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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외로운 삶을 견디어내는 시간 - 겨울밤 0시 5분
"[리뷰] 외로운 삶을 견디어내는 시간 - 겨울밤 0시 5분" 내용보기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2009년 봄에 상재했다가 2014년 봄에 절판됐던 것을 2015년 봄에 최소한의 손질과 함께, 그리고 매 꼭지마다 조그만 쪽지 하나씩을 붙여 다시 내놓은 시집이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나의 그 어느 책보다 인고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삶을 사랑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줄이자."고 밝히고 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밝힌 것처럼, 시집 '겨
"[리뷰] 외로운 삶을 견디어내는 시간 - 겨울밤 0시 5분" 내용보기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2009년 봄에 상재했다가 2014년 봄에 절판됐던 것을 2015년 봄에 최소한의 손질과 함께, 그리고 매 꼭지마다 조그만 쪽지 하나씩을 붙여 다시 내놓은 시집이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나의 그 어느 책보다 인고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삶을 사랑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줄이자."고 밝히고 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밝힌 것처럼,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시인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인고이면서 애착을 줄이는 것이다.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는 14~17편의 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이한 것은 각 부의 앞에 쪽지글이 있다는 것이다. 시는 시대로 감상해야 하겠지만, 시와 별개로, 아니 시와 연관되어 쪽지글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아픔은 내가 잘 모르는 언어로 말한다.

  한참 들어도 감을 못 잡겠다.

  가지 잘리고 입을 꽉 다문 나무의 소리 같기도

  침묵에서 나오는 소리 같기도 하다.

  다시 귀 기울인다.  <쪽지 1> 전문

 

  결국 벌레들에게 먹힐 건데

  저 벌레들과 미리 눈인사를 해두자.

  이따금 벌레처럼 꿈틀거려도 보자.

  꿈틀거리면서 벌레가 되든지 벌레의 꿈이 되든지.  <쪽지 2> 전문

 

  처음에는 꽃을 좋아헸고, 다음에는 나무를 사랑했다. 그러다 점점 땅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땅은 꽃이나 나무처럼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땅에는 형태가 없다. 받쳐주는 힘이 있을 뿐이다. 아파트와 산책길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도 열고 땅을 만져보고 싶다.

  언젠가 밝은 낙엽이 되어 땅에 입 맞추겠지.  <쪽지 3> 전문

 

  마음을 다스리다 다스리다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지면

  기쁨도 냄비의 김처럼 사그라지면

  저림이 남을 것이다.  <쪽지 4> 전문

 

  2009년에 발표했던 60여편의 시편들, 그리고 6년 뒤(2015년)에 굳이 쪽지글을 추가한 이유는 뭘까? 쪽지글은 각 부의 '서시'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쪽지글을 통해 시집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용한 쪽지글을 보면 1~4의 순서대로 '아픔 -> 벌레 -> 낙엽 ->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진 후의) 저림'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픔에 대한 말로 시작하여 벌레가 되거나 낙엽이 되거나 저림이 남을 거라고 하는 시인의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시제에 주목하여 해석해본다면, '아픔'은 현재의 것이고, '벌레'나 '낙엽'이 되고, 저림이 남는 것은 현재 이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시인의 전언은, (살아있는) 현재에 아픔을 견디는 중이고, 이후, 그러니까 사후에는 벌레가 되거나, 밝은 낙엽이 되리라는 것인데, 그때가 되면 현재의 아픔은 사라지고 저림만 남을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쪽지글을 통해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은,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현재를(현재의 아픔을) 견디어내면서 미래, 곧 사후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들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죽음에 대한 태도인데, 죽음에 대한 시인의 두려움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려움이라니? 오히려 죽음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비해 과거의 이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뿐더러 자칫 빠지기 쉬운 감상에 젖지 않는다는 것이다. <쪽지 3>에서 꽃과 나무를 사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회오나 아쉬움, 미련 등의 감상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잠깐 과거를 돌아본 것일 뿐, 과거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쪽지>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 시를 보기로 하자.

  시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관점에 따라 또 각양각색의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시간에 주목해서 이 시집을 살펴볼 생각이다. 그 이유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에(제목이든 시속에서든) 시간을 나타내는 시어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당장 이 시집의 제목도 '겨울밤 0시 5분'이 아닌가.

  이 시집에 나타난 시간은, 시간적으로는 저녁 혹은 밤, 계절적으로는 늦가을 혹은 겨울이 단연코 많다. 저녁 혹은 밤은 죽음의 분위기를 풍기는 시간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다. 시인이 1938년생이니 2009년이면 어느덧 70대에 접어드는 나이니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계절적으로 늦가을이나 겨울 또한 죽음, 소멸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물론, 봄이나 여름을 다룬 시가 없지는 않는데, 심지어는 그런 시편에서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음 시처럼.

 

  오랜만에 나온 산책길, 개나리 노랗게 울타리 이루고

  어디선가 생강나무 음성이 들리는 듯

  땅 위엔 제비꽃 솜나물꽃이 심심찮게 피어 있다.

  좀 늦게 핀 매화 향기가 너무 좋아 그만

  발을 헛디딘다.

  신열 가신 자리에 확 지펴지는 공복감, 이 환한 살아 있음!

  봄에서 꽃을 찾을까, 징하게들 핀 꽃에서

  봄을 뒤집어쓰지.

 

  광폭으로 걷는다.

  몇 발자국 앞서 뛰는 까치도 광폭으로 뛴다.

  이 세상 뜰 때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은

  무병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    <삶의 맛>  부분

 

  감기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다 감기가 나아서 나온 산책길. 꽃들이 활짝 핀 봄날 즐거워 광폭으로 걸으면서 하는 생각이, "이 세상 뜰 때 /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이라니! 시인은 죽음이 자신의 곁에 굉장히 가깝게 와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시인은 시 '몸의 맛'에서 현재를 "시간의 바퀴가 삶의 아린 결들만 남기고 / 우리 몸을 통째로 뭉개려 들 때"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현재는 죽음에 가까이 와 있는 시간이고, 미래는 얼마남지 않은 이승의 시간혹은 저승을 의미할 것이다. 죽음에 가까이 와 있으면서 얼마남지 않은 이승의 시간을 견디어내는 시간을 구체적 시간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혹 이 시집의 제목이자 표제시인 '겨울밤 0시 5분'의 시간이 그 시간이 아닐까? 0시 5분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가 끝난 시간이지만, 잠드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그러니까 하루가 끝나지 않은 시간이 아닌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제 곧 막차가 올 것이다."이다.

  이 시집의 시들을 시간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방법일 수 있다. 현재를 견디어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인의 시적 열정이 담긴 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그 어느 책보다 인고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라고 시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이 말을 결코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된다. 또한 이 리뷰는 유감스럽게도 <쪽지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썼지만, 쪽지보다 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써야 제대로된 리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t*******1 2021.09.02. 신고 공감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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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0시 5분
"겨울밤 0시 5분" 내용보기
황동규 시인의 시에 관심이 생겨서 어떤 것을 먼저 살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골랐습니다 . 이 시집은 시인이 어려운 시절에 쓴 시들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절판되었던 책이 다시 재발행 된 것이라고 해서 기대가 큽니다 ! 삶에 대한 인고와 사랑,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단편 혹은 장편의 고통이 황동규 시인의 해당 시집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겨울밤 0시 5분" 내용보기
황동규 시인의 시에 관심이 생겨서 어떤 것을 먼저 살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골랐습니다 . 이 시집은 시인이 어려운 시절에 쓴 시들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절판되었던 책이 다시 재발행 된 것이라고 해서 기대가 큽니다 ! 삶에 대한 인고와 사랑,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단편 혹은 장편의 고통이 황동규 시인의 해당 시집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YES마니아 : 로얄 l******4 2022.06.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