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서 어릴적 몇해살다 철들면서 학교때문에 도시로 나와살았었어요. 그러다 잠시 시간이 생겨 한 6개월 정도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지냈는데... 도시에 살는 친구들이 우리 고향 충청남도를 구경시켜 달라고 하더군요. 전 막막했죠. 이름만 고향이었지 정작 고향에서 유명하다는 사찰하나 해변가 한번 가본적이 없었거든요. 친구들이 기대하고 내려온다는데 걱정도 되고, 나름대로 남는게 있는 여행이 되게하고싶어 이 책을 골랐어요. 제 고향은 충남 서산인데, 그 주변의 마애삼존불이며 소박한 연못이 아름다운 개심사 그리고 고려시대의 사찰모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수덕사. 또 조선시대 가풍있는 양반집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추사 김정희 생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고풍스런 정취가 그만이던걸요~ 충남 답사여행의 장점은 그 문화예술적 가치에 비해 덜 알려져서 인적이 드물고 비교적 잘 보존되있다는데 있는것 같아요. 항상 조용하기때문에 자신만의 감상에 취하기도 쉽고... 요즘에 꽃박람회가 한창인데 소박한 서해안 길을 동글동글한 그릉 산과 띄엄띄엄 떨어진 가옥들 사이를 감상하며 안면도로 한번 떠나보는 것도 추천할만 하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지나 오면 안면도는 1시간 30에서 길게는 50정도면 충분히 닿을 곳인데 그리 멀리 않은 거리에 비해 안온한 그곳의 정취가 그만이다. '왕실의 숲'으로 불렸던 안면도의 소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보시길... 왜 왕실의 숲이였냐고? 책속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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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나 즐겨하는 여행의 방법은 너무나 다르다. 어떤 이는 바다 혹은 산을 찾아 대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음을 만끽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수영, 서핑 등의 레저를 목적으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중,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은 그들의 처음 여행이 되곤 하는데, 보통은 전국의 주요 사찰, 박물관, 기념관의 순례가 대부분이다. 수학여행의 시즌에 맞게 전국 여러 학교에서 온 학생들과 관광버스를 빌려 구경나온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관광객들로 그 작은 여행지가 대만원을 이루기 일쑤였고, 난 그게 진저리나게 싫은 여행중에 하나로 기억한다.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경주에 무박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행사를 주최했던 고산자답사회의 인솔자와 관계자분들을 통해 "답사"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여행을 접하게 되었다. 국사나 역사를 전공한 친구들이 학기가 끝나는 시기에 십여일 넘게 전국의 유적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도 찍고 하던게 답사 아니었나?
답사는 최근에 일반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책의 발자취를 더듬어 지역 탐방이 유행처럼 행해지고, 심지어 책에 명칭이 거론된 식당이나 민박업소가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2000년 10월, 친구와 난 답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가본 곳을 제외한 가보고 싶은 곳이 한 곳, 충남이였다. 유홍준 교수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화유산답사회에서 지은 이 책 "답사여행의 길잡이" 시리즈 충남편을 사들고 공부도 할겸 미리 일정을 정할 요량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때는 한반도의 전역과 중국까지도 일부 식민지로 국토를 넓힌 왕조의 수도가 있던 곳이나, 우리나라 역사의 대부분을 약자로, 중앙정부에 대한 반란을 꾀한 세력들의 집합지로, 최근 군사정권에게까지 요주의 대상이 되었던 지역인지라, 국사책에 차지하는 부분도 적었고 아는 바도 적다. 하지만 이 책속에 가득 채워진 많은 문화유산과 역사속에서 덮혀진 사실들,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짧은 여행일정 속에 아쉬움을 더할 뿐이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동네에 남겨진 솟대와 나무장승들, 고찰의 구석에 놓인 사리탑과 법당에서 내려보는 장엄한 자연경관까지. 책은 충실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고개에는 동학농민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된 우금치전투를 기념하고 동학농민전쟁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우금치 동학혁명군위령탑이 있다. 탑 앞에 서면 몇 백년 전의 민초들의 힘과 비장함, 숙연함이 느끼져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비록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자신들의 쿠테타가 동학농민군의 혁명 전통을 잇는 것이라 이 탑을 세웠다 하나, 그의 이름 석자가 돌로 뭉개져 더이상 누구에게도 읽혀지지 않는 걸 보면, 왜곡된 역사는 언젠가는 바로 수정되는 날이 있다는 걸 또 한번 확신하게 했다. [인상깊은구절] 공주와 부여의 답사는 대개 한 코스로 묶여지며 또 그래야 제 맛이 난다. 공주 무령왕릉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집중적으로 진열하고 있는 국립 공주박물관의 답사는 백제문화의 입문코스라 할 수 있다. 송산리 고분군들의 부드러운 능선, 무령왕릉 벽돌의 우아한 연꽃무늬, 금관·금귀고리를 비롯한 출토 유물들의 섬세하고 고아한 조형감각 등을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공산성을 산책하거나 곰나루 강변에서 여미산을 바라보며 금강가를 산책하는 것으로 공주를 즐기고 백제의 향기를 더듬는다. 공주에서 부여로 가자면 반드시 우금치 고개를 지나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에 세워진 1894년 갑오농민전쟁의 위령탑에서 백년 전 아프고 슬픈 역사의 현장을 만나게 되며 탄천 송학리에서는 솟대와 나무장승의 전통을 확인하고 부여로 들어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