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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알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가 몰랐던 건 나 자신이었다
"AI를 알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가 몰랐던 건 나 자신이었다" 내용보기
표지부터 눈길을 붙잡는다.바르셀로나 출신의 삽화가 마고즈(Magoz)는 최소한의 선과 색으로 하나의 개념을 통째로 담아내는 작가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데, 보고 나면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그런 그가 이 책의 표지에 그려놓은 것은 웅크린 인간의 형상이다. 어둡고 단단하게 뭉쳐진 몸. 그 손 안에 성냥 하나. 그리고 그 끝에서 피어오르는 붉고 선명한 불꽃. 그 불꽃은 무엇인가.
"AI를 알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가 몰랐던 건 나 자신이었다" 내용보기
표지부터 눈길을 붙잡는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삽화가 마고즈(Magoz)는 최소한의 선과 색으로 하나의 개념을 통째로 담아내는 작가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데, 보고 나면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그런 그가 이 책의 표지에 그려놓은 것은 웅크린 인간의 형상이다. 어둡고 단단하게 뭉쳐진 몸. 그 손 안에 성냥 하나. 그리고 그 끝에서 피어오르는 붉고 선명한 불꽃. 그 불꽃은 무엇인가. AI인가, 아니면 인간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인가. 마고즈의 그림은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을 시각화할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표지와 책의 내용은 정확하게 포개진다. 이 책 역시 답을 주기보다, 독자 안에 잠들어 있던 질문에 불을 붙이는 책이다.
472쪽. 손에 들면 묵직하고, 목차를 펼치면 아득하다. 기업 임원부터 소상공인까지, 학부모부터 다섯 살 아이의 AI 교육까지, 저작권 논쟁부터 인류 멸망 시나리오까지. 처음엔 솔직히 좀 겁난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면 금방 알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해야 할 교과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질문이 있는 곳부터 열어보면 되는 책이라는 것을. 백과사전 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안에 담긴 것은 사전의 언어가 아니라 대화의 언어다.
요즘 쏟아지는 AI 서적들은 대부분 나침반을 닮았다. 북쪽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가라"고 말하는 도구. 유용하지만 차갑고, 정확하지만 내가 왜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두 번째 지능》은 차라리 일기장에 가깝다. 방향을 알려주기 전에, 먼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은 사람입니까, 라고. 저자 김상균은 인지과학자다. 그 사실이 이 책을 다른 AI 서적들과 근본적으로 갈라놓는다. 그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정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AI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오히려 AI라는 거울을 통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나 자신의 얼굴이다. 그 구도가 이 책의 핵심이다. 우리는 지금 지도 없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마다 그것을 익히고, 트렌드를 따라잡은 것 같다가도 어느새 또 낯선 이름의 기술이 등장한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한데, 정작 무엇에 쫓기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 저자는 바로 그 불안의 정체를 짚어낸다. 우리가 진짜로 모르는 것은 AI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AI라는 도구를 잘 쓰려면 먼저 내가 이 도구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고. 읽으면서 뜨끔했다. 나는 기술을 쫓아다니느라 정작 그 질문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도구가 먼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라는 것. 단순하지만 이 시대에 가장 많이 망각되고 있는 문장이다. 책의 구성은 그 철학을 충실하게 따른다. 1부가 질문으로 사고를 흔들고, 2부가 경험으로 그 사고를 몸에 새기고, 3부가 실행으로 삶에 연결시킨다. 특히 2부의 토크카드와 메타인지 활동들은 이 책이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님을 증명한다. 게이미피케이션과 액션러닝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의 내공이 책의 구조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다. 읽는 책이 아니라, 하는 책에 가깝다. 3부의 STAR 프레임워크(Start, Try, Amplify, Recover)는 그 실천의 마지막 계단이다. 물론 472쪽이라는 분량에, 다루는 대상의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읽다가 길을 잃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 금방 사라진다. 각 챕터는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해 짧고 명확하게 마무리되고, 챕터와 챕터 사이에 길을 잃을 만한 미로가 없다.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 이 책은 훨씬 가벼워진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왔고, 공존하지 않는 선택지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나는 이 두 번째 지능과 함께,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 말이 새겨진 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지났고, AI라는 전혀 다른 문명의 도구가 등장했지만 ? 이 책이 결국 도달하는 자리는 놀랍도록 그 오래된 질문과 닮아 있다. 기술이 아무리 달라져도, 그 기술을 쥔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고즈의 표지 속 인간은 지금도 웅크린 채, 손 안의 작은 불꽃을 바라보고 있다. 그 불꽃이 세상을 밝힐 수 있을지는, 그것을 쥔 손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려 있다. 《두 번째 지능》은 그 방향을 찾는 여정을 위한 책이다.
s******1 2026.02.22. 신고 공감 15 댓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