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인 나는 침묵하고 있다. 인적 드문 겨울집의 이층방에 꼭꼭 숨어들어 시대의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에게 있어 하루하루란 자잘이 부어지는 눈발처럼 정처없이 공중에서 분해되고마는 그것들이다. 내가 찾은 이 곳, 언덕위의 하숙집은 초라한 외관으로 제 자리를 지킨다. 하릴없는 일상 속에서 부딪힌 가몬과 마쓰코와의 일상. 그 속에서 나는 서서히 인간 본연의 감정을 회복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나 의지 따위가 아니라 한 인간이 고난과 시련을 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인간 본연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겨울은 지나가고 있다. 곧 봄이 올 것이다. 차디찬 겨울의 숨결 앞에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던 겨울집도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