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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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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이 나오던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던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20대에 감옥살이를 시작하여 40대가 되어 나온 저자의 삶이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고 아마도 제목에서 ‘사색’이라는 단어에 끌려서 읽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신영복 선생이라는 한 인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고 어떤 부류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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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초판이 나오던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던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20대에 감옥살이를 시작하여 40대가 되어 나온 저자의 삶이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고 아마도 제목에서 사색이라는 단어에 끌려서 읽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신영복 선생이라는 한 인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고 어떤 부류의 사람이라도 어울리려고 하는 열린 마음, 부단히 학문에 정진하는 올곧은 지식인의 면모 등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속박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고 있으면서도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다 볼 수 있었다.


 영인본엽서의 서문에서 20년의 옥고를 치르고 나타난 선생을 본 친구들은 그의 변함없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2020일을 견디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족들의 끊임없는 헌신과 사랑도 물론이거니와 선생의 견고하고 담대한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27년 감옥살이를 하고도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를 떠올렸다. 어떤 것에든 감사하는 마음을 붙여서 견뎌냈다는. 모두 자신 앞에 던져진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면서 어떻게든 결국 살아남겠다는 초월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신영복의 엽서에서 뽑은 230장의 내용과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썼다는 사색노트가 추가된 이 증보판으로 20대와 30대 초반의 선생의 사색을 접하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실린 모든 글은 연월일의 순서로 편집하였으며 1969년부터 1988년까지 20년 동안의 기록이 거의 망라된 것이다.

 

 

 ‘오늘은 다만, 내일을 기다리는 날이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하는데 단지 내일을 기다리는 날이라니. 또 희망적이어야 할 내일은 어제의 내일일 뿐이다. 내일도 또 내일의 오늘일 뿐이라는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처한 20대 청년의 고뇌가 이 그림에 너무도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조금 서투른 듯 보이는 그림은 뒤로 갈수록 솜씨가 붙어 제법 감탄하게 하는 그림으로 나타나 미소 짓게 한다.(전에는 그림을 본 적이 없었는데 깨알처럼 빼곡히 쓴 단정한 글씨와 엽서의 그림을 보게 된 것도 내겐 큰 행운이다.) 마치 옥살이의 달인이라도 된 것처럼 삶에 달관한 듯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의 저력을 느낄수 있었다.

 

…… 수인의 군집 속에서 흙처럼 변함없는 인정(人情)를 만난다. 이러한 인정의 전답에 나는 나무를 키우고 싶다. 장교 동()에 수감되지 않고 훨씬 더 풍부한 사병들 속에 수감된 것이 다행이다. 더 많은 사람, 더 고된 생활은 마치 더 넓은 토지에 더 깊은 뿌리로 서 있는 나무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P53,55) -니토(泥土) 위에 쓰는 글 -


 수감 직전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었지만, 거칠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교도소에서 일반 사병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햇볕 좋은 자리를 선택할 수 없는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신에게 내려진 벌을 달게 받겠다는 굳은 다짐이 엿보인다. 참담한 슬픔도 아주 작은 기쁨으로 위로받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알고 보면 우리는 작은 기쁨으로 힘을 얻어 삶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불모의 영토마다 자리 잡고 있는 과거라는 이름의 숲은 실상 한없이 목마른 것입니다. 그늘도, 샘물도, 기대앉을 따뜻한 바위도 없습니다. 머물 수 있는 곳이 못 됩니다. 나는 벽 앞에 정좌하여 동공을 나의 내부로 열기로 하였습니다. 내부란 과거와 미래의 중간입니다. 과거를 미화하기도 하고, 현재를 자위하기도 하고, 미래를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색이 머릿속의 관념으로서만 시종(始終)하는 것이고 보면, 앞뒤도 없고 선후도 없어 전체적으로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 

 이 나무는 과거에다 심은 나무이지만 미래를 향하여 뻗어가야 할 나무입니다. 더구나 나는 이 나무에 많은 약속을 해두고 있으며 그 약속을 지킬 열매를 키워야하기 때문에 당장은 마음 아프더라도 자위보다는 엄한 자기 성찰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P67~68)-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 등 갑작스런 상황에 처한 선생과 가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현실을 잊고 싶어 과거를 회상해 본다고 해도 나아질 건 없다. 오히려 더욱 큰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이전의 나와 다른 나를 만나려고 한다. 자신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그 나무와 수많은 대화를 하고 약속을 하며 실행하는 과정에서 숱한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며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思沈)하여야 사무사(思無邪)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P100)- 생각을 높이고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지만 밖에 나가서 실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 무작정 책을 읽으면서 권수를 채우려는 맹목적인 독서법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다.


봄철, 가을철은 징역 살기로도 좋은 계절입니다만 이곳에서는 봄 , 가을이 바깥보다 유난히 짧아서 춥다에서 바로 덥다, ‘덥다에서 바로 춥다로 직행해버립니다. 징역 속에는 춥다덥다의 두 계절만 존재합니다. 직절(直截)한 사고, OX식 문제처럼 모든 중간은 함몰하고 없습니다.’(P109)- 봄철에 뛰어든 겨울 -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났다. , 가을은 원래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 징역 살기로도 좋다니. 힘든 현실에서 얼른 벗어나려고 안달하기보다는 상황을 인정하고 좀 더 의미있는 삶을 계획하고 자꾸만 침잠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긍정의 마음이 이것을 견디게 했으리라. 더운 것과 추운 것으로 심플하게 바뀌는 것이 징역살이의 애환일까. 이것뿐이 아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버님, 어머님께

꽃과 나비는 부모가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느냐.”

어린 아들에게 이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의 자애로 담뿍 적신 저는, 꽃보다 나비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P121)-꽃과 나비 -


늦은 5, 흠씬 비를 맞은 신록이 미리 여름의 웅장함을 선보이려는 듯, 방금도 키가 크는 것 같습니다.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P162)-슬픔도 사람을 키웁니다 -


 부모님을 비롯하여 형님, 형수, 계수 등 온 가족들의 옥바라지를 받는 선생은 더욱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꽃과 나비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리라고. 어디 선생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오직 인간만이 과잉보호를 받으면서 점점 나약한 정신이 되는 건 아닌가 싶다. 기쁨이 아니라 슬픔도 한층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무엇이든 구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화단의 맨 앞줄에나 앉는 키 작고 별로 화려하지도 않은 꽃이지만, 열두 시의 나비 날개가 조용히 열려 수평이 되듯이, 팬지꽃이 그 작은 꽃봉지를 열어 벌써 여남은 개째의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한 줌도 채 못 되는 흙 속의 어디에 그처럼 빛나는 꽃의 양식이 들어 있는지…….

흙 한 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내가 과연 한 송이라도 피울 수 있는지, 5월의 창가에서 나는 팬지꽃이 부끄럽습니다.‘(179)-한 송이 팬지꽃 -


좁은 거처에서도 예쁘게 꽃을 피우며 제 할 일을 해내는 한 떨기 꽃들과 풀들을 보면서도 부끄러워하는 순수하고 맑은 마음.


어머님을 뵙고 난 어젯밤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죽어서 망우리 어느 묘지에 묻혀 있다면,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쯤에는 어머니의 아픈 마음도 빛이 바래고 모가 닳아서 지금처럼 수시로 마음 아프시지는 않고 긴 한숨 한번쯤으로 달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만, 그러나 어제처럼 어머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머님께서 손수 만드신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추석에 마음 아프시고 겨울에는 추울까 여름에는 더울까 한밤중에 마음 아프시기는 하지만 역시 징역 속이지만 제가 살아있음이 어머님과 더불어 마음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하시는 말씀처럼 부디 오래 사셔서 여려 가지 일들의 끝을 보실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P189)-어머님 앞에서는 -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말 밖에는. 매인 몸의 아들을 끊임없이 걱정하는 어머니를 향한 애절한 사모곡이 들려오는 듯하다.


나한테 묻는다면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불빛이라고 하겠습니다. 새까만 연탄구멍 저쪽의 아득한 곳에서부터 초롱초롱 눈을 뜨고 세차게 살아 오르는 주홍의 불빛은 가히 겨울의 꽃이고 심동(深冬)의 평화입니다.

천 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한겨울의 연탄불은, 추위에 곱은 손을 불러 모으고, 주전자의 물을 끓이고, 젖은 양말을 말리고……, 그리고 이따금 겨울 창문을 열게 합니다.’(P206)-불꽃 -


 ‘덥다춥다로 함축되는 교도소의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불꽃... 

아름다울 수밖에 없겠다. 모두를 따뜻한 난로 옆으로 불러 모을 것이며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며 꽃을 피우겠지. 모진 세월의 징역살이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도 참 컸겠다 싶다.


이기(利器)를 생산한다기보다 필요그 자체를 무한정 생산해내고 있는 현실을 살면서 오연(傲然)히 자기를 다스려 나가기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릇은 그 속이 빔()으로써 쓰임이 되고 넉넉함은 빈 몸에 고이는 이치를 배워 스스로를 당당하게 간수하지 않는 한,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모든 뜻이 껍데기만 남을 뿐임이 확실합니다.‘(P212)-나막신에 우산 한 자루 -


 문명의 이기로 물질이 넘치는 시대에 아무려면 보통의 인생살이를 하는 사람만큼 많이 가진 사람이 있을까. 징역살이에서도 방을 옮기면서 힘듦을 겪고 빈 그릇의 미학을 떠올린다. 어디서든 사람은 홀가분한 삶을 원하면서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저께 밤중의 일이었습니다. 여태 없던 서늘한 바람기에 눈을 떴더니, 더위에 지친 동료를 위하여 방 가운데서 부채질하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엄상(嚴霜은 정목(貞木)을 가려내고 설중(雪中)에 매화 있듯이 고난도 그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을 묻고 있는가 봅니다. 이러한 인정을 보지 못하고 지레 미움을 걱정함은 인간의 선성(善性)의 깊음에 대한 스스로의 단견(短見)외에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P219)-고난의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 -


 여름의 감옥살이의 고충을 말한 바가 있다. 그저 존재 자체로 증오하게 된다는 여름살이의 힘듦을 말이다. 동료들을 위해 부채질하는 선행을 목격하고 선생은 자신의 좁은 소견을 깨닫기도 한다. 고생을 해 본 사람이 같은 처지의 사람을 이해하는 아량도 있을 것이다. 어디가 되었든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옛날에 수염이 길고 지혜 또한 깊은 어느 노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짙게 서린 무기(霧氣)를 보고 이곳에는 훗날 큰 절이 서리라는 예언을 남기고 표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예언이란 엇비슷이 적중하는 데에 묘()가 있는가 봅니다. 수천의 청의삭발승(靑衣削髮僧)(?)들이 고행 수도하는 교도소는 가히 큰 절이라 하겠습니다.

잠 에너지로 어제의 피곤을 가신 이곳의 우리들은 새벽의 청신한 공기를 양껏 들이마시며 기차처럼 어느새 지나가버릴 쾌청한 가을 날씨를 차마 아까워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P222)- 청의삭발승(靑衣削髮僧) -


 지난한 옥살이의 세월을 이렇게 이야기로 토해낼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앞에서 나는 가족들의 옥바라지 외에 선생의 강인한 정신력을 더 높이 생각했는데 리뷰를 위해 다시 보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형수님, 계수님에게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털어놓을 대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을 치유하는데 한 몫을 했을 터였다.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기다림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유머가 느껴져서 더욱 아련한 마음이 된다.


이번 이사 때 가장 두고 오기 아까웠던 것은 창문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능선과 오뉴월 보리밭 언덕이 내다보이는 창은 우리들의 메마른 시선을 적셔주는 맑은 샘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창문보다는 역시 이 더 낫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그 앞에 조용히 서서 먼 곳에 착목(着目)하여 스스로의 생각을 여미는 창문이 귀중한 명상의 양지(陽地)’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결연히 문을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進步) 그 자체와는 구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형수님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의 발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P230)- 창문과 문 -


창문으로 토막 난 하늘을 보다가 문으로 걸어 나가서 본 하늘의 느낌은 어땠을까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은 실천의 현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창문의 차이를 이렇게 멋지게 해석하는 선생이었구나!



육순 노인에서 스물두어 살 젊은이에 이르는 스무남은 명의 식구(?)가 한 방에서 숨길 것도 내세울 것도 없이 바짝 몸 비비며 살아가는 징역살이는 사회 , 역사의식을 배우는 훌륭한 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체의 도덕적 분식(粉飾)이나 의례적인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벌거숭이의 이() , () , () , ()가 알 몸 그대로 표출됩니다. 알몸은 가장 정직한 모습이며, 정직한 모습은 공부하기에 가장 쉽습니다.’(P266)-감옥은 교실 -


 배우려는 자세만 있다면 어디서든 어떤 사람에게서든 배울 점 한 가지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중심을 꽉 붙잡고 긴 세월 동안 사색을 멈추지 않은 선생의 깨어있던 정신에 마음이 아득해진다.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P298)-함께 맞는 비 -


 남에게 호의를 베풀면서도 언젠가 되받으려는 마음을 가진 적은 없는지. 아니면 상대의 굴종을 담보로 훗날을 위한 흑심은 없었는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으로 공감과 연대가 확장되는 것이라는 말이 뜨끔한 일침을 준다. 누군가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이 결국 자신을 위한 위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현상은 그것이 개인이든 사건이든, 하나의 단절된 객체로 한정할 수 없으며, 그것에 선행하는 여러 가지의 계기에서부터 그것의 발전, 변용의 가능한 방향에 긍()하는 총합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파악되어야 하리라 믿습니다.

더욱이 과거란 완성되고 끝마쳐진 어떤 불변의 것이 아니며, 반대로 역사인식은 언제나 현재의 갈등과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투영된 현재이며 그런 의미에서 계속 새롭게 씌어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

어떠한 종류의 매스컴이나 미니컴이라도, 그것은 어떤 층을 대표하는 기관지인 법이며, 문제는 그것이 기관지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대표하는가에 있다는 그의 간결하고 적확(的確)한 사회인식이라든가, 어느 사회의 진상을 직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사회의 밑바닥 인생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민중의식은 뛰어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P301~302)- 과거에 투영된 현재 -


 선생은 징역살이 초기에 부친과의 편지에서 단지 염려스러운 아들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사상과 개성을 가진 한 사람의 청년으로 이해되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단순히 옥에 있는 아들을 염려하는 편지보다는 대화의 편지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선생의 사물을 대하는 감성적인 부분 외에도 사회, 세상을 바라보고 사색한 그분의 생각이 많이 들어있다. 개인이나 사건 등은 단절된 객체가 아니므로 총합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는 것은 개인은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역사인식은 언제나 현재의 갈등과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한 사회의 진상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하여 민중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색한 선생의 이 육성이 두루두루 읽혀져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제가 정작 부러워하는 것은 객관적인 처지의 순역(順逆)이 아닙니다. 생사별리(生事別離) 등 갖가지 인간적 고초로 가득 찬 18년에 걸친 유형의 세월을 빛나는 창조의 공간으로 삼은 비약(飛躍)’이 부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비약은 그 어감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곱셈의 논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P318)-독다산(讀茶山) 유감(遺憾) -


 유형의 세월 동안 놀라운 업적을 이룬 정약용의 비약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도 옥중에서 많은 책을 읽고 출옥 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다수의 저서를 남긴 것도 자신의 내면에 나무를 심고 키웠던 결과가 아니겠는가. ‘온몸으로 세상을 겪으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에 흠모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진정한 지식인은 역시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도 다르다.


비단 갇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하늘을 숨 쉬게 하며……, 그리하여 긴장과 갈등마저 넉넉히 포용하는 거대한 대륙에 발 딛게 하는 우람한 힘이라 믿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P347)- 닫힌 공간, 열린 정신 -


 그렇다. 갇혀 있건 나와 있건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다. 무관심은 인간의 정을 메마르게 하고 증오를 낳고 나아가서는 범죄를 부르기도 한다. 신영복 선생의 20대 후반부터의 인생 20년을 읽었다. , 이때 나는 몇 학년 이었지? 이때 나는 무얼 했더라?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나갔다.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헛헛했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그분의 출옥을 보셨을까, 옥바라지에 20년을 보낸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등등. 그리고 선생도 세상에 안 계시다. 첫 책을 읽었을 때는 몰랐던 청구회모임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어린이에게 다가가 대화를 할 줄 알았던 열린 마음의 선생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출간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아픔이자 우리 시대의 고뇌와 절절한 양심에 공감하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감옥이나 바깥세상이나 매 한가지가 아닐까. 어디서든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루어져있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출구와 입구가 어디인지 모를 만큼 넓은 교도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 너무 심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자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철학자가 있는 걸 보면 무리도 아니지 싶다. 그렇기에 『감옥으부터의 사색』은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진실로 소중한 것이 무언지 모르고 나태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을 번쩍 깨워준다. 어쩌지 못한 세월을 원망하기보다는 글을 쓰고 공부하며 본연의 삶을 살면서 귀한 저서들을 남겼으니 우리에겐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의 다른 책들을 진작 만나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탓하면서 앞으로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한다.

 


h*****7 2019.08.24. 신고 공감 11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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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신경 쓴 리뷰 00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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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봄을 기다린다. 천장과 벽에 얼음이 하얗게 성에 져서, 내가 시선을 바꿀 때마다 반짝인다. 마치 천공의 성좌 같다. 다만 10와트 백열등 부근 반경 20센티미터의 달무리만 제외하고 온 방이 하얗게 얼어 있다.1월 22일 3호실로 전방되어 왔다.방 안 가득히 반짝이는 이 칼끝 같은 '빙광'이 신비스럽다. 나는 이 하얀 성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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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봄을 기다린다.

천장과 벽에 얼음이 하얗게 성에 져서, 내가 시선을 바꿀 때마다 반짝인다. 마치 천공의 성좌 같다. 다만 10와트 백열등 부근 반경 20센티미터의 달무리만 제외하고 온 방이 하얗게 얼어 있다.

1월 22일 3호실로 전방되어 왔다.

방 안 가득히 반짝이는 이 칼끝 같은 '빙광'이 신비스럽다. 나는 이 하얀 성에가, 실은 내 입김 속의 수분이이 결빙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내뿜는 입김 이외에는 얼어붙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천공의 성좌 같은 벽 위의 빙광은 현재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세계'이다.

 

 

- p.21

 

2.

크아 시작부분부터 확 끌어당긴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은 이유가 있었구나.

 

시골아낙님께서 "별로 신경 안 쓴 리뷰"라고 쓰니, 보기 싫어진다고 해서 제목을 살짝 바꿔봤다. "조금만 신경 쓴 리뷰"로. 이럼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둘 다, 리뷰를 쓰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리뷰대회를 참여하기 위해 구매한 책이다. 수상여부에 관계없이 참여 자체만으로도 꽤 의미있고 나름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리뷰대회에 참여하는 책들은 더 많이 신경쓰게 되고, 더 좋은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 능력도 절로 향상! 1석 몇 조다.

 

신영복 교수가 감옥에 있을 때 썼다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신영복 교수의 팬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갑자기 팍팍! 강렬한 첫 느낌이다. 이제 리뷰대회마감기간이 20여일 정도 남아있으려나. 조금 두껍고 많은 책이긴 하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면 그때까지는 다 읽겠지! 모두 팟팅 팟팅~

 

아주 조금만 신경 쓴 리뷰였습니다. 제대로 신경 쓴 리뷰는 다음 기회에...

 

h******o 2019.08.13.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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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갇혀 본 자의 기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갇혀 본 자의 기쁨" 내용보기
1.혼자라는 느낌, 격리감이나 소외감이란 유대감의 상실이며, 유대감과 유대의시깅 없다는 것은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어차피 인간관계, 사회관계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p.29 나도 갇혀 본 적이 있다.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비록, 감옥보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내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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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라는 느낌, 격리감이나 소외감이란 유대감의 상실이며, 유대감과 유대의시깅 없다는 것은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어차피 인간관계, 사회관계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29

 

나도 갇혀 본 적이 있다.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비록, 감옥보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내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그때 알았다. 갇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 느끼는 압박은 생각보다 심하다. 그래서 하루 빨리 퇴원하기만을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퇴원하는 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정말, 하늘이 그냥 맑아보였다. 정확히 날씨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2.

고독은 고독 그것만으로도 가까스로 한 짐일 뿐 무엇을 창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고독을 깨뜨리지 않고는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으리라. 우렁찬 저 햇빛 찬란한 합창을 향하여 문 열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 p.69

 

『감옥으로부터 사색』은 신영복선생님이 감옥에 있을 때 쓴 서간문이다. 그가 그때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출판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감옥에 있을 때 신영복 선생님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던 듯 하고, 그때 그 사색들이 지금의 글들을 쓰는 밑바탕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무려 20년이나 옥고를 치른 선생님. 한두달 병원에 있는 것도 답답한 일인데, 20년 동안이나 감옥에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지금 감옥에 있는 모든 분들이여, 힘을 내라. 과거는 잊고 새출발하기 위하여 옥고를 치르고 있을 터이니, 부디 그대들의 앞길이 새로워지길. 다소 건방진 말투라 미안합니다. 신영복선생님이라면 이렇게 그분들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건네 본 말이다.

 

3.

작년 이맘때의 생일연이 어제 일같이 가깝게 기억되는데 그것이 벌써 일 년이나 전의 일이고 보면 저희들은 세월의 흐름에 어지간히 무디어진 것 같습니다. 1, 2년쯤 아무 하는 일 없이 지내기를 예사로 여기는 둔감함은 설령 징역살이에 필요한 감각이라 할지라도 좋은 습벽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버릇은, 특별히 절실한 일에 쫓기지 않는 데다 또 생활이 단조로워서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없음에 연유하는 듯합니다. 절실한 일이 없으면 응달의 풀싹처럼 자라지 못하며, 경험이 편벽되면 한쪽으로만 굴린 눈덩이처럼 기형화할 위험이 따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살면서 성격의 굴절을 막고 구김살 없이 되기란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 p.159

 

이 어려운 일을 신영복 선생님은 해내고 있다. 감옥에 있으면 글 쓰는 일. 그 어려운 일을 신영복선생님은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어떤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일까? 읽다 보니, 내 스스로 감옥에 갇혀서 허우적대는 꼴이 아닌가. 비교의 감옥, 감정의 감옥, 리뷰의 감옥, 블로그 감옥 SNS의 감옥, 온라인 감옥. 그리고 사람의 감옥. 어쩌면 나는 이 감옥 속에서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를 칭찬해줘야 하냐고? 아니면, 위로를 해줘야 하는 거냐고? 모른다, 절대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아니, 알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신영복이라는 감옥사색의 덫에 걸려 든 건지도 모른다. 도대체, 신영복 선생님은 이 사색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4.

대개의 책은 실천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너무나 흰 손에 의하여 집필된 경험의 간접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객관적 관조와 지적 여과를 거쳐 현장인들의 체험에 붙어다니기 쉬운 경험의 일면성, 특수성, 우연성 등의 주관적 측면을 지양하여 고도의 보편성을 갖는 체계적 지식으로 정리되기는커녕, 집필자 개인의 관심이나 이해관계 속으로 도피해버리거나, 전문분야라는 이름 아래 지엽말단(枝葉末端)을 번다하게 과장하여 근본을 흐려놓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얻은 지식이 흔히 실천과 유리된 관념의 그림자기이 쉽습니다. 그것은 실천에 의해 검증되지 않고, 실천과 함께 발전하지도 않는 허약한 가설, 낡은 교조(敎條)에 불과할 뿐 미래의 실천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입니다. 진시황의 분서(焚書)를 욕할 수만도 없습니다.

- p.163

 

책만 읽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얘기하려는 바일까요? 물론, 저는 그렇게 알아들었습니다.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결국 살아남아 이와 같튼 책을 낸 것은 실천적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지금 저는 갑자기 존대말로 어투를 바꾸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왔다갔다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도 책을 읽기만 했지, 실천적 삶을 살지 않았다는 반성을 해 볼 수가 있겠군요. 그래서, 갑자기 극존칭으로 말투가 바뀐 건지도! 물어내라, 나의 정신. 이러지는 말아주세요. 저 제대로 된 정신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부터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 걸까요?

 

 

5.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씨란 타고나는 것이며 필재(筆才)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하여도 명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재가 있는 사람의 글씨는 대체로 그 재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견 뺴어나긴 하되 재능이 도리어 함정이 되어 손끝의 교(巧)를 벗어나기 어려운 데 비하여, 필재가 없는 사람의 글씨는 손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쓰기 때문에 그 속에 혼신의 힘과 정성이 배어 있어서 '단련의 미'가 쟁쟁히 빛나게 됩니다.

- p.241

 

내가 선천적으로 필재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금 아주 뛰어난 작가들을 욕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 아주 유명하가 뛰어난 작가들은 저마다 엄청난 노력을 해 왔기에 그 위치에 서 있을 것이다.  그 노력을 폄하하게 되는 것이 "당신은 글재주가 뛰어나 좋겠습니다. 타고난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말은 상대방이 여태까지 한 노력에 대해 부정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나 역시도 온몸이 부서져라 갈고 닦으며 글쓰기에 매진하다 보면 멋지고 훌륭한 작가들의 대열에 충분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여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글재주가 없어서 매일 갈고 닦으면서 지금까지 나의 삶을 유지해 왔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나의 미래를 갈고 닦을 것이라 다짐해 본다.

 

6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면 출소를 하루 앞두고 제게 일지리 하나 주선해주기를 부탁하던 젊은 친구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가 생각하는 그런 동창 선후배가 이미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바로 그와 같은 밑바닥 인생들밖에 친구가 없었습니다. 사람은 그 친구가 바뀜으로써 초종적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저는 이미 그가 생각하는 그러한 세계의 사람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 p.392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여기저기 일자리를 부탁도 해보고, 별별 수단을 다 써서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 자체가 나에게 일자리를 계속 제공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별별 수단을 다 써서 나는 글쓰기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노력이 언젠가는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이란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7.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나는 보다 더 희망적인 삶을 결심하게 되었다. 감옥에선 언젠가는 나올 날이 있다. 죽음을 통해서든, 세상의 빛을 통해서든. 그 희망의 빛을 위해 오늘 비록 조금 힘들더라도 조금 암담하더라도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또는 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쓰는 일기 또는 편지는 오늘의 나를 기억하게 하고 미래의 나에게 절망을 딛게 하는 힘을 줄 테니까. 그리고 비로소 내가 바라던 내가 된 내가 되는 순간이 올 테니까. 그 빛을 위해 나는 오늘 어둠 속에서 저 맑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 돌베개 리뷰이벤트 참여작입니다. -

 

 

 

 

h******o 2019.08.31. 신고 공감 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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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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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의 한 꼭지인 청구회 추억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글 쓴이의 순수한 마음에 놀라고 그 아름답고 청명하지만 사실은 심심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진득하고 꾸준하게 끌고나가는 문장력에 한 번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작가의 이러한 글이라면 읽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글쓴이가 신영복 교수님이었어요. 글이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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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의 한 꼭지인 청구회 추억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글 쓴이의 순수한 마음에 놀라고 그 아름답고 청명하지만 사실은 심심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진득하고 꾸준하게 끌고나가는 문장력에 한 번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작가의 이러한 글이라면 읽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글쓴이가 신영복 교수님이었어요. 글이 아름답고 깨끗해서 너무 좋고 좋은 생각들을 한껏 품을 수 있어 좋은것같습니다. 시대의 스승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결코 헛되지 않은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d********s 2022.02.1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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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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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글들이네요.사람이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어서좋았습니다.오늘이 어제의 날이 되고내일이 다시 오늘이 되어도저 스스로의 마음속 생각자리에는늘 신영복 선생의 글들이 함께 할 거라 생각합니다.그래서 따듯합니다. 찬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제 곁을 스치고 지납니다.신영복 선생의 눈빛으로그들을 봅니다.함께하는 공간과 시간을 생각합니다.참 고마운 사람들, 참 귀한 자리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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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글들이네요.
사람이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어서
좋았습니다.
오늘이 어제의 날이 되고
내일이 다시 오늘이 되어도
저 스스로의 마음속 생각자리에는
늘 신영복 선생의 글들이
함께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듯합니다.
찬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제 곁을 스치고 지납니다.
신영복 선생의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
함께하는 공간과 시간을 생각합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 참 귀한 자리와 시간입니다.
오늘 무얼 해야겠습니다.
내일도 무엇을 해야겠구요.

YES마니아 : 골드 s*******2 2022.02.0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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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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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움은 마음의 뭉툭함에 비롯된다. 지혜롭기란 단단해서는 여간 쉬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너지는 것과 쌓는 것. 다시 이 둘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 실패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지대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 어느새 의의가 쌓여간다.쌀쌀한 한낮의 창가에 서서 흔들리는 마른 가지를 보면, 곧바로 나무의 또렷한 뼈대를 마주하게 한다. 풍성한 녹음에는 아름다움이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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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움은 마음의 뭉툭함에 비롯된다. 지혜롭기란 단단해서는 여간 쉬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너지는 것과 쌓는 것. 다시 이 둘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 실패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지대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 어느새 의의가 쌓여간다.

쌀쌀한 한낮의 창가에 서서 흔들리는 마른 가지를 보면, 곧바로 나무의 또렷한 뼈대를 마주하게 한다. 풍성한 녹음에는 아름다움이 녹아있으되 그 본질을 찾기란 흐릿한 법이다. 찬란한 녹색 사이를 꿰뚫어 보는 일이 어려워 자연히 탄생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생략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수한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그저 한 생의 마감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의 굳건한 양분이 된다는 것. 그 거칠한 목피 넘어의 뿌리의 뜻까지 잊지 않고 헤아리라.

YES마니아 : 플래티넘 w********2 2020.08.2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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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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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소재에 꽂아 놓고 삼독을 해야 하는 책이다.  이책을 통해 신영복 선생님의 면면한 보습을 엿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생각과 나아가 사상까지도 접할 수 있다. 5년 후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 내게 다가오는 신영복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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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소재에 꽂아 놓고 삼독을 해야 하는 책이다. 

이책을 통해 신영복 선생님의 면면한 보습을 엿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생각과 나아가 사상까지도 접할 수 있다. 5년 후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 내게 다가오는 신영복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z**********5 2022.08.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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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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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군사정권시절 억울하게 옥살이를 십년넘게 한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에서의 일대기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가족애 그리고 시대의 슬픔과 아픔 자신의 서글픔이 녹아들어가 있다. 남들은 삶을 포기했을 텐데 그 안에서 사색하고 공부하고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십년넘게 꿋꿋이 버티며 견디고 인고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돌아가셨지만 더 큰 자리에 오르셨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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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군사정권시절 억울하게 옥살이를 십년넘게 한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에서의 일대기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가족애 그리고 시대의 슬픔과 아픔 자신의 서글픔이 녹아들어가 있다.

 

남들은 삶을 포기했을 텐데 그 안에서 사색하고 공부하고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십년넘게

 

꿋꿋이 버티며 견디고 인고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돌아가셨지만 더 큰 자리에 오르셨어야 하지

 

않나 싶다 좋은 책이고 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누구나 일독해볼만하다.......

YES마니아 : 골드 l****s 2020.02.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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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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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구입을 부탁하셔서 구입했다가 읽게 되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감정이 글이되어 제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글 한 자 한 자 마다 그냥 놓칠 수 없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생애를 안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려나요. 한 번 읽기 보다는 여러 번 읽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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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구입을 부탁하셔서 구입했다가 읽게 되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감정이 글이되어 제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글 한 자 한 자 마다 그냥 놓칠 수 없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생애를 안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려나요. 한 번 읽기 보다는 여러 번 읽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해요.

g*******s 2022.12.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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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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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8년 처음 출간되었고, 2018년에는 출간 30주년을 맞아 제 3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과 표지와 본문의 디자인이 달라지고 재작업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나온 표지와는 다른 디자인의 표시가 신간으로 출간된 책처럼 느껴집니다. 신영복 선생의 이 책은 초판과 영인본, 증포판의 서문이 수록되어 있고, 1969년부터 1988년까지의 기록이 쓰여져 있습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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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8년 처음 출간되었고, 2018년에는 출간 30주년을 맞아 제 3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과 표지와 본문의 디자인이 달라지고 재작업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나온 표지와는 다른 디자인의 표시가 신간으로 출간된 책처럼 느껴집니다. 신영복 선생의 이 책은 초판과 영인본, 증포판의 서문이 수록되어 있고, 1969년부터 1988년까지의 기록이 쓰여져 있습니다. 2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쓰여진 글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e 2020.07.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