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고단해지면, 가난했던 옛 시절을 떠올려보곤 하는데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를 쓴 이철수씨도 마찬가진가봐요. 너나없이 기름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을 실컷 먹어보는게 소원이던 시절 얘기를 이렇게 적고 있거든요. "누렇게 익은 벼를 바라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보기만해도 배가 절로 부르다고. 소싯적에는 시집가서 밥 복 실컷 누리는게 소원이었다고.
여전히 그이에게 하얀 쌀밥 고봉은 복의 상징이다. 그런 쌀을 떡으로 과자로 막거리로 내돌리는 건 하늘에서의 놀음과 같았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 이 책은, 덕유산 자락 에서 우리 작물을 기르며 지내는 한 농사꾼의 거친 손으로 쓴, 우리 농작물 이야깁니다. 그러니까, 벼, 보리, 고추, 참깨, 콩, 호박, 감자같은 농작물에 대한 도감만은 아닌 거죠. 우리 농작물에 대해 알아야 할 지식이나 기르는 방법과 함께, 그 작물과 관련한 이야기, 추억까지 실고 있거든요. 바람소리마저 거름이 돼 쑥쑥 자란다는 수수, 이슬을 먹고 힘을 내 흙을 밀며 살을 보인다는 무, 보리띠를 깨는 곰방메, 불에 구운 뜨거운 자갈로 익혀먹는 감자삼굿,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총각들은 닭서리 하며 처녀들은 밥추렴 국수추렴하며 보낸 사연, 초여름 깜부기병에 걸린 밀로 깜뎅놀이를 하던 기억 등.
오래전 고향을 떠난 분이라면, 책갈피마다 흙밭에서 뛰놀았던 어린시절 추억을 들추어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농사를 짓는 마음, 농심은, 자연에 대한 정에서 나온 거라는 것도 새삼 되새겨보게 되구요. 글쓴이 이철수씨 말처럼, "농사란게, 무지렁이의 몫이 아니라, 그 어떤 식자도 가까이할 수 없는 농사꾼만의 철학"이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 현암사에서 낸 책이고. 이 책을 쓴 이철수씨는 함양군 안의에서 태어나, 고향 중학교에서 농업을 가 르치다 지금은 덕유산 솔숲마을에서 우리 농작물을 전시-재배하며 산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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