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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통해서 산업에 대한 공부를 했다. 어느덧 조선업에 투자를 한 지 2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보고 조선업에 투자를 해왔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이 책을 완독했어도 투자라는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조선업의 향방을 단언할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앞서 말한 대로 내가 투자하고 있는 산업이고, 간혹 팟캐스트를 통해서 권효재 대표님의 인사이트를 듣곤 했는데 이번에 책이 나와서 읽게 됐다. 이 책을 통해서 조선업의 역사, 조선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권효재의 K조선 대전환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50년, 그 깊은 역사를 텍스트로만 이해하기엔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 조선업을 키워보겠다는 정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1등 공신은 '우짜겠노' 정신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고생하셨던 분들이 아닐까 싶다. 항상 느끼지만 우리나라는 참 신기한 DNA를 가진 것 같다.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빠르게 빠르게 하는 업무 처리 능력으로 지금까지 많은 산업 발전을 이뤄왔고, 하다못해 IMF 외환위기도 빠르게 극복해냈으니 말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조선업 육성 시기에 모두가 안될 거라고 했었던 의심을 의지 하나로 깨부쉈다. 당시 돈이 안되더라도 건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 일 거리를 만들어 제조 능력을 키웠고, 그렇게 현재는 전 세계 선박 건조 능력 2위를 가지고 있다. 많은 환경적 요인으로 중국이 압도적 1위를 가지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고부가가치 선박을 제조하는 능력은 우리나라가 우수하다. 2000년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통해 현재는 또다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우뚝 선 것처럼, 지금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를 안일하게 여긴다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쳤던 것처럼 우리나라 또한 조선업이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MASGA가 불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K조선의 역사는 다시 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해군 국방력에 대해 우려가 많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전투함 숫자는 300척을 넘지 않았다. 반면 중국 해군 함선은 이미 역전되어 지금은 80척 이상 차이가 난다. 숫자만 보면 중국 해군이 미군보다 전투함이 더 많다는 것인데, 중국 해군이 숫자로 세계 1위가 된 것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해진다. 미국 해군은 전체 6개 함대로 운용되며 전 세계에 배치되어 있다. 특정 지역에 전쟁이 난다 해도 모든 함대를 집중시킬 수 없다. 유럽과 중동에도 함대가 있어야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동 정세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군사적 압박을 가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한 미국이 직접 개입 상황을 가정해 봤을 때, 중국 해군은 전 세계를 통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전력의 90%를 집중시킬 수 있다. 반면 미국 해군은 절반만 집중시킬 수 있다. 아까 말한 대로, 전체 전투함 척수도 중국이 더 많은 상황에서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함선의 척수 차이는 2배 이상 벌어진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총만 들지 않았지 세계는 전쟁 중이다. 최근 미국은 국방부라는 명칭에서 '전쟁부'로 바꾼 바 있다. 최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의 문서 내용만 봐도 확실하다. 그리고 2023년 미국에서는 워게임(War game)을 진지하게 실시했다. 워게임이란, 보유한 최선의 정보를 활용해 적국과 아군의 전투 부대를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전쟁 상황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은 중국 해군이 대만을 전면 침공했을 때를 30가지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 했고, 그중 10가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전면 침공해도 대만 점령은 실패한다. 핵무기를 쓰든 안 쓰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미국 해군이 막대한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피해를 거의 안 본다는 결과였으나 이제는 막대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피해봤어도 이기면 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후의 일을 봐야 한다. 현재 미국의 조선업 역량을 고려했을 때, 전투에서 손실된 항공모함을 다시 확보하는 데 1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넥스트', 전쟁 후의 일이다. 좀 더 시계열을 돌려서 1941년 12월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 공습을 떠올려보면, 당시 일본의 공격으로 미국 태평양 함대 상당 부분이 침몰했지만, 결과적으로 태평양 전쟁에서 이긴 것은 미국이 포함된 연합국 진영이었다. 미국이 압도적 산업 역량을 발휘해서 일본의 기습으로 손실된 배를 빠른 속도로 보충했고 일본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1943년 초부터 1945년 8월 종전까지 32개월 동안 미국은 항공모함을 141척 건조해 일본을 물량으로 완전히 눌러버렸다. 이렇게, 지금 눈에 보이는 전력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번 전쟁이 벌어진 다음이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빠른 시간 내에 확충하지 못하면, 과거 일본이 미국을 선제공격해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결국 패권을 잃었던 것과 똑같이 당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중국은 알고 있다. 보통 국가가 전력을 강화할 때는 비밀리에 하는데, 중국은 드러내 놓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우리는 이만큼 빠르게 배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는 전략적 행위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미국에 자국 산업을 보호함과 동시에 국제 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법안도 있다. 일명 존스 법, Jones Ace "미국 해군 함정은 반드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어야 한다는 법이다. 우리가 아는 배는 그냥 단순히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함선 제조에는 현대 해전에서 생사를 가르는 정보가 있다. 바로 배 프로펠러에서 나오는 음문이다. 음문이란 모든 선박이 가진 고유한 소리 지문인데, 프로펠러의 소리 특징을 알면 교전할 때 잠수함이 소나만 들으면 어느 해군의 어느 함급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펠러 형상만 알면 음문을 대부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해군의 음문은 1급 군사 기밀로 여겨진다. 그래서 가뜩이나 제조 능력이 저하된 미국은 보안 강화를 통해 작업 능력이 더 지체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해군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크게 영향력을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 있어 동맹국인 우리나라는 조선 건조에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우리나라 3사 조선사 중 한화오션은 미래를 보고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단순히 조선업만 보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둬야 한다.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에너지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 미국 남부에서 LNG 액화 플랜트도 건설하고 있고, 천연가스 생산, 에너지 유통, 태양광 패널 공장 등 미국 에너지 산업 전반에 깊이 참여하고 있는데, 미국이 전 세계로 수출하는 막대한 에너지 화물들을 처리할 LNG선, 원유 운반선 석유제품 운반선 물량만으로도 어느 정도 조선소를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전통적으로 해외 진출에 신중한 입장인데 이유는 현대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에 들어가는 엔진, 발전기, 전력 설비를 직접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그래서 현대는 당장 조선소를 인수하기보다는 미국의 기존 조선소들과 제휴해 공동으로 배를 만들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선 건조 기술이나 생산성 향상 노하우를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처럼 미국의 고민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어젠다가 아니다. 이 말은 꼭 트럼프 정부가 아니더라도 MASGA 프로젝트는 지속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관건은 이런 기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속을 챙기느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MASGA 성공을 위한 세 가지 과제 1.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우리 본진이 탄탄해야 한다. → 조선소의 장기적인 건강과 활력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는 그 조선소가 얼마나 도전적인 배를 만드느냐이다. 지금같이 LNG선, 대형 컨선과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만, 미래의 배를 만드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추진선, 5000명 이상이 탑승하는 초대형 호화 크루즈선 같은 배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선박 건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 역사처럼, 우리나라도 해보지 않았던 길을 밟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 매뉴얼화, 디지털화, 데이터화 → 현재 조선소의 생산 계획을 컴퓨터로 하고 자동화하고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안되고 있다. 이유는 인공지능 학습에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조선소에는 양질의 데이터가 생각보다 부족하다. 데이터가 부족하니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이 되고, 사람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산업에 있어, 미래엔 데이터가 많은 국가와 많지 않은 국가의 격차는 빠르게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3. 직영 인력 확충 → 더 많은 직여 인력을 채용해서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협력사 인력과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지금까지 조선업이 굳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숙련된 팀워크와, 숙련된 기공자들이 만들어온 탑과 같다. MASGA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도전이다. 하지만 우리 조선업의 본진을 더욱 탄탄하게 해야만 해외 진출의 기회도 성공시킬 수 있다. 미래 선종 개발, 지식의 체계화, 직영 인력 확충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면서 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해야만 추진하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많은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이 외에도 APEC 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은 것도 관련해서 여러 가지 쓸 내용이 많다. 나도 적잖게 힘드니깐.. 그냥 여기까지 내용 정리하기로 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덧 2년,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면서 조선업에 투자를 해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조선업이라는 산업에 접근했던 큰 이유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미중 패권 경쟁에서 등 터지지 않고 오히려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을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등터지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 조선업이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온 것 같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번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숫자엔 함정이 있다.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하는데 가끔 함정에 빠질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조선업 현장이 너무 위험하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산재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런 사고 발생으로 인해 조업을 중단하는 공시가 나타나면 반사적으로 주가에 대한 영향이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상당히 잘 못 됐다. 그래도 초기에 이런 내 모습을 인지함으로써 그런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더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 글을 통해 현장에서 애써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권효재의 K-조선 대전환 -권효재 |