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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보다 무서운 게 전염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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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도,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다. 마리용 코티야르는 저 '인셉션'에서 목소리 깔고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 여자이며(확실히 저 나이 또래의 농익은 여성만이 풍기는 매력이 따로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 좋은 예였다), 그 외 이젠 노티가 어느 씬 어느 동선에서도 풀풀 뿜어져 나오는 早老, 노안의 아이콘 귀네스 펠트
"전염병보다 무서운 게 전염 그 자체" 내용보기

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도,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다. 마리용 코티야르는 저 '인셉션'에서 목소리 깔고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 여자이며(확실히 저 나이 또래의 농익은 여성만이 풍기는 매력이 따로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 좋은 예였다), 그 외 이젠 노티가 어느 씬 어느 동선에서도 풀풀 뿜어져 나오는 早老, 노안의 아이콘 귀네스 펠트로, 무려 케이트 윈슬렛(그러고 보면 이 둘은 데뷔와 전성기가 은근 겹친다), 주드 로(어느 새 한 것 없이 두물세물이 가버린), 내가 언제나 그의 출연작을 즐겨 리뷰하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에서건 내 친구(?)인 로렌스 피시번 등등이, 못나고 잘나고에 무관하게 얼굴을 디밀고들 있다. 아 그러고 보면, 소더버그는 언제나 이런 총출동식 진용을 꾸려 오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Another Soderbergh Movie.

세기가 바뀌고 뉴 밀레니엄이 갓 열릴 무렵, 중국 대륙을 사스(SARS)라는 유행병이 휩쓴 적이 있다. 이 현상을 두고서도 '실체가 없는 병을 서양 언론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중국 경제를 죽이기 위해) 과장, 조작해서 선전하고 있다'는 식의 루머가, 그것도 대륙 아닌 홍콩을 진원지로 해서 퍼진 적이 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이해를 최대한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가능한 한 잘 대변할 논리를 내세울, 설파할 권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 뻔히 존재하는 현상을 없다며 부인하거나, 멀쩡히 부과된 책임마저 생떼를 쓰며 발뺌한다면, 그건 썩은 인격이 w드러나보이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병원균의 단위 실체조차 학술적 리스트에서 뭉개려 드는 파렴치한 시도는, 그게 오히려 서방의 악선전보다 자국의 이미지를 더 먹칠하려 드는 소이임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이 영화에서 소더버그의 행보는 참으로 경쾌하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치명적인 검은 죽음으로부터 인간 정신의 참된 해방을 도모했듯, 흑사병만큼 불길하고 무서운 질병의 감염, 전파의 공포로부터 작중 인물들은 의연하고도 유쾌하게 생존에의 발걸음, 도약, 완보의 몸짓을 자아낸다. '공포만큼 빠르게, 무섭게 퍼지는 질병은 없다.' 소더버그답게,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농담 속에 제법 진중한 의미를 깔아 두는 그 배려의 손놀림이 과연 감3탄스럽다.

진정 질병보다 무서운 게 공포일까. 아님 인간의 정신력 무장과는 저 먼 발걸음을 떼어 두고, 객관화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와 통계, 현미경 아래 놓인 샬레 속의 병원체 등 실체가 중요한 걸까. 최근 어느 프로야구단에서 '한계 극복'의 구호 아래 만년 꼴찌 선수들을 잡도리하듯 몰아간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어느 노감독의 철학도, 역시 정신력 드립의 범주에서 못 벗어난다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타매를 받고 있지 않으냐는 말이다. 어디서부터가 실질적 위험이며, 어디서부터가 인간의 주관이 빚은 착시인가. 이런 골치 아픈 문제는 의외로 소더버그 같은 가벼운 접근이라야 실효 있는 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s****o 2015.09.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