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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밥벌이를 한다는 영성시인이 평생 곁에 두고 읽어온 책들 30여권을 토대로 도서관에서 1년 동안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한달에 한번 12개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주제에 대해 저자가 선정한 몇권의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행간의 깊이를 읽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책을 꼭꼭 씹어 읽어온 느낌이다. 다독보다는 정독을 권하는 저자답다. 3강 '자유'편의 경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 다른 2권을 언급해 설명하고 있는데, 두번을 읽어도 막연했던 조르바가 그의 해설을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조르바의 글귀를 인용하고 이어 작가의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인데, 현재를 살고, 머리가 아닌 몸으로 행동하며, 진짜 자유인인 조르바가 느껴졌다. 조르바를 한층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책은 읽은 가치가 있었다. 5강 '긍정'편에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부분부분 쉽게 옮겨주어 앞으로 차라투스트라에 도전하는 데에 용기를 얻었다. 아울러 6강의 '예술'편에선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는, 예술가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말로 거룩한 낭비를 설명해 주는데, 진짜로 값지게 돈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몇 수레의 책을 읽은다 한들,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냐고 했는데, 내가 요사이 했던 고민인,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생활이 변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에 대한 답을 구할 듯 싶어 나 또한 이 책을 오래 곁에 두고 읽어보았다. 외로움이 아닌 고독 속에서 창조의 힘을 키우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며 축의 시대정신인 공감과 자비는 부단한 연습을 통해 연마할 수 있음을 배웠다. <신화의 힘>을 쓴 조지프 캠벨은 자신의 인생 스승으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와 토마스 만을 꼽았는데, 소설을 통해 인간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에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내가 굉장히 좋아했던 어린왕자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이번처럼 한눈에 책이 쫙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사이사이 다른 책을 읽으며 몇 번에 나누어 완독했고, 접하지 못했던 책들 - 니체나 캠벨,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 에 눈을 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