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림도령은 소위 저승사자이고, 궤네깃또는 제주도의 마을신이다. 내가 한겨레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의 첫번째는 이름이다. 버무왕, 한락궁이, 과양각시, 백주또, 자현장자는 사람의 이름이고, 해동국, 동경국, 소진뜰은 나라나 땅의 이름이다.
내가 한겨레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책 표지 안에 펼쳐져 있는 옛 신화의 배경지도이다. 극락이며 지옥이며 그 앞에 있는 황천바다며 지하국이며, 전설 속에서만 등장하던 지명들이 한눈에 보기 좋게 펼쳐진다. 이 지도는 이 신화 시리즈이 일관성에 신뢰를 더해준다. 체계적인 신화의 연구가 아쉬운 우리 나라에서 민요를 풀어 이렇게 동화로나마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 놓았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강림도령이 저승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서쪽으로 끝없이 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윽고 일흔 여덟 갈림길과 가시덤불길과 보족한 돌멩이길과 눈보라, 하늘못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는 흰 강아지를 따라 흰떡을 먹여가며 나오게 된다. 모든 이야기에서 저승의 하루는 인간세상의 일 년이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이런 일관성이 이 신화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다.
강림도령이 염라대왕을 잡아가는 이야기, 저승사자가 된 강림도령이 염라댕왕의 명을 받아 삼천 살이나 먹은 동방삭을 잡아들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엄청나 모험이다. 또 궤네깃또가 용왕의 셋째 딸과 결혼하고 제주도의 마을신이 되는 이야기,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장사?" "예, 첫째는 은그릇 장사를 시키고, 둘째는 놋그릇 장사, 셋째는 비단 장사를 시키십시오. 만약 소승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왕궁에서 오래 살기는 어렵습니다. 명심하도록 하십시오." 앞문에 걸어 둔 꽃송이는 마당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과양각시의 앞머리를동당동당 긁었습니다. 뒷문에 걸어 둔 꽃송이는 장독대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과양각시의 뒷머리를 동당동당 긁었습니다. 부엌문에 걸어 둔 꽃송이는 부엌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과양각시의 옆머리를 동당동당 긁었습니다. 과양각시는 참다못해 왈칵 화가 났어요. "산호 가지에 돌궤짝이 걸려 있어요. 그 곳에서 낮이면 글 읽는 소리가 나고, 밤이면 초롱불이 환하게 켜져서 용궁 안을 비추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