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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몇 달 동안 계속되거나 홍수 혹은 해일이 덮쳐 인간이 터전을 잃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아 인간이 살상을 당하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폐허 상태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이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보면 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지만, 자연재해가 점점 정도를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기후환경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인간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른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새벽』처럼 말이다.
『새벽』은 제노 제네시스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이종 발생’을 뜻하는 단어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릴리스가 우주 함선에서 알몸으로 깨어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외계인에게 침략 당한 거로 보이지만 외계인이 릴리스를 구해주었다고 말한다. 릴리스의 이름을 살펴보자면, 성경에서 아담의 첫 번째 부인으로 뱀의 일종 혹은 밤의 정령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릴리스는 인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촉수가 여러 개인 메두사나 거미 불가사리와 비슷한 몸을 하고 있는 외계인과 맞닥뜨린다. 오안칼리라고 불리는 그들은 멸망한 지구에서 인간을 구했다고 말하는 존재다. 가사 상태에 빠진 인간들을 깨워 교육을 시켜 지구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한다.
소설에서는 오안칼리의 울리스를 ‘그것’이라고 명명한다. 릴리스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맴돌면서 그것들의 말을 듣는다. 인간이 아닌,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의 개체라고 할 수 있다. 수컷과 암컷, 그 가운데 울리스가 끼어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삼중 결합의 형태로 그들의 아이를 잉태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안칼리들은 새로운 종과 결합해 아이를 낳아야만 미래의 삶을 기약할 수 있다. 즉 이종교배를 통해야만 한다.
오안칼리들은 촉수가 발달해 있다. 촉수를 이용해 인간에게 감각 물질을 넣는다. 메두사의 머리처럼 움직이는 촉수는 인간의 몸을 감고, 팔로 찔러 감각을 조정한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암컷과 수컷, 울리스가 함께 누워 촉수를 이용해 쾌락을 느낀다는 거다. 그것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릴리스는 가사 상태에 빠져있던 인간들을 깨워 그들을 교육할 때,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조지프와 짝을 이룬다. 울리스 니칸지는 릴리스와 조지프를 연결해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연다. 일찍이 인간들을 깨우기 전 릴리스는 니칸지를 교육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성인이 되기 전, 그의 곁에서 교육하고, 니칸지는 릴리스를 상호 교육하는 행동을 취했다.
오안칼리는 릴리스에게 인간들을 깨워 그들을 교육시킨 다음 지구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장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장소였다. 인간들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싸우고, 상대방을 해하는 게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짝을 이룰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가했다.
릴리스는 ‘그것’들과 거리를 두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울리스를 살리는 행동을 한다. 니칸지가 인간들에게 위협을 당해 감각 손이 잘렸을 때, 다른 인간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켓을 벗고 니칸지의 옆에 누웠다. 그를 살리고자 했다. 이미 릴리스는 오안칼리의 일원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릴리스가 오안칼리를 살리고, 오안칼리의 가족인 울리스가 릴리스를 보호하고자 했던 행동들에서 드러났다. 이들의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결말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로 말하자면, 백인들의 장르였던 SF계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인물이다. 흑인 여성으로서 SF소설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킨』이나 『블러드 차일드』 및 『와일드 시드』, 우화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주인공은 예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킨』처럼 현대 여성이 과거 노예 제도가 있던 미국 남부의 흑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보라. 아찔하다. 이번 작품 『새벽』에서도 릴리스로 하여금 외계인들의 세상에서 눈을 떠 그들의 아이를 교육하고, 인간들을 깨워 교육하는 과정에서 모험을 하는 여정을 다뤘다.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전진하는 인간들을 보며 비슷한 상황이라면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터전을 잃고 외계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 않는가. 옥타비아 버틀러는 미래의 삶과 여성으로서 지위 혹은 차별 즉 젠더에 관한 철학과 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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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두 사람과 함께 빚은 강력한 삼중 결합은 오안칼리식 삶의 방식에서 가장 이질적인 특징이었다. 그 결합이 이제는 그들의 인간적인 삶의 방식에도 없어서는 안 될 특징이 된 걸까? ... 릴리스는 손을 뻗어 조지프의 손을 잡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모양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점점 더 커지는 불편함을 무릎쓰고 오랫동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마침내 손을 당겨 뺀 쪽은 그녀였다. 혐오감과 안도감으로 몸을 덜덜 떨면서. _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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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새벽》의 배경은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하고 250년이 지난 시점이다. (책의 발간연도는 1987년이다. 아직 냉전의 기운이 남아 있을 때다.) 지구에는 이제 살아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달보다 좀 먼 곳의 궤도를 따라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선에 ‘오안칼리’라고 불리우는 외계인들이 구한 인간들이 유기물과 같은 배의 형태를 가진 거대한 우주선에 봉인된 채로 존재할 뿐이다. “... 우리는 당신들의 생필품과 식량을 스스로 생사할 때까지 수공구와 간단한 장비와 식량을 제공할 거예요. 치명적인 미생물에 대항할 수단은 이미 당신 몸속에 마련해 뒀어요. 그다음은 당신들 힘으로 헤쳐나가야 해요. 독을 지닌 동식물을 피해가며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드는 거죠.” (p.60) 외계인들은 이들 중 일부를 깨워 인간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인 릴리스는 오안칼리들부터 지구 귀환 첫 번째 팀의 리더로 선택받은 인물이다. 사실 릴리스는 유대 신화에서 하와 이전 아담과 함께 신에 의해 창조된 첫 번째 여성을 의미한다. 그전의 인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류로 선택된 첫 번째 인물이니 신화 속의 릴리스와 소설 속의 릴리스는 자연스럽게 겹친다. “... 당신이 살던 지구는 지금도 당신의 지구이지만, 당신네 인간들이 애써 파괴하고 우리가 다시 애써 회복시키는 사이에 전과 다른 별이 돼버렸어요.” (p.62) 릴리스는 처음에는 촉수로 가득한 오안칼리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지구 귀환이라는 임무 또한 달가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첫 번째 대면한 오안칼리인 스다야를 통해 두려움과 혐오를 조금씩 줄여가고, 또다른 오안칼리이자 울로이(울로이는 오안칼리 중에서도 색다른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일컫는다)인 니칸지와 함께 성장하며 자신의 역할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 당신들은 매혹적이에요. 당신들은 두려움과 아름다움의 희귀한 결합이거든요. 현실적으로 따지면 당신들이 우리를 사로잡았고, 우리는 당신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예요. 하지만 당신들은 육체의 구성 요쇼들과 작동 원리를 단순하게 결합한 것에 그치지 앟아요. 당신들 스스로의 개성과 문화가 곧 당신들이에요. 우리는 그런 것들에도 관심이 있어요. 당신들을 힘닿는 데까지 많이 구하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그거예요.” (p.274)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오안칼리에 의해 릴리스는 이제 자신과 함께 지구로 돌아갈 인간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이를 소설에서는 ‘각성’이라고 부르는데, 릴리스는 이들의 서류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순서를 정하여 차례대로 각성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깨어난 인간들은 릴리스를 신뢰하지 못하고 외계인들에게는 적대적이다. 그리고 지구 귀환 연습을 위한 정착지 생활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릴리스는 그런 오안칼리들을 부러워하며 지켜봤다. 감각 언어에는 거짓말하는 습관을 용인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인간에게 거짓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기껏해야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접촉을 거부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 반면에 인간들은 거짓말을 쉽게, 또 자주 했다. 그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외계인과 너무 가까워 보이는 사람, 또는 옷을 벗고 자신을 감금하는 자와 나란히 땅바닥에 눕는 사람은, 같은 인간일지라도 신뢰하지 못했다.” (p.424) 소설의 설정은 공포스럽지만 동시에 철학적이다. 인류는 오안칼리인에게 영리하지만 위계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류의 구원자이고 동시에 새로운 인류의 창조자이기도 한 오안칼리의 행위에 수긍하기도 쉽지 않다. 그들은 마치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처럼 행동한다. 어쨌든 《새벽》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벽》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제노제네시스(Xenogenesis)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일 뿐이다. 옥타비아 버틀러 Octavia E. Butler / 장성주 역 / 새벽 (Dawn) / 허블 / 455쪽 / 2025 (19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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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SF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재밌게 읽었기에 <새벽> 국내 출간 소식을 듣고 구입했어요. <새벽>은 40년전에 미국에서 출간된 소설입니다. 릴리스 이야포는 지구를 둘러싼 궤도 위 거대한 배(우주선)에서 눈을 뜹니다. 배의 주인인 외계인 스다야는 지구가 핵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었고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살아남은 인류를 자신들이 구출했다고 말합니다. 외계인들이 오염된 지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인의 생리적 특성과 언어, 문화를 익히는 동안 릴리스는 250년간 잠들어 있었죠. 릴리스는 잠들었다가 각성할 때마다 배에 새로운 흉터가 생겨나 두려워하는데, 알고보니 스다야의 친척인 울로이가 릴리스의 가족력인 암을 몸에서 재흡수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거해줬던 것입니다. 암까지 없애주다니 참 착한 외계인들.. 알고보니 이종교배라는 목적이 있었다..! 중후반부에 나오는데 그들의 교배는 인간의 방식과 달라 19금의 느낌은 없어요. 릴리스의 암은 외계인에게는 재능이라 불릴만한 능력이였고 소설 말미에 외계인 짝꿍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촉수 외계인의 외모를 상상하며 읽는데.... ㅋㅋㅋ 제가 상상한 모습이 맞는지 궁금하네요. 시간 될 때 한번 더 차분히 읽어보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