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부터 원수연님의 풀하우스를 한권씩 모아가며 엄청 열중해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풀하우스가 끝나고 이번에는 동성애를 다뤘다는 걸 알고 사실 좀 놀라웠다. 원수연님의 작품을 전부 다 접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접했던 몇몇 작품들은 주로 10대 취향의 순정물들이었던 터라 좀 의외였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최근들어 3권까지 봤다. 지금까지의 느낌은 아주 좋은 편이다.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이야기 진행이 더욱 사실적이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를 다룬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그리 익숙치 않기 때문에 Let 다이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앞으로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다듬어갈지 주목되는 작품이다. |
| 작가 원수연에 대한 첫이미지는 우선 그림이 참 예쁘다는 것이었다. 스토리는 아주 대중적이고 주인공들은 마치 로맨스 소설 속에서 막 빠져나온듯 했다. 분명 지금까지의 원수연님 작품-'풀하우스','엘리오와이베트'들은 그랬다. 그러나 이 Let다이는 앞의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처음 책 장을 넘기고 책을 읽었을땐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희의 독백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었다.(개인적으로 억지로 꾸며 놓은 것 같이 느껴져서 독백이 많은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모르게 작품속으로 상당히 빠져들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일반화 되어있는 동성애물, 일명'야오이물'이지만 별로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되었을 때만해도 작가로서는 상당한 모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린다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단지 그 상대가 이성이냐 동성이냐의 문제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단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동성애요소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난 이 작품에서 남자인 제희와 남자인 다이의 관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인 제희와 다이의 모습을 보고싶다. |
| 솔직히 난 동성애물은 그다지 접해보지 않아 이 만화를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극히 일반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내 눈으로 말하자면 - 이 만화는 끈적이지 않는다, 이 만화는 쿨하다, 이 만화는 밝다. 그러나 한없이 해맑은 듯한 두 소년은 은형이의 음울한 슬픔을 딛고서야 서로 마주볼 수 밖에 없었다는 이 모순. 제희와 다이는 너무나 극과 극의 인물이어서, 둘이 서로 교감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남과 여를 떠나서. 반듯하게 오린 모범생같은 제희(제희 자신은 그런 자신을 싫어하지만)와 그야말로 삐뚤어진 하드코어 문제아 다이. 렛 다이-. 제목을 보면 이들의 사랑이 참 격렬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참 맑다. 예쁜 그림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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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연이 그린 만화의 특징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제희와 다이는 서로 좋아하는 관계과 은형이는 제희의 여자친구지만 다이의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남자에 대해 불신감을 품게 된다. 다이의 형은 은형이의 언니를 좋아하고 은형이의 언니는 제희에게 마음이 있다. 결국 모든 감정의 중심에는 제희와 다이가 있는데 이 둘의 결합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용납이 안된다. 사실 자기 또래의 남자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들 충분한 여지를 주는 것이다.
만일 자기의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아무런 편견 없이 그들을 보아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특히 제희와 다이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들 것 같다. 이들의 관계를 알게 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 지,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버린 인간관계는 어떻게 풀리게 될 지 궁금하다. [인상깊은구절] 내 안에서 격렬한 뜨거움이 솟구쳤다. 물안개 때문에 다이는 내 눈가에 고이는 붉은 열을 보지 못했다. 난 우리 학교의 교복을 입은 다이를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안개 자욱한 운명의 예감 같은 그런.. 그러나 신뢰할 수 없는 기분 같은 거였다. 절망, 기쁨.. 기쁨, 절망.. 달리고... 또 달리고.. 미친듯이 빗속을 달린다. 난..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진정으로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을.. 그 진실의 밑바닥에 침전된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해도.. 이젠.. 힘겨운 마주보기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