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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알면 땅을 칠 일이지만 협동조합이 아니라 시애틀을 키워드로 찾은 책들 중에서 고르다 읽게 되었다. 시애틀에 대한 책이 몇권 없었던 때문이다. 이 책도 그나마 전체 10장 중 시애틀에 대한 것이 4장, 밴쿠버에 대한 것이 6장이며, 북미 협동조합에 대한 소개가 부록으로 달려있다. 몹시 불균형한 시선으로 내 취향에 따른 소감을 남겨보겠다. 시애틀에 와보니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도시답게 활기있고 세련되고, 우리나라 못지않게 사방에 스타벅스가 널려있다. 항만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말할 것도 없고, 컨벤션 센터 위에는 엄청난 크기의 스타벅스 로스터리가 있어서 그야말로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시애틀에 블랙커피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왜 블랙이냐고 묻는다면 커피 색이 블랙이기도 하지만 바로 아나키스트의 상징이 블랙이기 때문이라고... 무정부 활동가들이 자신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었고, 직원들 모두가 평등하고 소유권이 없는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혈관 속으로 블랙커피가 스며들 것 같다. 밴쿠버에는 등산장비협동조합이 있는데, 캐나다 산악인들이 등산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로 원정쇼핑다니는 것이 불편해서 대학생들이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학생회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한해 매출이 2억 7천만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협동조합이 되었다니 초창기의 정신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레크리에이션 장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자주 쓰지 않으면서 계절에 따른 장비를 사고, 또 보관하는 공간을 마련하는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레크리에이션 장비회사가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기면 이용하고 싶다. 시애틀과 밴쿠버 모두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전통덕분에 정부와 법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연대협동조합이 있어서 협동조합을 시작하면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청년들이나 여성들이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다양한 아이템의 협동조합을 시작하기 좋은 풍토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책이 그런 분위기에 일조한다면 저자들도 보람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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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농촌 시골에 이사를 왔을 때,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갑자기 가스가 떨어져 요리하다 말고 읍내에 가스 배달을 시켜야 하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되풀이되는 난방비 문제는 해결할 도리가 마땅치 않다. 도시가스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니 농촌 가구 대부분은 훨씬 비싼 기름 보일러를 뗄 수 밖에 없다. 고령 독거 노인들은 값비싼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전기 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버티기도 한다. 도시에 비해 경제 수준은 훨씬 낮은데도 에너지 비용은 더 많이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역진적인 구조 탓이다. 그렇다고 마음놓고 전기를 쓸 수도 없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누진세에 걸려 전기요금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협동조합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룬 사람들
이런 농촌지역의 전기 문제를 일찌감치 협동조합의 힘으로 해결한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농촌 지역 전기의 생산, 공급, 유통문제를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나라 하면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복지국가들이 먼저 떠오른다. 유럽에 비해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북아메리카 지역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떠났다. <협동의 터전에서 희망을 만나다>는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가 쓴 미국과 캐나다 협동조합 탐방기다.
전기로 텔레비전을 보고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전기 소비자나 미국의 전기 소비자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전기 생산과 공급이 정부의 계획으로 이뤄지고 한전이라는 단일 독점 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에서 살아온 연수단 일행이 전기협동조합이라는 말에서 느꼈던 불가해와 의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탑과 송전 선로를 건설해 전기를 나르고, 가정과 가게, 공장으로 전기를 배분하는 일을 하나의 조직체(기구)가 담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 전기는 공공서비스이므로 하나의 조직체(기구)는 정부거나 공기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이다. (46~47쪽)
'태너전기협동조합'은 미국 사회 최초의 전기 생산 공급 협동조합이다. 1930년대에 설립됐으니 그 역사만 해도 80년을 훌쩍 넘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도시 거주자 90%가 전기를 사용했던 반면, 농촌 거주자들은 90% 이상이 전기를 공급 받지 못했다. 농촌지역까지 전기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협동조합과 접목시켜 농촌 지역 전기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경제를 발전시키는 정책을 구사했다. 1935년 연방정부는 '농촌전기공급관리청'을 만들고 전기협동조합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1953년에는 미국 농가의 90%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930여개의 전기협동조합이 전기 공급 생태계를 이루며 47개 주, 미국 전체 인구의 12%(4200만명)가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협동조합은 미국 배전 선로의 42%를 소유하고 있고 전기 공급 서비스 면적은 전국의 75%에 이른다. '태너전기협동조합'은 양질의 전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사회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재생가능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기 생산과 공급의 중앙독점체제에서 지역분산형으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데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에 중앙독점체제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지역 차원에서 에너지 생산 공급 유통이 가능해지고 풍력, 지열, 태양력, 바이오가스 등과 같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빈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미국의 사례처럼 에너지 협동조합 육성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의 에너지 협동조합 육성을 위해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청년 일자리의 '블루오션'
미국을 지나 캐나다 벤쿠버로 가면 더 다양한 협동조합들을 만날 수 있다. 벤쿠버에는 약 100여개의 협동조합이 운영 중인데,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의 협동조합들도 많다.
이 협동조합들의 공통된 특징은 청년들이 설립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 협동조합들은 '브리티시 콜롬비아 협동조합연합(British Columbia Co-operative Association : BCCA)'의 교육 컨설팅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BCCA는 소속된 협동조합들의 교육과 홍보 역할을 담당한다. 소속 조합원들 전체를 대표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고 기술 서비스와 같은 업무를 지원하며 '역량센터'(Momentum Centre)를 운영한다.
BCCA는 모든 협동조합들의 환경을 고려하며 또다른 협동조합이 설립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일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협동조합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연수단은 BCCA가 청년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91~92쪽)
BCCA는 한국의 고등학생과 비슷한 10~12학년 학생들에게 협동조합을 교육하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재능 기부로 이 프로그램에 동참한다. BCCA가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새로운 협동조합의 개발과 안정적 유지를 돕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실제로 일주일에 한 두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94쪽) 진취적인 청년들의 협동조합으로의 과감한 진출을 지원하고 안정적 유지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CCA의 활동은 청년실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 현실에 많은 영감을 준다.
이 밖에는 책에는 협동조합이 지역종합복지센터로 기능해 슬럼가였던 지역사회 자체를 변화시킨 '레이킴 센터'나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장례협동조합', 자동차 한 대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것으로 차에 대한 개념을 바꾼 '모도차량공유협동조합', 재활용 현수막으로 가방을 제작 판매하는 '코먼스레드협동조합' 등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