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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낄낄거리며 웃다가 책장을 덮고 나면 가슴이 싸해지는 이야기들. 특히 장모를 간병하는 백서방은 지질해 보여도 청춘을 갈아넣어 가족을 부양하고 껍질만 남은 선량한 K-아재이다. 내가 아니라면 내 곁의 누군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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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재'가 된다. '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 동년배 중견 페친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 책읽기 모임' 선생님이기도 했던 이경란 작가가 다시 소설집을 냈다. 끝없이 독자의 손을 잡아 끌어 생소한 감정선을 건드리게 만들었던 첫 소설집 '빨간치마를 입은 아이'에 깊이 빠져 이경란 작가가 출간한 소설집을 모두 읽었다. 놀라운 건 '읽을 때마다 다르다'이다. (더구나 이번 소설집은 문체도 예전 소설과 많이 달랐다. 역설의 경쾌함이 있다고 할까? 문장을 쥐락펴락 작의에 맞게 다룬다고 할까?) 첫 소설집 '빨간치마를 입은 아이'는 여성과 이웃의 아픔 속으로 독자를 불편한 지점까지 끌고 갔고, 세 편의 단편을 묶은 '다섯개의 예각'에서는 여성의 삶을 얘기하면서도 여성 개인의 서사가 아닌 사회적 차별과 권력의 관점으로 젠더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넘어 권력의 층위로 서열화된 구조적 문제를 꺼냈다고 할까? 이경란 작가의 새로운 소설집 '소년들은 자라 어디로 가나'를 펼쳤다. 수록된 8편의 소설은 이전 소설집처럼 감정의 선을 집요하게 헤집어 독자를 눅눅하게 만들지 않았다. 문체도 오히려 경쾌해 책도 술술 읽혔다. 같은 작가의 소설집이란 걸 알고 읽지 않았다면 이전 작품을 썼던 작가 이경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소년들은 자라 어디로 가나' 생소한 제목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이내 알게 된다! 어...어... 내 얘기인데! 우리 얘기인데. 그랬다 우리 얘기이고 내 얘기라 낯설지 않았다. k- 아재 경제 권력과 가부장적 봉건 질서에 기반해 가장의 권위를 인정 받았던 마지막 세대, 1990년대에서 2020년대까지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섰던 세대, 옛 질서와 도래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정체성의 혼동을 경험한 세대. 작가는 'k-아재'라고 표현했던 세대가 은퇴를 전후해 마주한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K-아재의 가자미근', '소파인간 외출하다', 'K-아재의 깨물근'에서는 장모님을 돌보는 k-아재의 한없이 초라해진 일상을 작중 인물 호종을 통해 좌충우돌 보여준다. 알바 형태로 주 2일 일하던 아내는 호종의 퇴직 후 전일 근무를 하며 가계를 이끌게 된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아내가 가장의 역할을 인수인계 하다 보니 호종은 경제 활동 없이 쉬고 있다는 이유로 장모님의 병상을 지키며 홀로 돌봄 노동을 떠안게 된다. 봉건적으로 키워져 권위적으로 성장했고, 권위를 인정하다 보니 '라떼는 말이야'를 달고 사는 k-아재가 초라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작중 인물 호종도 그랬다. 작가는 호종의 내면과 주변인물의 시선을 통해 권위와 능력을 상실한 후 홀로 고군분투 하는 k-아재의 일상을 조금은 과장되게 여과없이 보여준다. 프랑스 남부 포도 농장에서 포도주로 만들어져 오크통 숙성을 거쳐 한국으로 온 포도주 '무슈 파비용'의 일생도 인상적이었다. 이손 저손 옮겨가며 도도한 포도주의 행색이 말이 아니게 됐지만 '무슈 파비용'이 거쳐가는 손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다. 지나친 확장일 수도 있겠지만 '무슈 파비용' 또한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부비적 대며 살아가고 있는 k-아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군림했던 남성상에서 초라한 남성으로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지만, 난 이내 전작과 이번 작품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다. 첫 작품을 썼을 때와 지금의 작품을 관통하는 건 어쩌면 생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아니었을까? 요즘 농담 삼아 종종 언니로 귀화했다고 말하곤 했다. 언제든 힘의 논리로 대상을 억압하려는 남성의 내재된 폭력성이 싫었고, 전형적이고 권위적인 봉건적 남성상이 싫어서였다. 권위적 남성으로 사는 것도 어찌보면 고단한 일이다. "내 고단하게 살아 온 k-아재를 어여삐 여겨 이 글은 쓰노니 고단한 당신들 읽고 위로 받으라" 소설집 '소년들은 자라 어디로 가나'를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여성 작가가 k-아재에게 보내는 따뜻한 온기와 위로를 느껴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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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맞이한 이경란 작가의 신간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의 내용들은 말 그대로 웃픈 현실적 이야기이다. 재미있는데 다 읽고 나면 묵직하고도 깊은 울림을 준다. 항상 그러하듯이. 중년들에게는 큰 공감을 주고 청소년들에겐 윗 세대에 대한 이해가 가능케 하는 소설들이다. 모든 세대들에게 편견없이 강추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