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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 춤』을 읽으며 오늘의 강남이 어떤 식으로 되어졌는지 과정을 알게 되었다. 복부인들과 정계, 재계가 얽혀 부동산 투기를 하며 선거자금과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의 사람인 우리에게는 너무도 먼 수치의 돈. 이런 돈을 만들기 위해 한판을 벌인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다.
또 한 편의 강남 이야기를 읽었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의 원작. 로맨틱 드라마에서 재벌남으로 주로 출연했던 배우 이민호의 처음 액션 영화 출연작이며, 선 굵은 외모와 푸근함을 주었던 배우 김래원이 주연한 영화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잇는 거리 3부작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 감독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남성성을 내세운 연기를 했고, 모두 흥행에도 성공했다. 남성적인 미가 물씬나는 영화, 폭력이 난무할 것 같아 아직 보지 않은 영화이기도 했다.
개봉한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영화와 소설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읽은 소설 『강남 1970』은 영화와 거의 비슷하게 쓰여있을거라 생각됐다. 소설을 따라가다보니 영화의 화면이 그대로 그려졌던 것이다.
'내 땅 한번 원없이 만들어 볼것이다' 라고 얘기한 겁없는 청춘 김종대와 '군바리와 건달들은 줄을 잘 서야한다'라고 말하는 백용기가 이 책의 주요 인물이다. 김종대에게는 친여동생같은 선혜가 있고, 종대를 아들처럼 여기는 강길수가 있다. 종대와 용기는 고아원에서 만난 사이로 넝마주이로 거리에서 머물다가 논두렁 건달인 강길수의 수하로 들어가고, 작업 중에 종대는 용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서로 다른 파의 수하로 들어가게 된 이들은 각자의 길로 들어선다. 땅값을 한 번 튀겨보자는 정치인들과 건달들이 합세하여 한 판을 펼치는데, 이곳은 각종 비리와 거짓,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그다지 관심없었던 영화였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는 영화보다는 정적인 영화가 더 좋아 피하고 싶었던 까닭에 보고싶지 않은 영화였는데, 소설로 읽고나니 왠지 영화가 더 궁금해졌다. 다른 영화 상영시간표만 들여다봤는데, 이 책을 다 읽고 이 영화 시간표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뒷편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그 궁금증이 더했다.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유하감독과 배우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의 인터뷰였다. 영화에 대해 임했던 배우들의 심정들, 유하 감독과 영화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감정들을 말했다. 책을 덮고 나는 그들의 인터뷰가 궁금해 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 동영상으로 나온 예고편과 메이킹 영상, 인터뷰 영상을 대여섯개쯤 클릭해서 살펴보았다. 싸우는 장면이 좀 잔인해도 이 배우들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내들의 짙은 땀내음이 기대된다고 할까.
건달들의 생활이란게 좋을 때는 형님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들의 목숨을 끊는 일도 불사하는것 같다. 고아원에서부터 형제처럼 자랐지만, 서로 다른 편에서 있다보면 서로 바라보는 게 달라질수도 있는 일이다. 폭력으로 얻으려 했던 일들도 결국에는 어떻게 되는가, 정직하게 얻어야 오래갈수 있다는 것. 또한 지지 않아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밑바닥에서 저 위 하늘이 닿는 곳까지 가려했으나 결국에는 허무함 만이 남게 되었다. 감독은 그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탕을 하려했으나 결국에는 모두 비열한 자들이 되었다. 비열한 거리에서 물거품처럼 희망이 가라앉았다. 이게 현실일 것이다. 그들이 꿈꾸었던 강남은 그저 그들의 갈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지지 못하는 자의 갈망, 갖고 싶은 자의 강한 갈망이었다. |
요즘 가장 핫한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강남 1970'... 매력적인 두 남자배우 이민호, 김래원가 주연이란 것에도 끌리지만 강남 1970을 연출한 유하 감독의 이름만 보고도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만큼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이은 '거리 삼부작'의 최종편인 강남 1970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기가 있는 영화의 원작소설이라면 다른 책보다 더 끌린다. 강남 1970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 상위층에 속하는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는 인식을 가진 강남... 강남의 개발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한 강남을 둘러싼 건달, 정치인 등이 얽힌 돈에 대한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에 영원한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래도 가족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가족 없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어떤 것도 갖지 못한 두 남자 용기와 종대는 서로를 형제처럼 아끼고 챙기는 사이다. 그들의 서울 진출은 돈을 향한 더 큰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두 발을 뻗고 잠을 청할 낡은 판잣집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 갔다가 얼떨결에 건달들 틈바구니에 끼여 정치인까지 합세한 이권 다툼 싸움에 투입 된다. 급박한 상황에서 화장실이 급한 용기는 그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한다. 그는 자신을 태운 건달들에 의해 아끼는 동생 종대와 그만 헤어지고 만다. 사라진 형 용기를 찾지 못하고 건달 생활을 접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길수를 아버지로 여기며 살게 된 종대... 길수의 딸 선혜를 향한 마음을 가슴 밑바닥에 고이 접어두고 사는 종대는 아버지 길수와 선혜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당장 선혜가 돈 있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서로 다른 조직에 있게 된 종대와 용기는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된다. 그들의 형제애는 변화지 않았지만... 지금이야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에 부자들만 산다는 강남에 평범한 사람들이 강남에 집을 자신의 힘으로 벌어 사기는 어려워진 현실이다. 돈을 쫓아 달려들었지만 결국 돈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 곁에서 자신의 모든 걸었던 사람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냉혹한 모습에 씁쓸함이 들지만 이러한 모습은 놓인 불과 40여 년 전 강남을 둘러싼 우리 아픈 현대사다. 피가 섞인 게 아니더라도 진한 형제애, 가족애를 가진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지난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만날 수 있다. 강남 1970의 가장 큰 매력은 책도 흥미롭지만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담은 뒷부분이다. 유하감독과 이민호, 김래원, 장진영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식으로 캐스팅 되었고 이 작품에 갖는 높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영화도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드디어 1월 마지막 주에 보았다. 평소에 호러물이나 조폭 영화를 보면 자꾸만 무서운 장면이 떠올라 피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임에도 극장을 찾는 성인들이 많다는 것에 용기를 내어 보았다. 영화를 본 소감은 남성들이 특히나 좋아할 영화란 생각이 강하게 든 작품이다. 기존의 부잣집 도련님의 이미지를 가진 이민호가 의리 있고 강단 있는 건달 종대 역에 저렇게 잘 어울리나 싶은 게 배우는 역시 배우란 느낌을 받는다. 비열한 면을 가진 용기와 연기 잘 하는 속 깊은 건달 길수 역의 장진영 씨까지... 영화를 본 사람은 책을... 책을 읽은 사람은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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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유하 감독의 10년에 걸친 '거리 3부작'의 완결편이라 해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감독의 말에 의하면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모두 강남을 무대로 하고 있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강남 삼부작'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김래원, 이민호라는 두 명의 배우가 만나는 작품이라 그 기대치가 더 컸던 것 같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부터 시작해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겁 없는 청춘 '종대'와 조직의 보스가 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건달 '용기' 두 사람은 고아 출신으로 강남 땅을 둘러싼 이권다툼의 최전선에서 정치권력에 의해 목숨 걸고 싸우게 되는 역할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마치 시나리오라도 읽는 것처럼 지문의 수식어가 길지 않고, 간결해 주요 사건들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읽는 책처럼 이어지는 대화들로 상황 전개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시인이기도 한 유하 감독 원작이라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목들에서 감정적인 부분도 가끔 있어 영화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재미도 있다.
목구멍에서 왈칵 솟는 어떤 기운에 종대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 감정이 행여 얼굴에 드러날까 어금니를 악물어본다. 이런 것이 가족인가. 가족의 정이란 이런 것인가. 내게도, 나 같은 놈에게도 이런 것들이 허락된단 말인가. 압구정동, 청담동을 비롯하여 '강남'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부유하고, 현대적이고, 고급스럽다를 넘어서 사치스럽고, 향락적이고, 과시스럽다는 느낌으로 대다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강남도 1970년대에는 허허벌판, 한적한 시골 같은 풍경이었다. 정부는 과밀화되어 가고 있는 구 시가지의 인구를 한강 이남으로 분산하고 서울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강남개발을 하려고 영동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강남이라는 지명이 없었고 영동지구라고 불렸다 한다. 강남개발로 인한 부동산 붐 속에서 이 지역은 고소득층들을 위한 소비 공간으로 발전했고, 강북 다수의 소비관련 업종들이 강남 일대로 이전하게 된다. 막 개발이 시작될 즈음의 강남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논현동과 삼성동에 지어진 차관 아파트,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앞쪽 논밭, 멀리 보이는 잠실학생체육관, 압구정 현대 아파트 근처 과수원과 밭에서 소를 몰고 있는 풍경, 강남역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던 강남역 사거리 등 개발초기 영동지구의 모습은 매우 이색적이라 기억에 오래 남았다.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은 바로 이 강 남땅의 개발이 막 시작되던 즈음의 1970년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주공갈 백용기, 허풍은 여전하구만." "진짜야 새끼야. 나 예전의 빽용기 아니라고." "알았어, 나중에 갈게. 지금은 강 사장님 모시고 있잖아." "잘 생각해라. 군인하고 건달은 줄을 잘 서야 돼."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게 정리되지만, 여러 이권 다툼을 하는 인물들의 관계는 꽤 얽혀 있어 복잡하게 흘러간다. 고아로 자라 형제처럼 지내는 종대와 용기는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간신히 살아가지만, 그들이 거주하던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하러 온 용역건달들에 맞서다 우연히 조폭이 개입된 야당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된다. 세 개의 파가 연합한 건달들의 집단난투극 속에서 맞고는 못 사는 성격의 종대는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눈이 뒤집혀 그들과 같이 싸움을 시작하고, 용기는 급하게 먹은 우유에 탈이나 화장실에 갔다 그곳에서 불시에 얻어맞고는 정신을 잃는 바람에 그들을 고용한 파가 아닌 다른 파의 차에 태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 아주 사소한 우연이 그들 두 사람을 엇갈린 운명 속으로 갈라놓게 된다. 이후 종대는 조직에서 나온 길수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그의 딸 선혜와 함께 세탁소에서 살아가며 길수 몰래 조폭 생활을 하고, 용기는 명동파의중간보스가 되어 있다. 종대는 복부인 민 마담의 일을 해결해주며 돈을 빌리다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 들게 되고, 그 와중에 용기와 재회하게 된다. 이들 두 사람은 다른 조직에 있음에도 다시 손을 맞잡게 되고 이후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강남 개발은 조폭을 넘어 정치권이 연계되어 있던 터라 스케일이 매우 큰 이야기이다. 어떤 영화 리뷰에서는 이 작품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1972) 한국판을 만들려는 작가의 야심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더라.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읽어봤을 때는 스케일 상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싶었다. 물론 <대부>가 단순히 스토리만으로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영화로 보면 될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나 싶은 이들이라면, 캐릭터의 심리에 주목해보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배우들의 내면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종대와 용기, 두 인물의 속마음, 심리 등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어 그들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 제작발표회 현장 스케치에서도 작품에 대해 직접 소개하는 감독, 배우들의 말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그러니 당신이 혹시 이민호, 김래원 배우의 팬이라면, 혹은 유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함께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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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3부작' 완결편[강남 1970]
여기 이 비열한 거리를 지나가야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으며 세속에 물들지 않았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 사람 -레이먼드 챈들러. The Simple Art of Murder 중.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어 거리 3부작을 완결지을 영화 [강남 1970]이 나왔다 . 공통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들이긴 하지만 그 폭력에는 시대의 아픔과 청춘들의 고뇌가 녹아 있다. 이민호, 김래원 투 탑을 내세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전에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의 거친 선들을 머리에 그려보면서 책 속 인물들과 대입해 그려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강남 1970]의 두 주인공, 종대와 용기. 그들은 고아로 자랐고 넝마주이를 하며 이럭저럭 생을 연명해왔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서럽도록 젊고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다. 무허가 주택가에서 지내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용역건달들의 횡포 아래 집이 무너지는 황당한 일을 경험한 것도 모자라, 얼떨결에 야당의 전당대회 습격에 가담하게 된다. 아무 것도 의지할 것 없던 이들은 '한탕'을 꿈꾸는 청춘의 속성에 대책없이 빠져들게 된다. 피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형제 못지 않은 의리를 걸고 살았던 이들은 전당대회 습격의 그날, 운명의 장난 같게도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다시는 배를 곯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청춘들은 "권력"과 "폭력"이 엉키는 바로 그 지점에 매혹당한 듯하다. 백용기는 양기택파에 합류한 뒤 승승장구하며 금세 높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종대는 용기와 헤어진 후 강길수의 식구가 된다. 남순철파의 중간보스인 강길수는 딸 선혜를 위해 조직생활을 접고 세탁소를 운영한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종대를 끌어안았던 강길수의 기대를 알고는 있지만 종대는 자꾸만 욕심이 난다. 조금만 더 가면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종대는 정계와 밀접한 관계를 이용, 땅을 사고 땅값을 부풀린 복부인 민 마담과 한 편에 서서 강남 개발의 한가운데에 뛰어든다. 맨주먹으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열혈청춘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 품은 그야말로 폭력과 권력이 좌충우돌, 현란한 스텝으로 꼬여가는 무대의 정중앙이다. 형제 같았던 그들이 느와르적 배경 아래 동시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쉽사리 상상되는 바이다. 으레 그렇듯 피끓는 청춘들은 부나비처럼 불빛 사이로 스러져 버리고 권력의 단맛을 보는 것은 국회의원 등 상위 권력을 쥐고 흔드는 이들이다. 씁쓸하지만 너무나 쉽게 수긍하게 되는 현실이다.
1970년대 남서울 개발이 시작되기 전의 강남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그리고 배신을 그린 [강남 1970]. 책의 말미에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서 영화 관람 포인트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민호 씨의 날아다니는 멋진 액션, 장비를 사용하는 김래원 씨의 비열한 액션, 그리고 정진영 씨의 생계형 액션. -266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들의 액션, 꼭~ 온힘을 다해 눈에 담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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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영화를 스크린에서 보기보다는 책으로 보고 있다. '변호인'도 그랬고 '명량'도 나중에 부모님이 보고 싶어 하셔서 같이 봤지만 책으로 먼저 접했다. 아마 '국제시장'도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첵은 동명의 영화와 같은 날 나왔다. 보통 책이 원작이면 책이 먼저 영화가 나중에, 그리고 영화가 인기를 끈 경우엔 책이 나중에 나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발매일까지딱 맞춰 나온 적은 드문 것 같다. 책을 잡은지 얼마 안되어 다 읽어버렸다. 다른 책에 비해 심하게 두꺼운 편은 아니나 그만큼 잘 읽혔다는 뜻이다. 남자들의 거친 생리에 맞게 과격하게 한방에 훅훅 나가주신다.
하루가 지난 오늘 영화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대세남들이라 입소문이 빨리 나는 듯 하다. 사실 이민호와 김래원. 두명의 잘 생긴 배우들이 넝마주의로 나온다는 책의 첫 장면을 봤을땐 어울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그들이 조직 세계와 얼마나 잘 어울릴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이민호는 잘 모르겠지만 김래원은 얼마전 우연히 엄마가 보고 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았다. 분명 검사라고 하는데 그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선한 역할로도 어울리는 마스크이지만 그런 선함이 내제된 나쁜 역도 곧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눈빛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좀 더 잘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책과는 다르게 영화 이야기를 빼 놓을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에필로그 이후에 두 주인공과 감독의 인터뷰를 현장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편집해두었다. 사회자가 말하는 모양이나 배우들이 말하는 투를 그대로 옮겨 놓아 읽다보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맡은 역활에 대한 생각과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하게 된 생각들 또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책을 읽기 전 먼저 보았던 인터뷰들이 기억에 남아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되었다. 그들이 영화속에서 어떻게 표현했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물론 있다. 강남 삼부작이라 일컫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이어 이번 '강남 1970'까지. 사실 전작 두편 중 한편만 보았다. 권상우가 주인공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그마저도 영화관에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명절때가 되면 해주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본 듯 한데 교복입은 남자들을의 액션이 아주 기억에 남았다. 비열한 거리도 그렇고 이번 영화까지 아주 진한 남자들 아니 수컷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고 싶어하는 그런 장르가 되지 않을까.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강남의 옛모습들까지 볼수 있어서 더욱 신기한 생각도 든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의 땅들. 항상 차가 밀리는 그 거리가 예전에는 농사를 짓고 나무를 기르던 그런 땅이었다는 것이 믿어질까. 그것도 몇백년이 지난 이후도 아니고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지금이 그렇다니. 상전벽해요 천지개벽이라 해도 믿을 정도이다. 나라가 갑자기 그렇게 정책을 만든 탓도 있지만 나조차도 두 주인공처럼 그때 당시에 그곳에 땅을 사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비록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되면 부모님을 탓해야 하나. 왜 미리 앞서 보지 못했느냐고 말이다. 그래봐야 정치하는 사람들을 따라 잡을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 바로 직전에 읽은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처럼 누군가 시대를 앞서보고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 책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돈이 이 세상에 있어 전부는 아닐진대 두 주인공은 너무나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땅을 가지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은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배운것도 가진 것도 없는 그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의 주먹만을 믿고 의지하는 길뿐. 그렇게 선택한 그들의 길이 과연 그들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 진정으로 그들이 원했던 것이 그것이고 그것을 손에 얻어서 그들은 과연 만족했을까.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강남블루스'였다가 사람들이 춤 영화냐고 오해를 해서 바꿨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1970년대의 강남이야기, 강남 1970. 뜬금없이 정치가들에게 서민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주면 안되겠냐고 묻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주면 안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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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전에 엄청난 혹평을 했던 영화 <강남 1970>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책의 존재를 알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읽겠다고 잠시 미뤄뒀었죠.
그리고 영화를 보고는 이렇게 책도 읽었답니다 ^^
표지에 유하 원작 / 이언 각색 이렇게 써있어요. 영화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시리란 생각이 드시죠?
책과 영화가 같이 있는 경우, 영화 -> 책 순서를 선호하는지라 <강남 1970>도 그렇게 접했는데요.
이번 것은 반대로 해볼 걸... 싶은 후회가 들더라구요.
그 이유는? 바로 엄청난 수의 등장인물!! 책 앞부분에 무려 3장에 걸쳐 소개된다죠.
이 많은 인물이 영화에선 그냥 이름으로만 불리니, 별 준비없이 (저처럼 말예요) 영화보러 갔다가는 대혼란이 야기됩니다 ㅡㅡ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지칭하는데, 그게 누구야? 란 생각이 여러 번 든다죠.
그런 의미에서 중간 중간 등장인물을 확인하며 볼 수 있었기에 책이 훨~ 좋았네요 ㅎㅎ
기본적으로 내용은 영화와 똑같아요. 다만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순서를 바꾼 부분은 있더라구요.
두 사람이 철거촌에서 살 때 추위를 잊기 위해 권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책에선 시간 순서대로 그 장면이 앞부분에 등장해요. 허나, 영화에선 후반부에 회상씬으로 나와요.
'형제였던' 예전과 너무 다른 지금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되게 말이죠. 또한, 영화와는 다른 결말 부분을 보여주십니다. 이건 스포가 될테니 차마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요, 이 장면을 실제 촬영도 했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아, 그리고 개봉전부터 말이 많았던 (특히 이민호의 팬들이??) 종대와 민마담의 베드씬이 책에는 있더라구요. 다들 책 미리 보시고 목소리 높이셨나봐요. ^^;;
사실 제가 영화에 대해 혹평을 했던 이유가 지나치게 잔인해서! 였어요. 영상은 '각인'되는 효과가 너무 크니까요. 하지만 이건 활자이기에 그런 장면들을 스킵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처럼 잔인한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책이 딱!이라는요~ ㅎㅎ
이 와중에 새로운 사실! 책 날개에 유하 감독님 소개를 보니 '시인이자 영화감독' 아! 그러셨구나~~~ ^^;;
책 뒷부분에는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주고 받은 이야기가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팬들에겐 좋은 정보가 아닐까 싶군요 ^^
이렇게 영화를 그대로 옮긴 소설을 몇 번 접했는데요, 확실히 저는 책쪽으로 마음이 갑니다. 영화보면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잔인함과 오글거림이예요. 분명 똑같은 상황인데, 확실히 활자로 접하면 잔인함도 오글거림도 덜하더라구요.
<강남 1970>도 책으로 접하고 나니, 이야기에 맥락이 없다...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그럼 혹평으로 마무리된 영화에 대한 감상은.. 음... 피튀기는 거 싫어하는 제 성향탓이라고 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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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넝마주이에서 말단 정치깡패를 거쳐 폭력과 살인, 협잡과 배신의 삶을 살다가 끝내 신기루나 다름없던 ‘강남’을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의 극빈한 삶 속에서도 끈끈한 우정을 간직했던 종대와 용기는 논밭뿐이던 강남이 정치꾼과 복부인에 의해 기형적으로 개발되는 과정에 휘말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때론 너무나도 간절한 욕망 때문에, 때론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은 사랑 때문에 두 사람은 언제 자신을 향해 칼날이 날아올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뒷골목의 삶을 견뎌냅니다. 시기와 질투, 의심과 배신이 난무하는 주먹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숨을 건 분투는 잠시나마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을 눈앞까지 갖다 놓기도 했지만, 강남 개발을 통해 권력과 부를 움켜쥐려는 대한민국의 최상류층은 결코 그들만의 세상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완결편인 ‘강남 1970’의 소설판입니다. 불패의 부동산 신화를 자랑하는 강남이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거치는 과정은 물론 당시 국가권력과 부유층의 탐욕스러운 축재 구조까지 상세히 묘사된 덕분에 등장인물들의 불나방 같은 삶을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유하 감독이 짜놓은 1970년대의 강남 개발기의 서사가 작위적으로 보이는 독자도 있겠지만, 지금의 양재역 부근인 말죽거리가 개발되기 직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중장년의 독자라면 현미경 같은 사실적 묘사에 감탄하면서도 당시 권력층의 탐욕에 대한 공분이 강렬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문장은 간결하고 이야기는 거침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두 남자의 기구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인생이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되고, 그들이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폭력적인 삶은 잔혹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강남개발의 주역들, 명동파와 영등포파의 깡패 등 다양한 조연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두 남자를 향한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고조시켜줍니다. 다만,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쓰인 작품이라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한계들이 종종 목격되는데, 우선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감정적인 몰입이 쉽지 않았던 점입니다. 서사의 규모만 보면 400페이지를 훌쩍 넘기고도 남을 것 같지만 실제론 250페이지가 채 안된 것을 보면 얼마나 빠르고 ‘간략하게’ 이야기가 전개됐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90년대 유행했던 ‘조폭 영화’와 ‘투 톱 남주’의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인 캐릭터와 예상대로 전개된 이야기 구조입니다. 특히 영화 ‘친구’를 연상시키는 몇몇 시퀀스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은 지점이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강남 1970’ 역시 영상을 통해 소구하는 힘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에서 느낀 재미와 아쉬움들이 영상에서 어떻게 배가되거나 보완됐을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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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감독 중에서는 이름만 믿고 보게 되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분이 “유하” 감독님이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제 자신에게는 그렇습니다. 비록 감독님의 모든 작품들을 본 것은 아니지만 불신화된 결혼관을 기치로 내세운 <결혼은 미친 짓이다>, ‘거리 삼부작’이라 불리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 등은 모두 청춘이라는 원시성 속에서도 잘 살아보고픈 포부이자 다짐이 씁쓸하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주먹이든 상관없이. 이제 ‘거리 삼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강남 1970>으로 감독님은 이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고자 돌아왔습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입장에선 70년대 강남개발이라는 역사에 대해서는 크게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 강남은 대부분 과수원이자 뽕밭, 논 등으로 되어 있었다는 정도는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인구과밀 해소, 북한의 위협 등이 실제 강남개발의 주된 이유의 하나일까요? 책속에서의 설명일 뿐, 또 다른 흑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해 봤었지요. 어쩌면 향수이자 욕망을 실현할 배출구 역할을 한 곳이 강남이었을 듯싶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종대”와 “백용기”는 고아이자 친형제처럼 지내는 관계로서 허름한 판잣집에 살며 넝마주이로 하루살이를 하는 청년들입니다. 그렇게 살다 갔을지도 모를 이 청년들은 우연히 조직폭력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면서 양아치에서 건달로 바뀌게 되지요. 물론 양아치나 건달이나 그 비열한 성격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정당대회 습격에 참여한 뒤로 헤어진 이들은 각자의 조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먹을 휘두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욕망의 아이콘화 되기 시작하는데 “땅종대”와 “돈용기”라는 캐릭터는 지향점이자 비극의 서막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지요.
각기 다른 조직이라는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다 보면 상층부에는 권력이라는 더 굵은 동아줄이 보입니다. 다시 더 높은 곳으로 타고 올라가 보지만 높으면 높을수록 추락의 위험은 더 커지게 되고 한 번 떨어지면 다시는 재생불능이라는 바닥과 마주해야만 합니다. 이미 권력에 줄을 대면서 건달은 필요에 따라 토사구팽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소신은 나중에 목줄을 죄게 될 암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었던 개발은 누군가의 돈줄을 채워줄 명분인 동시에 놀이터였던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라서 피땀 흘려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땅 마련해 보겠다는 소박한 소망은 가진 자들의 유착이 빚어낸 투기 바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배신과 배신이 얽히고설키면서 금력이 세상의 중심이 된 추악한 결과를 남깁니다. 그러면서 달이 차면 기울 듯 뱉어지는 “종대”와 “용기”의 만용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내내 짐작하게 되는 반면, 없이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강길수”의 발버둥만이 못내 안타까웠구요.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있어도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이었던 탓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땅 투기 열풍을 넘어 당시 대한민국이란 일국 전반에 걸친 환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70년대는 모두가 못 살았고 모두가 잘 살아보겠다고 불끈 쥔 장기판입니다. 욕망의 화신이 되어 눈이 멀어버린 청춘들은 장기판의 ‘말’이 되어 이용당하다 자신이 스러질 줄 모르고 아등바등하다 결국 촛불 앞에 타들어가는 불나방이라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휘황찬란한 거리가 자태를 뽐내는 강남, 그 땅의 뒤안길에는 비열하고 슬픈 역사가 있었음을 <강남 1970>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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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강남1970의 의미가 무엇인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요즘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옛 향수에 젖어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옛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강남 1970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두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부분일 것이라는 짐작만 하고 있다. 소설과 영화는 표현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 일단은 소설을 먼저 읽어보는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소설이라면 잠깐 망설여진다.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 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해설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접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은 안되고 책은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밤 늦게나 새벽에 읽어볼 수도 있기때문에 이번은 그리 큰 고민없이 그냥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확실히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다면 스치는 화면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쉽게 파악이 된다는 것은 책을 먼저 읽는다는 것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그만큼 감정선과 사건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지니까.
영화 감독 유하는 ‘거리 삼부작’의 마지막이면서 시대상 가장 먼저인 작품. 전작들의 처음으로 돌아가 강남의 시원을 증언한다. 폭력과 청춘이라는 두 테마의 공존과 충돌, 중심에 편입되지 못하고 배회할 수밖에 없는 뒤틀린 청춘의 초상! 이것이 삼부작을 관통하는 주제일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솔직히 거리 삼부작을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그 흐름에 대해 뭐라 말할수는 없고, 70년대의 강남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고아인 종대와 용기가 친형제처럼 판잣집에서 생활하며 넝마를 주워 하루살이 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종대와 용기는 우연찮게 용역깡패의 무리에 섞여 정당대회를 습격하는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흔히 말하는 조직에 들어가게 된 용기,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중간보스 길수와 함께 생활하게 되지만 또다시 길수 몰래 조직생활을 시작하려는 종대의 이야기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거리의 이야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강남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유착되어 가며 부동산에 대한 투기가 이뤄지며 그 안에서 온갖 돈에 대한 욕망이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게 되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심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떠올렸을 때는 그저 주연 배우들의 멋진 모습과 조직간의 혈투가 잔인하지 않을까 라는 표면적인 모습만을 생각했었는데 조직폭력배들의 싸움 안에 시대의 흐름이 녹아들어가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책에서 표현된 이들의 모습이 영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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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경제발전과 전세계가 눈여겨 놀란 고도성장의 이면에 비춰진 추악하고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를 그린 유하 감독이 신작 '강남 1970'은 뒤틀린 바쁘게 돌아가는 성장제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과 다시한번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담은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유하감독은 한 시사회장에서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2004년에 만든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 자전적인 이야기다. 학창시절 친구 이야기를 많이 담았는데 하지 않은 이야기 중에 넝마주의 생활을 한 친구에 대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친구의 이야기를 영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합니다. 또한 유하 감독이 결정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보면 강남 개발 배경에 1970년대 대선 자금이 결탁돼 있다는 내용이 있더라 그것에 착안해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의 서울개발 계획의 이야기를 통해 돈의 가치가 도덕적, 민주적 가치보다 더 우월한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고 이를 통해 지금의 뒤틀린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겠다."고 영화의 연출 의도를 강하게 전했다고 합니다. '강남1970'은 모두가 힘들고 어렵고 앞만보고 오로지 개발과 발전만을 향해서 달리던 시대에 가진것도 무엇도 없었던 이들이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싸고 당시의 분위기와 나름의 꿈과 야망을 위해서 두 남자가 뛰어들면서 욕망과 배신, 그리고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날 찬란하고 멋있게 보이는 강남과 그 일대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고아출신의 김종대와 백용기는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가난과 배고픔을 누구보다도 일찍 뼈저리게 느끼고 알고 자라온 둘도 없는 친구이죠. 그런 그들의 목표이자 꿈은 배고프지 않고 배불리 그리고 누구보다도 떵떵거리며 살아보는 것이 소망인 이들입니다. 당시에 이런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되는 곳이 가장 낮은 곳이자 어둡고 깡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문턱 낮은 건달의 세계이죠. 당시의 건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가진 것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며 그들 대신 손에 피를 뭍히는 정치깡패가 되는 것이 었는데, 우연히 야당전당대회를 습격하는 일에 이 둘이 참여하게 되다가 아수라장에 난장판이 되어서 서로 뜻하지 않게 헤어지게 되고맙니다. 그러다 종대는 복부인인 민마담을 만나게 되면서 부동산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부동산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죠.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런 건달이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다는 건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정치인이나 가진자들의 토지와 개발정보를 토대로 종대와 같은 이들을 앞세워서 현재 거주민들을 반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도장을 찍게 만드는데 쓰이게 되는데 종대가 딱 그런 케이스이죠. 그 과정에서 또다른 세력이 나타나면 권력자들은 이런 종대와 같은 무리를 앞장세워서 서로 부딫치게 하죠.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그들에겐 이런 건달은 체스나 장기의 희생해도 별 상관없는 말이 뿐입니다.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부딫치는 와중엔 종대는 죽은줄만 알았던 용기가 자신과 적대세력인 양기택파의 꽤 높은 위치에서 자신과 대립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고 처음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그렇게 잘 위기를 넘겨오다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이 터지게 되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붙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을 잘 알고 애틋하지만 결국 이렇게 회오리 속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죠. 결코 자신들이 원한 것은 아니고 다만 잘 살고 자신의 땅을 가지고 싶은 것 밖에 없었지만 시대는 그들에겐 낭만과 꿈을 실현시켜 주기엔 너무도 가혹한 현실에 있었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못살던 시절에 정부와 기득권의 발전과 경제개발의 일환으로 일어난 부작용과 찬란한 모습의 이면을 보여주면서 단지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꿈 하나로 그곳에 뛰어든 많은 젊은이 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순수한 이들이 결국엔 하나의 장기말로써 이용되다가 버려지고 손을 더럽히고 희생하는 건 이런 이들이 하고 결국 부와 영애는 뒷짐지고 바라만 보던 권력자와 기득권이 다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오늘과 변함없는 모습을 보는 듯해서 씁쓸했습니다. 비록 비상한 머리와 실행력과 판단력이 있지만 세력이 약하다거나 세력이 있지만 투철하고 냉철한 모습이 부족한 이 둘은 닮은 듯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엔 이용만 당하다 실패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고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마치 70년대에 국한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오늘날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우리와 나의 모습을 비추는 듯해서 더 씁쓸하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진흙탕을 뒹글면서 살아남으려던 이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비춰지는 건 지금과 별반 다름없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져서 그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약간은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70년대를 통해서 보는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