데, ‘바’는 고대 페르시아 어로 ‘좋은’ 이라는 뜻이에요. 즉, 좋은 신라라는 의미지요. 신라 관련 부분은 샤나메에는 없는데, 쿠쉬나메에서 신라관련 부분이 더해진거에요. p 171 내가 왜 콕 집어서 ‘경주’를 이야기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쿠쉬나메> 에 ‘신라’가 나온다. 신라가 어떤 나라인가. 경주를 수도로 한, 우리나라 고대국가 중 하나가 아닌가. <쿠쉬나메> 줄거리는 이렇다. 651년 이슬람 제국의 침략으로 사산조 페르시아가 멸망하면서, 페르시아 왕세자 아비틴은 이슬람을 피해 당나라로 망명했다. 당나라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또 한번 망명을 감행하여 도착한 곳이 바로 신라. 신라왕 타이후르*는 아비틴을 환영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당나라 군대가 신라를 침공하자 신라와 페르시아 연합군이 당나라 군대를 막아낸다. (이하 생략) 아비틴은 신라 공주 프라랑과 결혼한다. 어느날! 아비틴 꿈에 신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페르시아로 돌아가서 아랍 폭군 자하크를 물리치라는 계시를 한다. 그렇게 아비틴은 결혼한 신라공주 프라랑과 함께 페르시아(이란)로 돌아간다. 페르시아에 도착한 신라 공주 프라랑이 아들 페리둔을 낳는다. 아비틴은 폭군 자하크에게 잡혀 처형을 당한다. 장성한 페리둔은 아버지 원수를 갚고, 페르시아(이란)의 영웅이 된다. 페레둔은 이 소식을 외조부인 신라왕 타이후르에게 알렸지만, 이미 타이후르는 사망하였고, 왕이 된 타이후르의 아들인 가람이 이 소식을 받게된다. 이후 이란의 페리둔과 신라의 가람은 대를 이어가며 우호관계를 유지한다. *타이후르: 무열왕or문무왕으로 추정.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 당시 신라는 무열왕~문무왕 시대. 그나저나 <쿠쉬나메>가 참 아이러니한게, 분명 책 제목으로 봤을 때 주인공인 ‘쿠쉬’가 영웅일 것 같은데 사실상 쿠쉬는 악역이다. 아랍왕 자하크의 동생인 쿠쉬가 중국왕이 되고, 그 중국왕 쿠쉬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 이름도 쿠쉬. 결론적으로 쿠쉬는 악역이고, 아비틴 아들 페리둔이 아랍왕 자하크를 물리치고 페르시아 재건! 근데 왜 제목은 쿠쉬나메일까.............참 의문이다. 뭐 제목이야 그렇다치고. 세간에는 쿠쉬나메에 나오는 ‘바실라’가 진짜 신라가 맞는지 의혹이 일기도 했다. 왜일까? 쿠쉬나메는 신라를 섬나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어라? 신라는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심지어 양옆으로 국경은 백제와 고구려가 있는데? 바실라가 정말 신라 맞아? 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나라인데, 섬나라라니! 의혹을 제기할만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그래서 아랍 중세문헌을 찾아보니, 신라는 아랍의 중세 시대에 이미 알려져 있었어요. 서양인들이 한국을 알게 된 것은 구한말 쯤 근대화가 일어나기 직전이에요. 아랍에 한국이란 존재가 알려진 것이 서양보다 굉장히 앞섰습니다. AD 851년이란 말이죠. 이런 사실은 아랍의 학자들이 지리서를 발간한 데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거기에보면 851년 신라를 섬으로 표현하죠. p 176 그 외에도 알 마스오디의 <황금초원과 보석광>, 알 바루니의 <마스오디 법칙서>, 알 까즈위니의 <피조물의 기적과 존재물의 기이> 등등에서 신라를 “중국이라는 나라 변방 끝에 있는 섬나라”로 표기했죠. 아래의 지도는 알 이디리시라는 아랍인이 쓴 <천축횡단 갈망자의 산책>이라는 책에 삽입되어 있는 지도예요. 이 지도의 왼쪽에 원으로 표기되어 있는 곳이 신라에요. 섬나라로 표기되어 있죠? 지도를 뒤집어서 보면 큰 대륙이 중국이고, 그 밑에 섬나라로 그려진 것이 신라입니다. 그래서 바실라가 일본이 아니라 신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p 177 쿠쉬나메에서 신라를 묘사한 내용을 보면, 신라인들은 가옥을 비단과 금실로 수높은 천으로 당장하며, 식사 때는 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한다고 적혀 있어요. 비단이라든지 금이 많다는 내용이 투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리학자 알 이디리시의 책에서도 금이 굉장히 흔한 나라로 묘사되어 있어요. p 179 여기서 잊지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쿠쉬나메> 집필 목적은 <샤나메>가 이슬람 정복 시기에 페르시아(이란)인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이유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페르시아 문화가 사라지고, 아랍문화권이 성행한 이란의 실제 역사와 다를수밖에 없다. 이해가 어렵다면, 우리나라 고전문학인 <박씨전>을 생각하면 된다. 박씨전 역시 병자호란을 이겨내고자 한 대체역사물이지 않은가. 뭐, 이유야 어찌되었든 현재 <쿠쉬나메>는 경주시에서 관광 컨텐츠로 아주 알차게 써먹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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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신화여행 [김남수, 김남일, 김선자, 김응교, 문혜진 저 / 실천문학사]
이 책은 2014년 6월부터 10월까지 경기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신화와 예술 맥놀이 - 아프로아시아 신화강좌>를 지면으로 옮긴 것으로 총 12강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지도, 포스터 등의 다양한 컬러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어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강연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너무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몽골,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터키 등 평소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해 무지했던 세계 각국의 소수 민족의 신화까지 이야기하여 굉장히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우선 초반에 이야기하는 아시아 신화에 대해서였다. 세계적으로 너무나 사랑받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영화 아바타는 인도신화,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는 켈트신화와 북유럽신화, 그리고 영화 뮬란은 중국의 서사시를 토대로, 바리데기는 바로 우리나라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탄생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세계적인 영화들은 우리가 아시아인이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아시아 신화들을 모티브로 하였고 결국 돈은 미국이 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영화 외에도 소설, 드라마, 게임 등 여러 가지 장르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각국을 대표하는 신화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암각화와 같은 문양을 통해 인류의 흐름과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인문학과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는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고래 숭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뜨끔했다. 바로 고래는 신생대가 시작되는 6천 5백만 년 전부터 출현했는데 그것은 4만 5천년의 역사를 가진 인간보다 지구에 머문 시간이 천문학적으로 오래 되었는데 인간은 고래보다 한참 짧은 시간 머물고 있으면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래는 굉장히 친환경적이면서 생태적인 인식이 뛰어난 동물이라며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분명 인간은 아니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으로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고 가장 좋아하는 신화도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사실 생각해보면 뿌리가 있어 역사가 존재하는 민족이라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있는 법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 이외의 신화는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신화들이 존재하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우리는 우리의 신화와 역사는 물론 가까운 이웃 나라의 신화와 그 역사를 통해 각국의 문화에 관심은 있었는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반성하게 되었고 신비롭고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것은 물론 신화를 읽을 때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어떻게 읽어야할지 배울 수 있는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던 책이었다. 각 강연의 끝 부분마다 참고 자료로 소개되었던 책들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강연자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한 신화와 흥미로웠던 이야기들은 따로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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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그리스, 로마 신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소설같은 이야기 때문에 신화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오늘날 서양 문명의 토대를 이뤘다는 점에서만 잠깐 읽어본 적이 있어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해서 인간처럼 시기도 하고 질투도 해서 신화가 왜 이래? 라는 생각도 했었네요. 그러다가 이윤기님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을 내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의 역서에서는 주석은 한두줄 짧은 문장에 불과했지만 이윤기님이 번역한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신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남긴 주석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아요. 어떤 페이지에서는 주석의 내용이 더 많기도 했구요. 책이 재미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유럽 문화의 뿌리라는 점에서 서양의 신화에 대한 책은 많이 출판된 반면에 동양의 신화에 대한 책은 거의 없는것 같네요. 평소 접하던 문화권이라서 신비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서양에 대한 동경 때문에 그럴 수 있는데 '세계신화여행'을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동양 문화권의 신화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책이지만 학술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였기에 마음에 드네요. 이 책은 중동 지역의 길가메쉬, 샤나메와 쿠쉬나메를 비롯해 중국의 산해경, 인도의 라마야나, 중앙 아시아의 게세르 등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화라고 하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상상력으로 지어낸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데 오래 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내용들이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구전 과정에서 일부 과장되고 내용이 바뀔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있었던 일이 아닐까요? 여러 신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관심이 갔던 내용이 샤나메와 쿠쉬나메입니다. 얼마전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의 공주 결혼 이야기를 다룬 쿠쉬나메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면서 고대 국가들의 교류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특히 신라의 처용가 이야기나 덕수 장씨 등 중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성씨, 경주에 남아있는 중동 사람을 닮은 석상 등 많은 자료들이 신라와 중동이 교류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네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접적인 교류가 아니라 당나라의 신라방을 통해 다른 민족들과 만날 수 있었지만요. 대한제국 이전까지 폐쇄된 국가로 남아 있었음을 볼때 오히려 고대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이었던 것 같아요.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책을 통해 당시의 중동 정세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네요. 단군 신화와 연결되어 있는 중앙 아시아의 게세르도 흥미있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우리 민족의 기원이 중앙 아시아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단군 신화와 게세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남선이 단군에 대한 내용으로 글을 쓰면서 게세르칸의 서사시를 비교 신화학으로 많이 참고하였는데 명칭이나 제위 형태 등 비슷하네요. 인류는 한 곳에서 시작하여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면서 오늘날의 세계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 길을 따라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신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요. 중국, 인도, 중앙 아시아의 신화에 대해서는 교양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거의 없거나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책들이었는데 이 책은 전문가들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고, 또 신화의 유래나 유사성, 신화가 기록된 당시의 사회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밖의 소수 문화권에 대한 신화 이야기들도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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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려서부터 우리 나라 전설에 대해 아주 좋아했었다. 차츰 차츰 나이가 먹어가면서 우리나라 전설에 대한 관심에서 해외의 전설, 신화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주로 읽었다. 그에 따른 책들을 너댓 권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나라 전설이나 신화를 접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세계 모든 민족에게는 신화가 있다. 튀르크 신화, 페르시아 신화가 있다. <샤나메>란 신화가 있는데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과도 같은 것이다. <샤(왕)의 나메(책)>으로 이란의 왕조실록인 셈이다. 아베르반도에는 <수메르>라는 신화가 있다. 역사가 발전하면 서사시는 줄어든다고 한다. 역사가 발전한 중국에 신화가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 책속에 저자는 말한다. 필리핀 같은 경우는 섬이 수천 개 되는데 그 동네마다 신화와 서사시가 다 따로 발전했다. 아직까지 문자가 없어도 서사시가 몇 천 가지나 된다고 한다. 세계사에서 당연 서사시가 가장 풍부한 나라하면. 당연 필리핀이란다. 이런 이유로 한 나라의 문명을 꼭 역사책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동유럽 지역에는 슬래브 신화가 있다. 북유럽 신화에는 게르만 신화가 대표적이다. <고 에다>와 <신 에다>가 있다. 오딘은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사람이다. 오딘은 지혜를 통해 세상에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죽음을 피하고 종말을 피하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죽는다. 즉, 북유럽 신화의 특징은 신이 죽는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에는 켈트 신화가 있다. 캘트 신화가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끼쳤다. 켈트 신화에서도 신은 불완전한 존재로 죽는다. 빅스토리는 무엇일까? 신은 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나, 영웅은 어떤 자기성장 과정을 통해 왕이 되었나, 신들의 전쟁이 있고, 영웅의 모험담이 진행되었다. 창조 신화나 영웅 신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신화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든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동양 신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들이 소설가, 시인들이라 그럴까, 읽는 사람이 신바람 나는 감흥과 동반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불러일으킨다. 길가메쉬 신화는 신화를 낳은 신화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이다. 샤나메와 쿠쉬나메 신화는 페르시아 신화로서 황홀한 신화세계를 가지고 있다. 산해경은 기기묘묘한 중국 신화의 세계를 담고 있다. 라마야나는 인도를 넘어선 가장 인도다운 신화이다. 게세르는 인간을 위해 세상에 온 동북아시아 초원의 영웅에 대한 신화이다. 마하바라타 신화는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인도를 움직이는 철학사상이 담겨 있다. 오리시리스와 이사스는 인류가 죽음을 넘어 영생을 꿈꾸는 신화이다. 데데 코르쿠트와 알퍼므쉬는 멀고도 가까운 튀르크 족 그리고 그들의 영웅의 신화이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일본 국토의 창생과 천황제의 기원을 담고 있는 신화이다. 바리데기와 오늘이는 인드라망 위를 지금도 걸어가는 우리 신화이다. 세계신화여행을 하는 동안 그리스 로마신화나 단군신화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겐, 너무나 풍요로운 세계 여러 나라 신화들을 접하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수많은 신화가 서사시로 우리 인간에게 존재하는 한, 물질 문명 속에 갇혀버린 인간들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남아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신화는 한 나라의 소유물이 아닌, 이웃에 접한 나라들과 서로 주고받으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던 신화의 세계에 앞으로 먼 훗날의 후손들에게도 기리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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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이야기다. 고대시대에는 오늘날 처럼 사건과 역사를 기록하는 문서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물론 그 시대만의 문서화를 남겼지만 대부분의 기록문화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져 왔다. 종족과 대를 이어 나라와 민족의 틀을 굳건히 할 수 있는 토대의 역사적인 받침대를 유지시켜 줄 이야기는 어쩌면 각 나라들의 고민과 자부심으로 나타내었으리라 생각된다. 한 나라의 강함과 지혜를 보여주는 데는 이야기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신화와 예술 아프로아시아 신화강좌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책으로 묶은 '세계신화여행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아시아의 신화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양신화만을 따라간 신화전문가들의 자기반성이 담긴 귀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신화에 대한 아시아의 여러가지 색깔의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들려준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아시아의 신화만 전해주는 것이 아닌 터키를 비롯 우리에게 생소했던 신화들을 들춰내어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신화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강좌식으로 구성되어 현장의 목소리를 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체는 존대어로 진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 현장에서 들려주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총 12개의 강의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마다 신화 전문 강사들의 신화이야기가 책 전반에 걸쳐 흥미롭게 펼쳐진다. 우선 김남일 소설가는 현재 우리 한국인들만 보아도 이야기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이유는 우리도 이미 알다시피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대시대부터 오랫동안 이야기는 사람에서 가족으로 공동체에서 나라로 발전하여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만 있을 뿐 이야기는 사라진 부작용들이 넘쳐난다. 이것이 지금 현 시대의 문제점이다. 그러니까 정보와 이야기는 구별되어야 하며 정보가 이야기보다 앞서가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서로가 소외되어 가는 것은 앞으로도 피할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점들을 고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현 시대가 옛날만큼 지혜롭지 못하다는 말일 것이다. 금새 지루해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보니 쓰고 버리는 기한이 너무나 짧아졌다. 사람과 사람간의 이어지는 관계의 파괴도 일회적이며 자기 반성도 없다. 모든 사건과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 묻혀버린다. 인간은 인간일뿐이지 그 이상의 무엇도 아니다. 그래서 겸손히 인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자연, 동물 모든 것이 커다란 공동체 구성원임을 우리들은 직시해야 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도 이와 다를게 없다. 신화이야기는 다른 무엇인가가 아닌 우주의 이야기이며, 지구이야기이고,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제3장 길가메쉬를 다루는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노아의 홍수도 사실신화이야기다. 신화라서 꾸민 이야기라고 또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지구 여러 나라의 홍수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처럼 기록되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제 지구에 노아의 홍수와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길가메쉬를 강의하는 저자는 창세기의 주요 내용들은 이미 천년전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새겨있었다며, 성경의 기록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히려고 했던 성경 고고학자들과 서구인들에게 오히려 충격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성경을 앞세워 전쟁을 치루고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모습들을 끄집어 낸다. 구약성경을 율법으로 삼는 이슬람도 최근에 극단적 테러를 일삼고 고대 문명 유적들을 파괴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원래 길가메쉬는 개인적인 영생을 포기한 후 인류라는 더 큰 생명체의 존속에 기여하는 문화 영웅이었고, 인간만이 죽음을 의식. 인간답게 살 수 있음을 고대의 필자가 전해준 깨달음이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어찌보면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이슬람)인들에게 당혹스러움을 전해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종교인들을 공격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닌 신화이야기를 통해 신화와 현 인류를 연결시켜 어떤 의미있는 대화와 소통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인들은 이 책을 개인적인 신앙고백적 관점으로 보면 안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종교인들에게 매우 훌륭한 참고도서가 될 것이고, 값진 독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 또한 기독교인으로 이 책을 읽고 많은 공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이 수메르를 베꼈다한들 계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종교인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신화 내용들을 책으로 내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신화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가득하다. 여러 부연설명과 사진들, 그림들은 독서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또 하나의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젊은이들과 역사와 교양서적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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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화여행...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0명의 강사들이 강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엮은 신화에 대한 이야기다. 전세계 신화에 대한 것이 아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화를 집중적다루고 있다. 서양의 신화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기에 이쪽 방향을 잡은듯 그래서 나오는 신들의 이름도 내용들도 많이 생소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들과 비슷한 것들이 꽤 있어 이름이 다르고 신화를 다루는 지역은 다르지만 웬지 서로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어 아주 생경하지는 않다. 각자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했던 것이다 보니 기존 신화를 다루던 책들과는 접근법이 좀 다르다. 그저 신화속 이야기가 아닌 폭넓게 다양한 관점에서 신화를 다루어준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했던 내용이기에 제시했던 많은 자료들인 사진이나 그림,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의 모습을 함께 만날수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자료들도 만나게 되어 이런게 이런곳에 있었네??? 하고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대하는 기회도 된다. 앞부분은 소설가와 비평가의 강연이어서인지 전체적인 틀을 알려주고 세계곳곳에 있는 다양한 유물들을 통한 개요들을 먼저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서 초반은 신화속으로 접근하기보다 그 배경을 따라가게 되어 역사 공부를 하는 듯한 그런 느낌... 너무 학문적 접근이다 보니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적, 역사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어주니 그런 부분이 맞는 사람에게는 또다른 느낌의 재미도 솔솔하지 않을까 싶다. 신화의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초반에 재미를 많이 잃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난 좋았다. 저자가 10명이다 보니 ㅎㅎ 내용별 재미도 다 제각각이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던 내용이라 문체도 전달법도 다르다. 나도 강의를 해봤고 여러 강연들을 들어봤기에 이렇게 풀어나갈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공감이 있다. 하나의 이야기로 끝날수 없는 그와 연관된 다양한 자료들과 역사, 학문, 현재와 생활속에서 변화되고 변천되고 사람들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들을 풍부하게 다루어주게 된다. 그러니 내용이 참 많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내용들이 너무 많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정말 강연장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자료와 그에 맞는 설명으로 호기심가득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 속에서 같이 느끼고 듣고 보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그 장소에 있지 못해서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것만도 고맙긴 하지만^^ 아시아쪽 신화를 많이 다루다 보니 우리나라 이야기도 꽤 등장한다. 우리 역사속에서도 잘 알지 못했던 꽤 많은 부분을 다른나라의 역사와 신화속에서 꽤 다른 시각으로 만나게 되니 이것도 흥미롭다. 많은 자료들 중에는 유물들도 많지만 영화로 꽤 흥행했던 다양한 작품들이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을 연결시켜 접하게 되니 신화에 대한 이해와 재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듯. 서양 신화에만 집중되어 왔는데 이렇게 시야를 돌려 우리와 우리주변국들의 이야기속으로도 여행을 떠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냥 신화만 아는것이 아닌 다양한 배경지식도 같이 만날수 있어 더 좋았던 작품인듯 싶다. 일반 신화이야기처럼 술술 읽히지 않아 속도가 좀 더디기는 했지만~ 공부가 많이 되었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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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주 어렸을 때를 돌아보니, 할머니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동화책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신화 이야기들도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이처럼 신화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내려오던 이야기였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 책뿐 아니라 한 때는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뿐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윤기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신화하면 오로지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떠오르게 된 이유는.
<세계신화여행,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쏠려있던 신화 이야기의 폭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중국, 인도, 페르시아, 터키 등 전 세계의 신화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2014년 6월부터 10월까지 경기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아프로아시아 신화강좌를 지면으로 옮긴 것으로, 소설가, 신화학자,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 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강사들의 강의 12강이 실려 있다.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신화는 그저 허무맹랑한 가상의 이야기일 뿐인가? 각 강의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화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역사와 바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화 바리데기를 살펴봐도 그렇다. 판본에 따라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하는 바리데기 신화에는 불교와 무속 신앙 간의 대립이 펼쳐지다 서서히 서로 융화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이처럼 신화에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내려 있다.
신화에는 자연과의 관계나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중국의 소수 민족에게 전해지는 신화를 살펴보면 종족의 생존을 위해 열악한 환경을 보존하고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소수 민족의 삶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는 전 세계 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이다.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자료이다. 이런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수많은 화두를 던진다. 그렇기에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