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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내용보기
292쪽 짜리 책에 1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요즘 나오는 소설집에 비해 작품 수가 많고 그만큼 작품 당 길이가 짧은데, 한 편 한 편이 주는 인상이나 담고 있는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렬하고 충격적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로맹 가리, 로맹 가리 하는구나 싶었다. 다른 책들도 찾아 읽을 예정이다. 대부분의 작품에 전쟁 중의 파괴와 공포, 전후의 불안과 혼돈이 나타나 있다. 표제작 <새들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내용보기


292쪽 짜리 책에 1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요즘 나오는 소설집에 비해 작품 수가 많고 그만큼 작품 당 길이가 짧은데, 한 편 한 편이 주는 인상이나 담고 있는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렬하고 충격적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로맹 가리, 로맹 가리 하는구나 싶었다. 다른 책들도 찾아 읽을 예정이다. 


대부분의 작품에 전쟁 중의 파괴와 공포, 전후의 불안과 혼돈이 나타나 있다.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전쟁을 피해 페루의 한 해변으로 도망쳐 온 남자 레니에가 자신처럼 해변으로 도망쳐 온 여자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 온 여자는 이곳에서도 남자들의 강간 위협에 시달린다. 도망쳐온 곳에도 천국은 없다는 씁쓸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치를 피해 은신처에 숨은 유대인과 그를 도와주는 이야기를 그린 <어떤 휴머니스트>,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독일군과 손잡고 마을을 폭파시킬 계획을 세운 루마니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고상함과 위대함>, 어떤 남자가 전쟁 중 남자들에게 강간 당한 여자를 차에 태워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지상의 주인들> 등도 그러하다. 


전후의 세태를 담은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자유의 몸이 된 쇼넨바움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볼리비아에서 우연히 옛 친구 글루크만과 재회한다. 쇼넨바움은 자신을 피하는 글루크만에게 의문을 품고 있다가 어느 날 글루크만의 뒤를 밟고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수용소 시절 그들을 잔인하게 괴롭혔던 독일인 간수가 이곳에 와 있고, 글루크만은 매일 밤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를 묻는 쇼넨바움에게 글루크만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났다 한들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간수에게 잘해주는 거라고 답한다. 폭력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영혼을 장악하고 그 영향이 오래 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인간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류트>는 외교관을 그만두고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남자와 그런 남편을 말리고 싶은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짜>는 자신이 산 고흐 그림이 가짜라는 말을 듣던 남자가 아내의 코 성형 사실을 알고 이혼을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옆방에 사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어떤 오해를 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이야기인 <벽>,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세계 일주를 떠난 남자의 진실을 밝히는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실제로 겪은 일만 소설에 써야 한다는 말에 설득 당해 고래잡이를 떠난 소설가가 죽다 살아난 과정을 그린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 등은 인간의 모순과 위선, 어리석음, 허세, 대책 없음 등을 풍적으로 보여준다. 


비슷한 결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이다. 이 소설에서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 자본주의에 지친 주인공은 인간의 순수함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돈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여겨지는 작은 섬으로 떠난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고갱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짐작되는 그림들을 보게 되고, 그러자 자연히 이 그림들을 가지고 도시로 돌아가서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이 생겨 난다. 그의 욕망은 이 섬이 간직한 어떤 비밀이 드러나서 산산이 깨지는데, 정말이지 내 마음이 다 아팠다. 아니 통쾌했다고 해야 하나. 


비현실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거나 미래를 상상한 작품들도 있다. 마차를 끄는 마부가 전부 비둘기인 세계를 그린 <비둘기 시인>, 방사선에 의한 인간 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신인류가 출현한 세계를 그린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 등이 그렇다. 재미있는 점은 인간이 인간 아닌 존재로 대체된 세계를 작가는 부정적, 비관적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 낙관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때 이미 작가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회의 또는 환멸이 깊은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j****y 2026.09.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로맹가리 단편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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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독서모임 #단파만파 #로맹가리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 #단편소설읽기모임이 작품은 최근에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이 절판이 되고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이 되기도 했다. 로맹가리의 단편집중에서 손꼽는 다는 소문이 있던 작품이다. 표제작을 포함한 16편의 단편들을 모아둔 작품집이다. 16편이라는 작품이 들어있어서 책이 두꺼울 것 같지만 사실 책의 중후반부에는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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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독서모임 #단파만파 #로맹가리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 #단편소설읽기모임


이 작품은 최근에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이 절판이 되고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이 되기도 했다. 로맹가리의 단편집중에서 손꼽는 다는 소문이 있던 작품이다. 표제작을 포함한 16편의 단편들을 모아둔 작품집이다. 16편이라는 작품이 들어있어서 책이 두꺼울 것 같지만 사실 책의 중후반부에는 상당히 짧은 작품들이 실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 한편 한편이 뭔가 의미하는 바가 많을 것 같은데, 시대적 배경과 다양한 나라, 다양한 주제성 때문인지 읽기에 결코 수월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의 <자기 앞의 생>이란 작품은 나에게도 손에 꼽히는 인생책 인데, 이 단편집은 그 책과는 너무 다른 이미지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속에서 작가가 하려던 이야기는 내가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단편집에서 느낀 생각은, 작품 하나하나가 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품에서 무언가 뚜렸한 문제 제시와 해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인간에 대한 탐구 (비둘기 시민? 도 있다) 의 기록이라고 할 정도 이다.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모호함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비판적인 시선들이 느껴진다. 1930~6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시대적인 갭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세계대전의 참상 - 독일군,수용소,공산주의,혁명 - 같은 단어에서 그 시대를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인간들의 불완전함 때문에 일어 나는 모든 일들이 우리의 수많은 역사에서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불완전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희망적인 발전을 이룰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작품들 중에서 맘에 들었던 단편들을 뽑으라고 한다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표제작을 일단 첫번째로 뽑는다. 페루의 어느 해변에는 알 수 없는 새들의 죽음이 있다. 새들이 이곳 해변에 와서 죽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다. 화자 또한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서 이곳 땅 끝의 해변까지 왔지만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단절이 아닌 소통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화자 나 새들은 이곳 페루의 해변에 죽으려고 오는 것이 아닌 살고자 함으로 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휴머니스트> 는 히틀러 시대에 칼뢰비라는 장난감 공장 사장이 있는데 그는 낙관주의자였고, 휴머니스트였다. 나치의 유태인 탄압이 있음에도 그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하인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의 조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그들에게 모두 맡기고 지하에 숨어 살게 된다. 나치의 세상이 실패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지만 하인 부부는 칼뢰비를 지하실에서 생활시키며 세상이 아직 히틀러 세상이라고 속이고 자신들은 그의 재산을 점점 불려 호의 호식하며 살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본성은 어디까지 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세상은 휴머니스트로는 절대 살 수 없음을 알려주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비둘기 시민> 뉴욕에서 주식에 손해를 보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한 화자와 화자의 친구가 등장한다. 이들은 마차를 운전하고 있는 마부 '비둘기'를 보고 놀란다. 그러면서 이 비둘기를 향해 항의도 해보고 이 비둘기를 보고 있는 자신들이 환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비둘기는 이들에게 위협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러시아 경관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신고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부유한 나라가 가난하고 열약한 러시아와 그 외의 약소국을 대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비둘기시민이라는 것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듯 단편들이 모두 주옥 같았는데 몇몇 단편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로맹가리라는 작가의 면모를 알기에는 꽤 좋은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맹가리의 장편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장편작품이 힘든 이들에게는 이 단편집을 추천해보겠다.


d*******2 2026.05.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