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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출간하고 있는 시인선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시인의 말을 골랐다. 열어놓고 보니 시인의 말이 가장 좋은 것이어서, 다 읽고도 뭐라 해야하나 마음이 심드렁하다. * 이상한 유언을 쓰다가 부끄러워 갑자기 살고 싶어 질 때 * 우리는 일요일처럼 설핏 웃었다 긴 밤이 덮쳤다 돌아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어둠만 되풀이되는, 그럴수록 귓바퀴를 돌던 물소리는 얼마나 환하게 반짝였던가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흔적만 남은 풍경이 너의 다리가 될 때까지 그쪽으로, 일요일은 걷고 또 걸었다 * 네 손바닥에 모르는 주소를 쓰고 겨울의 조난자들처럼 방을 찾던 저녁이었지 방은 아담했고 누런 벽지의 무늬와 흐린 불빛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언 몸을 녹이자 너는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웃엇고 나는 네 얼굴을 핥는다 자꾸 잠이 오는데 괜찮을까 * 위에 적은 시의 일부대로, 일요일의 미로, 긴 겨울 두 편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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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이라는 시를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되고, 이 시를 구매하는 것을 결정했다. sns를 통해 시가 유통되는 과정은 참으로 희한하다. 부디, 시를 알게 된 사람이 시집을 구매하는 과정까지 오기를 참으로 바란다. 아무튼, 한 시만 골라서 사게 된 시집은...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된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달까. 말그대로 정말 좋았다. 한 어른아이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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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겨울 때마다 그 짓을 했다 길고 나른하게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둘 중 하나는 죽기를 바라듯 그럴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게 징글징글해져 눈기 길게 찢어졌다 사랑이 없는 밤의 짙고 고요한 계절처럼 이 반복된 허기가 지나간 겨울을 연장시켰을까 * 이 시집에 수록된, 가장 좋아하고 책을 구입하게 만든 시인 <긴 겨울>의 첫 문장이에요 개인적으로 겨울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얼룩진 계절이고, 무탈했던 여름에서 유탈한 겨울로 넘어간다는데서 가을까지 싫어하게 만드는데 그런 마음이 시에도 담겨있어서 묘한 동직감을 느꼈어요 이 시집을 겨울에 많이 꺼내볼 것 같아요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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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너머, 책들의 산 너머 마약 방석에 고양이 용이가 있다. 곤하게 자고 있으면 곤하게 자고 있다고 푸시푸시 숨소리를 내기도 한다. 의자를 뒤로 물리고 책상을 돌아 그 너머에 다가가면 퍼뜩 고개를 들고, 쓰다듬으면 저도 내 손을 핥는다. 내가 쓰다듬기를 멈추고 손을 뗀 다음에도 고양이 용이는 내 손을 핥던 그 자세 그대로 내가 쓰다듬던 자리를 내처 핥는다. 나는 이 연결이 좋아서 잠시 쓰다듬고 쓰다듬은 자리를 핥는 용이를 관찰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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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버린 탓에, 오랜 시간 어른임을 들키지 않고 살았다. 나는 끊임없이 회귀하고 싶을 뿐 한 뼘도 달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미욱함과 추레함을 달고 살았다. 취한 채로 십여 년, 혼절한 채로 또 십여 년을 살았다. 여기저기 꿈 이야기를 늘어놓아 비밀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서랍 맨 아래 칸에 비밀을 넣지 않은 것은 꽤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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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상실감과 부재의 공포감이었다. 어쩌면 그것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풍경이 되는 일은 아름답다 회복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기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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