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기록하세요?” “어떻게 기록하세요?” 저자를 만난다면 나도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어떻게 기록하는지를 추가로 써보면 어떨까요, 라는 질문에 더 이상 뭉개고 넘어갈 수 없다는 인식에서 쓰게 되었다는《모든 요일의 기록》은, 그냥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다.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정직한 고백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어서다, 어느 곳에서든. 지하철 안에서,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 산책길 위에서, 맥주 두 모금에 아이디어 조각이 잠깐이라도 비치면 어김없단다. 낚아챈단다, 메모를. 휴대전화에다가도 하고, 굴러다니는 종이 위에다가도 하고, 냅킨 위에라도 쓴단다. 저자의 모든 기록의 대원칙인 나의 기억력을 절대로 믿지 않아서라는데, 틈틈이 한 메모를 바탕으로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내는 일, 기록이다. 갑자기 ‘아!’라는 탄식과 함께 뭔가가 기억나거나 떠오르는 일, 모두가 그런 경험을 하는데, 저자는 그걸 습관적으로 틈틈이 받아쓰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고. 지금의 내 기억력을 믿지 않고, 틈틈이 기록. 미래의 내 능력을 믿지 않고, 틈틈이 쓰기. 힘 빼고 틈틈이 쓸 수밖에 없었고, 꾸준히 틈틈이 썼고, 그렇게 틈틈이 작가가 되었으며, 이것이 저자의 기록 비법이고. 그리고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고,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고백이 뒤따른다. 98쪽의〈그리하여, 오독오독 북클럽〉도 퍽 인상 깊게 읽어 나간다. 사람들과 책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오독誤讀의 즐거움을 나누는 과정이 그려진다. ‘오도독오도독‘의 준말인 ’오독오독‘이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상징 하는 의미가 마음에 퍽 들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에 시작했다고. 왜냐하면 우물이 또 바짝 말라선데, 급한 대로 바닥을 박박 긁어 몇 방울을 모아 아이디어를 내고 글을 쓰긴 했으나, 우물은 또 바짝 말라 있어서, 결국 20년 만에 퇴사를 결단했고, 〈그리하여, 오독오독 북클럽〉에서는 퇴사 후 시작한 북클럽 이야기를 담기 시작한다. 벌써 18권의 책을 사람들과 같이 오독오독 씹어 먹었다는데, 표현이 날것 그대로여서 웃음이 픽 난다. 한 권의 책을 다섯 번이나 읽고서도 주인공의 이름을 까먹는 저자라서 여전히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고 있단다. 다섯 번이나 읽고서야 이해하는 문장을 만나면 기꺼이 기뻐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면 노트에 빽빽이 써 내려가며, 그 발견을 공유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시대에 책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저자 곁에 있어서 라고 한다. 몇 분 만에 통증이 줄어들거나, 몇 초 만에 문제가 해결되는 약효 대신, 오래 걸리더라도 깊이 헤매며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저자가 존경스럽다. 좋아하는 일이니 더 잘하고, 더 잘 읽고, 더 깊이 읽고 싶은 마음을 늘 간직 하여 더욱 좋은 글을 써 나가기를 응원한다. 다시 책상에 앉는 일, 다시 쓰기 시작하는 일을, 다시 쓰기로 결심하는 일을, 저자처럼 자연스레 알아서, 쓰다 보면 멀리 갈 수 있기를 나도 갈망해 본다. 쓰고 나면 스스로가 선명해지는 경험은 어떤 것일지……. 어디까지 흔들리고 있는 건지, 흔들리지 않는 부분은 또 어디인지……. 이런 저자 경험을 징검다리 삼아, 성숙한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독자로서 서 있고 싶어서다. 읽고, 듣고, 찍고, 배우고, 쓰는 모든 요일의 기록 중 따라하고 싶은 게 있다. 책을 읽을 때의 습관이다. 내 인생의 책이 될 것이 틀림없는 알베르 카뮈의 책을 읽을 때, 뭔가 모르게 신성모독인 것 같아서, 가장 얇은 비닐 포스트잇을 사서, 밖으로만 살짝만 튀어나오게 얇게 저미듯 붙였었는데……. 이제 모든 변화의 끝에 저자가 도착한 땅은 물리적인 책에 무심한 땅이어서, 이제는 카뮈의 책에도 연필로 줄을 그을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연필로 그었다가, 펜으로 그었다가, 파란색으로 그었다가 빨간색으로 체크를 했다가 그냥 닥치는 대로 표시하는 일. 그리고 잘 읽지도 않으면서 매일 이 가방 저 가방 열심히 옮기면서 꼭 들고 다니는 일. 나도 당장 따라 하고 싶은 일이 된다.
|
| 평소에 도서관에서 즐겨 읽던 김민철 작가님의 모든 요일의 여행 개정판이라니. 안 살 이유가 없죠. 신작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그래도 몇 편의 새로 쓰인 에세이도 추가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네요. 작가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지 궁금해지고 기다려 집니다:_) |
| 모든 요일의 기록 책 제목부터 뭔가 나를 강하게 책을 읽고싶은 욕망을 끌어당겼다. 읽어보니 역시나 제목에 부합하게 너무 좋은 책이었다. 이책은 전에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표지가 못생겨서? 안 삿다가 리커버판으로 구매해서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