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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상품은 그 가치가 오래 가게 되므로 하나의 브랜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중 하나의 브랜드가 이 헬베티카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본 매거진을 받고 나서야 헬베티카가 서체가 아니라 브랜드였었나...라고 의문을 갖았었지만 서체도 하나의 브랜드화 시켜서 의미를 부여하니 조금은 다르게 보여진다.
서체 하나로 어떤 상품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본 매거진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거운데 한 명으로 활동한 빔 크루벨 Wim Crouwel이 남긴 "헬베티카는 가장 중립적인 서체다. '의미'는 텍스트 안에 있는 것이지, 서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헬베티카를 그토록 사랑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서체라는 재료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것일거다. 그 좋은 재료를 발굴해내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브랜드로 만들어지는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만큼 어느 누군가의 노력과 기술이 뒷받침을 해왔다. 결국 정직한 노력과 기술이 빛을 발하는게 아닐까. 세상엔 많은 재료가 있다. 그 재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정직하느냐에 따라 좋은 재료인지 아닌지가 분류되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재료들은 브랜드로까지 이어질 수 없다. 우리는 가짜 재료가 아닌 정직한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진짜 재료들을 갈고 닦아 브랜드화해야할 것이다. 이런 좋은 재료들이 대한민국에서도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직한 노력을 기울이는 기술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정보들을 모아 발췌한다. - 글 그림 Magazine B - Helvetica] Quotes Don't confuse legibility with communication. Just because something is legible doesn't mean it communicates and, more importantly, doesn't mean it communicates the right thing. 가독성과 소통을 혼동해선 안 됩니다. 가독성이 좋다고 해서 제대로 소통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뿐더러,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니까요.
Opinion
조현 / Hyun Cho / S/O 프로젝트 CEO겸 아트디렉터 47세 브랜딩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그는 서체 간의 디테일한 차이는 디자이너들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느 순간 그런 차이가 좀 더 섬세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서체가 디자인과 브랜딩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정확히 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헬베티카가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전까지의 서체는 모두 장인이라고 칭할 수 있을 법한 이들이 만들었지만 헬베티카는 서체 개발사의 영업사원이 디자인한 서체예요. 이 사실은 헬베티카가 단순히 심미적인 측면보다는 시장 흐름에 밝은 이가 당시의 사회적 니즈를 읽고 그에 부합하도록 기획한 상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헬베티카는 장식적 요소가 전혀 없는, 상당히 중립적 이미지의 서체입니다. 당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 자사의 중립성을 전달하기 위해 헬베티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는 '수위스의 the Swiss'를 뜻하는 네이밍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에도 스위스는 중립국가였잖아요. 서로 다른 사회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편견 없이 접할 수 있는 서체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중립 이미지가 강한 스위스의 헬베티카가 정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헬베티카 이전에도 브랜딩 측면에서 적절한 서체를 찾아헤맨 기업도 존재했겠지만 그들의 니즈를 폭넓게 만족시켜준 건 헬베티카였다고 판단됩니다.
서체마다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는 디자인할 때부터 정해지는 건가요? 서체 디자이너 토비아스 프레리 존스 Tobias Frere-Jones가 "서체는 정보를 담아 보여주는 크리스털 잔과 같다"라고 표현했듯, 서체는 내용의 전달 역할만 할 뿐 그 자체로 큰 목소리를 내면 안 되는 존재라고 본다면 헬베티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체지만 서체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강한 개성을 표출하려 할 때는 오히려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개성 강한 서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소비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위헙해 보입니다. 그래서 필수로 염두해야 할 것이 '조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이호 서체 디자이너는 "서체는 요리를 하기 위한 재료"라고 표현했는데, 이 표현대로라면 디자인이나 브랜딩을 위해 서체를 고르는 과정은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적합한 재료를 고르는 단계일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이 과정을 '서체 쇼핑'이라고 표현합니다. 재료가 신선해야 그만큼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재료의 맛이나 향이 지나치게 강하면 오히려 요리를 망치겠죠. 물론 이러한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성이 강한 서체를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어요. 브랜딩의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룬다면 적절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죠.
헬베티카가 현재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버리고 지금 새롭게 등장한 서체라고 가정한다면요? 디자이너에게 A부터 Z까지 모든 알파벳 디자인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심지어 특정 알파벳만 원하는 모양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헬베티카는 모든 문자의 디자인 일관성과 완결성이 완벽에 가깝다고 봅니다. 여전히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면이 디자인 완성도와 결합해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겠죠.
서체를 활용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헬베티카는 어떤 의미인가요?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의 <현대의 신화>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서체죠. 업계에서는 이미 '신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헬베티카를 직접 활용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너무 범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첫째로 '쓰지 말아야 할 서체', 둘째로 '만약 쓸 거면 잘 써야 하는 서체'라고 정의해야 할 겁니다.
조단 크레인 / Jordan Crane / 울프 올린스 Wolff Olin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랜드 컨설팅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헬베티카가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며 존재하는 여러 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인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헬베티카는 2000년대 후반까지 지배적인 서체로 군림했는데요. 이런 경향이 지속될 거라 보시나요? 놀라운 점은 세상에 아직도 헬베티카가 서 있을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헬베티카보다 더 멋지게 그려진 서체가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가장 적절한 서체가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거죠.
GAP의 경우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로고를 헬베티카 서체로 바꾸었다가 혹평을 받고 다시 원래 로고로 돌아간 사례가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것은 헬베티카의 문제가 아닙니다. 갭 자체에서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였죠. 로고를 바꾼다는 것은 기업의 핵심이 바뀌는 것입니다. 갭의 사례를 예로 들면, 로고는 바뀌었지만 매장은 바뀐 게 없다는 거였죠. 로고의 기능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보여주려 한 것만큼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게 문제였습니다.
"헬베티카가 아닌 다른 서체를 썼어야지"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네요. 로고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사인, 기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소통하니까요. 20여 년 가까이 지속돼온 문화의 일부에 변화를 주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하고, 그 변화가 서체와 로고에 반영되어야 하죠.
최성민 / Sungmin Choi / 그래픽 디자이너 44세 그래픽디자이너인 그는 헬베티카가 '아무것도 디자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서체'라며 기존 산세리프 서체가 가진 독특한 요소를 모두 다듬어 평균값만 남긴 결과물이라 말한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서체가 범용성이라는 개념을 갖는 것이 서체 스스로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보시나요? 혹은 그 반대인가요? 범용성을 띠면서 그것이 역사적 의미로도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당시의 상황은 물론이고 운도 작용하겠죠. 당시의 상황은 물론이고 운도 작용하겠죠. 헬베티카는 그런 모든 요소의 아귀가 잘 맞은 사례입니다. 1950 ~ 1960년대, 특히 스위스나 독일 등지의 모더니스트들이 색깔 없이 차갑고 비인간적인 그래픽을 하고 싶은데 그걸 뒷받침해줄 도구가 없다고 느꼈을 때 등장한 서체니까요. 이런 시대적 요구가 없었다면 헬베티카도 성공하기 어려웠겠죠.
Brand Story 헬베티카는 잘 알려져 있듯 스위스의 라틴어 국명인 '헬베티아 Helvetia'에서 따온 것으로, 슈템펠사의 세일즈 매니저이던 하인츠 율 Heinz Eul이 처음 제안한 이름이다. 다만 국가의 이름을 상품명으로 쓸 수 없다는 호프만의 의견에 따라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스위스의 the Swiss'라는 의미의 '헬베티카'다. 인쇄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와 비율, 활자와 여백의 균형에서 오는 시각적 안정감, 스위스의 중립적이고 민주적인 국가 이미지가 투영된 감성적 뉘앙스, 간결한 이름까지 매력 포인트는 다양했다.
서체 디자이너 토비아스 프레리-존스는 헬베티카의 디자인 및 산업적 가치를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모든 서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다. 디자인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그러나 헬베티카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든 서체가 아니다. 어떤 용도에든 적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헬베티카는 선언하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남기는 서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거운데 한 명으로 활동한 빔 크루벨 Wim Crouwel이 남긴 이 말은 헬베티카가 품어온 가치에 대한 명확하고 훌륭한 정리라 할 수 있다. "헬베티카는 가장 중립적인 서체다. '의미'는 텍스트 안에 있는 것이지, 서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헬베티카를 그토록 사랑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시대의 미감에 구애받지 않는 헬베티카는 언제까지나 현재형 서체로 기능할 수 있는 훌륭한 바탕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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