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92%
  • 리뷰 총점8 8%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10.0
  • 50대 9.0

포토/동영상 (7)

리뷰 총점 종이책
보랏빛 전등을 따라 읽는 일본 단편<라쇼몬>
"보랏빛 전등을 따라 읽는 일본 단편<라쇼몬>" 내용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글입니다-표지에서 보랏빛 전등빛이 유혹을 하는 것 같다.기존 책표지와는 시뭇 다른 매혹적인 빛으로 이끌어 준다.일본 근대문학 단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순간이다.저자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 우리나라 이상문학상이나 젊은 작가상과 견줄만한 시상이다.라쇼몬에는 12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
"보랏빛 전등을 따라 읽는 일본 단편<라쇼몬>" 내용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에서 보랏빛 전등빛이 유혹을 하는 것 같다.
기존 책표지와는 시뭇 다른 매혹적인 빛으로 이끌어 준다.
일본 근대문학 단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순간이다.
저자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 우리나라 이상문학상이나 젊은 작가상과 견줄만한 시상이다.
라쇼몬에는 12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문화를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들에서 맛본다.

죽음과 삶의 단면처럼 어둠과 빛, 행복과 불행, 지옥과 천국... 상반된 세상 속에서 저자는 간절한 희망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우울한 문장들을 대할 땐 저자의 죽음이 복선처럼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시히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병풍이 완성된 그다음날 밤, 그는 자신의 방 대들보에 밧줄을 걸고 스스로 목을 매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인간의 목숨이란 이슬처럼 덧없고, 번개처럼 찰나입니다. 참으로 딱한 일이지요.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난쟁이의 말 속의 아포리즘이었다.  특히 인생은 지옥보다 더 지옥적이다라는 말이었다. 

-그는 그 시체를 바라보며 어쩐지 부러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신들에게 사랑받는 자는 요절한다. 


12편의 단편은 라쇼몬. 거미줄. 용. 코. 귤. 게사와 모리토.  지옥변.  덤불속. 점귀부.  말 다리.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이런 제목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발표 연대의 순서가 아닌, 작가의 시선이 바깥에서 안으로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흐름이 주목된다.

좀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문학을 접하고, 인생을 마주할 수 있었다면...
작가의 글을 또다른 시선으로 만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함께 생겼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성림원북스
s****7 2026.01.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면의 어둠에 끝없이 빨려들어간 작가의 이야기.
"내면의 어둠에 끝없이 빨려들어간 작가의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일본소설이 제법 괜찮다는 사실이다.소모성이 짙은 단순한 이야기에도 책을 덮을 때 마음에 따스함이 가득해졌고 문학성에 집중한 별게없는 잔잔한 소설도 잔뜩 쌓인 책을 정리하다보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여전히 일본은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기에 문학이 그 사람들
"내면의 어둠에 끝없이 빨려들어간 작가의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일본소설이 제법 괜찮다는 사실이다.소모성이 짙은 단순한 이야기에도 책을 덮을 때 마음에 따스함이 가득해졌고 문학성에 집중한 별게없는 잔잔한 소설도 잔뜩 쌓인 책을 정리하다보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여전히 일본은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기에 문학이 그 사람들을 담아낸 것일까.

그런 일본에서 유명한 문학상을 꼽자면 아쿠타가와상이다. 오직 신인작가에게만 주어지는 상으로 앞으로 일본의 문학을 부탁한다는 기대감을 보여주는 상이다.

최근에 아쿠타가와상이 ‘해당작품없음‘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아 바로 직전 상을 수상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 상의 이름으로 제정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라쇼몬‘ ’코‘ 등의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서른 다섯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픈 역사를 가진 작가다.

그런 작가의 단편 중 12편을 골라 담은 #아쿠타가와류노스케단편선 (#성림원북스 출판)으로 작가를 처음 마주했다.
유일하게 알고있던 작품이었던 ‘라쇼몬’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한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리거나 판단을 내리면 꼭 반대의견을 덫붙이고 있었다. 왜그럴까 생각하며 주욱 읽어가다 그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을 보면서 순간 멈칫했다.

‘어느 바보의 일생’은 소설이라기보다 작가의 마지막 유서같은 글이었는데 51개의 짤막한 글들로 이루어진 이 글은 작가의 인생, 생의 마지막에 눈 앞에서 펼쳐지는 주마등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가 멈칫한 이유는 이 글 속에 들어있는 인물들이 앞에 수록된 단편 속에서 등장했던 사람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 단편들은 나에게 소설로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비밀편지로 보였다.

실제로 그는 태어나기 전 딸을 잃어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를 보며 자랐고, 당연히 받아야할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 끊임없이 불안했고 행복을 좇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행복해야 하니까.

그렇게 자라지 못한 아쿠타가와는 빛보다는 어둠에 집중했다. 천국보다는 끝없이 불타는 지옥을 그려냈다.
그렇게 자신 안을 가득채우고 있는 어둠을 토해내도 빈 부분을 빛으로 채우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않았다.

자신도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으나 기쁨보다는 이 아이는 무슨 죄가 있어 자신과 같은 부모를 만났는지라는 자괴감에 빠지고,(배우지 못한 부모의 사랑과 유전적 걱정이 심했다고 한다.)가장을 잃은 가족의 생계까지 챙겨야 하면서 삶에 부담감이 더욱 심해지고 끝없이 어두워 지는 내면에 침잠하여 바깥세상을, 빛을 결국 보지 못하고 수면제를 털어넣었다.

이런 작가의 스토리를 알고나서 책에 수록된 글을 다시 살펴보니 ‘귤’이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수록된 글 중에 유일하게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바라보았다. 어린 소녀가 감사의 마음으로 던져주는 귤, 달리는 기차에 담겨있는 인생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에서 그는 잠시나마 자신이 불안해하며 쥐고있던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는다. ‘귤’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끝없이 글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글은 거짓없이 자신이 바라보고 느껴왔던 세상을 담아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숨쉴 수 없었기에.

글을 쓰기위해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글이라도 썼기 때문에 그만큼이라도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글 자체가 삶이었고 작가 그 자체였던 작가.
그래서 신진작가들에게 온 마음을 다한, 거짓없고 꾸밈없는 참된, 자신같은 글을 써달라는 마음을 담아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쥐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밝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아쿠타가와처럼 괴롭지만은 않기를.
내면에만 집중하지 말고 세상 속 아름다운 오색빛깔들을 만끽하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래야 그도 세상의 빛을 하늘에서나마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후배들의 글로 위안받았기를, 속이 빛으로 가득찼기를 바란다.

k********4 2026.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벗어날 수 없는 회한의 충만, 허무.
"벗어날 수 없는 회한의 충만, 허무." 내용보기
피부와 마음≪창작과 비평≫ 2023년 겨울호나는 바짓단을 접고 맨발로한 손에 신발 한 손에 여행가방눈이 녹으면서 드러나기 시작한사람들을 주우러손으로 툭툭 털거나 입으로 후 불어얼굴을 확인한 다음쥐고 있는 손을 펴면내 마음이 들려 있고그걸 입안에 넣고 잠잠히녹기만을 기다린다 십오분 정도몸에 좋은 것이 입에는 쓴 법이다어른들의 말을 되새기면서줄어든 사람의 몸은 이제 볼
"벗어날 수 없는 회한의 충만, 허무." 내용보기

피부와 마음

≪창작과 비평≫ 2023년 겨울호


나는 바짓단을 접고 맨발로

한 손에 신발 한 손에 여행가방

눈이 녹으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사람들을 주우러


손으로 툭툭 털거나 입으로 후 불어

얼굴을 확인한 다음

쥐고 있는 손을 펴면

내 마음이 들려 있고


그걸 입안에 넣고 잠잠히

녹기만을 기다린다 십오분 정도

몸에 좋은 것이 입에는 쓴 법이다

어른들의 말을 되새기면서


줄어든 사람의 몸은 이제 볼 일 없지만

두고 떠난다면 쓰레기 무단투기이므로

여행가방 안에다 차곡차곡 쌓아두고

집으로 가 종량제봉투에 다시 담아 배출한다


아예 처음부터 쓰레기봉투를 손에 들고

땅만 보며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뭐 그렇게 자랑 거리라고

대부분은 나처럼 여행가방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렇게나 작아지는 걸 보면

마치 사라지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왜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까

그게 나는 항상 의아하고


누군가의 손에 들린

사소한 내 모습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이

자주 나를 웃게 하고



전욱진 시인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감정'을 예민하게 표현한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 제목을 차용해 타인을 의식적으로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동성을 말한다. 

하지만 류노스케는 바깥으로 내뿜는 것으로만 해소할 수 있는 정서까지도 안쪽으로 삼킨다.

결국은 얼굴들을 따뜻한 입안에 넣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 별거 아닌데!



길가의 공원에 늘어선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모두 검게 물들어 있었다. 더욱이 그 나무들은 하나같이, 마치 인간처럼 앞과 뒤를 지닌 듯한 형체를 하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 흩어진 종잇조각은 때때로 우리 인간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새해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을 완독하기로 했다.

이유는

1. 작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죄와 벌(1867)≫ 완독에 실패했다. 이에 패배감이 남아 있다.

2.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1942)≫에는 '키릴로프'라는 장(chapter)이 있다. 카뮈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악령(1871)≫을 중심으로, 불멸을 믿지 않는 절망자에게는 인생 자체가 완전히 부조리이며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 어떤 의미에서 복수이고 의지의 방식임을 말한다. 이걸 모르고 살고 싶지 않다.


러시아의 역사와 사상의 흐름에 관해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러시아 고전의 장광설을 나를 또 지치게 했다.

그런데 또, 소설의 배경과 작가의 철학 등을 알아본 후에 시작된 읽기는 소설을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을 때의 묘미를 잃게 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중편까지는 그 무엇도 찾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월 마지막날 중편을 끝내고 드디어 하편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드디어 찾아보게 된 그 시절의 러시아, 니힐리즘의 폭발, 도스토옙스키 철학 사조의, 으아 너무도 아름다운 흐름. 실존주의 계보를 공부하며 문학 읽기를 버틸 수 있게 되었다.



18세기말, 프리드리히 야코비는 칸트나 피히테 같은 철학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성(Rationalism)과 논리만 따지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신(God)이나 자유, 도덕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증명할 수 없게 되고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허무(Nihil)'뿐이라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그러니 이성을 버리고 '신앙(Faith)'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허무주의(니힐리즘, Nihilism)"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러시아 청년들은 야코비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 '구덩이'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억압의 도구인 신, 도덕, 전통 등의 관념을 버리고 "진보"로써의 허무주의로 낡을 세상을 청소하려 했다.

급진적인 능동적 허무주의자들은 염세에 빠지거나 탁상공론만으로 만족하는 수동적 허무주의자들에게까지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니체는 이러한 도스토옙스키의 인간 심연 묘사에 영감을 받아 위버멘쉬(초인) 철학을 세운다.

카프카는 도스토옙스키적 죄의식과 니체가 말한 전통 붕괴 후의 세계의 황량함을 사회의 관료주의와 결합한다.

카뮈는 앞선 작가들의 신조를 토대로 부조리의 철학을 완성하고 반항의 햇살을 비춘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자살"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게 되었다. 그전에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허무주의'라는 말을 남용하고 다녔다.

하지만 나의 심연에 자리 잡고 있던 당시의 그 느낌은 그럼에도 그들이 말하는 허무와 거의 같았다.

러시아에서 유럽 전역으로 흐른, 내가 사랑하는 당시의 작가들을 사로잡은 그 '허무주의'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곱씹는 이 안타까운 감정은, 또 후대 사람들이 멋대로 "정의한" 걸로 보자면 동일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심지를 타오르게 만든 건, 같은 "불"이었다. 불꽃만이 태운다.



'불길에 휩싸인 부동명왕'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그 화재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 불기둥 앞에 돌처럼 굳어 서 있는 요시히데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의 형벌에 시달리는 듯하던 그가, 이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빛을, 마치 활홍경의 법열 같은 빛을, 주름투성이 흉측한 얼굴에 가득 띠고는, 대신님이 계신 것도 잊은 듯, 두 팔을 단단히 가슴에 모은 채 서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눈 속에는 딸이 불 속에서 고통스레 죽어가는 모습이 비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오직 불길의 아름다운 빛과 그 속에서 몸부림치는 여인의 자태만이 한없는 기쁨으로 마음을 채우는...... 그런 광경처럼 보였습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지옥변>




<톱니바퀴> 속 색(色)과 죄(罪)

신호등은 푸른빛에서 깜빡깜빡 황색 신호를 넘어 붉은 신호를 알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속에 있는 음탕함을 해석하고, 죄인 됨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녹색 신호인 줄을 느끼면서도 거부한다.


1. 레인코트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려고 열차를 타러 간다.

이삼 분 차이로 열차를 놓쳐 역 앞 카페로 향한다.

테이블 위에는 하얀 바탕에 푸른 선으로 거칠게 격자가 그려진 비닐보가 덮여 있다.


기차 안은 소풍을 가는 듯한 초등학교 여학생들로 제법 혼잡하다.

"사진사 아저씨, 러브신이 뭐예요?"


여학생 하나가 젊은 여교사의 무릎에 앉아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있다.

"예뻐요, 선생님. 정말 예쁜 눈이에요."

그들을 여학생이라기보다 여인으로 느낀다.


국철로 갈아타기 위해 내린 교외의 한 역에서 T와 우연히 마주친다.

억센 그의 손가락에는 불황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어 보이는 터키석 반지가 끼워져 있다.


전철역에서 내려 T와 헤어진 후, 스무 살 이후 처음으로 반투명한 톱니바퀴가 보인다.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인 호텔에 도착해 옆자리에 앉은 하객인 흰 수염을 기른 노인과 대화한다.

기린과 봉황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요순이 허구의 인물일 뿐 아니라 춘추의 저자 또한 훨씬 뒤 한나라 사람이라는 말까지 꺼낸다.


만찬이 끝난 뒤 예약한 방의 푸른 모로코가죽 안락 의자에 앉아 단편을 써보려는 시도를 한다.

매형이 사고를 당했다는 조카의 전화를 받는다.



2. 복수

아침 8시, 슬리퍼 한 짝이 보이지 않아 종업원을 부른다.

욕실 안에서 찾는다. 쥐 때문일 거라고 한다.


매형은 자살하기 전에 방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집이 불타기 전에 집값의 두 배에 달하는 화재보험에 들어놓았고, 게다가 위중죄로 집행유예 상태에 있던 처지였다. 그렇지만 나를 불안하게 만든 건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도쿄에 돌아올 때마다 어김없이 불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호텔을 나와 푸른 하늘이 비치는 눈 녹은 길을 따라 누나의 집으로 걷는다.

스물두세 살쯤 된 청년이 그를 알아본다. 

'선생님'이라 부르는 그 호칭 속에서 자신을 비웃는 무언가를 느낀다.

누나와 만나 일부러 돈 이야기만 계속한다.

판잣집 벽에 걸린 액자 없는 매형의 초상화를 보며 그의 삶과 자살, 기차에 치여 산산이 부서진 그의 얼굴과 유일하게 남겨진 콧수염을 떠올린다.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린다. 어김없이 노란색.

그러다가 겨우 행운의 초록색 택시 한 대를 발견해서 아오야마 묘지 근처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정신병원의 초록색 제복을 입은 차량 담당자가 레인코트를 입은 한 남자와 다투는 걸 본다.

신의 존재와 알 수 없는 거대한 죄책감에 눌린다.




3. 밤

마루젠 서점 2층의 책장에서 노란색 표지의 책을 발견한다.

우울 속에서 이상한 반항심을 느낀다.


그러다 '종교'라는 팻말이 걸린 서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초록색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마음속에서 한층 더 강한 반항심이 치밀어 오른다.

전통적인 정신이든 근대적인 정신이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언가에 참을 수 없어한다.


적대시한 기운에 지쳐 전차 선로 건너편 카페로 '피난'한다.

장밋빛 벽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며 푸른 연기를 뿜으며 담배를 피운다.

자신의 작품 <지옥변>의 주인공을 떠올리고는 짧은 시간만에 급히 태도가 바뀐다.

마호가니 흉내를 낸 의자와 탁자들이 장밋빛 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쾌해진다.


10시, 호텔로 돌아가 복도에 있는 난롯가 의자에 몸을 묻는다.

우연히 한 선배 조각가를 만난다.

함께 자신의 방으로 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가지? 그러나 대부분은 여자 이야기였다.

스스로를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진 인간이라 확신한다.

"S 씨의 입술 좀 보세요. 그건 수많은 남자들과 입을 맞춰서......."


문득 말을 멈추고, 거울 속에 비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귀밑에 노란 고약을 붙이고 있었다.


다시 반투명한 톱니바퀴를 느낀다.

그리고 다시 복도 의자에 앉은 채, 아득히 흔들리는 불꽃을 바라본다.


건너편 로비 구석에는 미국인 같아 보이는 여자가 책을 읽고 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초록색 드레스를 보고는 왠지 구원받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4. 아직?

단편 하나를 완성한다. 

어느 카페에 앉아 맞은편 엄마와 아들인 듯한 남녀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동안, 적어도 그 아들이 어머니를 성적으로 위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거리로 나와 여러 진열창을 기웃거릴 때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우연히 마주친다.

응용학과 교수인 그는 큼직한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한쪽 눈만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글을 쓴다.

깊은 굴 속으로 들어간다.



5. 붉은 빛

성서 회사의 다락방에서 잡일을 하며 기도와 독서에 힘쓰는 한 노인을 찾아간다.

화로에 손을 녹이며 벽에 걸린 십자가 아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묘하게 엄숙한 미소를 띠며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은자를 존경한다.


"그 정원사의 딸 말인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곱고, 나한테도 잘해줘."

그의 눈에서 묘한 정열을 느낀다.

십자가가 걸려 있는 다락방조차 안전지대가 아님을 느낀다.


가집 ≪붉은빛≫의 재판본을 보냅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톱니바퀴> 속 단어(單語)와 비극적 유희(遊戲)

우연한 활자에서도, 자신의 창조물에서도, 고전에서도 생기(生氣)를 발견하지 못한다. 빛을 피한다.



그 구더기는 내 머릿속에 worm이라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기린이나 봉황처럼 어떤 전설적인 생물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소리가 잠시 내 귀를 스쳤다. All right라는 누군가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잉크를 묻힌 펜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조차, 같은 말만 쓰고 있었다.

All right...... All right...... All right......, sir...... All right......


"짜증 나다...... tantalizing...... Tantalus...... Inferno......."

탄탈루스는 다름 아닌, 유리문 너머 과일을 바라보던 나 자신이었다. 나는 두 번이나 눈앞에 그려진 단테의 지옥을 저주하며, 말없이 운전사의 등을 응시하고 있었다.


"몰...... Mole......."

몰은 두더지를 뜻하는 영어였다. 이 연상은 나에게 유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삼 초 뒤, 나는 Mole를 la mort로 바꾸어 썼다. 라 모르......, 죽음을 뜻하는 프랑스어는 곧바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죽음은 매형에게 닥친 것처럼 내게도 닥쳐오는 듯했다.


햇빛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두더지처럼 창 앞에 커튼을 내려, 한낮에도 전등을 켠 채 부지런히 쓰다 만 소설을 이어갔다. 


내가 들어간 다음 장소는 어느 지하의 레스토랑이었다. 나는 그 바 앞에 서서 위스키 한 잔을 주문했다.

"위스키요? Black and White밖에 없습니다만......."


그중 하나는 라이프치히의 한 출판사에서 보낸 편지로, '근대 일본의 여성'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을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왜 그들은 굳이 나에게 이런 글을 의뢰한 걸까? 게다가 영어로 된 그 편지 끝에는 육필로 '우리는 일본화처럼, 흑백만으로 된 여성의 초상화라도 만족한다'라는 추신이 덧붙어 있었다. 나는 그 한 줄에서 'Black and White'라는 위스키 이름이 떠올라, 편지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런데 그 짧은 길을 걷는 동안, 얼굴 반쪽이 검은 개가 네 번이나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골목길로 접어들며 블랙 앤 화이트 위스키를 떠올렸다. 나아가 방금 본 스트린드베리의 넥타이 또한 검정과 흰색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단순한 우연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선인인가 싶으면 악인이기도 하고 말이지."

"아뇨, 선악이라기보다는...... 뭔가 더 반대되는 것이......."

"결국 어른 속에 아이도 있는 거겠지."

"그렇지 않아요. 명확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전기의 양극 같다랄까, 어쨌든 서로 반대되는 것을 함께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요란한 비행기 소리였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안쪽의 모순

그는 신, 도덕, 전통 등의 관념을 버리고 진보로써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의지를 통한 위안이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알면서도, 빨간색 불에 횡단한다. 잘못된 반항.



나는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수한 별빛 속에서 이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즉 나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를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낮에는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온통 흐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를 비추고 있던 빛은 섬뜩하게도 붉은색이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현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또한 오래된 인물들인 니체, 카프카, 카뮈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류노스케처럼 우주 속에 있는 미미한 존재인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카뮈가 말한 '행복한 시지프'처럼, 빨간색 불에 건널목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것이 아니라 밝은 빛을 따라가도록 자극한다.



부조리 인간이 자기 인생으로 돌아가는 미묘한 순간에, 시지프는 자기 바위를 향해 돌아가면서 일련의 행동을 무심히 응시하는데, 그 일련의 행동은 그가 창조하고 그의 기억 아래 통합되고 머잖아 그의 죽음에 의해 봉인될 그의 운명을 이룬다. 

현대지성의 《시지프 신화》 p.137



사람들이 개미들처럼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달리고 있다

저것이 발 그대가 속한 종의 모습이다.

조상들보다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인류의 모습이다.

그대는 잠시 인류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마음속에 그려 본다.

그대의 그림 속에서 인류는 

거대한 무리를 지어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류가 빛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마도

그들 내면에 희미한 자취를 남기고 있는

빅뱅에 대한 향수 때문이리라.

그대가 꿈꾼 인류의 또 다른 모습은

동물성에서 벗어나

그대가 4 원소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가갔던 더욱 영적인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열린책들의 《나는 그대의 책이다 p.160



문득, 사실은 방화범이 아니었던 형사 함민이 떠올랐다. 그조차도 밝은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 주머니 속 라이터에 손을 대던 사람이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함민은 자꾸 라이터의 불을 켰다 껐다. 함민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때마다 화마의 유혹에 휩싸였다. 함민이 형사가 된 건 화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사건을 해결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불을 지르고 싶다는 욕망을 잦아들게 했다.

한겨레출판의 《마지막 방화 p.111




하지만, 바깥으로 내뿜어야만이 해소되는 정서까지도 안쪽으로 삼킨 류노스케의 삶은 위로의 감각을 등한시한 채 지나치는 모든 개개인 속 공존되는 '악'에만 집착한 채 끝이 난다. 답답하다. 안쓰럽다. 악마의 끝을 느끼고는 자기 자신을 끝낸다.


그의 허무주의는 ≪악령≫에서의 능동적 허무주의도 수동적 허무주의도 아니었고, 니체의 허무주의도 카뮈의 행복한 쳇바퀴의 허무주의도 아니었다. 

야코비가 경고했던 그 허무주의. 사실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선악의 공존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닌 척 비아냥대고 조소하며 갑작스러운 자조에 일어서지를 못하는, 어쩌면 더 깊은 수렁 속 허무. 

어쩌면 허무가 아닌, 벗어날 수 없는 회한의 충만.



"그림자를 믿는다면, 빛도 믿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하지만 빛 없는 어둠도 있잖습니까."

"빛 없는 어둠?"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나처럼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둠이 있는 한 빛도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의 논리가 다른 건 오직 이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내게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이었다.

"하지만 빛은 반드시 있네. 그 증거가 바로 기적이니까. 기적 같은 건 지금도 자주 일어나고 있지."

"그건 악마가 행하는 기적......."


《메리메의 서간집》을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내게 조금씩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메리메가 말년에 신교도가 되었음을 알고 나자, 그의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 또한 우리처럼 어둠 속을 걸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Le diable est mort." (악마는 죽었다.)"

성림원북스의 《라쇼몬》 중 <톱니바퀴>




YES마니아 : 로얄 a*****1 2026.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대문호의 이야기 속으로 <라쇼몬>
"대문호의 이야기 속으로 <라쇼몬>" 내용보기
회전하는 톱니바퀴 사이,어느 바보가 남긴 마지막 문장⠀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작들을 덮고 나니 한동안 시야가 어지러워서 숨을 제대로 고를 수가 없었어요.이번엔 그 문장들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찔러오더라고요. 연대별로 모여 있으니 그의 삶과 예술이 더 선명하게, 더 아프게 다가오더라고요.⠀⠀다른 소설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작품들 〈용〉, 〈귤〉, 〈게사오
"대문호의 이야기 속으로 <라쇼몬>" 내용보기





회전하는 톱니바퀴 사이,

어느 바보가 남긴 마지막 문장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작들을 덮고 나니 한동안 시야가 어지러워서 숨을 제대로 고를 수가 없었어요.이번엔 그 문장들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찔러오더라고요. 연대별로 모여 있으니 그의 삶과 예술이 더 선명하게, 더 아프게 다가오더라고요.

다른 소설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작품들 〈용〉, 〈귤〉, 〈게사오 모리토〉, 〈점귀부〉, 〈말 다리〉, 그리고 특히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류노스케의 <라쇼몬> <덤불 속>은가장 유명한 작품이라유고작으로 소개해볼게요.


☑️시야를 잠식하는 운명의 형태

〈톱니바퀴〉

작품 속 주인공의 시야에 스며든 반투명한 ‘톱니바퀴’는 그냥 은유가 아니에요.

아쿠타가와가 실제로 앓았던 편두통의 전조 증상, 그 ‘섬광암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지독한 실재였어요.

멈추지 않고 돌아가면서 시야를 갉아먹는 그 기계적인 형상은, 자유의지를 잃고 필연적인 파멸로 끌려가는 인간의 공포를 너무 생생하게 새겨놓아요.

불안을 띤 노란색과 짧은 안식의 녹색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그는 결국 이렇게 고백해요.

“나에게 있는 것은 신경뿐이다.”

모든 일상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연쇄 속에서 그가 느꼈을 막연한 불안이, 제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와서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가장 아픈 이름,

〈어느 바보의 일생〉

이어지는 고백록에서 그는 자신의 삶 전체를 ‘바보의 일생’이라고 이름 짓더라고요.

51개의 짧은 단락으로 흩어진 구슬처럼 파편화된 기록인데, 그 안에는 어머니의 광기라는 유전적 공포와 싸우면서도 문학이라는 ‘인공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 애썼던 예술가의 고독이 짙게 배어 있어요.

🗨️

서른다섯,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써 내려간 이 자조적인 회고는 역설적으로, 삶을 누구보다 결벽스럽게 사랑했던 사람의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지만, 그건 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버텨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단어였을 거예요.

스스로를 파괴하면서까지 완성한 그의 예술적 양심은 정말 큰 울림으로 와닿았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운명 앞에서 펜을 놓았지만, 남긴 서늘한 진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피부를 스칩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라, 우리 모두 조금씩 서툴고 위태로운 ‘바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그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문장들로, 조용히 위로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쿠타가와가 잉크 대신 눈물과 피로 써 내려간 이 편지들은,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을 때 펼쳐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의 신경이 건네는 그 진동이, 꽤 오래도록 손등에 머물 테니까요.

아쿠타가와 류노시케를 아직 만나지 못하신 분,

다른 아쿠타가와 작품(라쇼몬, 코, 지옥변 등)은 읽어봤는데, 그의 ‘유작’ 쪽은 처음인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쿠타가와류노시케

#라쇼몬 #일본대문호

#고전소설 #이키다리뷰



p********4 2026.02.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라쇼몬]" 내용보기
<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도서협찬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서평 모집 글을 보고 지원해 읽게 된 책입니다.류노스케는 일본 근대 단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라쇼몬』과 『코』를 통해 이미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경험한 저로써는 자연스럽게 다른 단편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이번 단편선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 마지막 두 편은 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라쇼몬]" 내용보기

<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도서협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서평 모집 글을 보고 지원해 읽게 된 책입니다.
류노스케는 일본 근대 단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라쇼몬』과 『코』를 통해 이미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경험한 저로써는 자연스럽게 다른 단편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단편선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 마지막 두 편은 유고작으로, 작가가 삶의 말미에 느꼈던 불안과 회의, 그리고 창작에 대한 집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유고작들에서는 읽는 과정이 편안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인상 깊게 남는 작품집이었습니다.




『라쇼몬』은 극한의 상황에서 도덕이 무너지는 순간을,

『거미줄』은 선의 가능성과 인간 이기심의 한계를,

『코』와 『용』은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 인간의 불안을,

『귤』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인간적인 온기를 남깁니다.

『게사와 모리토』에서는
욕망과 사랑, 복수와 죄의식이 복잡하게 얽히며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무의식적인 죄의식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지옥변』에 이르면 예술을 향한 집착은 광기로 변하고,

『덤불 속』에서는 진실이란 결국 각자의 몫일 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점귀부』는 잊고 싶어 하는 태도 속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삶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 시선이 드러납니다.

『말다리』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 살아가던 작가 자신의 피로와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도피 욕망이 겹쳐 보였습니다. 강박과 죄의식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단편이었습니다.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등의 유고작에서는 작가의 정신 상태와 삶의 피로, 죽음에 대한 예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가족, 책임, 창작, 죄의식, 신경쇠약.
더 이상 타인을 관찰하는 시선을 넘어, 자기 자신을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지옥변의 화공 요시히데처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시 끝까지 글을 써 내려간 작가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그의 집요한 시선과 광적인 글쓰기는 단순한 재능이나 집착이라기보다,
쓰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하나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가 보여준 ‘광기’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예술을 향한 과도한 열망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끝내 외면하지 않으려 했던 마지막 성실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라쇼몬
a*****4 2026.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비 내리는 성문 아래, 인간을 묻는다.
"비 내리는 성문 아래, 인간을 묻는다." 내용보기
📌<도서협찬 >📚문 앞에서 마주한 인간의 진실!📚비 내리는 성문 아래, 인간을 묻는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자 <라쇼몬>!🪔비운의 천재 작가가 그려낸 인간의 심연과 어둠, 그리고 한 줄기 구원의 희망! <라쇼몬>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갈등을 날카롭게 그린 작품으로,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생존과 윤리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
"비 내리는 성문 아래, 인간을 묻는다." 내용보기
📌<도서협찬 >
📚문 앞에서 마주한 인간의 진실!
📚비 내리는 성문 아래, 인간을 묻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자 <라쇼몬>!
🪔비운의 천재 작가가 그려낸 인간의 심연과 어둠, 그리고 한 줄기 구원의 희망! <라쇼몬>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갈등을 날카롭게 그린 작품으로,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생존과 윤리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린 작품으로, 단편이지만, 단편 하나하나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그 짧은 분량 속에는 깊은 철학과 상징성은 일본 근대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작가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있다. 바로 '아쿠타가와상' 이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대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를 기려 그의 이름으로 제정된 상이다. 자신의 이름을 기려 제정된 상의 유명세나 일본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작가는 아니다. 나도 이번 서평단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이자, 일본 근대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서 나는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했지만, 짧은 분량이기도 하지만, 일본 근대 문학 입문작으로 손색 없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되었다. 왜 이 작품이 아쿠타가와 문학의 정수라고 하는지 읽어보니깐 알게 되었다. 

🪔저자의 작품은 외면의 사건보다 인간의 내면, 욕망, 불안 , 도덕적 모순을 집요하게 탐구한 것으로 유명하고, 짧은 형식 안에서 인간의 어둠과 구원을 동시에 포착하여, 일본 단편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한다. 작가가 태어나기 전에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머니는 어린 큰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정신질환을 앓게 되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아쿠타가와는 아기 때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어릴 때부터 정신적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안고 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잘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먼저 지옥을 봤던 사람, 그러나 어쩌면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썼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작품에서 느껴지기도 한 작품이라, 왠지 읽는내내 씁쓸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표제작 라쇼몬을 비롯하여, 작가의 유서에 가까운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까지 총 12편이 수록되었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상징과 대사로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짧지만 문체가 강렬하다. 그리고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읽는내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과 도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담은 이 작품은 생존 본능과 윤리적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굶주림과 죽음의 위기 앞에서 인간은 과연 도덕을 지킬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뱀을 생선으로 둔갑시켜, 무사에게 팔아넘기는 ...) 노파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를 보여주어,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도덕보다 생존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다라는 것. 또한 선과 악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의 시선이 바깥에서 안으로,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좁혀져 가는 흐름이 잘 보이도록 작품을 배치한 이 작품은 잠을 이루지 못한 밤, 이유 없이 밀려오는 공포, 장래에 대한 불안 등 생의 끝에서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갈등, 생존 본능, 사회적 붕괴 속에서 드러나는 윤리의 상대성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인간의 존재의 허무와 삶의 의미를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도덕적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냈고, 짧지만 강렬한 문체로 깊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일본 근대 문학을 이 작품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저자의 초기작부터 유작까지! 작가의 문학 세계를 한 눈에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1915년 발표 당시 일본 문학계에 큰 반항을 일으킨 작품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일본 문학과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데 문학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여운과 철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이니, 꼭 한번 읽어보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와 인간 본성의 문제는 유효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본 도서는 이키다(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님이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성림원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라쇼몬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도서협찬 #책추천 #성림원북스 #일본소설 #서평단 #일본문학 #일본근대문학
YES마니아 : 플래티넘 s*****3 2026.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인간이 품은 잔혹함과 아름다움 <라쇼몬>
"인간이 품은 잔혹함과 아름다움 <라쇼몬>" 내용보기
#라쇼몬#아쿠타가와류노스케  [도서협찬] 인간이 품고 있는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그리다!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한 행복 속에 살고 있어.그러나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고 싶다면 ✔ 일본 문학과 고전문학에 흥미가 있다면 ✔ 현대적 감각의 번역으로 편안하게 고전을 읽고 싶다면 📕 책 속으로 저자를 기리는 문학상 #아쿠타가와
"인간이 품은 잔혹함과 아름다움 <라쇼몬>" 내용보기
#라쇼몬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도서협찬] 

인간이 품고 있는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그리다!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한 행복 속에 살고 있어.
그러나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네.❞


✔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고 싶다면 
✔ 일본 문학과 고전문학에 흥미가 있다면 
✔ 현대적 감각의 번역으로 편안하게 고전을 읽고 싶다면 




📕 책 속으로 

저자를 기리는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이 있을 정도로  
일본문학사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12편이 수록된 작품집 



고전적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MZ세대도 끌릴 만한 세련된 표지 디자인과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번역 덕분에,
마치 현대 문학을 읽는 듯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일본 고전문학 




📕 화가의 광기에 소름 돋았던 <지옥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예술을 위해 희생된 딸
딸의 죽음을 목격한 아버지
딸의 마지막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예술가 

인간 내면의 잔혹함과 광기에 
소름이 돋았다.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리 한 가지 기예에 뛰어나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의 오륜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지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_p.131 
 



📕 한 줄 소감 

인간의 어두운 면에 
불편하기도, 흥미롭기도,
소름돋기도, 서늘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창 밖으로 
무심히 던져진 귤 몇 알,
내 스타일의 온기 <귤> 

교훈을 준 덜렁거리는 긴 <코> 덕분에

따뜻하기도 했던 
기묘하고 요상한 이야기 😊

#일본문학 #지옥변 
#맛있는하루 #yummyreading 
e****0 2026.02.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내용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어둠속에 자리잡은 한 그루의 나무와 그 앞에서 희미하지만 소중한 불빛을 내뿜는 작은 등이 그려진 표지의 이책은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저자의 단편들을 담고 있습니다저자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일본의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되는만큼 오랜 세월동안 여전히 많은 작가들과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내용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어둠속에 자리잡은 한 그루의 나무와 그 앞에서 희미하지만 소중한 불빛을 내뿜는 작은 등이 그려진 표지의 이책은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저자의 단편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일본의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되는만큼 오랜 세월동안 여전히 많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저자의 단편들이 담고 있을 이야기들이 궁금해집니다

몇년 간 계속된 자연재해에 이어 결국 일자리조차 잃어버린 인물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킬 것인지 한끼의 식사를 위해 행동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라쇼몬'을 비롯해 지옥의 모습과 인간의 욕심을 그린 '거미줄' 소문이 진실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 '용' 자신의 컴플렉스를 없애려하는 인물의 이야기인 '코' 등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며 풍자를 담아내는 블랙코미디를 연상하게 합니다

삶에 지친 채 오른 열차에서 만난 꾀죄죄한 차림의 소녀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는 '귤'은 그나마 따뜻함을 느낄수 있는데요

완벽한 그림을 위해 괴이한 행동조차 서슴치않는 화가의 이야기인 '지옥변'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추리를 하게 만드는 '게사와 모리토' 그리고 '덤불 속' 등은 반전의 충격을 주면서도 다시금 독자에게 심란함을 느끼게 합니다

착오로 인해 죽었다 되살아난 남자의 이야기인 '말 다리' 와 망자들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점귀부' 를 비롯해 저자의 일상이 녹아있는 이야기인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 까지 총 12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쓸쓸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급변하는 시기를 살았던 저자가 예민하게 느꼈을 변화와 역사의 소용돌이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00여년의 세월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메워주면서도 작품을 훼손하지않는 현대적이며 세심한 번역이 작품의 울림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아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에 쓴 후기입니다 *


l******0 2026.01.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라쇼몬
"라쇼몬" 내용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는 일본 근대 단편문학 작가이다. 1915년 <라쇼몬>으로 주목을 받았고, 1916년 <코>가 나쓰메 소세키의 칭찬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인간 내면, 욕망, 불안,도덕적 모순을 탐구한것으로 유명하다. 35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책에는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라쇼몬, 거미줄,
"라쇼몬" 내용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는 일본 근대 단편문학 작가이다. 1915년 <라쇼몬>으로 주목을 받았고, 1916년 <코>가 나쓰메 소세키의 칭찬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인간 내면, 욕망, 불안,도덕적 모순을 탐구한것으로 유명하다. 35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책에는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라쇼몬, 거미줄, 용, 코, 귤, 게사와 모리토, 지옥변, 덤불 속, 점귀부, 말 다리,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이다. 


흑백 영화로 본 <라쇼몬>은 원작 <라쇼몬>과 <덤불 속>을 합쳐 만들었다. 10쪽 정도 되는 <라쇼몬>은 교토의 큰 성문으로 이제는 황폐해져 사람들이 시신을 가져다 버리는 곳이 돼버렸다. 어느 비 오는 날 주인에게 쫓겨난 하인은 이 누각 아래에서 굶어 죽을지, 도둑이 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누각 위에서 어떤 노인이 시체에서 머리를 뽑는 것을 잡아 가발을 만들거라는 얘기를 듣고는 그의 옷을 벗겨 달아난다. 그의 도둑질은 이제 시작이다. <덤불 속>은 칼에 찔린 남성 시체가 덤불 속에서 발견되자 나무꾼, 승려, 호멘(포승 등을 다루던 하급관리), 노파, 다조마루의 자백과 죽은 남자의 아내의 진술이 이어진다. 각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자 결국 망자가 무녀를 통해 자신이 가슴에 칼을 꽂았고, 누군가 다가와 칼을 뽑아서 죽어버렸다고 진술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살인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게 이야기는 끝난다.    


가장 비극적이고 무서운 단편은 <지옥변>이다. 화가 요시히데는 몰입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밤낮을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그림을 그릴 때면 실제 모습을 보고 그려야해서, 시체를 앞에 두고 그리기도 하고, 뱀이며 시체며 부엉이며 그림에 필요하다면 구비하였다. 그에게는 어여쁜 딸이 있는데 호리카와 대신의 집에 시녀로 있다. 대신은 요시히데에게 지옥변 병풍을 요청하고, 요시히데는 마지막 장면을 그리기 위해 대신에게 수레에 불을 붙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대신은 요시히데의 딸을 불태우는데, 그렇게 병풍은 완성이 되고 대신 역시 자살한다. 화가의 집착을 단죄하려던 대신의 가혹한 처신에 몸서리가 쳐진다.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인 듯 한 작품이 <점귀부>와 <톱니바퀴>이다. "내 어머니는 광인이었다"로 시작하는 <점귀부>에는 저자의 어린시절 광인인 엄마 때문에 외숙모를 양어머니로 삼아 이야기는 저자의 생과 일치한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하츠코라는 첫째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한다. <톱니바퀴>에서는 가족도 있고, 글을 쓰며 살고 있지만, 엄마를 닮아 광인이 되어버린 화자의 이야기가 오락가락한다. 오른쪽 눈에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환각이 보이는 화자는 두통과 불면으로 고통스럽다. 화자가 만난 사람들이 실제의 사람들인지 환상인지 장면 전환이 빠르다. 더 이상 삶의 의지가 없는 마지막 말은 자살을 암시하는 듯하다.


저자의 창작은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자전적인 소설에서는 매우 우울하고 불안하다. 삶의 이유를 찾으려 애쓰는 저자의 모습이 간절하면서도 무력해 보인다. 창작 작품과 자신의 개인사를 드러낸 작품이 섞여 있는 독특한 단편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b*****k 2026.01.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라쇼몬
"라쇼몬"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이다.보라색 빛에 어두운 풍경이 그려진 표지가 그의 작품들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듯하다.그는 20대에 <라쇼몬>으로 주목을 받는다.황폐해진 도성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려웠던 시대에 폐허가 된 라쇼몬에서 밤을 보내려 한 한 하인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어쩔 수 없
"라쇼몬"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이다.

보라색 빛에 어두운 풍경이 그려진 표지가 그의 작품들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듯하다.


그는 20대에 <라쇼몬>으로 주목을 받는다.

황폐해진 도성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려웠던 시대에 폐허가 된 라쇼몬에서 밤을 보내려 한 한 하인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해받을 수 있을까?

도덕적인 모순으로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다.


<거미줄>에서는 어쩌다 한 번 좋은 일을 해서 얻은 기회를 줘도 잡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렸다.


<용>은 코가 큰 스님에 대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항상 비웃음을 당하던 코구로도 스님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연못에서 용이 승천할 것이라는 팻말을 세우는데 이 거짓말은 결국 자신까지 속이게 된다.


나쓰메 소세키의 격찬을 받은 <코>에서는 스님이 코를 짧게 만드는 방법을 쓰는데 그 과정이 정말 우습다. 

짧은 코를 갖게 된 스님은 이제 행복해졌을까?

타인의 시선을 매우 신경 쓰면서 아닌척하는 스님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


<귤>은 유일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야기로 그리운 사람에게 귤을 던져주는 상상을 하게 한다.


<게사와 모리토>,<덤불 속>에서는 사랑과 욕망 사이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을 하려는 것인지, 내 욕망을 위해 살인을 하는 것인지, 결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위선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만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예술가의 광기를 그린 <지옥변>이다.

요시히데는 제자들을 일부러 고통스러운 상황에 밀어 넣고 그 장면을 본 대로 그림을 그리는 광기를 보여준다.

지옥변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기 위한 그의 선택이 불러온 결말이 진정한 지옥처럼 느껴졌다.


<점귀부>,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은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는 어릴 적 광인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양가로 보내진 후 아버지와도 정이 없었다.

마치 그의 인생을 따라가듯 문장들을 읽게 되는데 신경쇠약으로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불안이 담겨있다.


책 전체에 죽음이 깔려있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허풍, 긴 코, 말다리 이야기로 인간의 본성을 희화하기도 해 재미있게 읽었다.
h********1 2026.0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