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0)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2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6.0
  • 30대 10.0
  • 40대 1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5)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박래군 지음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박래군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우리는 '곁'을 명사로 안다. 누군가의 옆자리, 가까운 거리, 물리적 위치. 하지만 박래군의45년은 '곁'을 동사로 바꾼 시간이었다. 곁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곁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고,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이다. 어떤 사람들은 뉴스를 본지만,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박래군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곁'을 명사로 안다. 누군가의 옆자리, 가까운 거리, 물리적 위치. 하지만 박래군의45년은 '곁'을 동사로 바꾼 시간이었다. 곁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곁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고,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이다. 어떤 사람들은 뉴스를 본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뉴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전자가 '알게 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견디게 되는 것'이다. 박래군은 후자였다. 그는 의문사 현장에서, 고문 피해자의 증언 옆에서, 철거민의 마지막 저항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긴 침묵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 하나의 질문을 만들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여기 남을 것인가?“ 책을 읽으며 깨닫는 것은, 인권운동이란 거창한 구호나 이론적 체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그 약속을 10년, 20년, 30년 동안 지키는 일이다. 세상이 다음 이슈로 넘어가도, 언론이 카메라를 거둬도, 정치가 외면해도, 그 자리에 남아 이름을 부르고 진실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곁을 지킨다는 동사의 의미다.

박래군은 자신을 운동가라고 소개하지만, 그를 '슬픔의 번역자'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유가족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시설 수용자의 침묵당한 비명을, 국가폭력 피해자의 억눌린 증언을 사회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옮긴 사람이다. 동생 박래전의 죽음은 그에게 개인적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다른 모든 억울한 죽음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었다. 슬픔은 원래 닫혀 있다. 자기만의 방에 갇혀 바깥과 단절된다. 하지만 박래군은 자신의 슬픔을 닫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열쇠 삼아 다른 슬픔의 문을 두드렸다. "저도 형제를 잃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였을까. 번역이란 원문의 의미를 다른 언어로 옮기되, 그 감정의 온도까지 전달하는 일이다. 박래군은 고문 피해자의 떨리는 목소리를, 세월호 부모의 무너진 일상을, 대추리 주민의 마지막 저항을 단순히 '보도'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과 함께 울었고, 그 눈물의 온도를 기억했으며, 그것을 사회적 언어로 풀어냈다. 고통은 공감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아픔도 사회가 외면하면 '개인의 불행'으로 축소된다. 하지만 누군가 그 고통을 증언하고, 기록하고, 연결하면, 그것은 '구조적 폭력'으로 가시화된다. 박래군의45년은 바로 이 번역의 시간이었다.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다루는 방식이다. 대추리는 결국 미군기지가 되었고, 용산은 재개발되었으며, 많은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이다. 일반적인 성공 서사라면 이런 이야기는 지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박래군은 패배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패배 속에서 무엇을 지켰는지를 보여준다. 대추리 농민들은 땅을 잃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존엄을 지켰다. 용산 철거민들은 건물을 빼앗겼지만, 국가폭력의 실체를 온 사회에 각인시켰다. 세월호 유가족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라는 약속으로 슬픔을 연대로 바꾸었다. 현대 사회는 '결과'로만 평가한다. 이겼는가, 졌는가.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하지만 인권의 역사는 다른 척도를 요구한다. 얼마나 오래 버텼는가. 누구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는가. 어떤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는가. 박래군의 기록은 바로 이 '과정의 존엄'을 증명한다. 패배는 끝이 아니라 다음 싸움의 시작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권리들, 고문 금지, 의문사 진상규명, 장애인 인권, 재난 피해자 지원 등은 모두 누군가의 '패배'가 쌓여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패배를 기록했기에,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산다.

박래군의 45년은 바로 이 '기억이라는 저항'의 실천이었다. 그는 죽은 자의 이름을 불렀고, 사라진 증거를 찾았으며, 잊혀질 뻔한 사건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엮어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단편적인 비극이 아니라, 구조적인 폭력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역사.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과 권력이 반복해온 패턴을 드러내는 역사였다. 기억의 힘은 과거를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미래를 바꾸는 데 있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침몰한 배를 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그런 배를 띄우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가 의문사를 기록하는 것은 죽은 자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그런 죽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박래군의 책을 덮으며 남는 것은 질문이다. 나는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나는 무엇을 외면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떤 고통 앞에서 눈을 돌리는가. 인권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의 억울함, 누군가의 차별, 누군가의 슬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곁을 지키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그 눈물 옆에 앉아, 함께 울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줄 때, 비로소 온기가 생긴다. 박래군은45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p****r 2025.12.1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하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인권의 날을 지정하였다. 올해로 77주년을 맞는 이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책이 출간되었다.이 책은 인권운동가로 살아온 저자의 고통과 상처,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하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인권의 날을 지정하였다. 올해로 77주년을 맞는 이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권운동가로 살아온 저자의 고통과 상처,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수많은 인권 현장을 지키며 헌신했던 저자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문학청년이었던 저자는 정권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분신에 이른 동생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20대 청년들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을 지키온 저자의 삶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그가 등장한다.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운영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권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역사의 현장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혐오와 증오가 만연하고 여전히 힘없는 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의 태도와 노력은 큰 울림을 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람을 위해 제 몫의 싸움을 이어가고, 참사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유가족을 보듬고 안아주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변하려 앞장서는 그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의 뜨거운 마음이 얼어붙은 현실을 녹여주길 바라본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 #박래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YES마니아 : 로얄 n******0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 눈물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내 눈물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내용보기
김훈 작가의 추천글이 돋보이는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에는 박래군 저자의 인권운동 45년이 담겨있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권리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어왔다. 김훈 작가는 ”인권은 더이상 분할이 불가능한 개별적 생명의 불가침한 가치이고 사회 구성의 기본인자다.“(p.7)라고 말한다. 더 이상 사회와 타협할 수 없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로 읽힌
"내 눈물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내용보기

김훈 작가의 추천글이 돋보이는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에는 박래군 저자의 인권운동 45년이 담겨있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권리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어왔다. 김훈 작가는 ”인권은 더이상 분할이 불가능한 개별적 생명의 불가침한 가치이고 사회 구성의 기본인자다.“(p.7)라고 말한다. 더 이상 사회와 타협할 수 없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로 읽힌다. 
저자는 한국 민주화 투쟁에서 짓밟혀온 학생들뿐 아니라 양지마을 사건, 의문사 진상 규명과 같이 어둠에 묻혀 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수면위로 올려왔다. 또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 곁을 지켜왔다. 

“나는 유가족으로 그들과 만났다. 그들에게 오빠로, 형으로 불리면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만나고 있다. 부모님의 눈물과 한숨을 보면서 내 안의 슬픔을 만나지 못한 채 우는 부모님을 위로해야 했던 젊은 시절을 샅이 보낸 형제이고, 누이들이다. 우리끼리 만나면 부모님 흉도 보고, 걱정도 하고, 그러다가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로 웃기도 했다.(p.428)”

쉽지 않은 인권의 길이다. 저자가 이 길에 들어설 수 밖에 없게 된 연유에 대해 이 책 초반부에서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 이건 소설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그 정도로 우리의 현대사는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지금은 잊혀진 젊은 목숨들에게 빚지고 있었다. 저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썼을텐데 동생 박래전의 분신을 둘러싼 그와 그의 가족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담담한 문체에서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알 것같은 그의 성격이 느껴졌다. 그는 선하고 뚝심있는 문학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그보다 훨씬 늦게 태어난 나는 이미 중년인데 그는 아직도 청년으로 살고 있었다. 존경심이 일었다.  

최근 읽은 한겨레출판의 책들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5장 끝 부분의 ‘스스로 낸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존재들’에서 저자는 ‘청년유가협’모임, 즉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형이나 오빠, 동생을 잃은 사람들(p.427)”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가족이라는 단어에서 <말라가의 밤>처럼 살기 위해 잠시 숨을 멈추고 입수하는 ‘프리다이버’ 유가족들이 떠오른다. 서해안에서 떠내려온 말뚝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울다가 사라지면 눈물을 그치는 <말뚝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의 뒷배는 죽은 자들이다”(p.434)라고 말하는 저자를 보며 그 말뚝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의 뒤에 서 있음이 보였다.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고 물을 때, 나는 현장에서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썼다. 죽어간 이들은 ‘같이 죽자’가 아니라 ‘나는 죽지만, 살아남은 당신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울고 있는, 살아남은 자들의 곁으로 갔고 지금까지 그들 ‘곁’을 지키며 살아왔다.(pp.435-436)“ 

본인 역시 연세대 문학회원이면서도 개인의 글쓰기적 열망을 한강작가에게 맡기고 이 말뚝들을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하는 저자의 모습이 이 문단에 투영되어 있다.   
”살아있는 존재가 흘리는 눈물에는 온기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음을 잊지 말자.“ 그래야 사람으로 살 수 있으니까.(p.439)” 그동안 내가 흘린 눈물의 온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흘릴 눈물의 온기에 대해서도.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박래군#하니포터#하니포터11기#한겨레출판

f****j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 살다 보면 찾아오는 한순간이 있다. 아마도 운명적인, 피할 수 없는 순간.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음을 나는 몰랐다. 운명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를 인권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82" 솔직하자면 글적인 재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인권의 길'이라는 다소 무거운 부제 앞에서 재미를 찾는 것도 좀 그렇다 싶지만, 어쨌든 내가 뭔가를 읽는다는 행위에서 기대하는 요소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 살다 보면 찾아오는 한순간이 있다. 아마도 운명적인, 피할 수 없는 순간.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음을 나는 몰랐다. 운명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를 인권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82"

솔직하자면 글적인 재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인권의 길'이라는 다소 무거운 부제 앞에서 재미를 찾는 것도 좀 그렇다 싶지만, 어쨌든 내가 뭔가를 읽는다는 행위에서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대학을 보내놨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인권 운동의 길로 들어선 아들을 만류해보고자 하는 아버지 앞에서 '래군이라는 제 이름을 누가 지어주었냐며 무리와 어울려서 데모하면서 살라고 이름 지어준 아버지 뜻대로 사는 거(20)'라며 냅다 데모하던 실력을 살려 줄행랑을 놓아버리는 모습에 굳어있던 얼굴이 풀렸다. 무거운 이야기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그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며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을 풀어내는 실력이, 글빨이 느껴졌다. 원래는 소설가가 되려고 했었다는 스무살 배추장사 청년이 아직 거기 있었다.

국에서 쥐꼬리가 나왔다는 소문, 두부조림으로 촉발된 대규모 투쟁(56)은 웃음이 다 나왔다. 부실한 급식에 대한 괴소문은 중학교 때도 비슷하게 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아무렴 교도소와 비할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것으로 인심을 잃으니 양심수 뿐 아니라 모든 재소자가 투쟁에 합세하게 됐다는 것이 애나 어른이나 싶기도 하고 한국인다운 사유다 싶기도 했다. 더불어 3일 동안 잠 안 재우기 고문 정도는 비일비재했던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제 인권 기준을 오히려 당혹스러워 했던 내용(133)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분위기는 2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진다. 이끌어가는 힘은 그대로지만 운동권의 길로 들어서는 젊은 청년의 거친 기세는 깊은 상실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의문사 유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웃음이 있던 자리를 눈물이 채운다. 고문 피해자들의 후유증을 볼 때면 실내의 따뜻한 훈기마저 소용없이 어디서든 추위가 느껴졌다. 인권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어째서 늘 도망치고 잡히고 맞고 갇혀야하는 것일까, 담을 타고 여장을 하며(302) 경찰을 피해다녔다는 기록을 볼 때면 왜라는 의문이 자꾸만 따라 붙었다.

책에는 뉴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봤던 사건과 이름들, 이런 일이 있었나 싶게 무관심했던 사건과 이름들이 가득했다. 그 모든 흐름 안에 저자가 함께 해왔다는 것이 놀랍고, 차가운 무관심의 편에 자신이 서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모든 희생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지만 5장에 들어서 마주한 세월호 이야기는 솔직히 더 읽고싶지 않을만큼 충격과 고통이 가라앉지 않아 괴로웠다. 멋모르던 시절 보아온 다른 사건들보다 나이가 찬 뒤에 너무나 어린 수많은 학생들의 참사를 무력히 보기만해야 했던 시간들은 지나치게 또렷하다. 처음 속보를 보았던 날마저 생생한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유가족을 향한 혐오와 매도(344)는 이런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것이 진저리나게 만든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를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왜'라는 질문이었다. 결국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질문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은 양쪽 모두에게 오가곤 했다. 그리고 매번 비겁하고 무력하나마 사람의 편에 함께 서는 사람이 되자고 바랐다. 나는 늘 항상 그런 사람이 좋았다. 할 수 있는데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 자신이 가볍고, 용기가 없으니 그런 사람은 항상 달리 보였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군대 내 기합과 구타를 없앤 박주재 병장(43)같은 사람이 그렇고, 비전향장기수들의 단정하고 말끔한 태도(61)도, 이소선 어머니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저자의 이름도 함께 기억될 것이다. 서로서로 무리를 이뤄 사람답게 살자는 안에 같은 길 위를 걷자는 앞선 걸음 뒤를 쫓고 싶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m******j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박래군한겨레출판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나의 일상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치열한 인권의 현장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평생을 바쳐온 가치들이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저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근간을 이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나의 일상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치열한 인권의 현장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평생을 바쳐온 가치들이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저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인권 운동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무감각하게 지나쳐온 타인의 고통이 사실은 얼마나 뜨거운 온기를 품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듯 했습니다. 박래군이라는 인권 운동가의 삶을 이야기할 때 그의 동생 박래전의 분신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의문사를 아시나요?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몰라요. 군대에서, 경찰서에서, 동굴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시체로 돌아왔는데, 모두 자살이라고 해요."

본문 중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의 상실을 사회적 연대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안되더군요. 동생을 잃은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세상의 모든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이자 소명이 되었다는 대목에서 먹먹해졌습니다. 


저자는 대추리 미군 기지 투쟁과 용산 참사,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현장마다 늘 있었습니다.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라는 저자의 고백은 효율과 가성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직장인인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승산이 있는 일에만 뛰어들고 투입 대비 산출을 계산하면서 움직이기 마련이죠. 

남학생들에게는 폭행과 폭언이 가장 심한 인권침해였다면, 여학생들에게는 성추행과 성폭언이 연행 단계에서부터 모든 과정에서 자행되었다. 

본문중에서


그러나 저자는 거대한 공권력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록 대추리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망루 안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패배의 기록들이 이어지지만, 그 패배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영안실에 들어갔던 가족들이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철거민들의 아내와 아들, 딸들이 울부짖었다. 

본문 중에서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여장까지 하며 탈출해야 했던 긴박한 순간의 기록이나 인권 센터 건립을 위해 시민들의 적금을 모았던 기적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대의 힘'이 무엇인지를 증명합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저자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진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인생은 죽은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데요. 억울하게 떠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그들이 외롭지 않게 뒷배를 자처하는 그의 삶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살기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곁을 지키는 끈질긴 마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박래군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 # #인권운동가 #에세이추천 #세월호 #용산참사 #사회적연대 #인권재단사람 #서평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m*********s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책 제목이 너무 따뜻하다. 내용은 읽어내기 쉽지 않다. 나는 힘들었다. 저자가 투쟁해 온 것들 중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여전한 것도, 뒷걸음 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위정자들은 돈과 권력을 차지해 휘두르고, 목숨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아직 있다.이 책은 저자 박래군의 자서전이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책 제목이 너무 따뜻하다내용은 읽어내기 쉽지 않다나는 힘들었다저자가 투쟁해 온 것들 중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여전한 것도뒷걸음 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도 있기 때문이다여전히 위정자들은 돈과 권력을 차지해 휘두르고목숨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아직 있다.


이 책은 저자 박래군의 자서전이자 한국 인권사이다그의 삶이 곧 역사인 셈이다문학청년을 꿈꾸던 그가 1981년에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시대가 부른 것일까아니아버지의 작명이 삶의 방향을 정해주었는지도 모른다(올 래(무리 군데모만 하고 살거냐는 아버지께 그는무리와 어울려 데모하면서 살라는 이름 뜻대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이래저래 인권의 길은 그의 운명이었다인권운동가로 산 그의 45년은 한국 민주화운동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막혔던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제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인권을 외쳤던 사람들은 권력자에 의해 인권을 박탈당했고 목숨까지 뺐겼다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다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던 인권 유린 현장을 글로만 읽어도 이러한데 저자는 대체 45년이나 활동가로 어떻게 살았다는 걸까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책을 읽는 것 밖엔... 그의 활동을 따라가다보니우리가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그렇게 된지 불과 몇 십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미안하고 고맙다.(... 요새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 이런 심정이다!) 맨날 지는 일만 하고 있다는 그의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권리도 없었을 것이므로.


인권을 말할 때 앞에 천부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천부인권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가지는 권리이다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실에 그 단어가 있지만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그러니 인권인권!을 외쳐야 한다.


1장 문학청년에서 운동가로 에서는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투쟁하다 처음 투옥된 경험이 그의 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p.60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규율을 잘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썼다포승줄로 묶였던 팔과 다리는 물집이 터져서 쓰라렸고잘린 혀는 통증이 심해졌다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상처보다 더 끔찍한 건 내 마음이었다폭력에 굴복했다는 무력감노동 해방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이깟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자괴감에 너무 괴로웠다.


2장 유가족이 되어 는 동생 박래전의 분신 이후 유가족이 된 저자가 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알게 되었고 유가협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하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를 스승으로 삼는다.


p.144

그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었던 일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이었다투쟁 중에 자결하거나 국가 폭력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면 목숨마저 버리고 민주화하려고 했던 사람을 나라가 기억해 줘야 하지 않냐는 이소선의 바람은 아직 미완이다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될 일은 언제건 되더라고.”

이소선 어머니의 이 말을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평등주의자이소선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3장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다룬다민주화가 이루어졌어도 인권 유린의 현장은 곳곳에 있었고 어김없이 그가 출동했다인권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했던 일들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젊은이들은 설마 라며 어리둥절할 것이다시위 현장에 여경이 배치되고시련 속에서도 인권 영화제를 개최했고불심검문 거부운동크레파스에 살색이 사라졌다양지마을과 에바다 학교 사건까지그리고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주장을 할까 싶다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안 읽겠지...


p.268

내게 지금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국가보안법 펴지라고 답할 것이다국가보안법은 단지 법률 하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권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1948년 12월 1일 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으로 간첩의 누명을 쓰고, ‘빨갱이’ 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잡혀가고고문을 당하고죽어가기까지 했는가이 법의 조항마다 수많은 사람의 피가 짙게 배어 있다허울만 국가안보였지 실상은 독재자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법공포와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하게 한 법이다나는 국가보안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


4장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 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용산 참사쌍용차 파업 등, 2000년대 이후 더욱 확산된 신자유주의와 개발 논리에 맞서 싸운 치열한 투쟁이다여전히 재개발 지역에서는 전쟁이 계속된다철거민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선다. 2011년에 이소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2013년에 인권센터를 개관했다.


대추리 상황 당시 막냇동생이 전경으로 복무할 때 그곳에 파견되었는데 시위자들이 과격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무섭다고 했다나는 내용도 잘 모른 채 동생의 안위만 걱정했고 동생이 제대하면서 그곳을 잊었다저자가 투쟁했던 현장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우리 땅을 내주고 우리 국민을 내쫓아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제야...


p.290

국방부는 2008년까지 미군 기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미군에 기지를 넘겨주어야 한다며 주민들을 다급하게 쫓아냈지만실제로 기지가 완성되어 미군에 넘겨준 것은 2016년이었다. 2017년 7월 10미군은 신청사 개관식을 열었고 그 뒤로 미8군을 비롯한 전국의 미군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논과 마을을 빼앗고 그곳에 들어섰다이후 제주 강정 해군기자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까지 갖추어지면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군의 군사 전략 거점이 완성되었다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난다면 중국에서 제일 먼저 타격할 미군 기지는 당연히 평택 미군 기지이고제주 강정 해군 기지성주 사드 기지가 다음 목표물이 될 것이다.


5장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는 세월호 이후로 저자는 생명안전운동가로 거듭났고 지금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p.432

나는 말하고 싶다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해야 한다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들의 증언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에 더 공감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바로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되고유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해온 박래군 활동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l******g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내용보기
읽으면서 너무 힘들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책을 읽는 도중 몇 번이나 멈춰 생각에 잠기기를 반복하며 읽었다. 저자인 박래군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저자 소개글 몇 줄만 읽어도 쉽게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진다. 한 개인의 삶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대의 폭력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박래군은 군부독재 시절, 격렬한 교내 시위를 목격하며 학생운동에 뛰어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내용보기

읽으면서 너무 힘들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책을 읽는 도중 몇 번이나 멈춰 생각에 잠기기를 반복하며 읽었다. 저자인 박래군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저자 소개글 몇 줄만 읽어도 쉽게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진다. 한 개인의 삶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대의 폭력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박래군은 군부독재 시절, 격렬한 교내 시위를 목격하며 학생운동에 뛰어든다. 강제징집, 노동운동, 반복되는 연행과 투옥. 그의 삶은 늘 국가 권력의 폭력과 맞닿아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저자의 담백한 문장 속에서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을 마주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감정은 존경심이다. 존엄을 유지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의 존경심.


1988년,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며 분신한 동생 박래전의 죽음으로 그는 한순간에 유가족이 되었다. 박래전은 유가협을 통해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서며, 개인의 상실을 공동의 기억으로 남기는 일을 자신의 삶의 방향으로 삼는다. 이 책은 그렇게 이어진 박래군의 인권운동 45년의 기록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인권운동의 궤적을 한 사람의 몸과 언어를 통해 따라가는 역사이기도 하다.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서 '사건'으로 접해왔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얼굴와 이름, 감정으로 다가온다.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믿기지 않는다.

분신정국에 대한 기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머리가 백지장이 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려는 시도 자체가 무력하게 느껴졌고, 그 죽음들이 사회에 던졌던 질문 앞에서 나는 한없이 비겁한 사람일 뿐일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크게 진전된 인권을 나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지금 누리고 있는 권리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일궈낸 것인지를 생각하면 읽는 내내 양심이 남아나질 않는 느낌이었다. 안심하며 살아온 시간만큼 갚지 못할 빚이 쌓여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외면한 채 살아왔는가. 감사와 존경, 그리고 부채감.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 위에서 편안하게 살아왔다.

*하니포터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k*****5 2025.12.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사람에는 온기가 있기에 눈물 곁에 서는 일은 곧 그 온기를 이어받는 일.
"모든 사람에는 온기가 있기에 눈물 곁에 서는 일은 곧 그 온기를 이어받는 일." 내용보기
인권 운동.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부당히 탄압받는 사회에 저항하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무릇 사회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가상의 공동체인데, 누군가는 사람임에도 사람의 범주 바깥으로 밀려나버리기에 애써 그 지위를 되찾으려 싸워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타인을 죽이고 가두고 때리고 착취해도 괜찮은, 그래도
"모든 사람에는 온기가 있기에 눈물 곁에 서는 일은 곧 그 온기를 이어받는 일." 내용보기

 인권 운동.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부당히 탄압받는 사회에 저항하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무릇 사회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가상의 공동체인데, 누군가는 사람임에도 사람의 범주 바깥으로 밀려나버리기에 애써 그 지위를 되찾으려 싸워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타인을 죽이고 가두고 때리고 착취해도 괜찮은,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사람이거나 덜 사람이라는 것이. 또한,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제 삶에 앞서 타인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어 나서고야 만다는 것이.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어 절명한대도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인간에게는 있다는 것이.


 어떤 '죽음'은 죽음이 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어떤 삶은 그가 사람임을 증명하려 애쓰느라 온 생을 갈아넣어야만 한다. 이것은 부당하다. 어떤 사람은 그들의 처참이 당연하다 말한다. 어떤 이름은 굴종의 값으로 하사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너무도 오래, 당연하게 이어져왔다. 그것은 익숙하기에 당연하다 말해진다. 그러므로 더욱 부당하다.


 p.18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할 말이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인권운동 하는 사람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는 생각 정도이다. 억지로 답을 말한다면 '사람들' 때문이다.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힘을 주는 사람이 있고 그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하나 꼭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서다.



 저자 박래군의 삶은 경청의 연속이었다. 나는 그에서 연대의 실마리를 본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어떤 이가 매맞고, 쫓겨나고, 죽임당했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람됨을 부정당했다. 그들은 필연히 침묵을 강요당한다. 연대는 말해지지 못하는 말, 영영 들을 수 없게 된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어떤 싸움은 너무도 패배로 기울어져 있다.


 그가 섰던 현장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죽임당했다. 그러나 정녕 죽으려고 죽는 사람은 없었다. 살려달라고, 살게 해달라고 부르짖던 이들만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우리 사회'의 진면목일 것이다. '누구의 죽음도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쉽게도 말해진다. 이 말은 어떤 죽음도 그 자체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운다.


 p.84 초로의 엄마, 아빠들이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의문사를 알렸다. "의문사를 아시나요?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몰라요. 군대에서, 경찰서에서, 동굴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시체로 돌아왔는데, 모두 자살이라고 해요." 낮이면 유인물을 돌리고, 마이크를 잡느라 지친 그들은 농성장 바닥에 누위 밤늦도록 아이들 얘기를 했다. "내 아들은요"로 시작되는 끝도 없는 얘기를 하다가 울었다.


 p.116 기가 막힌 세월이었다. 지금도 나는 김영균의 눈물이, 그리고 천세용의 동생이 종종 생각난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고 진땀이 흐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는 증세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사랑은 가슴을 뛰게 한다고 했는데, 나는 죽은 자들을 사랑한 것일까? 그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일까?



 모든 죽음은 그, 혹은 그들의 죽음이다. 죽은 자가 있다. 죽음은 단지 드러난 사실일 뿐이다. 쉽게도 말해지는 그 말은 역설적으로 가장 '죽음'을 지우는 가장 정치적인 시도지 않은가. 어떤 죽음은 남겨진 이를 투사로 만든다. 싸우는 사람만이 그들의 존재를 사람의 존재에서 벗겨지지 않도록 붙든다. 부당하고, 미력하나 무의미하지 않다. 적어도, 이런 세상에 누군가를 홀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지는 싸움을 질 테니 시작도 않는 싸움으로 두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의 고통이 곧 그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참사는 반복되고, 유언은 유령처럼 떠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익숙한 패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에 의지해 느리고 더디게 나아가지 않는가.


 p.291 시민사회의, 인권운동가들의, 그리고 나의 평화적 생존권 투쟁은 패배했다.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에서만은 꼭 이기고 싶었다. 갯벌을 맨손으로 간척해서 만든 마을이고 들이지 않은가. 질 줄 알면서도 하는 싸움, 나는 늘 지는 싸움만 하는 것 같다.


 p.437 내가 해온 인권운동은 죽은 자들이 죽어 가면서도 외쳤던 '유언'을 현실에 접목해서 구체화하는 일이었다. 물론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한마디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간절했던 바람을 안다. 그 바람 또한 유언일 것이다. (...) 내 싸움은 앞서 죽어간 이들이 가르쳐준 인간 존엄의 길을 따라왔던 것이다. 달리 길이 있지 않았다.


 

 다시, 경청이 곧 연대의 씨앗이다. 연대란 누구도 외로이 두지 않는 일이다. 그의 삶에 숭고나 놀라움이 아닌 '그럼에도'를 말하고 싶다. 찬사는 쉬이 흩어지는 타자의 사건이나, 후자는 나와 우리의 가능성인 탓에. 그러므로 싸우는 사람이 있다. 지금 여기, 익숙하고 당연한 폭력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믿는다. 누구도 홀로 살아가지 않으므로. 타인에 지는 존재 자체의 책무란 바로 그런 것이므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 곁이 될 수 있음을, 가슴을 맞대고 끌어안는 마음을. '나빠지는' 세상과 폭력의 권력은 그런 이들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나아지고 있다고.


 p.399 "이례적인 일은 사실 언제나 이례적이지 않다는 걸. 너희를 보내고 남은 우리가 해온 건, 슬픔의 강요가 아니라는 걸. 너희의 죽음만 특별하게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반대로 모든 죽음이 위로받을 일이고 모든 생명이 귀함을 알아주길 원했다는 걸. 나라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과 안전을 담보로 서 있다는 걸. 그리고 대규모 참사는 그 약속에 뚫린 큰 구멍을 보여주는 일이란 걸. 여기에 '놀러 가서 죽었는데' '적당히 해야 하는데' 같은 말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걸."


 p.489 문화의 시대에도 여전히 폭력은 있다. 구조적 폭력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직접 폭력만 사라졌을 뿐이다(물론 아직도 시민들의 시선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직접 폭력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공격과 방어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문화적인 방법으로 차별과 혐오, 폭력을 넘어가야 하는 때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s*****7 2025.12.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박래군작가이자 인권 운동가,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으로 시작해 현재는 인권재단 사람의 상임이사를 맡는 등 재난 참사 진상 규명, 유가족 지원에 힘쓰고 있다. 45년간 인권의 길을 걸어왔다. 작가님이 걸어온 길을 읽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장애인 시설 인권 유린 고발, 차별금지법 제정 등...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퍼져 나갈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내용보기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박래군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으로 시작해 현재는 인권재단 사람의 상임이사를 맡는 등 재난 참사 진상 규명, 유가족 지원에 힘쓰고 있다. 45년간 인권의 길을 걸어왔다. 
작가님이 걸어온 길을 읽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장애인 시설 인권 유린 고발, 차별금지법 제정 등...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대단한 길잡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할 뿐만 아니라 모두가 나아갈 길을 안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다 보면 인권이 침해 당하는 상황과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어떻게 했나? 하며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수많은 망설임과 고민도 떠올랐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확신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 잊지 않는 것. 꼭 필요한 일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장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희망을 느꼈고, 온기를 얻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들이 말을 경청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들의 증언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에 더 공감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바로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되고, 유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인권 운동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느꼈다. 아직까지도 사건사고를 쉬쉬하고,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체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지? 과연 정말 내 일이 아닌지? 모두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단순한 일회성 감정이 아닌 앞으로도 쭉 이어질 수 있도록. 연대의 길을 걸을 것이라 다짐하며 마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m 2025.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인권은 더 나은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다. 때로는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와 법적 보호 장치들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려 했던 집요한 기록과 현장에서 몸을 던진 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쌓여 비로소 제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내용보기
인권은 더 나은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다. 때로는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와 법적 보호 장치들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려 했던 집요한 기록과 현장에서 몸을 던진 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쌓여 비로소 제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박래군의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바로 그 자리에서 흘린 사람들의 눈물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잃어버렸던 온기를 다시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역사 속에서 국가 권력이 법과 제도를 악용하며 개인의 삶을 파괴했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공권력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고 그 폭력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던 역사는 분명 잊혀서는 안 될 교훈이다. 이 책이 기록하는 눈물은 단순하게 인권이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죽음 위에 세워진 이야기였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질문도 있다. 지금은 1987년이 아니라 2025년이라는 사실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노골적인 공권력 남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견제 장치는 이전보다 강화되었지만,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의 양상은 전혀 다른 차원이 되었다. 사이버 해킹과 지능형 간첩 활동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위협은 물리적 충돌 없이도 국가의 존립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는 일과 변화한 현실 속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까지 의심의 대상으로 삼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이 책이 기록하는 ‘온기 있는 눈물’의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공백이 눈에 띈다.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의 고통은 충실히 기록되지만 열악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국가를 지키다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우리 군인들,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삶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에 의해 억압당한 개인의 인권만큼이나 국가의 방어선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생명권 역시 동일한 무게로 다뤄질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이 지점에서 이 책이 기록하지 못한 눈물 또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또 다른 질문으로 남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정치의 작동 방식으로 이어진다. 정치가 반복적으로 보여온 모습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차례 반복된 사회적 참사들 또한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보다 각자의 입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어 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치가 사회의 안전과 신뢰를 회복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공권력의 과오는 분명하지만 이제는 그 불신만을 동력 삼아 국가 시스템 전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공권력의 폭주를 경계하는 일과 경찰과 군대가 전문성을 갖추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신뢰를 쌓아가는 일은 분리되어 사고되어야 한다. 튼튼한 경제 기반과 현실적인 안보 체계가 뒷받침될 때, 국민 개개인의 인권 역시 흔들림 없이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화의 대상도, 즉각적인 정치적 해석의 도구도 아닌 채로 남아 있어야 한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가 던지는 질문은 인권이라는 가치의 숭고함 그 자체를 넘어 그 가치가 현실의 국가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에 몰두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상처를 뒤로 미뤄왔고, 치유되지 못한 균열은 좌와 우라는 극단적인 진영 논리로 번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낳았다. 이 책은 그 균열의 한쪽을 정직하게 비추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동시에 아직 기록되지 않은 눈물들 또한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과제임을 남긴다.
n******1 2025.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